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1200레벨이 넘었음에도 이제는 힘 10, 민첩 10, 체력 10, 정신력 10, 지력 10으로 갓 ‘Revival Legend’에 접속한 0레벨 유저의 스탯포인트를 보유한 서지혜.
그렇기에 서지혜와 발을 맞춰 움직였다.
물론 이동하는 와중에 마주친 몬스터?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아이스 스피어.”
퍽. 퍽. 퍼버벅. 퍽.
“꾸엑!”
“컥!”
광역 스킬은 필요치 않았다.
아니, 어지간한 몬스터는 광역 스킬정도가 아니라 가장 기초적인 아이스 볼이나 아이스 볼트 등으로도 처리가 가능했다.
이제는 ‘Revival Legend’ 내에서 착용한 아이템에 한해서지만 코인을 사용치 않아도 현실에서 그대로 사용이 가능했고 직전에 서지혜에게 얻은 지력 7000을 포함해 약 14000개 이상의 스탯포인트는 나를 전과 전혀 다른 존재로 만들었으니까.
더욱이 혹시나 있을지 모를 아이템 구현을 위해 현실 구현률에 사용치 않고 남겨뒀던 코인이 약 2만 5천개였다.
그런데 미국 홀드렛지의 석상을 파괴해 주는 대가로 교환 가능한 교환 가능한 코인을 총 6만개를 뜯어와 그중 3만개는 가족을 위해 양보하고 내가 3만개를 가졌으며 얼마 전에는 최강자를 뽑는 이벤트에서 내가 속한 11번 구역 내에서 1등을 함으로써 2만개의 코인을 획득했다.
즉, 수중에 갖고 있는 코인이 교환 가능한 코인 3만개와 일반 코인 4만 5천개로 총 7만 5천개에 달했다.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에 진즉에 사용했다.
아무래도 가치가 더 높을 수밖에 없는 교환 가능한 코인을 제외한 일반 코인으로.
그래서 현재 나의 현실 구현률은 직전의 65%에서 5%를 더 올린 70%.
“역시나 강하시네요.”
너무나 손쉽게 몬스터를 정리하는 내 모습에 서지혜가 한마디 했고 그 말에 별거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신 질문을 던졌다.
“뭐. 이 정도는... 그나저나 김율정을 따로 불러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네. 종속된 관계로 ‘Revival Legend’의 귓속말 같은 것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일주일 가까이 제가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고 대답도 하지 않았기에 그는 무척이나 화가 나있는 상태이고요. 그래서 제가 있는 위치를 말하면 분노에 차 물불 안 가리고 곧장 달려올 것입니다.”
“그렇군.”
서지혜의 말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곧장 수긍하자 그녀가 더 말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그게 낫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게 낫지. 북한 전체와 전투를 벌일 필요도 없고.”
확실히 서지혜 말대로 김율정만 상대하면 되지 굳이 북한을 해체할 생각도 그렇다고 무너트릴 필요도 없기에 전과 달리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 후 김율정을 불러낼 외진 곳을 향해 서지혜와 함께 계속 이동했다.
한나절 뒤.
서지혜를 데리고 이제는 아무도 지키지 않는 군사분계선을 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뒤로 한참을 더 위로 움직였고 곧 동굴이라고 보기에는 꽤 큼지막한 동공에 도달할 수 있었다.
“오호...”
“과거 이곳에서 김율정의 지시로 비밀리에 여러 실험을 했던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는 사람도 적고요.”
“그렇군. 비밀리에 전투를 벌이기에는 딱 좋아 보이긴 하네.”
“네. 그럼 김율정을 부를까요? 아마 30분 아니, 그의 성격상 20분 내로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일주일이면 총 70개의 스탯포인트를 옮길 수 있는데 그것 못했으니 잔뜩 화가 나 혼자서요.”
“그러지. 그럼 나는 숨어 있다가 김율정이 모습을 드러내면 그를 처치하면 되는 거고.”
“네.”
그 후 서지혜와 계획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마지막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말을 맞추고 나는 한쪽 구석에 몸을 숨겼다.
10분 뒤.
아무래도 김율정의 성격은 서지혜의 생각보다 더 급했는지 채 10분이 지나지 않아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없이 대뜸 서지혜에게 다가가고서는 그대로 그녀를 향해 뺨따귀를 날렸다.
촥.
털썩.
그리고 그 뺨따귀에 그대로 무너지는 서지혜.
하지만 김율정은 아랑곳 않고 그제야 입을 열었다.
“이렇게 다시 기어들어올 주제에 감히 도망을 쳐? 네년 때문에 1주일간 손해 본 스탯포인트가 몇 개인 줄 알아? 무려 70개야. 70개!”
서지혜의 말 그대로 70개의 스탯포인트를 들먹이며 분노를 토해내는 김율정.
