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화. 나를 위한 이벤트.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
퍽. 퍽. 쾅. 쾅.
분명 항상 하던 특별할 것 없는 사냥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시선이 자꾸 다른 쪽으로 움직였다.
바로.
[강화의 신.
-남은 쿨타임 3시간 12분 35초.]
5강화에서 6강화를 가는데 무려 125일이 필요했던 얼음황제 수호검.
물론 6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은 그 시간이 걸릴 만큼의 값어치를 하기는 했다.
그래서 아쉽기는 했지만 참을만했고.
하지만 가끔씩 확인했던 쿨타임이 24시간이 깨진 어제에 이어 이제는 약 3시간밖에 남지 않자 나도 모르게 시선이 계속 남은 쿨타임으로 밖에 가지 않았다.
마치 밥을 입으로 먹는지 코로 먹는지 모를 정도로.
그러나 괜찮았다.
아무리 이곳이 1500레벨 사냥터라지만 나에게는 신경을 다른 곳에 둬도 무관한 사냥터로 전락한지 오래니까.
그런데 그때 나의 시선을 강화의 신에서 다른 쪽으로 돌릴만한 메시지가 울렸다.
[안녕하세요. ‘Revival Legend’입니다.
-1차에 이어 2차까지 각 구역을 막고 있는 몇몇 벽이 안정적으로 해제가 됨으로써 이제는 총 40개의 구역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기념하는 각 구역 최강자를 뽑는 이벤트가 곧 진행됩니다.
-진행 방식.
: 앞으로 3일간 각 도시나 성의 중앙 광장에 설치된 표지판을 통해 ‘구역 최강자 선발전’에 참여 신청을 하실 수 있습니다.
: 3일 동안의 참여 신청이 마감되면 그 다음날부터 랜덤으로 1대1 매칭이 이루어집니다.
(참여 인원에 따라 무작위로 1024강, 2048강의 토너먼트 형식으로 대진표가 짜입니다.)
: 최종 1등부터 16강 진출자까지 차별적인 보상이 주어집니다.
또한 40개의 구역에서 최종 1등을 한 자는 따로 모여 진정한 강자를 뽑는 왕중왕전이 진행됩니다.
: 단, 이 이벤트는 1000레벨 이상부터 참가 가능합니다.
이벤트의 특성상 결투의 패배로 인한 페널티는 없습니다.]
“.......”
간단히 설명하자면 각 구역에서 누가 제일 강한지를 뽑는 대회.
씨익.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최종 결승전까지 올라 1등을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으니까.
물론 오만과 자만은 자신도 모르는 빈틈을 만든다는 것은 안다.
그래서 종종 그 빈틈으로 인해 결승선 혹은 목표로 하던 도달점을 눈앞에 두고 고꾸라지는 경우가 있고.
하지만 솔직히 지금 나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걱정을 하거나 쩔쩔맨다는 것은 그게 더 문제일 수밖에 없었다.
과한 겸손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많고.
“뭐... 그렇다고 오만과 자만을 한다는 것이 아니니까.”
여하튼 아직 3일이 남았기에 그 메시지에서 시선을 떼고 다시 사냥에 몰두했다.
힐끔힐끔 강화의 신의 남은 쿨타임을 확인하며.
잠시 후.
“이동. 코툼성.”
[코툼성으로 이동합니다.]
코툼성에 발을 내딛자마자 빠르게 대장간으로 이동했다.
이제 쿨타임의 종료가 1분도 채 남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 이동하는 시간도 계산을 했기에 정확히 0초가 되는 순간 대장간에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그러자 울리는 메시지가 있었다.
[강화 하고자 하는 아이템을 선택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메시지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강화창에 서슴없이 6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을 집어넣고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강화의 신 활성화.”
[강화의 신을 활성화합니다.
-100% 확률로 강화에 성공합니다.
-강화 대상 : +6 얼음황제의 수호검.
-강화 시도시 추가적으로 필요한 조건 : 750,00,000골덴링, 49억 3800만 경험치.
-강화 성공시 생성되는 쿨타임 : 207일]
“.......”
딱 하나만 눈에 들어왔다.
바로 207일에 달하는 쿨타임.
물론 충분히 감안했던 시간이긴 했다.
아니, 오히려 생각했던 시간보다 짧았다.
나는 125일에서 최소 2배 이상은 될 거라 생각했으니까.
실제로 그 전의 강화의 신을 사용할 때도 직전 대비 대충 2배는 됐고.
절레절레.
하지만 곧장 고개를 살짝 저으며 하던 생각을 털어내고 강화부터 시도했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얼음황제 수호검을 7강화로 만드는 거니까.
