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화. 주변 정리.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
퍽. 퍽. 쾅. 쾅.
1200레벨을 달성했다고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래서 가족들을 포함해 몇몇 사람들과 진행했던 파티 다음날도 이렇게 ‘Revival Legend’에 접속해 사냥을 지속했다.
하지만 그래도 전과 다른 점을 꼽자면 하나가 있긴 있었다.
바로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는 것.
특히나 65%에 달하는 현실 구현률은 그런 마음속 여유를 한층 더 끌어올려 줬다.
물론 1200레벨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여유가 나태나 게으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나태나 게으름에 빠지기에는 여전히 재미가 있었고.
씨익.
그래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항상 했던 대로 열심히 사냥을 이어갔다.
점심시간.
그전에는 점심 식사를 거르기 일쑤였다.
아니, 굳이 점심뿐만 아니라 요 근래에는 거의 대부분을 식사를 거르거나 혹은 따로 혼자 먹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Revival Legend’에 접속하는 데만 몇 시간에서 몇 십 시간은 기본이고 결정적으로 왜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지를 몰랐으니까.
당연히 이유를 모르기에 해결 방법도 몰랐고.
하지만 이제는 1200레벨 달성은 물론이고 그 문제도 해결이 됐기에 칼같이 점심시간에 로그아웃을 하고서 아빠, 엄마, 형, 형수 거기에 누나와 식탁에 둘러앉아 점심식사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 아빠가 입을 열었다.
“정찰을 나가겠다고?”
“네. 겸사겸사 바닷가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는 그놈들도 정리를 하려고요. 굳이 내버려 둘 필요는 없잖아요.”
명진 쉘터의 영역은 품(品)자 형태의 3개의 메인 기지를 필두로 그 메인 기지를 중앙에 두고 원을 두르듯 외곽에 띄엄띄엄 위치한 20개의 건물까지였다.
거기에 당연하겠지만 3개의 메인기지와 외곽의 20개의 건물 사이의 영역은 좁지 않았다.
수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어쩌면 생각보다 꽤 오래 머물 곳이기도 했고 그렇기에 최소한의 자급자족을 위해서 농사는 물론이고 충분한 소, 돼지, 닭 등을 사육할 공간이 있어야 했으니까.
그것 외에도 건물 내부에만 생활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하기에 야외 생활을 즐길 공간도 필요했고.
그리고 명진 쉘터의 영역은 지금까지 안전했다.
물론 아예 몬스터가 등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가장 최근에는 형의 결혼식 때 등장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내가 처리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경비대나 현실 구현률을 올린 특임대가 나섬으로써 현재까지 명진 쉘터 영역 안에서는 몬스터에 의한 피해는 단 1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조촐한 파티를 진행하는 와중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명진 쉘터 내부뿐만 아니라 지근거리에 해당하는 외부도 조금씩 정리를 해나가겠다고.
왜냐하면 분명 효율성을 위해 안과 밖을 나누는 방어벽을 세운 것은 맞지만 그것이 마치 몬스터가 두려워 집안에서만 꽁꽁 몸을 숨기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내 의견에 아빠는 물론이고 석인수 실장 등은 반대를 하지 않았다.
아니, 반대가 아니라 오히려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당장 명진 쉘터 외곽에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명진 쉘터의 실효 지배 영역이 넓어진다는 것은 분명 나쁜 일은 아니니까.
“나도 갈래!”
그때 한쪽에서 흘러나온 목소리.
바로 누나였다.
“너는...”
물론 그런 누나의 말에 곧장 엄마가 입을 열었지만 끝까지 말을 내뱉지 못했다.
누나의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이거 왜이래. 여기에서 가장 먼저 1200레벨을 달성한 사람이 누군데? 더군다나 주영이 덕분이긴 하지만 얼마 전에 4만개에 달한 코인도 얻었고.”
확실히 가장 빠르게 1200레벨을 달성한 것은 누나였다.
더군다나 1200레벨 정기 퀘스트의 1등으로 여기 있는 모두는 개인당 4만개에 달하는 코인을 얻기도 했고.
그래서인지 엄마도 하려던 말을 결국 멈췄다.
아빠도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그 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점식식사를 계속 했다.
잠시 후.
명진 쉘터 메인 기지 1번 앞 공터.
“보고합니다. 경비대 소속 550명 모두 준비가 끝났습니다.”
“보고합니다. 특임대 소속 150명 모두 준비가 끝났습니다.”
솔직히 나 혼자서도 충분했다.
그리고 그러려고 했고.
하지만 아빠는 물론이고 석인수 실장 등이 판을 키웠다.
명진 쉘터에 거주하는 모두에게 우리가 몬스터에게 밀려나 이렇게 한적한 곳에 처박혀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몬스터 따위는 손쉽게 처리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각인시켜줄 필요가 있다면서.
