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189화 (189/271)

189화. 최소한의 자유.

코툼성 중앙광장.

“검색. 플라이.”

[6레벨 플라이. (액티브, 필요 스킬포인트 2개, 필요 골덴링 5,500,000골덴링.)

: 지속적으로 마나를 소모하여 몸을 공중에 띄울 수 있다.

: 약간의 비행 능력이 있지만 그 효과는 미비하다.

: 6레벨 플라이만 존재한다.]

하늘을 비행한다는 표현보다 그냥 공중에 떠 있을 수 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한 6레벨 스킬 플라이.

그래서 그런지 ‘Revival Legend’ 내에서 썩 인기 있는 스킬은 아니었다.

가뜩이나 새로운 스킬 습득과 중요 스킬 업그레이드 등으로 항상 부족한 것이 스킬포인트인데 단순히 공중에 뜨는 대가로 무려 2개의 스킬포인트를 사용하는 것은 아무래도 효율성과 가성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3차 클로즈 베타 당시 유일한 만렙 달성을 시작으로 그간 여러 이벤트와 퀘스트 등으로 이미 10개가 넘는 추가적인 스킬포인트를 획득했었다.

그로인해 한정스킬 특출나게를 비롯해 남들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많은 스킬들을 보유하는 것이 가능했고.

더욱이 이번에 획득한 2개의 스킬포인트마저도 11번 구역 내 최강자를 뽑는 이벤트에서 1등을 함으로써 획득한 것이었다.

즉, 남들과 달리 다른 스킬에 눈을 돌릴 여유가 나에게는 있었다.

더욱이 이 스킬이 마음에 꼭 드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비행 능력은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로 커버하면 충분하니까.’

그랬다.

어차피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가진 나에게 비행 능력 따위는 필요치 않았다.

아무리 빨라도 결국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보다 늦을 것이 뻔했으니까.

하여튼 예전부터 생각을 했지만 그때마다 꼭 습득해야 했던 스킬들로 인해 미뤄뒀지만 징벌 아이스마저 배움으로써 이제는 살짝 여유가 있기에 망설임 없이 습득을 선택했다.

[6레벨 스킬 플라이를 습득하였습니다.]

우선 그렇게 플라이 습득을 마치고 곧장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로 이동했다.

시 주석으로 인해 오히려 더 미래를 모르게 됐지만 그래도 결국 내가 강하기만 하면 어떤 미래가 펼쳐져도 상관없다는 것을 아니까.

다음날.

명진 쉘터 메인 기지 앞.

저번에 주기적으로 명진 쉘터 주변을 정찰 겸 몬스터 정리를 하겠다는 선언을 내 입으로 했었다.

그래서 이렇게 700명의 경비대와 200명의 현실 구현률을 올린 특임대가 함께 자리했다.

물론 그 사이에 한번 정리를 했던 오우거 무리처럼 명진 쉘터 주변으로 새로운 몬스터 무리가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정도의 인원은 애초에 필요도 없었고.

하지만 일을 진행함에 있어 일부러 시끌벅적 티나게 해야 할 일이 있었고 바로 이 일이 그러했기에 그때와 얼추 비슷한 몸집으로 인원을 꾸렸다.

더욱이 이번에는 그래야 할 특별한 이유가 더 있었다.

바로 3일 후 있을 저녁 만찬.

그러니까 과거에는 경제인의 밤이라든지 아니면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컨퍼런스라는 명목으로 종종 재벌가끼리 모이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한때는 치열한 눈치싸움을 하면서 그런 모임이 일주일에 두세 번씩 열리기도 했고.

하지만 대한민국의 5대 그룹 중에서 가장 순위가 낮은 대유 그룹이 중국 쪽으로 넘어가고 대성과 구산이 자체적으로 연합을 한 뒤로는 그런 모임 자체가 사라졌다.

우리도 미래와 연합을 함으로써 대화는 오로지 미래와만 했고.

그런데 얼마 전에 대성&구산 연합으로부터 벽이라는 것으로 가로막혀 우리끼리만 아웅다웅할 때와 달리 이제는 일본과 몽골에 이어 가장 경계해야할 대상인 중국을 포함해 거대한 세력인 인도와 베트남까지 한데 묶인 마당에 같은 민족으로서 당장 힘을 합치지는 않더라도 대화 창구는 열어놔야 하지 않겠냐

면서 연락을 해왔다.

물론 그것이 본심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말인즉슨 아마 조급했을 것이다.

나름대로 자기들끼리 힘을 합치면 적어도 대한민국 내에서는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 예상을 했는데 그 예상이 완벽히 벗어났으니까.

그만큼 전 세계가 참여한 1200레벨 정기 퀘스트에서는 명진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1등을 했고 그것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얼마 전 11번 구역 내의 최강자를 뽑는 이벤트에서는 명진 소속의 내가 1등을 했다.

그래서인지 명진은 세계에서도 한손에 꼽히는 세력이 된지 오래였다.

그리고 우리와 연합을 한 미래도 그 덕을 분명히 봤다.

