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195화 (195/271)

195화. 올 버프, 올 디버프 (1).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

퍽. 퍽. 쾅. 쾅.

어제에 이어 오늘도 변함없이 사냥을 이어갔고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거의 무아지경 속에 사냥을 하던 와중 메시지가 울렸다.

[최강자를 뽑는 왕중왕전의 매칭 상대가 결정되었습니다.

-10초 뒤에 결투장으로 이동합니다.]

대충 이때쯤 울리겠다고 예상을 했기에 갑자기 울린 메시지에 놀라지는 않았다.

그리고 곧 어딘가로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이미 수십 번 봐왔던 그 결투장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결투 대기시간 30초가 주어집니다.

-30초 뒤에 전투가 시작되며 그전에 버프 및 아이템의 사용 &교체가 가능합니다.

-전투 승리시 다음 토너먼트에 자동으로 진출하며 패자는 그 즉시 이벤트가 종료됩니다.]

이 메시지도 이미 수십 번 봐왔기에 딱히 긴장하지 않고 투명한 벽 너머의 상대방을 주시했다.

물론 반대편에 있는 자도 내가 속한 11번 구역처럼 총 40개의 구역 중의 한곳의 우승자.

그렇기에 강하긴 할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있었다.

여기는 ‘Revival Legend’였기에 현실 구현률의 제약이 없고 더욱이 직전에 무려 1만 4천개의 스탯포인트가 한 번에 증가를 했으니까.

그리고 내 입으로 말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그것은 거의 무적을 자랑하는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고.

그런데.

“젠장. 첫 상대가 아시란테라고?”

분명 구역이 다르기에 ‘Revival Legend’ 내에서는 만난 적이 없는 상대.

하지만 그렇다고 나를 모르기에는 이미 내 이름이 너무 많이 알려졌다.

그래서 그런지 나를 보자마자 상대방은 내 정체를 알아챘고.

그리고는.

“기권한다!”

[상대방이 결투를 포기했습니다.

-승리하였습니다. 다음 토너먼트로 진출합니다.]

“.......”

물론 기권승이 한두 번은 아니었다.

지금의 왕중왕전 직전의 11구역 내의 최강자를 뽑는 이벤트에서도 후반부에 들어서는 거의 모든 대결에서 기권승을 하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은 왕중왕전.

더욱이 이번에는 기권승보다 전투를 벌이고 싶었다.

몬스터뿐만 아니라 그래도 한 구역의 최강자를 상대로 내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테스트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으니까.

그런데 나를 확인하자마자 곧장 기권을 하는 상대방.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한마디 말이 새어나왔다.

“설마... 다음 대결 아니, 왕중왕전 전부를 기권승으로 승리하는 것은 아니겠지?”

다음날.

총 40개 구역으로 원래라며 40명이겠지만 무려 16명의 기권으로 24강으로 시작한 왕중왕전.

그리고 첫 24강전을 기권승으로 시작을 했고.

[상대방이 결투를 포기했습니다.

-승리하였습니다. 다음 토너먼트로 진출합니다.]

“.......”

12강마저 기권승을 거둬들였다.

24강전에 만난 상대방처럼 ‘젠장! 내 운은 여기까지인가?’라는 말과 함께.

물론 과정이 어찌됐든 원하던 승리라는 결과를 받아들였기에 기분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약간의 허탈감이랄까?

살짝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허탈감을 몬스터를 향해 풀고서 저녁밥을 먹기 위해 로그아웃을 할 찰나 귓속말이 울렸다.

[초절정미녀 : 홍주영. 로그아웃 언제 할 거야?]

[lumen : 지금 하려고. 왜?]

[초절정미녀 : 그래? 그럼 로그아웃하고 3번 서재실에 잠깐 들러.]

[lumen : 알았어.]

어차피 로그아웃을 하려고 했기에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고 그대로 ‘Revival Legend’를 종료했다.

