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193화 (193/271)

193화. 100레벨 이하.

함정일 가능성이 다분한 상황.

그런데 문제는 그 함정이 어떤 것일지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래도 살짝 추측 가능하기는 했다.

서지혜가 티나지 않게 조심스럽게 움직였다지만 분명 나와 김율정의 1대1 대결로 상황을 몰아갔고 결국 서지혜의 그 움직임은 김율정의 지시일 테니까.

그만큼 김율정에게는 나를 상대함에 있어 상황을 뒤집을 아주 강력한 패가 존재한다는 것이었고.

즉, 나 대신 그 패를 끄집어낼 대타가 필요했다.

그리고 나 대신 김율정의 패를 끄집어낸 자는 그 대가로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 어쩌면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분명히 있었고.

그래서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의 노림수가 있다는 것을 아는 마당에 내가 직접 나서기에는 찝찝했고 그렇다고 남에게 시킨다고 될 일도 분명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그때 대뜸 자신이 나서겠다고 한 자가 있었다.

바로 명진 쉘터의 경비대를 책임지고 있는 임정대 대장.

처음에는 말렸다.

분명 사람의 목숨 값이 흥정의 대상이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명진 쉘터의 경비대를 맡기 전부터 십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그가 명진에 보여준 충성심과 능력은 결코 헛되이 버릴 성질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도중에 차라리 서지혜를 버림으로써 계획을 파기하자는 나를 말리기까지 했고.

여하튼 김율정의 모습을 한 그에게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어떻습니까? 좀 적응이 되나요?”

“음... 지금은 어색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말하는 김율정의 모습을 한 임정대 대장.

그 모습에 한마디 말을 더 할 수밖에 없었다.

“적응을 하는 데에는 오히려 제가 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네요.”

“그렇습니까?”

“네.”

우선 그렇게 임정대 대장과 농담식의 대화를 나누고 누가 먼저 말을 하지 않았지만 함께 이것저것 정리를 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동공에 일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중에 한명이 나에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이동 준비가 끝났습니다.”

“바로 이동하죠.”

서지혜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지금 당장 임정대 대장의 몸을 차지한 김율정을 죽이는 것?

당연히 그럴 생각은 없었다.

왜냐하면 그의 위치는 북한의 지도자였고 지금 우리에게는 그의 모습과 그의 능력을 완벽히 갖춘 존재가 있었다.

즉, 북한을 수중에 넣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김율정의 숨겨둔 패가 체인지라는 것을 알지 못했기에 당연히 이런 상황을 사전에 상정하지 않았고 아니, 못했고 그렇기에 준비할 것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의 육체만 차지했다고 최측근과 수뇌부를 완벽하게 속아 넘길 수 있다는 것은 안일한 생각일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빠른 이동을 결정했다.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율정과 처음과 달리 안도의 숨을 내쉬는 서지혜를 데리고.

다음날.

명진 쉘터 소회의실.

“상태창 전부 공개.”

[이름 : 임정대.

레벨 : 1291

죽인 횟수 : 115921, 죽은 횟수 : 23

칭호 : 가혹한 학살자 외 2개.

생명력 : 755,400(now) / 755,400(max)

마나 : 417,100(now) / 417.100(max)

힘 : 15521    민첩 : 7254    체력 3458

정신력 : 2314      지력 : 710

잔여 스탯포인트 : 0

잔여 스킬포인트 : 0

특성 : 없음.]

“아이템창과 인벤토리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하긴 어차피 버릴 육체.

더욱이 김율정은 나와 체인지를 하고 자신의 육체를 차지할 나를 죽일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아이템창과 인벤토리가 싹 비어져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하지만 단 하나의 아이템도 착용치 않은 것 치고 상태창은 꽤 준수했다.

아니, 분명 준수한 수준이 아니라 상당히 좋았다.

물론 서지혜의 스탯 옮기기 덕분이겠지만.

더욱이.

“현실 구현률은 39%입니다.”

처음 나에게 나름대로 이것저것 많이 올렸다고 말했던 김율정.

확실히 현실 구현률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상석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아빠가 한마디 말을 내뱉었다.

“전화위복인가? 가상현실을 좋아하지 않던 자네의 빠른 성장을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회장님.”

확실히 1레벨에서 한번에 1291레벨이 된 상황.

더욱이 레벨 그 이상의 강함을 갖추기까지 했다.

