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175화 (175/271)

175화. 템빨 (2).

전투 방식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분명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를 비롯한 마법사는 스킬에 조금 더 치중된 스타일이고 그만큼 아이템의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유형은 절대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궁수.

물론 1개인 무기에 비해 투구, 갑옷, 바지, 장갑, 부츠, 망토 거기에 한손 무기로 바꾸고 공격력을 일정부분 포기한다면 방패까지 착용이 가능하기에 근접 물리계열이 더 나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내 선택은 궁수였다.

궁수로서 한 번의 경험이 있기도 했고 솔직히 그걸 떠나 그간 했던 모든 게임에서 마법사를 한 것은 결국은 원거리였다는 점이 크게 작용을 했으니까.

그만큼 멀리서 상대방보다 먼저 공격을 한다는 것은 나에게 무척이나 중요했다.

더욱이 궁수가 그렇게 대미지가 나쁜 것도 아니었고.

여하튼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서 기다렸고 10분이 지나자 외부로 향하는 차단막이 사라졌다.

“그럼 저는 이만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여기는 걱정 말고 다녀와라.”

그렇게 인사를 하고 배웅을 받으며 중앙의 최후의 쉼터를 기점으로 12시, 4시, 8시 방향의 세 갈래 길 중에서 북쪽의 12시 방향으로 발을 내딛었다.

저벅저벅.

우선 막 서두르지는 않았다.

경험상 모두를 0레벨로까지 변신시키는 수고로움을 한 퀘스트가 일찍 끝날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쿵. 쿵. 쿵.

먼저 어떤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내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걸 알아야 대충 난이도가 짐작이 가니까.

그래서 가령 첫 몬스터가 오크 같은 거라면 내 예상대로 꽤나 긴 호흡을 자랑하는 퀘스트일 테고 만약 생각보다 강력한 몬스터라면.

“모두를 0레벨로 변신시킨 것에 비해 짧은 호흡의 퀘스트라는 거겠지.”

그리고 눈앞의 몬스터를 보고 긴 호흡을 가진 퀘스트라고 확정을 내릴 수 있었다.

바로 오크였으니까.

우선 일자로 움직이는 오크 무리를 향해 정면에서 그대로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슝!

퍼버벅.

“꾸엑!”

“크억!”

“켁!”

일타쌍피.

아니, 한번에 3마리를 그대로 관통한 것은 물론이고 그 3마리 전부를 즉사시키는 것이 가능했기에 일타삼피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았다.

더욱이 3마리씩 한 조로 묶여서 움직였기에 그 정도였지 만약 한 줄로 움직였다면 못해도 10마리 이상을 죽일 위력은 됐고.

우선 그렇게 제 자리에 멈춰 서서 오두막으로 향하는 12시 길 위의 모든 오크들을 정리했다.

슝. 슝. 슝.

오크들은 스킬이나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았음에도 내 활 공격에 3마리씩 그대로 죽어나갔다.

물론 변하는 것은 있었다.

바로 내 레벨.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0레벨인 상태.

그래서 그런지 오크를 상대로도 빠르게 레벨이 올랐다.

5분 후.

모습을 드러낸 모든 오크는 손쉽게 정리를 했다.

그래서 다음에 어떤 몬스터가 등장하는지만 확인하고 주변을 탐험할 생각이었는데 5분간 이어진 오크 다음으로 어떤 몬스터도 등장하지 않았다.

즉, 끊임없이 몬스터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텀이 있다는 뜻.

[lumen : 누나 이동하면서 12시 방향의 오크는 다 정리했어. 그런데 뒤이어 곧장 다른 몬스터가 등장하지 않더라고.]

[초절정미녀 : 그래?]

[lumen : 응. 아무래도 생각보다 긴 퀘스트가 될 것 같았다.]

[초절정미녀 : 알았어.]

처음 오크를 발견했을 때도 곧장 오두막에 있는 누나에게 알렸다.

아무리 약한 몬스터라도 그래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마주하는 것과 모르는 상태에서 마주하는 것의 차이는 꽤 크니까.

특히나 지금은 본래의 능력이 아닌 0레벨인 상태이고.

우선 그렇게 귓속말을 종료하고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상태창 확인.”

[이름 : lumen, 아시란테

레벨 : 17

생명력 : 74600(now) / 74600(max)

마나 : 61700(now) / 61700(max)

힘 : 475      민첩 : 1387      체력 745

정신력 : 616      지력 : 211

잔여 스탯포인트 : 85

잔여 스킬포인트 : 0]

여기서는 1레벨당 5개의 스탯포인트밖에 증가하지 않았다.