그 뒤 3번 서재실로 이동했다.

3번 서재실.

이미 서재실 안에는 아빠와 형, 누나 거기에 석인수 실장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럼 주영이도 왔으니 시작하지.”

“네.”

곧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아빠가 석인수 실장에게 한마디 했고 그 말에 석인수 실장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바로 기억의 구슬.

그와 함께 석인수 실장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일본 오사카에서 온 기억의 구슬입니다.”

대한민국도 아닌 일본 오사카라는 뜬금없는 말에 절로 의문이 일었지만 우선 잠자코 있었다.

이게 별일이 아니었다면 나까지 부르지 않았을 테니까.

그 말인즉슨 별일이라는 뜻이고.

여하튼 그 말을 끝으로 석인수 실장이 기억의 구슬을 작동시켰고 곧 3번 서재실에 하나의 영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콰지직. 쾅. 쾅.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도심가.

특히나 두 팔을 번쩍 들고 달리기를 하는 글리코맨의 네온 싸인 광고판으로 석인수 실장 말대로 저곳이 오사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가능했다.

그런데 그 오사카의 명물인 글리코맨의 네온 싸인 광고판이 그대로 허물어져 내리고 있었다.

다른 건물을 말할 것도 없고.

더욱이.

“크억!”

“사... 살려줘!”

“젠장! 저 괴물들을 막아! 막으라고!”

거의 아비규환에 맞먹는 상황.

그래서 절로 한마디 말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저지경이 될 때까지 막지 못했다는 것은 그전과 달리 엄청 강력한 몬스터가 등장을 한건가요?”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에도 불구하고 이만큼이나 세계의 질서가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바로 그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를 원래부터 인류가 갖고 있던 무기들로 어느 정도 정리가 가능하다는 것.

즉, 그게 불가능했다면 진즉에 쥐꼬리만큼의 영역을 빼고는 모든 영역을 몬스터에게 빼앗겼을 것이다.

그때는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들도 적었기에 더더욱.

그런데 순간 영상을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바로 몬스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와 함께 어마어마한 현실 구현률을 올린자로 보이는 자가 일반인을 가차 없이 죽이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물론 미친 싸이코패스가 ‘Revival Legend’를 하고 무척이나 강해진 다음에 저 난동을 부리는 것으로 볼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결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미친 싸이코패스가 저만큼의 능력과 현실 구현률을 올리는 것이 가능해 보이지도 않았고.

그래서 떠듬떠듬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설마... 미국에서 말한 NPC들인가요?”

중국 시 주석은 NPC가 아니라고 했지만 미국은 NPC라고 했던 자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들을 부를 마땅한 대체어가 없기에 명진 내부적으로 당분간은 NPC라 부르기로 했고 그런 내 질문에 석인수 실장이 입을 열었다.

“네. 그들로 파악이 되고 있습니다. 단, 그때 홀드렛지에서 건네 준 영상속의 남자보다 수배 아니, 수십 배로 강한 자들로 추측되지만요.”

확실히 지금 눈에 보이는 자들은 홀드렛지에서 건네준 영상 속의 남자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해보였다.

그렇기에 일본 자위대의 공격도 그리고 일본 미쓰야 길드를 포함해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그나저나 저게 지금 모습인가요?”

“아닙니다. 영상 속의 모습은 약 반나절 전의 상황이고 지금은 일본 정부와 미쓰야 길드를 포함한 모든 길드의 전방위적인 포위망을 형성하여 소강상태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정부나 미쓰야 길드에서 저희에게 온 연락은 없고요?”

“아직은 없습니다.”

당연하지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시 주석의 그 말을 들었기에 더더욱.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나서기에는 조금 그랬다.

분명 일본 더 나아가 일본은 장악했다시피한 미쓰야 길드와 사이가 썩 좋지 않았으니까.

실제로 치열한 전투를 벌이기까지 했고.