그 말에 나도 딱히 반대를 하지는 않았다.
모든 일에는 조용히 처리할 일과 대놓고 드러낼 일이 있는데 몬스터 처리에 관한 일은 분명 후자였으니까.
우선 생각을 멈추고 그 보고에 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알았다. 정확히 10분 뒤에 출발을 하겠다. 그때까지 쉬도록.”
“네!”
“알겠습니다!”
아무도 내가 이번 정찰대의 대장으로 움직이는 것에 반대를 하지 않았다.
총 700명으로 이뤄진 정찰대의 모두도.
그래서 그렇게 명진 쉘터에 거주하는 자들의 시선을 한데 받으며 질서정열하게 사열을 끝내고 곧 다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와 상당수의 특임대는 필요가 없지만 그래도 550명의 경비대가 함께 움직이기에 군용 트럭과 개조 차량을 이용해서.
명진 쉘터 3시 방향의 6번, 7번 기지 사이.
이미 메인 기지를 시작으로 도로가 잘 닦여 있기에 차량을 이용해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명진 쉘터의 출입문이라 할 수 있는 6번과 7번 외곽 건물에 가까워지자 시끌벅적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제발 저 좀 들여 보내주세요.”
“뭐든지 시켜만 주시면 하겠습니다.”
“삼시 세끼 아니, 하루에 한 끼만. 한 끼만 주셔도 됩니다.”
“제발 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만이라도... 제발 이 아이만이라도 명진 쉘터에서 거둬주십시오. 부탁합니다.”
웅성웅성.
와글와글.
“.......”
난민.
명진 쉘터의 출입구에서는 전형적인 난민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자들이 수두룩하게 존재했다.
그리고 그들은 출입구 안쪽의 명진 쉘터를 지키는 자들에게 온갖 부탁과 구걸을 하고 있었다.
물론 모르지는 않았다.
아무리 내가 ‘Revival Legend’와 1200레벨 달성에 혈안이 되고 있다 하더라도 눈과 귀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특히나 나 때문에 이런저런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일지도 모른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 바로 명진 쉘터였고.
그런데 그때.
“막내 도련님 그러니까...”
“됐습니다.”
아무래도 특임대의 대장으로 따라온 석인수 실장은 그 모습에 내가 부담감 혹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으로 본 것 같았다.
하지만 나도 알고 있다.
만약 저들을 받아들이면 당장 내일 아니, 몇 시간 안으로 지금의 수십 배, 수백 배에 달하는 인원이 들이닥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자기도 받아주라고 엄청난 소동을 벌일 것이다.
인간의 살고자 하는 욕구는 그 어떠한 욕구보다 훨씬 강력하니까.
그래서.
“길을 터라!”
감정을 싣지 않고 최대한 무덤덤하게 외쳤다.
분명 이들의 심정을 특히나 자기 새끼라도 살리기 위해 악을 쓰는 부모의 마음을 모르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들보다 명진 쉘터에 거주하는 자들이 더 중요했다.
더욱이 아무리 명진 쉘터가 거대하다 하더라고 수용 가능한 인원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이거였다.
명진 쉘터 안으로 들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명진 쉘터 주변만큼은 안전한 구역으로 만들겠다는 것.
그것이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때 누나가 슬쩍 옆에 붙으며 작게 입을 열었다.
“너무 마음 쓰지 마.”
“걱정하지 마. 나도 영웅이 될 생각은 없어. 거창하게 인류를 위해 희생할 생각도 없고. 나는 나와 내 가족 거기에 내 울타리 안에 있는 자들이 우선이니까.”
“그래? 다행이네. 그래도 하나 알려주자면 최대한 아이들을 그 부모와 접촉해 몰래몰래 받아들이고 있어. 자식을 위해 부모는 최대한 그 비밀을 지킬 수밖에 없고. 물론 마냥 좋은 의도만 있는 것은 아냐. 분명 필요에 의해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긴 있거든. 하지만...”
“그 정도면 됐어.”
명진 쉘터라고 꿈과 희망이 가득한 곳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꿈과 희망을 짓밟는 곳도 명백히 아니다.
지금 세상에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고.
그래서 누나의 말을 도중에 끊고 명진 쉘터 출입구를 지키는 가들이 뚫어 놓은 길을 통해 밖으로 빠져 나왔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니까.
명진 쉘터를 빠져 나온 지 30분.
“바로 저깁니다.”
석인수 실장의 외침에 타고 있던 차량을 멈추고 멀찍이 정면을 바라봤다.
그러자 몬스터들의 모습이 보였다.
바로 오우거.
그리고 계속 이어진 석인수 실장의 말.