그리고 강화를 시도하자마자 6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에 강력한 빛이 어리기 시작했고 얼마 뒤 빛이 사라지며 메시지가 울렸다.
[+6 얼음황제 수호검의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6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이 7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으로 업그레이드됩니다.]
‘크으.’
당연하지만 성공할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7강화 성공을 알리는 메시지에는 나도 모르게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무려 신화 등급에 7강화였으니까.
‘아이템 확인.’
우선 곧장 7강화로 변한 얼음황제 수호검의 확인에 들어갔다.
[+7얼음황제의 수호검 (신화)
-세상의 모든 것을 태우고 증발시키던 태양신 모로투에 마지막까지 대항한 얼음의 주인이자 황제인 아시란테의 마지막 결의가 담긴 검이다.
: 최소 700레벨 이상 사용 가능.
: 순수 지력 최소 7000 이상 사용 가능.
: 아이스 계열 스킬 최소 10개 이상 보유자만 사용 가능.
-효과.
: 아이스 계열의 모든 스킬의 성능이 15%->(18%) 증가한다.
: 아이스 계열의 모든 스킬의 쿨타임이 15%->(18%) 감소한다.
:
:
: 힘 1800->(2500) 증가.
: 민첩 1000->(1500) 증가.
: 지력 1400->(2000) 증가.
-안전 강화 : 0
-물리공격력 : 19050->(29500) 증가.
-마법공격력 : 8800->(15750) 증가.
-내구력 : 무한/무한]
3강화 때 아이템에 없던 지력이라는 옵션이 생겼고 혹시나 6강화 때 기대를 했지만 전체적인 옵션 수치가 증가한 것 빼고는 없었다.
그리고 역시나 7강화인 지금도.
하지만 달라진 점은 있었다.
바로 물리공격력과 마법공격력.
물론 다른 수치도 6강화 때보다 더 많이 증가하긴 했다.
특히나 힘 700, 지력 600, 민첩 500은 1강화 업그레이드로 증가했다고 보기에는 굉장히 큰 수치였다.
그러나 한 번에 1만 이상이 증가한 물리공격력이나 역시나 한 번에 거의 7천 이상 증가한 마법공격력에 비하면 그 정도의 증가량은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 정도의 증가량은 거의 새로운 신화 등급의 무기를 하나 더 착용 한 것과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거기에 7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이 더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이걸 현실에서 마음껏 쓸 수 있다는 것이지...’
결국 ‘Revival Legend’에서 악착같이 사냥을 하고 레벨을 올리며 스킬과 아이템을 맞추는 이유는 하나다.
이 모든 것이 현실에 적용이 된다는 것.
여하튼 이제 볼일은 다 봤기에 전과 달리 위풍당당한 발걸음으로 대장간을 빠져 나왔다.
물론 그 와중에 여전히 신경 쓰이는 부분은 있었다.
다름 아닌 인벤토리의 이것들 때문에.
[100% 강화 성공권 1장.]
[쿨타임 제거 고대 주문서 2장.]
100% 강화 성공권은 100레벨 한정 강화 퀘스트때 쿨타임 제거 고대 주문서 2장은 살리마루 도적단 퀘스트때 얻은 것들이었고 그간 적당한 때를 기다리며 지금껏 인벤토리에 쟁여만 놓고 있었다.
그리고 적당한 때로 잡았던 1차 시점이 바로 지금 7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을 달성한 시점이었다.
그럼 즉시 두 자리 수치인 10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이 되니까.
하지만 얼마 전에 15강화가 아이템의 끝이라는 것을 확인한 상황.
그래서인지 10강화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더군다나 현재는 207일의 쿨타임이지만 만약 10강화로 만들고 나서는 다음 강화의 신의 쿨타임은 1000일이 넘어갈 것은 너무나도 분명했다.
즉, 현재 저것들로 10강화로 만들면 얼음황제 수호검의 강화는 거기서 끝.
물론 100% 강화 성공권은 그렇다 쳐도 쿨타임 제거 고대 주문서는 또 얻을 가능성이 있다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 얼음황제 수호검의 강화 수치를 10으로 고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 우선 딱 8까지는 가보자. 207일이 좀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감내할만 하니까.’
우선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발걸음을 타이탄의 대지가 아닌 중앙 광장으로 돌렸다.
이벤트 참가 신청을 해야 하니까.
다음날 그리고 그 다음날.
“참가자 확인.”
[참가자 현황.
: 79852명]
참여자가 적을 줄 알았다.
아무리 1000레벨 이상이라 하더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16강 즉, 최소 16명 안에 드는 것은 어지간한 자는 절대 불가능한 등수니까.
하지만 아직 하루가 남은 시점에 거의 8만 명에 달하는 참가자를 보고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어쩌면 예정된 수치이긴 했다.