우선 그 뒤로 1시간 가까이 이런저런 이야기가 진행이 됐고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것으로 회의를 종료했다.

다음날.

[최강자를 뽑는 왕중왕전의 매칭 상대가 결정되었습니다.

-10초 뒤에 결투장으로 이동합니다.]

총 24명으로 진행해 24강과 12강에 이은 이제 6강.

손쉽다 못해 허무했던 직전의 라운드들로 인해 이번 라운드도 딱히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6강에 아시란테를 만났으면 뭐 썩 나쁜 운은 아니지. 더욱이 같은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로서 그 실력이 궁금하기도 했고.”

그전의 상대방과 달리 6강에서 마주한 상대방은 기권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징벌 아이스!”

30초의 전투 대기시간이 종료되고 결투장 중앙의 투명한 벽이 사라지자마자 적의 공격이 나를 향해 날아옴에도 불구하고.

쾅!

그 후 나에게 그대로 꽂힌 징벌 아이스.

당연하지만 8레벨 스킬인 징벌 아이스나 아이스 토네이도 같은 것은 나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능력만 되면 누구나 습득이 가능했다.

그리고 40개의 구역 중 한 개 구역의 최강자쯤 되는 자라면 거기에 그게 나와 같은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라면 징벌 아이스를 습득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다만.

“?”

나에게 스스로 징벌 아이스를 사용할 수는 없기에 실제로 징벌 아이스에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

그리고 내가 사용한 징벌 아이스는 단 한 번도 나에게 실망감을 준적이 없었다.

1500레벨 몬스터든 뭐든 단 한 방에 끝이었으니까.

그래서 나름대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도 쥐꼬리만큼의 긴장을 하기는 했다.

그런데.

“정말 징벌 아이스가 맞아? 무슨 대미지가 이렇게 약해?”

8레벨의 현존하는 단일 스킬의 끝판왕이라 부를 수 있는 징벌 아이스.

그런데 약해도 너무 약했다.

그리고 그런 내 반응에 상대방도 약간 당황한 것 같았다.

“거... 거짓말 마라! 아무리 아시란테 너라 하더라도 나도 한 구역의 패자. 난 절대 약하지 않다! 아이스 토네이도! 블리자드!”

휘이이잉.

퍽. 퍽. 퍼버버벅. 퍽.

아마 블리자드는 7레벨일 것이다.

현재까지 9레벨 스킬에 대한 단서가 없는 마당에 스킬 기능성 반지가 그렇게 흔한 것이 아니니까.

그렇기에 전설 등급임에도 신화 등급의 대우를 받는 것이고.

그리고 아이스 토네이도도 내가 사용했을 때 와는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말인즉슨 내가 사용하는 아이스 토네이도는 주변의 모든 것을 잡아당기는 돌풍을 동반했다.

하지만 상대방이 사용하는 아이스 토네이도는 그런 돌풍은 없었다.

그저 얼음 회오리만 발생 시켰을 뿐.

당연히 대미지도 생각보다 아니, 너무 처량했고.

그리고 그쯤 되자 상대방도 조금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것 같았다.

지금의 나는 단 1의 연기도 하고 있지 않았으니까.

“허... 아시란테는 아시란테인가.”

물론 그런 상대방에게 위로 같은 것을 해줄 생각은 없었다.

솔직히 노력하면 나처럼 될 수 있다는 말은 거짓말일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대신 그자를 향해 처음 나에게 썼던 그 스킬을 그대로 넘겨줬다.

“징벌 아이스.”

쾅!

“크억.”

아무래도 상대방은 마법사 계열.

그렇다고 나와 같은 체력과 생명력을 갖춘 것은 아닌지 1500레벨 몬스터나 여타 다른 자들처럼 그 한방에 그대로 쓰러졌다.

당연히 뒤이은 메시지가 울렸고.

[lumen, 아시란테님이 승리하였습니다.

