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화. 통수에 통수.
명진 쉘터.
“이제 와서 보니 새로운 계정 생성 불가가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그때 그 메시지를 안일하게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확실히 새로운 계정 생성 불가 메시지가 울렸을 때부터 100레벨 접속 불가는 예견되었던 것 같았다.
다만 접속 불가 그 자체만으로 어마어마한 이슈이기에 그 이상의 판단을 하기에는 무리였고.
그런데 문제는 그것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즉, 접속 제한 레벨이 100레벨에 이어 200레벨, 300레벨 등으로 계속 증가할 것 같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유추가 가능했다.
그리고 그때 상석에 앉은 아빠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새로운 신규 유저는 그 자체로 미래를 보장해 주는 씨앗. 그런데 그 씨앗을 전부 거둬들인 것으로 모자라 이제 겨우 뿌리를 내린 것들도 거둬들인다? 흠...”
확실히 아빠의 말대로 더 이상 신규 유저의 유입이 없다는 것은 미래가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계정 생성 불가 메시지가 울렸을 때 전 세계가 한바탕 홍역을 겪은 것이고.
우선 아빠의 그 말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두를 향해 말을 내뱉었다.
“마치 끝 혹은 시험대가 떠오르네요. 그래서 그런지 현실로 구현된다는 4차는 썩 희망적이지 않은 것 같고요.”
“.......”
“.......”
“.......”
어쩌면 당연했던 것 같았다.
애초에 몬스터라는 존재는 희망과 거리가 멀었으니까.
여하튼 소회의실에서 진행된 그 회의는 더 악착같이 레벨을 올리자는 내용으로 종료가 됐다.
그리고 나도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에서 며칠간 악착같이 사냥을 진행했다.
솔직히 말해서 이제는 1레벨, 2레벨 등을 올려서 얻는 10개, 2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냐 싶겠지 많은 그래도 그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드는데 큰 일조를 한 것은 사실이기에.
일주일후.
“김율정은 어떻게 할까요?”
“.......”
그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분명 그 속에 들어있는 것은 김율정이지만 겉은 임정대 대장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때 나 대신 내 뒤에서 대답이 흘러나왔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바로 김율정의 모습을 한 임정대 대장.
“괜찮겠습니까?”
“이미 마음의 준비는 끝냈습니다. 이 모습으로 평생 살아갈 각오도 함께요. 다만 그 끝은 제가 낼 수 있도록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세요.”
어쨌든 나로 인한 변화.
그래서 임정대 대장의 그 부탁을 거절치는 않았다.
물론 꼭 서지혜 때문에 김율정을 죽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꼭 죽어야 할 인물이었다.
살려줘봤자 문제만 될 인물이니까.
우선 그렇게 임정대 대장이 자신이 평생 살아왔던 모습을 한 김율정을 처리하는 현장에서 자리를 뜨지않고 끝까지 자리했다.
그리고.
“컥.”
김율정의 비명 외에 다른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서지혜.
하지만 억울함과 고통 등이 혼합된 김율정과 달리 서지혜의 입가에는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그것만으로 서지혜가 김율정에 의해 얼마나 고통 받는 시간을 보내왔는지는 충분히 알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어지간한 보물 이상의 가치를 지닌 그녀를 홀대하는 것을 넘어서 원수 사이로 만든 김율정의 멍청함도.
여하튼 그날은 그렇게 조용히 흘려보냈다.
다음날.
명진 쉘터 소회의실.
“마지막으로 브리핑을 하자면 유기택. 2인자 유기택을 속아 넘기는 것이 관건입니다.”
“일주일간의 예행연습으로 될까요? 유기택 그자는 10년 이상을 김율정 옆에서 보필을 한 자인데요.”
석인수 실장의 말에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석인수 실장이 고개를 위아래고 살짝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물론 전략부 내부에서도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자를 막내 도련님이 조용히 처리하는 방안도 고려했고요. 하지만 그간 파악한 정보로는 김율정의 모든 지시 사항이 유기택을 통해서 진행이 됐습니다. 유기택 그 자가 없으면 김율정과 북한의 연결 고리가 완전히 사라질 정도로요.”
“그럼?”
“네. 어떻게든 속아 넘겨야 할 자입니다.”
“흠...”