그 모습에 시중에 나서면 어마어마한 대접을 받을 능력을 갖고서 김율정에게 얽매여 빛을 보지 못하는 수준이 아니라 온갖 억압과 핍박을 받는 모습은 안쓰러움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서.
저벅저벅.
숨겼던 몸을 드러냈다.
그 후 느긋하게 김율정과 서지혜에게 다가갔다.
***
거대한 동공 안.
애초에 기습도 그렇다고 숨길 의도도 없었는지 자신만만하게 모습을 드러낸 홍주영이었기에 서지혜는 물론이고 김율정도 금세 홍주영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마치 홍주영이 등장할 것을 알기라도 한 듯이 김율정이 몸을 돌렸고 홍주영을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체인지!”
그러자 김율정의 몸과 홍주영의 몸에서 동시에 빛이 번쩍이더니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그 후 이어진 정적.
하지만 그 정적은 길지 않았다.
홍주영이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웃음을 토해냄으로써.
“크크크. 크크크크.”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크나큰 웃음을 토해내는 홍주영.
더욱이 웃음을 토해내는 것으로 부족한지 홍주영은 팔로 자신의 허벅지를 두들기며 이제는 숨이 넘어갈 듯이 자지러지게 웃음을 토해냈다.
그러다 만세라도 외치듯 두 팔을 번쩍 치켜들고 입을 열었다.
“됐어! 드디어... 드디어 내가 차지한 거야! 크크크!”
김율정과 서지혜에게는 단 1의 관심도 없다는 듯이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홍주영.
그러다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띠며 상태창을 열 찰나 반대편의 김율정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좋은가봐?”
“크크크. 당연하지! 그나저나 역시 아시란테라고 해야 하나? 그 메시지를 확인하고도 의외로 덤덤하네. 나라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 마냥 아주 지랄발광을 했을 텐데.”
“그런가?”
“응. 아, 그리고 위안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 육체도 썩 나쁘지는 않을 거야. 체인지를 믿고 마냥 내버려 둘 수는 없기에 나름대로 이것저것 많이 올려놨거든. 특히 뒤쪽의 서지혜의 덕을 많이 보긴 했지. 하지만 과연 여길 나가서 그 육체를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군. 크크크.”
마치 홍주영은 김율정이 됐고 김율정은 홍주영이 된 것 마냥 이어지는 대화.
그럴만한 것이 홍주영은 정체를 드러내자마자 대뜸 체인지를 외친 김율정의 외침에 곧장 메시지가 울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체인지에 당하셨습니다.
-상대방과 육체가 바뀝니다.
: 바뀐 육체는 스탯포인트, 호칭, 특성, 스킬 등을 비롯한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 그 외 착용중인 아이템과 인벤토리에 보관중인 모든 물품도 포함됩니다.
: 체인지를 사용하여 성공적인 교체 후 한정 스킬 체인지는 삭제됩니다.]
즉, 체인지의 사용으로 홍주영의 육체에는 김율정이 그리고 김율정의 육체에는 홍주영이 들어간 상황.
그리고 자신의 계획대로 서지혜의 능력을 활용해 마지막으로 살을 통통하게 찌운 홍주영의 육체를 차지한 김율정이기에 득의만만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하지만 김율정이 보기에 덤덤해도 너무 덤덤한 홍주영.
그렇기에 김율정도 웃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직전에 하려다 말았던 행동을 시도했다.
“상태창 확인.”
[이름 : 김율정.
레벨 : 1
칭호 : 없음.
생명력 : 110/100 마나 : 110/100
힘 : 10 민첩 : 10 체력 10
정신력 : 10 지력 : 10
잔여 스탯포인트 : 10
잔여 스킬포인트 : 0
특성 : 종속(종속 대상자 : 서지혜)]
[현실 구현률을 올리지 못한 상태입니다.
-현실에 위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
김율정은 눈앞에 드러난 상태창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떻게... 분명... 분명...”
김율정이 보기에 자기 자신의 계획에 허점은 없었다.
실제로 이렇게 홍주영을 여기까지 끌어들였고.
특히나 한번 체인지를 사용했고 그로인해 체인지가 사라짐으로써 더 이상 교체가 불가능한 상황.
김율정은 당황스러움과 황당함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 김율정은 자신의 뒤에서 분명 이곳에 있는 3명 이외의 다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임정대 대장님 그러니까 레벨 좀 올리지 그러셨어요. 아무리 그래도 1레벨은 너무하잖아요.”
“죄송합니다. 막내 도련님. 제가 워낙 게임류는 재능도 없고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요. 하지만 1레벨을 올리고 얻은 1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아직 아무데도 투자 하지 않았으니 자신이 하고 싶은 직업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있지 않겠습니까?”