단숨에 명진의 에이스로 급부상할 만큼.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비교할 수준은 전혀 아니었지만.

여하튼 그 뒤로도 이야기는 한참 더 진행이 됐다.

그런데.

“현재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서지혜지만 아무래도 서지혜가 알고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었습니다.”

“김율정은?”

“모든 것을 포기해서인지 고분고분 정보를 털어놓는데...”

“털어놓는데?”

말끝을 흐리는 석인수 실장에게 아빠가 질문을 던졌고 석인수 실장이 약간 어두운 낯빛으로 입을 열었다.

“겉으로는 분명 진실 같았습니다. 전략부 내부에서도 중간중간 함정성 질문을 던져도 다른 대답을 내놓지 않았고요. 하지만 뭐랄까 99%의 진실 속에 1%의 거짓을 숨겼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시간이 더 많다면 철저한 조사가 가능하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 상태라 전략부도 많은 고심을 하

고 있습니다.”

김율정의 위치는 북한의 지도자.

그렇기에 아마 북한 내부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을 것이다.

최고 지도자가 사라졌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까.

어쩌면 생각보다 빠르게 김율정의 자리를 차지할 자가 나타날지도 모르고.

즉,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석인수 실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우선 이번 주까지 조사를 진행해 주세요. 그리고 여의치 않으면 최후의 방법을 사용하면 되니까요.”

최후의 방법?

간단했다.

바로 내가 김율정의 모습을 한 임정대 대장의 멱살을 잡아끌고 북한 속으로 들어가는 것.

그리고 김율정의 모습을 한 임정대 대장이 나에게 무조건적인 항복을 하는 것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우선 서지혜도 그리고 김율정도 엮어온 것은 나이기에 그렇게 내 의견을 끝으로 회의는 종료됐다.

그날 저녁.

분명 김율정의 일도 중요했지만 그렇다고 ‘Revival Legend’의 일이 덜 중요한 것은 아니었기에 곧장 접속을 했다.

그리고 이동한 곳은 이제는 질릴법하지만 그래도 가장 경험치를 많이 주는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

그런데 그 타이탄의 대지 앞에 일단의 무리가 진을 치고 있었다.

물론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가 온전히 내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곳의 위치가 대한민국의 구역이었고 그래서 사전에 명진&미래 연합과 대성&구산 연합이 공동으로 관리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한눈에 봐도 저들은 명진&미래 연합도 아니었고 대성&구산 연합도 아니었다.

저벅저벅.

그들이 누구든 간에 내가 조심할 필요는 없기에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다가섰다.

그러자.

“정지! 누구냐?”

대뜸 나를 멈춰 세우는 자들.

“.......”

우선 별 말 하지 않고 나를 멈춰 세운 자를 쳐다봤다.

“뭐야! 벙어... 헉!”

“아...시란테!”

만약 나를 모른다면 상대할 가치도 없는 자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인즉슨 여기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에 발도 붙이지 못하는 어중이떠중이라는 뜻이고.

하지만 그들은 곧이어 나를 알아봤고 화들짝 놀라서 소리쳤다.

그리고 그제야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누구지? 누구기에 허락도 없이 내 사냥터에 발을 디뎠는지 모르겠군.”

물론 알 것 같았다.

딱 봐도 중국 측 인사였으니까.

그리고 그 정체까지.

왜냐하면 시 주석이 수장으로 있는 중국 정부는 나와의 마찰을 꺼려했다.

그래서 최강자를 뽑는 이벤트에서 시 주석조차 기권을 했고.

그 외 장치앙린 회장이 대표로 있는 양화 길드와는 그간 이런저런 접전이 있었고 역시나 나와의 마찰을 꺼려했다.

그럼 남는 것은 딱 하나.

바로 인도에서 전투를 벌였던 화신 길드.

딱 봐도 화신 길드로 보였다.

“아... 그러니까.”

“여기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가 비어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혹시나 조사차...”

어물쩍거리며 대답하는 화신 길드.

“그래? 그럼 이제 주인이 있다는 것은 알았겠군?”

물론 아직까지는 나 혼자만 사냥하는 곳.

하지만 그렇다고 중국과 나눌 생각은 전혀 없었다.

더욱이 현재 1400레벨 사냥터에서 열심히 사냥에 매진하는 명진과 미래 길드원들이 조만간에 이곳으로 넘어올 것이고.