즉, 아이템과 스킬에 이어 스탯포인트 증가량까지 조정을 받는 곳이라는 뜻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걸 빗대어보면 내 스탯포인트의 양이 얼마나 사기인지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물론 활이라는 무기에 이어 여러 방어구도 그 방어구가 가진 물리방어력과 마법방어력보다 민첩을 비롯한 스탯을 우선시 하긴 했다.

0강화 상태의 기본 물리방어력과 마법방어력이 아무리 낮더라도 결국 15강화를 만듦으로써 남들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그런 방어력을 갖는 것이 가능했으니까.

그래서 기본적으로 주어졌던 1개의 스킬포인트도 무려 500만 골덴링을 지불하고 이것을 습득했다.

[빠른 연사. (패시브, 필요 스킬포인트 1개, 필요 골덴링 5,000,000 골덴링)

: 궁수 전용 스킬로 활을 이용한 공격시 20% 더 빠른 공격이 가능하다.]

강력한 한방 대미지를 주는 파워샷이나 한번에 2, 3번의 화살을 쏘는 더블 샷, 트리플 샷 같은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저 평타지만 빠르게 활살을 쏘아대는 것이 결국에는 더 이득이었으니까.

그게 아이템의 효율을 극대화 하는 것이고.

“흠. 하긴 이걸 가지고 오크를 상대로 우쭐되기는... 좀 그렇긴 하지.”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이기에 한껏 치솟은 양 어깨를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고작 85개밖에 안되지만 그래도 그것을 전부 민첩에 투자고 12시 방향으로 난 길을 벗어나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몬스터가 그것도 강력한 몬스터가 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지금의 나는 밸런스 붕괴 그 자체였으니까.

잠시 후.

슝. 슝. 슝.

퍽. 퍽. 퍽.

원샷원킬.

분명 오크보다 더 강력한 몬스터들이 존재했지만 한 마리에 한방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그리고 녀석들이 죽으며 드랍한 아이템들은 빠짐없이 집어 들었다.

특히나 그 중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아이템이 있었다.

바로.

[어둠에 물든 몬스터의 영혼구. (일반)

-여신의 축복을 받은 자야 평야.

하지만 이곳이 점차 어둠에 잠식당하여 어둠에 물든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어둠에 물든 몬스터 처리시 일정 확률로 획득 가능하다.

: 개당 100만 골덴링에 최후의 쉼터에 위치한 잡화상에게 판매 가능.

: 200개를 사용하여 자야 평야 이곳저곳에 랜덤으로 위치한 텔레포트 존 활성화 가능. (활성화된 텔레포트존은 이후 아무런 조건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솔직히 느긋하게 오크를 처리하고 내가 너무 여유를 부린 것은 아닌가라는 걱정을 살짝 하긴 했었다.

왜냐하면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가 없는 이상 분명 내가 탐험할 수 있는 영역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내가 최후의 쉼터에서 하루정도의 거리를 탐색중인데 그때 본거지가 위험하다는 귓속말을 받으면 결국 나는 손가락 빨고 구경 아니, 구경도 못하고 실패를 마주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굳이 하루가 아니라 몇 시간 거리만 되도 그것은 마찬가지고.

그래서 절로 탐험은 쓸데없는 행동인가?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때 얻은 것이 바로 이 어둠에 물든 몬스터의 영혼구.

순간 쾌재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1200레벨 정기 퀘스트는 최후의 쉼터에서 몬스터를 막는 것만이 아니라 탐험을 같이 병행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었고.

탐험이 쓸데없는 짓이라면 이런 아이템이 존재할 리가 없으니까.

더욱이 내가 정리한 오크들한테도 최후의 쉼터에서 나머지 방향의 모든 오크들에게서도 어둠에 물든 몬스터의 영혼구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즉, 아예 탐험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아이템.

그래서 곧장 누나를 향한 귓속말이 아니라 파티창을 통해 이야기를 했다.

초반에야 약하디 약한 몬스터가 나오기에 이렇게 탐험이 가능하지 만약 조금이라도 더 강력한 몬스터가 나오면 최후의 쉼터를 지키기 위해 탐험은 이제 엄두도 내지 못하니까.

그만큼 언제 탐험을 시도했냐가 1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테고.

물론 이런 탐험이 없어도 가만히 최후의 쉼터에서 쳐들어오는 몬스터만 막아도 1등을 할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그간 생각지도 못한 능력을 가진 자들을 꽤 많이 마주했다.

걔 중에는 분명 얼토당토않은 능력을 가진 자도 있었고.

그래서 이왕 하는 것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여하튼.

[lumen : 몬스터의 등장 텀이 길다고 했죠?]

[홍기영 : 응. 오크를 막고 3시간 뒤에야 코볼트가 등장했어.]

[lumen : 이거 아무래도 탐험을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이런 아이템을 먹었거든요. 아이템 공개.]

