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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182화 (182/271)

182화.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석상 (1).

단순히 잘난 척을 하기 위해서 나 혼자 오우거 무리를 상대한 것은 아니었다.

말인즉슨 분명 명진 쉘터 외부로 그것도 공식적으로 힘을 노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

그렇기에 몰래 뒤따라와 상황을 주시하는 자들도 자들이지만 나를 따르는 같은 편에게 오우거 따위는 손쉽게 가지고 놀 수 있는 힘을 가진 자가 함께 한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스미스 일행을 포함해 형의 결혼식 때 충분히 보여주긴 했지만 그래도 이것은 그것과 조금 다른 성격의 일이니까.

그리고 그게 확실히 먹힌 것 같았다.

“와아아아!”

“명진! 명진!”

“홍주영! 홍주영!”

“우리는 강하다! 명진은 강하다!”

나와 명진을 연호하는 환호성.

더욱이 내가 노린 대로 그 외침 속에는 자신도 명진에 속했다는 자부심이 한껏 드러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석인수 실장이 수건을 건네주며 입을 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는 뭘요. 그나저나 얼른 수거하고 빠르게 움직이죠. 길게 끌 생각은 없으니까요.”

명진 쉘터가 있는 강원도를 수복할 생각도 거기서 더 나아가 서울이나 대한민국을 몬스터로부터 청정구역으로 만들 생각은 없었다.

설사 그게 잠시 동안은 가능할지 몰라도 결국 한도 끝도 없을 테니까.

더군다나 현실의 몬스터를 처치하면 골데링과 교환 가능한 코인을 주긴 하지만 결정적으로 아이템도 거기에 경험치를 주지 않았고.

즉, 발전을 위해서는 무조건 ‘Revival Legend’를 해야 했다.

그래서 석인수 실장에게 빠른 골덴링과 코인 수거를 명령했다.

그 후 이제는 방향을 12시 쪽으로 돌렸다.

잠시 후.

애초 목적은 동쪽 바닷가로 향하는 길목을 막던 오우거 무리.

그 외에 명진 쉘터 근처에 자리 잡은 몬스터 무리는 없었다.

다만 그래도 명진 쉘터 주변을 돌면서 종종 몬스터를 만날 수 있었고 그런 몬스터는 내가 직접 손을 쓰지 않았다.

아무래도 특임대와 경비대에게 경험이라는 것을 줘야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솔직히 내가 손을 쓸 필요도 없었고.

그런데 특이점이라면 그 와중에 우리를 뒤따르는 자들이 꽤나 많이 늘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해가 떨어지기 직전 명진 쉘터 주변을 한 바퀴 쫙 돌고 처음 발을 내딛었던 6번과 7번 외곽 건물에 도달하자.

“와아아! 감사합니다.”

“몬스터를 처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명진! 명진!”

혹시나 명진 쉘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상황을 살피던 자를 포함해 우리 뒤를 쫓던 무리에서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물론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모르지는 않았다.

바로 주변 몬스터를 깔끔히 청소함으로써 조금이나마 안전을 보장해줬다는 것.

하지만 그 환호성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대로 명진 쉘터 안으로 진입했다.

결국 우리는 아니, 나는 그들에게 손을 내밀지 않음으로써 여전히 위험에 노출된 상태로 방치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명진 쉘터 메인기지 앞.

“오늘 모두 고생했다.”

“아닙니다!”

이번 정찰대에 함께한 700명을 앞에 두고 크나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700명.

우선 그 목소리가 가라앉자 다시 말을 이었다.

“앞으로 우리는 최소 보름에 한 번씩 명진 쉘터 주변 정리를 할 것이다. 그래서 명진 쉘터뿐만 아니라 명진 주변은 감히 몬스터 따위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는 곳으로 만들 것이다!”

“와아아아!”

“명진! 명진!”

700명의 우렁찬 외침은 우리를 지켜보는 명진 쉘터 거주자들에게까지 퍼져갔고 그렇게 그날의 행사는 종료됐다.