우선 그렇게 이빨을 숨기지 않고 내뱉은 협박조의 말투.

그러자.

“무... 물론입니다!”

“모두 철수라라!”

솔직히 조금 과한 감은 없잖아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화신 길드는 중국을 대표하는 길드 중에 하나니까.

하지만 간이 배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직전에 무려 1만 4천개의 스탯포인트를 획득했다.

더욱이 체력과 정신력은 물론이고 지력만 7000 이상이 증가함으로써 내 주력 스탯과 일치했고.

여하튼 그렇게 중국 쪽 유저들이 물러가는 것을 확인하고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 대지로 들어섰다.

물론 그전에 석인수 실장에게 귓속말을 하긴 했다.

아무래도 타이탄의 대지 앞에 이곳이 명진의 영역이라는 표시를 확실히 해야 할 것 같다는 내용으로.

그 후.

“블리자드.”

퍽. 퍽. 퍼버버벅. 퍽.

[끄억!]

[컥!]

“아이스 토네이도.”

휘이이잉.

[크억!]

[커억!]

그전에는 아이스 필드나 살얼음을 안 쓰는 대신 다른 공격 스킬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블리자드나 아이스 토네이도는 몬스터를 몰살시키는데 다른 공격을 필요치 않았다.

약간의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그 한방으로 공격 범위 안에 있는 모든 몬스터를 정리함으로써.

“흠. 새로운 사냥터가 등장을 했으면 좋겠는데...”

물론 여전히 재미있었다.

더욱이 1만 4천개의 스탯포인트를 얻긴 했지만 그렇다고 레벨이 확 오른 것이 아니기에 획득 경험치도 똑같았고.

그러나 이제는 너무 널널한 사냥터로 변했기에 조금 더 수준 높은 사냥터가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열심히 사냥을 하는 와중 메시지가 울렸다.

[안녕하세요. ‘Revival Legend’입니다.

-새롭게 진행될 사항이 있어 이렇게 안내해 드립니다.

: 전에 ‘Revival Legend’의 추가적인 계성 생성 불가를 진행했습니다.

: 이번에는 100레벨 이하는 더 이상 ‘Revival Legend’의 접속 불가가 진행됩니다.

: 감사합니다.]

“?”

마치 별거 아니라는 듯이 단출한 내용의 메시지.

하지만 내용은 절대 단출하지 않았다.

더욱이 과거 울렸던 더 이상 계정 생성이 안 된다는 메시지.

어마어마한 사건일 수밖에 없었다.

그것 때문에 한동안 꽤 큰 혼란이 발생하기도 했고.

그런데 지금 울린 100레벨 이하의 ‘Revival Legend’ 접속 불가 메시지.

그때와 엇비슷한 아니, 더한 파급력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때는 더 이상의 계정 생성 불가였지만 지금은 100레벨 이하의 접속 불가였고 흐름으로 봐서는 왠지 200레벨, 300레벨의 접속 불가 메시지도 울릴 것 같았다.

그 말인즉슨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Revival Legend’의 유저들이 줄어들어 간다는 것이고.

마치 ‘Forgotten Legend’라는 이름으로 진행했던 3차 클로즈 베타처럼.

그래서 나도 모르게 한마디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변하려고 이 난리를 치는 거지?”

그 시각 북한 평양.

“100레벨 이하는 더 이상 접속이 불가능하다고?”

“네!”

“방금 ‘Revival Legend’에 접속한 모두에게 그런 메시지가 울렸습니다.”

“젠장! 미리 언질이라도 있어야할 것 아냐!”

북한의 2인자 유기택은 수하의 보고에 성질을 낼 수밖에 없었다.

그간 관리하던 일벌레의 등골을 뽑아먹기 위해 신경썼지 레벨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으니까.

더욱이 괜히 아부로 2인자 자리를 차지한 유기택이 아니기에 이번 메시지를 단순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곧장 수하들에게 외쳤다.

“우선 당장 레벨을 올려라! 분명 200레벨, 300레벨의 제한 메시지도 울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수많은 일벌레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네!”

“알겠습니다!”

곧 유기택의 명령에 북한 전체가 빠르게 움직였다.

물론 그 와중에 유기택은 잠시 다녀오겠다고 나간 김율정이 떠올랐지만 머릿속에 지웠다.

< 100레벨 이하. > 끝

< 통수에 통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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