199화. 규격 외 (2).
오사카 도톤보리 내부.
“.......”
“.......”
“.......”
‘Revival Legend’에 관한 내 질문에 남은 3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딱히 재촉하지 않았고 그런 내 행동에 돌아온 것은.
“철벽!”
“죽어라! 파멸의 송곳니!”
“내 앞의 모든 것을 꿰뚫어라. 파워샷!”
리더인 탱커는 커다란 방패를 앞세웠고 뒤의 두 명은 나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퍽. 퍽. 퍼버버벅. 퍽.
당연히 막을 능력도 됐고 그 전에 피할 능력도 됐다.
하지만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모든 공격은 내 몸에 그대로 박혀들었다.
물론 그로 인한 피해?
분명 있긴 있었다.
아예 없지는 않았다.
다만 감수할 수 있는 아니, 무시할 수 있는 그런 정도의 피해밖에 되지 않았다.
85%에 달하는 현실 구현률도 구현률이지만 나는 ‘Revival Legend’내에 착용한 아이템을 현실에서도 그대로 착용을 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남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격차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었다.
스킬 기능성 반지만 현실로 구현하는데 필요한 코인이 10만개이듯 어지간한 전설 등급의 아이템을 셋트로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수십만 개? 아니, 강화 수치까지 생각하면 그 이상 필요할 것이 분명했으니까.
당연히 그만큼의 코인을 가진 자도 없을뿐더러 설령 있다 해도 스탯과 스킬 등을 감안하면 현실 구현률에 투자하기도 부족할 것이고.
여하튼 전에 비해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그들에게 다가가 다시 말을 건넸다.
“침략을 받았다는 너희들은 피해자 그럼 나는 가해자. 지금 가해자가 피해자의 말을 들어주겠다잖아. 그런데 왜 말을 안 하는데? 말을 해. 입은 뒀다 뭐에 쓸 건데?”
그러나 이번에도 돌아온 답변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를 농락하지 마라!”
단 1도 농락할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오히려 아쉬운 쪽은 나였다.
분명 흔치않는 기회이고 이 기회에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정보를 얻어야 하기에 더더욱.
하지만 그런 내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적.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전보다 조금 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니, 내가 내 의견을, 내 생각을 너희들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너희들의 의견과 생각을 말하라는 거잖아. 그런 내 말뜻이 어려워?”
벽창호.
그들의 모습에서 전형적인 벽창호를 보는 것 같았다.
지금도.
“공격! 앞은 내가 막겠다. 계속 공격을 집어넣어라!”
“네! 파멸의 채찍.”
“내 화살에 감싸여라. 소용돌이 화살!”
퍽. 퍽. 퍼버버벅. 퍽.
분명 적들도 눈이 있다면 태연자약한 내 모습에 이런 공격들이 별 피해를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공격을 시도했다.
그래서 나도 나지막하게 한마디 말을 꺼냈다.
“좋아. 그렇게 나를 침략자로 만들고 싶다면 정말로 침략자가 되어줄게. 차라리 처음에 죽은 그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자비한 침략자가!”
그 말과 함께 달려들었다.
물론 두 발을 써서 달려들지는 않았다.
나에게는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라는 더 유용한 이동 방법이 있으니까.
그리고.
푹.
“크억!”
오른손에 들린 검을 그대로 내질렀다.
7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으로?
아니, 직전에 스미스 일행을 상대한다고 현실로 구현했던 희귀 무기를 꺼내들었다.
왜냐하면 애초부터 검의 특성상 마법공격력과는 비교가 안 되는 무지막지한 물리공격력을 갖고 있던 것이 얼음황제 수호검이었다.
그렇기에 강화를 거듭할수록 물리공격력의 증가는 마법공격력보다 더 증가폭이 컸고.
7강화인 지금도 거의 2배 가까이.
그래서 까딱하다가는 무자비한 침략자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편안한 죽음을 선사하는 자비로운 침략자가 될 가능성이 무척이나 높기에 이 희귀 무기를 꺼내들었다.
물론.
“불꽃 화살!”
“적을 옳아 매라. 파멸의 그물.”