그 후 나름대로 명진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움직였기에 대강당에 700명이 어우러진 저녁 식사를 진행했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식사가 끝나자 곧장 내 방으로 이동해 ‘Revival Legend’에 접속했다.

물론 그 전에 아빠는 물론이고 소수의 수뇌부가 있는 자리에서 그날의 일에 대한 보고를 하기는 했다.

그리고 아빠는 나에게 무척이나 잘했다는 칭찬을 건넸다.

사전에 동의 없이 내뱉었던 보름마다 명진 쉘터 주변 청소를 하겠다는 내 말까지.

다음날.

“막내 도련님. 석인수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세요.”

석인수 실장의 이른 방문에 의아했지만 곧장 안으로 들였다.

그가 직접 찾아올 일이라면 절대 가볍지 않은 일일 테니까.

그리고 실제로 그러했고.

“미국 홀드렛지요?”

“네.”

1차, 2차, 3차 가상현실 접속기의 원천 기술을 보유했던 곳이 바로 미국의 브텐이라는 기업이었고 또한 그 브텐이 사라지며 등장했던 ‘Revival Legend’ 아니, ‘Forgotten Legend’라는 클로즈 베타 형식의 게임도 가장 먼저 선을 보인 곳이 바로 미국이었다.

즉, 강한 것도 강한거지만 그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가진 것이 바로 미국일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나름대로 명진도 대한민국 내에서는 큰소리를 칠 정도는 됐기에 미국을 좌지우지하는 곳이 바로 홀드렛지, 샤이페, 미국 정부라는 것도 알고 있고.

그래서 석인수 실장에게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왜요? 설마 뒤늦은 형의 결혼식을 축하하러 오는 것은 아닐 테고요.”

“우선 정확한 사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막내 도련님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 있다고는 했습니다.”

“흠...”

아마 아프리카나 몇 개 국가를 뺀 동남아시아나 남미에서 도움을 청하러 왔다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그만큼 거기는 ‘Revival Legend’에 관한 영향력이 북한보다 더 못한 곳이었으니까.

하지만 미국은 아니었다.

“우선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아빠는 이미 알고 있겠죠?”

“네. 회장님에게 보고를 드리자마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회장님도 막내 도련님에게 빠르게 전달을 하라고 하셨고요.”

“네. 알겠습니다.”

응접실.

아침 식사 자리에서도 그리고 소회의실에서도 아빠와 형을 비롯해 석인수 실장 등과 잠깐 대화를 나누었지만 그들의 방문 이유를 유추해 내지 못했다.

그래서 우선 만나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응접실에서 그들을 마주했다.

“안녕하십니까. 홀드렛지에서 정보부를 책임지고 있는 어스틴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홀드렛지에서 1군 총대장을 맡고 있는 스텐이라고 합니다.”

“네. 반갑습니다. 명진 길드를 책임지고 있는 홍상만이라고 합니다.”

정보부 책임자와 1군 총대장이라는 자.

그 모습에 가벼운 마음으로 명진을 찾아온 것이 아니라는 것은 손쉽게 알 수 있었다.

정보부 책임자나 1군 총대장 같은 자리는 대략적으로 길드장의 최측근이나 혹은 바로 그 밑에 있는 자들이니까.

물론 처음 본 자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

당연하지만 이제 명진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서도 목소리를 낼만큼 성장했다.

그리고 그 힘을 가장 최근에는 1200레벨 정기 퀘스트에서 1등을 함으로써 증명을 해냈고.

그래서 이미 사전에 미국에 있는 홀드렛지 본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다만 정보부 책임자나 1군 총대장이라는 자가 올지는 몰랐지만.

여하튼 그들은 아빠와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의자에 앉았다.

그 후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이렇게 명진에 찾아온 이유는 한 가지 도움을 청할 일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홀드렛지에서 명진에 도움을 청할 일이라...”

“하하. 너무 겸손하신 것 같습니다. 아니면 홀드렛지를 너무 높게 보시는 것 같고요.”