현재 내가 속한 구역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저가 많기로 1, 2위를 다투는 중국과 인도가 속한 구역이니까.
그래서 이게 끝이 아니라 더 증가할 확률이 컸고.
그러나 숫자가 얼마가 됐던 결국 1대1 토너먼트 형식이고 1대1의 전투로는 도저히 질 자신이 없었기에 그 숫자가 그다지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 참가자 숫자에 관심을 끄고 사냥을 이어갔다.
다음날 저녁.
평소처럼 가족들과 둘러앉아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서로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는데 아무래도 주된 대화 내용은 현재 진행되는 이벤트일 수밖에 없었다.
“크으. 다른 구역은 10만은커녕 채 5만도 안 되는 곳이 수두룩한데 우리는 17만이라니... 역시 중국과 인도는 스케일이. 어휴.”
각 구역별 참여 인원은 ‘이벤트 참가자 확인.’으로 손쉽게 파악이 됐기에 그다지 비밀도 아니었다.
그래서 총 40개 구역의 참가자 현황이 공개가 됐는데 그 중에 가장 압도적인 수치를 자랑하는 곳이 바로 내가 속한 11번 구역이었다.
그렇기에 누나가 저런 말을 한 것이고.
그리고 그때 형이 누나의 말을 이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미 1등이 정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 바로 11번 구역이지.”
형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빠를 비롯해 엄마, 형수, 누나까지 전부를 바라 바라봤다.
그 시선에 약간 어깨를 으쓱거리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이런 이벤트가 좀 많았으면 좋겠어요. 항상 1등을 하게요.”
우물우물.
그 말과 함께 앞에 놓인 반찬을 입속에 집어넣었다.
정말로 1등을 하라고 딱 맞게 강화의 신의 쿨타임이 끝나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그런 내 말에 가족들도 아무런 반박을 하지 않았다.
그 후로 여느 때와 다름없는 저녁 식사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
퍽. 퍽. 쾅. 쾅.
분명 그간 많은 이벤트를 경험했지만 이번 이벤트가 더더욱 마음에 드는 것은 사전에 딱히 어딘가로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말인즉슨 분명 평소처럼 사냥을 하는 와중에 메시지가 울렸다.
[11번 구역의 최강자를 뽑는 이벤트에 참가 신청을 하였습니다.
-결투 상대방과 매칭이 되었습니다.
-결투를 진행하시겠습니까?
: 결투 진행을 거부할 시 자동으로 패배로 간주됩니다.]
“참여한다.”
[참여를 선택하였습니다.
-10초 뒤에 전용 결투장으로 이동됩니다.]
곧 10초가 흐르자 내 몸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고 한때 자주 이용했던 결투장과 비슷한 광경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결투 대기시간 30초가 주어집니다.
-30초 뒤에 전투가 시작되며 그전에 버프 및 아이템의 사용 &교체가 가능합니다.
-전투 승리시 다음 토너먼트에 자동으로 진출하며 패자는 그 즉시 이벤트가 종료됩니다.]
30초간 전투 대기 시간.
하지만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대신 30초의 카운트가 사라지자마자 결투장 중앙의 투명한 벽이 사라지고 모습을 드러낸 상대방에게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징벌 아이스.”
쾅!
물론 상대방도 선빵필승이라는 것을 아는지 나에게 중앙의 투명한 벽이 사라지자마자 공격을 시도했다.
그래서 내 가슴팍에는 상대방의 화살이 닿았고.
다만, 화살 촉이 닿은 것이 전부였다.
박혔다거나 파고들지를 못했다.
대신.
“크억!”
[lumen, 아시란테님이 승리하였습니다.
-다른 토너먼트로 진출합니다.]
상대방은 내 그 한방을 버텨내지 못했다.
물론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아이스 필드나 살얼음을 까는 것?
이제는 솔직히 필요 없었다.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에서도.
그만큼 요 근래 기생충을 시작으로 7강화 얼음황제 수호검까지 스펙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했다.
마치 상황이 나에게 더 강해지라고 하듯이.
그래서인지 이런 이벤트도 진행이 됐고.
여하튼 승리를 알리는 메시지와 함께 연달아 다른 메시지가 울렸다.
[승리하신 lumen, 아시란테님은 다음 라운드로 진출합니다.
-10초 뒤 원래 위치로 이동합니다.]
슝.
그러자 곧 모습을 드러낸 타이탄의 대지.
“블리자드.”
퍽. 퍽. 퍼버버벅. 퍽.
[크억!]
[컥!]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냥을 이어갔다.
정말로 징벌 아이스를 사용한 것 빼고는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였다.
< 나를 위한 이벤트.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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