결국 북한을 잡음 없이 손아귀에 넣기 위해서는 유기택을 꼭 속아 넘겨야 한다는 뜻이기에 살짝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우선 알겠습니다.”
그 뒤로도 30분 가까이 석인수 실장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진행했고 늦은 저녁에 명진 쉘터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 임정대 대장과 함께 북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새벽 2시.
북한 그것도 평양으로 들어갈 수 있는 김율정만의 비밀 통로가 몇 개 존재했고 사전에 그 비밀 통로를 확보해 놨기에 별 무리 없이 주석궁 안으로 들어서는 것은 가능했다.
그 후 역시나 비밀 통로로 주석궁 내부의 김율정의 집무실로 이동했다.
그런데 불이 꺼져있는 김율정의 집무실에는 이미 누군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바로 유기택.
“어서 오세요. 생각보다 늦으셨군요.”
물론 김율정의 모습을 한 임정대 대장을 향해 내뱉을 수 있는 말이긴 했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그런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곧 이어진 유기택의 말로 그 직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육체... 좋죠? 그나저나 홍주영님도 그만 모습을 드러내시죠. 일주일이면 저를 죽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파악했을 것 아닙니까?”
저벅저벅.
그 말에 모습을 드러냈다.
발뺌을 하기에는 상대방이 너무나 확신에 찬 모습이었으니까.
대신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알았지?”
그리고 그런 내 질문에.
“김율정이 말하지 않던가요? 그 계획을 짜준 것이 바로 저라는 것을요.”
“.......”
유기택의 그 말에 알고 보니 김율정도 결국 유기택의 장기말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주일간 헛고생을 했다는 것도.
“우선 자리에 앉으시죠. 아직 밤은 기니까요.”
그 말에 유기택의 앞자리에 가서 앉았다.
“그럼 손님들이시니 제가 먼저 말을 꺼내도록 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의 모든 것은 제 통제하에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김율정이 사라진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별 탈 없이 북한이 운영이 되고 있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제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요?”
“.......”
확실히 북한은 무너진다.
그렇기에 유기택을 죽이는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을 실행하지 못한 것이고.
그리고 유기택 스스로 그것을 아는지 표정변화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계속 입을 열었다.
“그 뒷감당을 하실 수 있겠습니까? 백만 명 아니, 수백만 명이 몬스터에 그대로 노출이 될 겁니다. 몇몇 지휘관들은 제 자리를 차지하기위해 몬스터가 아닌 서로를 향한 공격도 불사할 것이고요. 물론 명진과 홍주영님의 힘이면 얼추 수습이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북한을 차지해야 하나에 대해서도 명진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가 있었다.
분명 장단점이 있으니까.
더욱이 차지했다고 끝이 아니었다.
당연히 관리가 필요했고 어쩌면 관리를 위해 명진의 모든 것이 투입되어야 할지도 몰랐다.
북한은 외관상 명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컸고 그만큼 소속된 자들이 많았으니까.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여러모로 여건이 딱딱 들어맞았기에 이렇게 시도를 한 것이고.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지?”
본론이 아닌 서론만 꺼내는 유기택을 향해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북한은 제가 차지하겠습니다. 물론 명진과 홍주영님을 무시할 생각은 없습니다. 상납금이라 하기에는 뭐하지만 꾸준히 사례금을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더욱이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김율정같이 멍청하지는 않습니다. 보물을 함부로 다루지도 그렇다고 일벌레도 함부로 다루지는 않거든요.”
“허. 그 말을 들으니 김율정뿐만 아니라 나까지 속은 것 같다는 기분마저 드는군.”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차이 아니겠습니까?”
계획에 전혀 없던 상황.
그래서 잠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그렇게 하지. 그런데 말이야 일벌레는 잘 관리해 줬으면 해. 물론 극진히 보살피라는 것은 아니야. 요즘 같은 시대에 그건 꿈과 같은 이야기고. 하지만 자신의 영역 안에 있는 자 만큼은 최소한 인간답게 살게 해줘야지 않겠어?”
아무래도 서지혜의 일이 있다 보니 마지막으로 그 말을 내뱉었고 내 그 말에 유기택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저는 그들이 있기에 이만큼 버티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없다면 진즉에 무너져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 북한이었고요. 대신 부탁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무슨 부탁이지?”