함께 일본 미쓰야 길드에 대응을 하면서 몽골의 1400레벨 사냥터 확보에 성공을 했고 그로인해 확실한 성장 발판을 마련을 했으니까.

지금도 1500레벨 사냥터인 타이탄의 대지로 주력을 옮길 준비를 하면서 우리와 함께 열심히 사냥중이고.

하지만 대성&구산은 그간 보여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획득한 것도 없었고.

더욱이 우리와 달리 김기정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와 발을 맞추기로 했는데 요즘에는 꽤나 엇박자를 내고 있다고 했다.

제주도를 거점으로 선택한 대성&구산 연합인데 김기정 대통령이 서울을 무조건 장악해야 한다면서 제주도에 있는 그들을 연신 밖으로 불러냄으로써.

여하튼 성장도 막히고 안팎으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에 혹시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을까 하고 대화를 요청한 그들을 아빠는 거절치 않았다.

아무래도 말도 섞지 않고 딱 끊기에는 몇 년 아니, 못해도 20~30년간의 인연이 절대 작지는 않았으니까.

그래서 3일 뒤에 이미 외부와 손을 잡은 대유를 제외하고 명진 쉘터에서 미래, 대성, 구산의 모임이 결정되었다.

이번 명진 쉘터 주변 정리는 그 연장선에 있고.

우선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질서정열하게 서있는 700명의 경비대와 200명의 특임대를 바라보며 크게 입을 열었다.

“오늘은 저번보다 정찰 범위를 더 넓히도록 하겠다! 그러니 혹시나 있을지 모를 위험에 철저히 대비하도록 한다!”

“네!”

“알겠습니다!”

우렁찬 그들의 대답을 끝으로 전처럼 미리 준비된 군용 트럭과 개조 차량을 타고 명진 쉘터 밖으로 이동했다.

물론 그 와중에 명진 쉘터 외곽에 거주하는 난민과도 같은 자들을 또 마주하긴 했다.

하지만 그때처럼 그들을 향해 시선을 주지 않았다.

시선을 주다보면 괜히 그들에게 혹여나 명진 품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줄 수도 있으니까.

나로서는 거둬들일 생각이 없는 그들에게 그런 희망을 주고 싶지 않았고.

적어도 지금 당장은.

잠시 후.

“C-7번 구역 이상 없습니다!”

“C-8번 구역 이상 없습니다!”

명진 쉘터 밖을 주기적으로 정리하기로 결정한 다음부터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일정한 범위를 지정하고 각각 이름을 부여했다.

그리고 밖을 나선지 3시간이 지났지만 몇몇 떠돌이 몬스터를 제외하고는 딱히 별 일은 없었다.

“좋다. 그럼 마지막 D구역을 이동한다.”

“네!”

그렇게 다시 방향을 돌렸고 명진 쉘터 북쪽 방향을 정철하던 중 일단의 무리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이동하는 방향으로 보아 목표는 아무래도 명진 쉘터.

모습도 딱 대피행렬로 보였다.

그리고 그 와중에 저 무리 속에 ‘Revival Legend’를 하는 유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게 딱히 대수로울 것은 아니었다.

이제는 신규 유저 생성이 막혔다지만 그전에 ‘Revival Legend’를 했던 자들이 한두 명이 아니니까.

하지만 그 무리 속에 현실 구현률을 올린 1200레벨 이상의 유저가 있다는 것은 확실히 의외이긴 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1200레벨 이상의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라면 어디를 가더라도 격한 환영을 받을 존재였으니까.

저렇게 난민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러나 그 모습에 딱히 어떤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분명 다른 곳에서는 탐이 날만한 존재들이었지만 적어도 명진은 그렇지 않았으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명진 내부적으로 1200레벨 유저들이 끊임없이 탄생이 됐고.

그런데 그때 그들이 모습을 멈추었다.

그리고 마치 우리에게 볼일이 있다는 듯이 몇 명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

당연히 그 모습에 우리 쪽도 몇 명이 앞에 나서며 그들을 제지했다.

그러자 그들은 반항할 생각은 없었는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멈춰서며 입을 열었다.

“홍주영님! 제발!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처음 보는 자가 내 정체를 아는 것?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요사이 워낙 얼굴이 많이 팔렸으니까.

거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그래서.

“계속 이동한다.”

어차피 뻔했다.

살려달라거나 거둬달라는 것.

물론 1200레벨을 달성한 저자의 모습에 ‘옳다구나.’ 할 자들도 있을 테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대신 조언이라 하기에는 그렇지만 다른 말을 꺼냈다.

“그대 정도라면 아마 쌍수를 들고 환영할 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가라. 그럼 그대의 부탁을 들어줄 것이다.”

그게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말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틀린 것 같았다.

“살려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거둬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스스로 죽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제발 도와주십시오! 그것은 오직 홍주영님만이 가능합니다!”

당연하지만 살려달라고 그리고 거둬달라고 그럼 시키는 것은 뭐든지 다 하겠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그래서 이들도 그럴 것이라 판단했다.