“굳건한 의지!”
적들도 반항을 했다.
하지만.
슝.
블링크 한번으로 불꽃 화살을 벗어났다.
그리고.
슝.
연이어 펼친 블링크로는 파멸의 그물을 피했다.
그리고 또다시.
푹. 푹.
“크억!”
“컥!”
블링크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연신 검을 내질렀다.
물론 주구장창 검만 사용하지는 않았다.
나는 누가 뭐래도 아이스 계열의 아니, 극강의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였으니까.
“아이스 볼. 아이스 볼트.”
퍽. 퍽.
당연히 일부러 저레벨의 마법을 퍼부었다.
아무리 희귀 무기라지만 지금 공격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인 대미지를 입히는 중이었기에 강력한 아이스 계열의 마법을 사용하면 그대로 죽을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징벌 아이스 한 방에 죽은 그자처럼.
그리고 그 와중에.
“파멸의 보호막!”
적들 중에 한명이 잠깐의 쉴 시간을 위해 쉴드 계열의 방어막을 사용했지만.
“아이스 스피어!”
쨍강.
징벌 아이스를 제외한 현재 가장 강력한 단일 스킬.
징벌 아이스가 워낙 성능이 좋아서 그렇지 아이스 스피어도 계속 업그레이드를 시도했기에 6레벨에 달했다.
당연히 내 6레벨 스킬은 단순히 6레벨 스킬이 아니었고.
그래서 그런지 적의 보호막은 단 한 번의 공격에 그대로 박살이 나버렸다.
그 후?
“아이스 볼. 아이스 볼트.”
계속 그들을 괴롭혔다.
무자비한 침략자답게 사악한 표정을 짓고서.
일본 미쓰야 길드 본거지.
“저렇게 손쉽게 잡을 수 있는 적을... 우리는 우리 손으로 우리의 터전을 쑥대밭으로 만든 건가?”
“.......”
“.......”
“.......”
단 1%라도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들은 결국 1200레벨 이상을 달성했고 귀하디귀한 코인을 썼다는 증거.
즉, 그 몸값이 한두 푼이 아닐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류세치 회장은 저들을 상대하기 위해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들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를 움직여 탱크와 헬기 거기에 온갖 미사일등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그리고 그것들로 적들을 죽이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상당한 위협을 주는 데는 성공을 했다.
그렇기에 오사카 전역에서 난리치던 저들을 도톤보리 안에 가두는 것이 가능했고.
하지만 그로인해 발생한 피해는 꽤 컸다.
솔직히 저들이 부수고 파괴한 것보다 그런 현대 무기들이 부수고 파괴한 것들이 더 많은 정도로.
당연히 인명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러나 류세치 회장은 그런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었다.
미래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들의 값어치가 훨씬 높았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마냥 파괴되고 부서지는 것을 수수방관할 수는 없기에 홍주영에게 연락을 했다.
미국이나 중국 등에 도움을 요청하면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많은 파괴가 발생할 것이 뻔했기에.
그리고 류세치 회장은 아무리 홍주영이라 해도 이기긴 할 테지만 어느 정도 고전을 할 거라고 생각을 해서 후속 부대를 준비했다.
여기는 ‘Revival Legend’가 아닌 현실이고 그 말인즉슨 홍주영도 결국 현실 구현률의 적용을 받는다는 뜻이니까.
그런데 드러난 결과에는 류세치 회장뿐만 아니라 나머지 모두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강해도 너무 강했다.
마치 신.
홍주영의 모습은 신 그 자체였다.
그리고 나머지 3명은 그 신에게 벌을 받는 중이고.
감히 허락도 없이 신의 터전인 지구에 침범을 한 죄로.
“허... 허허허.”
그렇게 류세치 회장은 허탈한 웃음을 토해냈다.
3분 후.
“헉. 헉”
“헉. 헉. 헉.”
숨을 헐떡이는 자들.
아니, 3명 모두 숨을 헐떡이는 정도가 아니라 그대로 바닥에 몸을 뉜 채 무방비 상태로 쓰러져있었다.
물론 그들의 모습에 리더인 탱커는 꼭 처리하고 싶었다.