머릿속에 하얘진 김율정이지만 그래도 대충 상황은 짐작이 됐다.
자신이 아주 엿 됐다는 것도.
***
서지혜를 믿는 것?
물론 믿었다.
다만 대략 99% 정도만.
나머지 1%는 계속 의심을 했고.
우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서지혜가 김율정의 손아귀에서 그렇게 빠져 나온다?
그리고 그런 서지혜를 찾기 위한 김율정의 움직임이 없다?
나로서는 그것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내가 김율정이라면 서지혜가 밖으로 나갈 가능성 자체를 제로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녀는 보물 그 자체니까.
그래서 한줄기 의심을 지울 수가 없었고 결정적으로 의심을 하게 된 것은 바로 엄청난 위력을 가진 종속.
귓속말 같은 것은 물론이고 약간의 쿨타임이 있지만 소환에 이어 죽어도 부활을 시키는 것이 바로 종속이었다.
거기에 한술 더 떠 종속시킨 자가 죽으면 종속된 자도 따라서 같이 죽었고.
그런데 그런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진 종속이 종속된 자 즉, 서지혜의 위치 하나 모른다?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명진 쉘터의 경비대의 대장이자 가장 믿음직한 임정대 대장으로 하여금 미리 이런 준비를 해놨고.
부들부들.
우선 몸을 사정없이 떨어대는 그러니까 임정대 대장의 몸을 차지한 김율정.
하지만 개의치 않고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연기가 너무 그렇더라. 나도 서지혜를 한눈에 보고 1200레벨 이상 거기에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라는 것을 알았는데 너는 몇 년을 봐왔다면서 딱 알 것 아냐? 이제는 일반인보다 못한 수준이 됐다는 걸. 그런데도 예전과 같이 대한다? 에이. 디테일이 부족해. 디테일이.”
“.......”
그런 내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김율정.
그러다 여전히 떨리는 상태로 띄엄띄엄 말을 내뱉었다.
“체인지는... 분명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은 나만의 비밀... 저 서지혜에게도 밝히지 않았는데... 어떻게 안 거지?”
“체인지? 아~ 당연히 나도 몰랐지. 내가 그것을 어떻게 알아.”
“그럼... 어떻게?”
불안감, 초조함, 절망감 등이 여실히 느껴지는 김율정이었지만 아무래도 그게 무척이나 궁금한 것 같았다.
그래서 별로 대단한 비밀도 아니기에 입을 열었다.
“흠. 그러니까 말이야. 세상에는 정말 별의별것이 다 있더라고. 최근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기생충이라는 것에 감염이 됐어. 그리고 내 육체를 좀먹더니 뺏어가려고 하더라고. 실제로 거의 뺏기기 직전까지 갔고. 그게 말이 돼?”
“.......”
멍하니 나를 쳐다보는 김율정.
그에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에 저 서지혜가 모습을 드러낸거지. 물론 거짓말 같지는 않았어. 아니, 아마 지금도 죽고 싶다는 것은 진실이겠지. 하지만 그 뒤로 이야기를 더 진행했는데 무려 1만 4천개의 스탯포인트야. 상상이 돼? 1만 4천개가?”
이번에는 김율정뿐만 아니라 멍한 눈빛의 서지혜까지 나를 주시했다.
물론 그 모습에 개의치 않고 계속 입을 열었다.
“그걸 죽음을 목표로 하는 서지혜가 비밀로 했다? 에이. 말했을 거야.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김율정 너는 체인지 때문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테고. 그리고 이런 계획을 세운 거겠지. 서지혜를 나에게 보내 서지혜의 모든 스탯포인트를 나에게 주고 그런 나에게 체인지를 시도한다.”
“.......”
부들부들.
몸을 사정없이 떤 채 말이 없는 김율정.
“아, 내가 말이 좀 많지? 나도 솔직히 조금 놀란 상태라서 그래. 이렇게 내 예상대로 모든 것이 맞아 떨어질지는 나도 몰랐거든.”
우선 그 말을 끝으로 한쪽 구석에 쓰러져 있는 서지혜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나를 멍하니 올려다보는 서지혜.
그런 그녀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를 욕할 생각은 없어. 솔직히 나를 속였다고 보기에는 내가 속지도 않았을 뿐더러 얻은 것도 어마어마하니까. 그래서 다시 한 번 물을게. 네가 원하는 것이 뭐지?”
“영원한... 죽음입니다.”
“좋아. 처음에 했던 약속대로 들어주도록 하지.”
“흑흑. 정말로...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정말로...”
“됐어. 뭐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라고.”
서지혜의 그 말을 끝으로 이제는 김율정의 모습을 한 임정대 대장에게 시선을 줬다.
<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 끝
< 100레벨 이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