주로 대화는 아빠와 정보부 책임자라는 어스턴이라는 자가 진행을 했다.

그리고 서로를 띄어주는 대화 이후 어스틴이라는 자가 얼굴을 굳히며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흠. 흠. 그러니까 부끄럽지만 저희가 이번에 욕심에 눈이 멀어 크나큰 실수를 했습니다.”

“실수요?”

“네.”

그 뒤로 이어진 어스틴이라는 자의 말을 종합하면 홀드렛지는 인도네시아의 시련의 던전과 비슷한 던전에서 하나의 아이템을 획득했다고 했다.

커다란 석상을.

동시에 메시지도 있었다고 했다.

[석상을 파괴하라.

-석상 파괴시 보상 획득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홀드렛지도 석상을 파괴하기 위한 공격을 감행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석상에 금이 가면서 무언가를 토해 냈다고 했다.

바로 오크를.

물론 요즘 세상에 석상이 오크를 토해내는 것은 별로 대수롭지도 않은 일.

홀드렛지도 개의치 않고 오크를 공격했다고 했다.

당연히 그 공격에 약한 몬스터의 대명사인 오크는 그대로 죽었고.

그리고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는 상황.

하지만 오크가 죽으면서 드랍한 아이템이 문제가 됐다고 했다.

바로 500개의 코인.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양.

아니, 코인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많은 양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홀드렛지는 금이 간 석상에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공격을 했다고 했다.

그런데 금만 더 커질 뿐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 몬스터.

우선 그 모습에 홀드렛지는 더 이상 석상에 공격을 하지 않고 기다렸다고 했다.

그러자 다음날 금이 간 모습이 사라지고 석상은 새것마냥 깨끗한 모습으로 복구가 됐다고 했다.

그 후 다시 공격을 하자 금이 갔고 이번에는 오크보다 조금 강한 몬스터가 튀어 나왔다고 했다.

오크보다 조금 더 강해서인지 코인도 무려 700개를 줬고.

홀드렛지는 그때까지만 해도 어마어마한 보물을 획득했다고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물론 홀드렛지 내부에서도 하루빨리 박살을 내자는 의견도 있었다고는 했다.

전보다 더 강한 몬스터가 나온다는 것은 언젠가는 상대하지 못할 몬스터가 나온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

홀드렛지가 그것도 모를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고.

하지만 무려 코인.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닌 백 개 단위에서 천개 단위로 넘어가는 상황에 홀드렛지는 조금 더, 조금 더 라는 말을 하게 됐고 결국에는.

“몬스터가 문제가 아니게 됐습니다. 더 이상 어떠한 공격을 퍼부어도 석상에 실금 하나 만들지 못하게 됐으니까요. 그 말인즉슨 더 이상 석상을 공격하여 상당량의 코인을 보유한 몬스터를 토해내게 만들지 못하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어두운 낯빛으로 말을 끝낸 어스틴.

“그런데 그게 문제가 되나요?”

솔직히 부러웠다.

어스틴이 얼마큼의 코인을 얻었다고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못해도 수만 개 아니, 어쩌면 10만개 그 이상을 얻었을 것 같으니까.

그래서 더 이상 몬스터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자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고.

하지만.

“네. 문제가 됩니다. 왜냐하면... 상황이 이렇거든요.”

곧 어스틴이 품에서 붉은색 아지랑이가 넘실넘실 대는 석상이 찍힌 몇 장의 사진을 꺼내들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그다지 큰 문제처럼 보이지 않았다.

밑에 적힌 글만 아니라면.

[석상이 보유한 죽음의 기운 수용 임계점에 도달했습니다.

-빠른 시일 안에 석상을 파괴하지 않을시 석상에 잠재된 죽음의 기운이 뿜어져 나옵니다.

-한번 뿜어져 나오는 죽음의 기운은 온 대륙을 죽음의 땅으로 만듭니다.