-다른 토너먼트로 진출합니다.]

그리고 다시 원래의 내가 있던 곳인 타이탄 대지로 이동이 됐고 별일 없었다는 듯이 사냥을 이어갔다.

물론 그 와중에 한 가지 의문은 있었다.

바로.

‘24강, 12강, 6강은 그렇다 쳐도 이제 남은 것은 3명인데... 그럼 부전승 일려나?’

그간 짝수로 딱 인원이 맞았는데 이제는 홀수인 3명이기에 그런 의문이 절로 들었지만 길게 가져가지는 않았다.

부전승으로 한 단계가 더 있든 없든 어차피 우승은 내 차지일 테니까.

그 후 밤늦게까지 사냥을 한 후 로그아웃을 하고서 석인수 실장을 만나 일본 오사카의 일을 물어봤다.

그러나 그 후로 별다른 정보는 없다고 했다.

딱히 명진에 손을 벌리지도 않았고.

“그나저나 역시 우승하셨겠죠?”

“뭐... 그렇죠.”

석인수 실장의 질문에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말을 내뱉었다.

정말로 아무 일도 아니었으니까.

다음날.

[최강자를 뽑는 왕중왕전의 매칭 상대가 결정되었습니다.

-10초 뒤에 결투장으로 이동합니다.]

그 메시지와 함께 결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평상시와 달랐다.

그래서인지 추가적으로 울리는 메시지도 달랐다.

[현재 남은 인원은 총 3명입니다.

-이번 대결은 3명이 진행하며 최후의 1인이 최종 우승자가 됩니다.]

설마 남은 3명을 한 번에 집어넣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2명도 마찬가지인지 투명한 벽 너머로 당황하는 기색이 여실히 느껴졌고.

더욱이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1:1:1이 아닌 2:1로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실제로 투명한 벽으로 가려진 건너편 너머로 2명이 이리저리 재빠르게 눈동자를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하지만.

씨익.

“오히려 더 좋은데?”

어쨌든 부전승이 없다는 것은 이 한판으로 끝이 난다는 것.

즉, 내일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에 마음에 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전과 달리 2등분이 아닌 3등분 되어 있는 투명한 벽이 사라지자마자 우선 외쳤다.

“징벌 아이스.”

쾅!

“크억.”

당연하지만 징벌 아이스를 한손검과 방패를 들고 있는 자가 아닌 커다란 활을 들고 있는 자를 향해 사용했다.

분명 한손검에 방패를 착용한 자도 한방일 확률이 높지만 그래도 우선 확실히 처리할 수 있는 자부터 처리하고 보는 것이 전투에 있어 가장 정답에 근접한 수니까.

그리고.

“아이스 토네이도.”

휘이이잉.

순식간에 발생한 얼음 회오리.

“젠장. 뭐야? 뭐가 이렇게... 강력한데!”

1500레벨 몬스터이자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타이탄도 그대로 공중에 띄워 잡아당기는 돌풍.

거기에 전에 비해 한번에 7000 이상이 증가해서인지 돌풍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그그륵.

최대한 발악하는 그를 깊은 고랑을 만들면서까지 그를 잡아 당겼다.

그 모습에 하나의 스킬을 더 사용했다.

차라리 빨리 처리해 주는 것이 더 나을 테니까.

“블리자드.”

퍽. 퍽. 퍼버버벅. 퍽.

스킬 기능성 반지로 내가 보유한 유일한 9레벨 스킬.

그렇기에 이미 아이스 토네이도의 영향 아래 있던 상대방은 블리자드까지 겹치자 별다른 반항 한번 하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마지막 결승전 치고 초라하다면 너무 초라한 결과.

하지만 나에게는 이게 당연했다.

그리고 그까지 그렇게 쓰러지고 결투장에 나 혼자 남자 메시지가 울렸다.

< 올 버프, 올 디버프 (1). > 끝

< 올 버프, 올 디버프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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