“가급적 정리를 하고 싶었습니다. 특히나 몬스터들이 거주지를 만들면 꽤나 빠르게 무리가 불어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오우거라면 그럴 수 있죠.”
물론 정리를 한다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탱크를 비롯한 여러 화기에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는 말이 있고 오우거 정도는 충분히 부스럼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옆자리의 석인수 실장에게 한마디 하며 차문을 열었다.
“건들지 않고 놔두신 것은 잘하셨습니다. 괜한 피해를 입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 녀석들은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확실히 내 뒤에 있는 자들의 경험도 중요하긴 했다.
그러나 그 경험을 굳이 오우거를 상대로 할 필요는 없기에 내가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특히나 첫 외유인 만큼 모두에게 확실히 각인시켜 주고 싶었다.
전투를 함에 있어 강력한 우군만큼 든든한 것은 없으니까.
“블링크. 블링크.”
그래서 곧장 블링크를 이용해 오우거 무리로 파고들었다.
[쿠오오!]
[쿠앙!]
물론 나를 발견한 오우거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곧장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당황하는 것?
당연히 하지 않았다.
일부러 나에게 그렇게 달려들라고 블링크를 사용해 오우거 무리로 파고든 거니까.
대신 나에게 달려드는 오우거를 상대로 하나의 스킬을 사용했다.
바로.
“아이스 필드!”
파사사삭.
65%에 달하는 현실 구현률.
그러자 6레벨 스킬에 이어 7레벨 스킬들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내 능력의 65%면 만약 지금 200%의 현실 구현률을 사용했던 스미스를 만나도 가지고 놀 능력이 됐다.
특히나 지금은 기생충을 잡아먹음으로써 한번에 60레벨은 물론이고 총 4000개 이상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얻었기에 더더욱.
당연히 그것들은 동반 성장으로 지력뿐만 아니라 체력과 정신력에도 영향을 끼쳤고.
그렇기에 오우거들은 내 얼음의 대지 위에서 몸을 움찔거렸고 그 모습에 곧장 또다시 스킬을 퍼부었다.
“아이스 스톰.”
퍽. 퍽. 퍼버버벅. 퍽.
[크억!]
[컥!]
그리고 그것의 끝.
오우거들에게 더 많은 공격을 필요로 하지는 않았다.
대신 곧장 또다시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사용하여 다른 오우거 무리에게 파고들었다.
아직 나에게는 쏟아지는 우박, 아이스 레인, 아이스 웨이브 등을 포함해 사용할 수 있는 스킬들을 많이 남아 있으니까.
홍주영이 오우거를 정리하는 사이.
“명불허전이네요. 저게 오우거인지 오크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요.”
“.......”
“.......”
원래부터 유명했던 아시란테라는 이름.
그렇기에 몇몇 거대 길드들은 항상 명진 쉘터에 요원을 상주시키며 호시탐탐 상황을 살폈다.
그리고 그 중에는 거대 길드는 아니지만 마음을 졸이며 명진 쉘터를 지켜보는 자들이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의 행정부의 수반이자 군의 최고사령관으로 군을 지휘, 통솔하는 통수권을 가진 김기정 대통령.
“그나저나 왠지 더 강해진 것 같지 않습니까? 이것 대통령님이 오늘 영상을 보시고 똥을 지리시는 것이 아닐지 걱정이 되네요.”
“...말이 지나치다.”
“에이. 대장. 나랏님도 없는데서는 욕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실제로 혹시나 아시란테 아니, 홍주영이 몰래 찾아오지 않을까 항상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래도 조심해라. 네가 좋아하는 속담처럼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 법이니까. 그리고 너의 말이 혹여나 대통령의 귓가에 들어가면...”
“앗. 조심하겠습니다. 대장님.”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수하의 말에 대장이라 불린 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수하의 말처럼 전보다 더 강해보였으니까.
그것도 상당히 많이.
명진의 정찰대보다 훨씬 더 뒤쪽.
일단의 무리가 멀리 떨어진 정면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것 운이 좋네요. 사전에 이렇게 아시란테의 능력도 보고요.”
“그리고 느껴지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강하다? 오우거가 불쌍하다고 느껴질 줄은 몰랐어요.”
“그래? 다행이군. 그나저나 아시란테가 우리에게 도움을 줄지 모르겠군.”
“당연히 주지 않을까요? 분명 그도 NPC, 그것도 적으로 등장한 NPC에 대해서는 궁금증을 가질 테니까요.”
“그랬으면 좋겠군.”
그렇게 미국 홀드렛지에서 온 자들은 아시란테의 엄청난 위력을 감탄을 하면서 지켜봤다.
< 주변 정리. > 끝
< 욕심을 낼 수밖에 없는 석상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