나머지 자들은 회유의 여지가 조금이나마 보였지만 그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 회유가 될 것 같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생각으로 시도했던 공격으로 애먼 자가 죽은 상황.
그래서 죽이는 것보다 그를 다른 2명과 격리할 찰나.
“젠장! 나는... 나는 여기서 죽기 싫다고! 여기서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잖아!”
벌떡.
활을 이용한 공격을 하던 자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였다.
나에게 최대한 멀어질 생각인지 내 반대쪽으로.
그리고 원래라면 도망자의 모습에 기분이 언짢은 것이 당연해야 했지만 도망친다는 사실에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그만큼 회유의 여지가 있다는 뜻이니까.
그래서 블링크로 곧장 그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불쑥.
휘리릭.
뿌리가 모습을 드러내 그를 붙잡음으로써.
그리고 뿌리는 아등바등 거리는 그를 내 쪽으로 끌고 왔다.
그 모습에 우선 뿌리에 휘감긴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봐. 걱정 마. 내가 아까 말했잖아. 내가 원하는 것은 대화라고. 그리고 대화만 잘 되면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부들부들.
하지만 사정없이 떠는 모습에 아무래도 내가 너무 무자비한 침략자의 역할에 심취했다고 자책하는 순간 몸을 떠는 자가 뿌리에 휘감긴 이 자뿐만 아니라 나머지 2명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다.
“어떻게... 어떻게 이런 괴물을...”
“이만큼 성장이... 가능할 리가...”
아무래도 나보다 뿌리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 모습에 나도 뿌리로 시선을 돌렸다.
“.......”
애초에는 정말 작고 가늘었던 뿌리.
하지만 이래저래 성장? 물론 그것들을 성장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성장을 거듭했고 한줄기 한줄기 뿌리마다 거의 아름드리나무만큼 커졌다.
툭. 툭.
우선 그들의 모습에 뿌리를 툭툭 치며 입을 열었다.
“좀 크지?”
뿌리에 놀라는 모습으로 보아 조금이라도 더 위압감을 느끼면 협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그리고 그때 리더인 탱커가 입을 열었다.
“허... 0.01%의 이길 가능성? 멍청했어. 분명 0%인데 무려 0.01%라는 어마어마한 수치로 승리 가능성을 점치다니.”
“에이. 너무 자책하지 마. 지금이라도 알았으면 됐지.”
그의 말에 손사래를 치며 말을 건넸고 리더인 탱커의 입이 다시 열렸다.
“죽어라.”
“응?”
‘죽여라.’도 아닌 ‘죽어라.’라는 말을 내뱉은 탱커.
분명 자포자기 상태에서 나올 말은 전자였다.
그렇기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말로 사람을 죽일 수만 있다면 그가 나에게 이런 수모를 당할 일은 없을 테니까.
그런데.
펑.
“크억!”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내 옆의 도망을 치다 뿌리에 붙들린 남자.
더욱이.
“죽어라.”
다시 한 번 내뱉은 리더의 말.
그와 함께.
펑.
“크억!”
이번에는 리더 옆에 똑같이 쓰러져있던 자의 몸이 그대로 터져나갔다.
“이이익!”
순간 그 모습에 곧장 블링크로 리더인 탱커 옆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콰직!
오른쪽 다리로 그의 주둥이를 내리찍었다.
더 이상 나불거리지 못하게.
하지만.
씨익.
주둥이가 박살난 상태에서도 여전히 눈은 웃고 있는 남자.
왠지 그것으로 입을 막는 것으로는 그의 행동을 멈추지 못할 것 같다는 강한 예감이 들었고 그 예감은 현실이 돼버렸다.
펑.
그도 그렇게 죽음으로써.
“.......”
약간의 허탈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
그래서 잠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가 있던 자리를 쳐다만 봤다.
그리고 잠시 뒤.
꽈아악.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다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 또 와라. 침략자의 모습으로 반겨 줄 테니까.”
뺏기는 역할보다 차라리 빼앗는 역할이 더 낫다는 생각에 그렇게 생각을 정리했다.
< 규격 외 (2). > 끝
< 2700레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