: 죽음의 기운을 뿜어내기 시작한 석상은 온 대륙이 죽음의 땅으로 변하기까지 파괴가 불가능합니다.]

홍주영이 어스틴이라는 자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미국 뉴욕.

홀드렛지 총본부에서 최고 간부 5명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쪽에서 NPC에 대한 정보만으로도 과연 움직일까?”

“움직일거야. 아직까지는 NPC에 대한 정보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니고 있으니까.”

“거기에 어스틴에게 협상의 여지를 줬으니 아시란테 아니, 홍주영을 여기로 불러들이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더욱이 우리가 벌인 일이지만 어쨌든 홍주영과 전혀 무관한 일도 아니고.”

“허허. 홍주영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구차하게 시작하다니...”

“우리가 욕심을 너무 부린 것이지.”

“그렇군. 욕심을 너무 부렸어.”

홀드렛지 최고 간부 5명은 그렇게 씁쓸하게 입맛을 다시며 대화를 종료했다.

명진 쉘터 응접실.

“.......”

“.......”

“.......”

사진 속의 글귀를 확인하고 든 생각은 딱 하나였다.

이 눈앞의 미국 놈들이 제대로 민폐 덩어리라고.

그리고 두 눈을 내리 깔고 내 시선을 피하는 것으로 보아 그것을 이놈들도 모르는 것 같지는 않았고.

물론 정말로 저 석상이 온 대륙을 죽음의 땅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서지 않았지만 어쨌든 확실한 것은 빠른 시일 내로 박살을 내야한다는 것이었다.

괜히 위험한 실험을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래서 곧장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홀드렛지에서 석상에 금도 만들지 못할 정도라면...”

당연하지만 홀드렛지가 흔하디흔한 그런 길드는 절대 아니었다.

세계에서 손에 꼽는 그런 길드.

그렇기에 그런 질문을 던졌고 어스틴의 입에서는 내가 대충 예상했던 대답이 흘러나왔다.

이게 처음은 아니니까.

말인즉슨 미래 길드와 함께 채널 혹은 서버라는 이름의 벽을 뚫고 일본을 침략했던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 그 벽을 뚫은 것이 나였다.

아무리 다수가 수십 번, 수백 번의 공격을 집어넣어도 그 중에 가장 강력한 공격 딱 하나만 적용이 됨으로써.

“석상은 무수히 많은 공격을 받아도 그중에 가장 강력한 대미지를 가진 단 하나의 공격만 유효합니다. 물론 공짜로 파괴해 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충분히 그에 대한 보답을 할 의향이 있습니다.”

어스틴의 대답에 곧장 입을 열었다.

“그럼 그 보상을 한번 들어보도록 하죠.”

그 후 어스틴의 입에서 나온 말은 꽤나 놀라웠다.

NPC라는 존재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그런데 증거로 내민 영상속의 군부대와 싸우는 존재는 NPC가 확실했다.

물론 나중에 언제가라도 알게 될 사실.

하지만 남들보다 먼저 안다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했다.

미리 대비도 할 수 있었고.

거기에.

“200억 골덴링과 3만개의 교환 가능한 코인을 드리겠습니다.”

대가는 나쁘지 않았다.

특히나 미국이 싼 똥이지만 해결치 않으면 나도 그로 인한 피해를 볼 여지가 있는 상황.

이래저래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곧장 고개를 끄덕이지 않고 입을 열었다.

“석상 파괴 후에 나오는 모든 것은 제 몫입니다.”

처음 저자가 꺼낸 말에 분명 있었다.

석상을 파괴하면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더욱이 수백 개, 수천 개의 코인을 지닌 몬스터를 계속 소환해낸 석상.

아무리 낮게 봐도 보상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똥을 치워주는 대가로 이 정도는 받아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

“.......”

우선 내 말에 어스틴과 1군 총대장이라는 스텐이라는 자가 잠시 말이 없었다.

하지만 침묵은 길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어스틴의 긍정적인 답변으로.

<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석상 (1). > 끝

<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석상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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