“종종 저쪽에 있는 분의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유기택이 슬쩍 손을 들어 가리킨 방향에 있는 것은 바로 김율정의 모습을 한 임정대 대장.
“그렇게하지.”
그 즉시 도움이 어떤 도움일지 뻔했기에 거절하지는 않았다.
그리고그 뒤로 한참을 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결국 주석궁을 빠져 나왔다.
다음날.
당연히 유기택과의 대화는 전부 기억의 구슬을 사용해 저장해왔다.
그리고 그것을 석인수 실장에게 건네주고 우선 북한에 대해 손을 뗐다.
나보다 더 잘할 자들이 명진 쉘터에 수두룩했고 그것에 신경 쓰기에는 무척이나 바빴으니까.
바로.
“블리자드!”
퍽. 퍽. 퍼버버벅. 퍽.
[끄억!]
[컥!]
사냥이라는 것으로.
우선 그렇게 사냥에 매진했다.
분명 1271레벨을 달성함으로써 차후에 있을 레벨 제한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그래도 목표로 하는 것이 있었으니까.
바로 9레벨 스킬.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사냥을 하는 사이.
메시지가 울렸다.
[lumen, 아시란테님은 최강자를 뽑는 이벤트에서 11번 구역의 최강자가 되셨습니다.
-그 후 총 40개의 구역의 최강자들끼리 겨루는 왕중왕전의 참가 신청을 하였습니다.]
확실히 그때 1등을 하고서 왕중왕전 참가를 묻는 메시지에 참가를 선택했었다.
아무래도 조만간에 열린다는 왕중왕전이 이제 시작하는 것 같고.
여하튼 그 뒤로도 메시지를 계속 울렸다.
[총 40개 구역의 최강자중 16명이 불참을 선택하였습니다.
-총 24명이 토너먼트 형식으로 결투를 진행해 각 구역을 넘어서 현 ‘Revival Legend’ 최강자를 뽑게 됩니다.
-최강자로 뽑힐시 다양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불참이 16명?”
생각보다 불참이 많아서 조금 의외였다.
물론 상관없었다.
어차피 많든 적든 1등을 할 생각이었으니까.
더욱이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더 강해졌다.
[결투는 내일부터 진행되며 전과 동일하게 하루에 한 번의 매치가 진행됩니다.
-승자승 방식으로 패자는 즉시 토너먼트에서 탈락하게 됩니다.]
지금 당장 24강, 12강, 6강 등이 한 번에 진행이 되도 상관없었지만 개의치 않고 하던 사냥을 이어갔다.
홍주영이 열심히 사냥을 하는 사이.
일본 오사카.
일본은 나름대로 아니, 확실히 다른 국가보다는 평화로운 곳이었다.
왜냐하면 일본 정부와 ‘Revival Legend’를 장악한 미쓰야 길드가 협력 관계를 맺었고 함께 대도시를 중심으로 유기저인 움직임을 보였기에 몬스터 등장에 빠른 대처가 가능했고 외부의 위협에도 대응이 손쉬웠다.
물론 여타 다른 경쟁 상대가 없이 미쓰야 길드가 독보적인 위치에 있기에 가능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나마 안전한 구역이 다른 나라보다 많은 곳이 일본이었다.
특히나 도쿄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대도시인 오사카는 더더욱.
그런데 그때.
펑. 펑. 펑. 펑.
일단의 무리가 오사카의 한적한 빌딩 사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그다지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몬스터도 이렇게 등장을 했고 블링크를 사용 가능한 마법사 계열도 이렇게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하지만.
[%[email protected]!!%]
[!!^$^& @$*&^]
[#%!%!!^$ %*# $%%]
그들은 전혀 생소한 언어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곧장 움직이기 시작했다.
쾅! 쾅! 쾅!
거대한 빌딩은 물론이고 일반인이든 ‘Revival Legend’의 계정을 가진 자들이든 상관없이 파괴적인 움직임을.
물론 그 와중에 ‘Revival Legend’의 계정을 가진 자들은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모조리 죽이고 파괴한다!”
“넘보지 못할 것을 넘본 대가를 철저하게 응징하라!”
< 통수에 통수. > 끝
< 올 버프, 올 디버프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