행색도 딱 그런 말을 했던 자들과 똑같았고.

하지만 최소한 스스로 죽을 자유를 원한다는 그들의 말에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여태까지 그런 부탁을 해온 자가 없었으니까.

3일 후.

명진 쉘터 3번 메인 기지.

아무리 과거에 여러 번 마주했고 신원이 확실하다 하더라도 외부인인 것은 분명하기에 형의 결혼식에 참여했던 자들이나 가장 최근에 방문했던 홀드렛지에 그랬던 것처럼 1번 메인기지가 아닌 3번 메인기지를 만찬 장소로 삼았다.

“반갑습니다. 홍상만회장님.”

“이렇게 우리의 요청을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홍상만회장님.”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젊은 나이에 명진의 회장이 된 아빠.

그래서 그런지 지금껏 다른 회장들은 아빠에게 반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극존칭을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아빠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대성의 김정한 회장과 구산의 정석영 회장이 극존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 그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는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저게 당연했으니까.

그리고 얼추 인사가 끝났는지 그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옛날이었다면 제대로 쳐다도 못 봤을 자들.

하지만.

“허허. 백조로 태어나 그간 오리 무리 속에서 사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을꼬.”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으니 그리 잡음이 났던 게야.”

아빠와 달리 나에게는 하대를 하는 자들.

그 모습에 딱히 별 말을 하지는 않았다.

아빠는 이제는 대성과 구산이 비비지도 못할 정도로 위명이 올라간 명진이라는 곳을 대표하는 자가 됐고 나름대로 그건 나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그래도 쓰고 있는 감투가 달랐으니까.

그래서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별말씀을요. 그때는 제가 백조가 아니라 병든 닭이라 오리 무리를 따르지 못했을 뿐입니다.”

우선 그 말과 함께 대화를 더 진행했고 곧 도착한 미래 길드와 함께 저녁 만찬이 시작됐다.

잠시 후.

이제 명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된 나.

아니, 단순히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을 넘어서 때로는 명진 이상의 위명을 가진 것이 나였다.

그래서 만찬에 배정된 내 자리는 물론이고 발언권까지 옛날에 비유하면 확연히 달라졌다.

하지만 사전에 그것을 거부했다.

형의 자리를 뺏을 생각은 없으니까.

즉, 그간 그 자리는 형의 몫이었다.

실제로 형은 아빠 뒤에서 묵묵히 모든 것을 처리하며 지켜봐왔고.

더욱이 그 자리에 욕심도 없었다.

오히려 귀찮을 것이 뻔했으니까.

그래서 원래 내 또래와 있는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

“.......”

“.......”

대성, 구산, 미래 길드의 회장도 어쩌지 못하는 나.

그래서 그런지 예전과 달리 나를 깔보기는커녕 제대로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단 한명 연보라만 빼고.

“요새 엄청 바쁜가봐? 연락도 뜸하고.”

“뭐... 그렇지.”

“그래도 얼굴 볼 시간은 있잖아. 멀지도 않은데 한번쯤은 미래 쉘터에도 놀러와. 만약 네가 온다면 할아버지도 무척이나 좋아할걸.”

“한번 시간을 내볼게.”

“정말이지? 약속했다!”

별 의미 없이 내뱉은 말이지만 아무래도 연보라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반박을 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가지 못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만찬은 지속됐고 차후 각 길드의 회장들을 비롯한 몇몇 중요인물들이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에는 만찬장은 사람도 많고 너무 넓었으니까.

물론 이제 나는 그 자리에 참여할 능력이 되기에 몇몇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절레절레.

살짝 고개를 저었다.

괜히 그곳에 끼어 머리 아픈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여하튼 각 길드의 회장을 비롯해 몇몇 사람들이 자리를 비운 뒤 로도 만찬은 계속됐다.

하지만 회장단을 비롯한 몇몇 중요인물들이 빠지자 오히려 시선이 나에게 더 쏟아졌다.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는 자들도 많았고.

특히나 대놓고 나를 욕보이지는 않았지만 은연중 무시했던 자들은 더더욱.

그래서 그때의 일을 언급하며 상대에게 무안을 줄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이미 그와 나의 격차는 이곳에 있는 자들뿐만 아니라 세계가 아는 마당에 이제 와서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대신 조용히 와인을 즐겼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친한 척 생각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때 한쪽 구석에서 들리는 대화 소리가 있었다.

“나 같으면 그냥 죽고 만다.”

“그러니까. 이제는 ‘Revival Legend’에 계정 생성 불가로 접속도 못하잖아. 그럼 끝난 거지. 뭐 하러 그렇게 악착같이 살려고 하는지 모르겠어.”

“하긴. 그렇긴 하지.”

살기위해 어떻게든 발버둥치는 모습.

많이 봐왔다.

그렇다고 저들처럼 그 행동을 폄훼할 생각은 없었다.

말 그대로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3일전 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스스로 죽을 자유를 갈망하던 그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 최소한의 자유. > 끝

< 서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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