파티 대화창에 모두가 확인할 수 있게끔 어둠에 물든 몬스터의 영혼구 아이템을 띄웠다.

[lumen : 초반에 꽤나 약한 몬스터. 거기에다 상당히 긴 텀을 가진 것은 아무래도 탐험을 해서 이곳 자야 평야를 확보하라는 뜻 같습니다.]

딱 그렇게밖에 유추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내 의견에 아무도 반박을 하지 않았다.

분명 그만큼 초반이 널널해도 너무 널널했으니까.

우선 그렇게 보고를 하고 나는 계속 움직였다.

홍주영이 열심히 움직이는 사이.

일본 미쓰야 길드 1번 팀의 최후의 쉼터.

“몬스터가 너무 늦게 나오는군.”

“네. 거기에 생각보다 약한 몬스터들이었고요.”

“흠.”

미쓰야 길드의 류세치 회장은 잠시 침음을 내뱉으며 고민을 했다.

그런데 그때 정보부 수장 키모시타가 입을 열었다.

“회장님의 선견지명으로 충분히 골렌링이 확보된 상황. 이와 같은 흐름이라면 다음 몬스터도 손쉽게 막아낼 것 같습니다. 한번 탐험대를 운용해 보시죠. 밖에 뭐가 있는지 알면 더 유익하지 않겠습니까?”

“...좋아. 대신 다음 몬스터 무리가 어떤 건지 확인하고 만약 또 약한 몬스터라면 탐험대를 운용하도록 하지.”

“네. 알겠습니다.”

류세치 회장의 결정으로 그렇게 미쓰야 길드 1번 팀은 탐험을 결정했다.

그 시각 미래 길드 1번팀의 최후의 쉼터.

“탐험대를 운용한다.”

“네. 알겠습니다.”

미쓰야 길드나 미래 길드 등은 그렇게 퀘스트를 시작한지 거의 12시간을 훌쩍 넘기고 나서야 탐험을 시도했다.

물론 느린 속도는 아니었다.

분명 퀘스트에 참여한 수천, 수만의 팀에 비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이긴 했다.

하지만 퀘스트를 시작하자마자 탐험을 시작한 팀도 있었다.

더군다나 그 팀에는 극한의 템빨을 자랑하는 존재도 있었고.

그리고 반대로 여전히 탐험 자체를 자제하는 팀도 있었다.

아니, 거의 대부분의 팀이 그랬다.

그들은 골덴링을 준비한 자가 없었기에 그 값비싼 아이템을 살 능력이 없었고 그 말인즉슨 아무런 장비도 없이 시작을 해야 했으니까.

여하튼 수천, 수만 개가 넘는 팀은 각자의 방식대로 최후의 쉼터를 지켜나갔다.

분명 골덴링이 없어도 아이템이든 스킬이든 나름대로 괜찮은 것으로 하나씩 보유는 했으니까.

퀘스트가 진행되는 자야 평야.

어둠에 물든 몬스터의 영혼구는 잘 나오는 것도 그렇다고 잘 안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하나의 텔레포트 존을 활성화 시키는데 영혼구 200개가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썩 잘 나온다고 표현하기에는 어려웠다.

그래서 더 멀리 움직였다.

한번 활성화 시킬 것 최대한 멀리 있는 것을 시켜놔야 영혼구를 아낄 수 있으니까.

물론 영혼구 말고도 쏠쏠하게 챙길 것들이 꽤 있었다.

바로 일반과 희귀를 넘는 귀함 등급의 아이템.

그리고 귀함 등급의 아이템을 하나씩 얻을 때마다 곧장 발길을 뒤로 돌리고 싶었다.

우선 내가 사용할 것은 곧장 15강화가 가능하다는 것도 있고 그걸 현 팀원들에게 나눠주면 분명 최후의 쉼터를 지키는데 작게나마 보탬이 될 것이 분명했으니까.

최후의 쉼터가 안전해야 내 탐험도 계속 될테고.

더군다나 이런 것도 있었다.

[축복받은 무기 강화석.

-여신의 축복을 받았던 이곳 자야 평야에서만 획득 가능한 무기 강화석이다.

: 강화 시도시 강화에 실패해도 무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일명 축복받은 강화석.

당연히 무기만 있는 것은 아니라 방어구도 있었다.

그리고 이것들은 나에게는 전혀 쓸모가 없지만 무척이나 쓸모가 있는 자들이 있었다.

바로 최후의 쉼터를 지키는 자들.

“흐흐흐.”

분명 그간 ‘Revival Legend’를 하는 모든 시간이 즐거웠다.

하지만 그래도 가장 즐거웠던 시간을 꼽자면 1차, 2차, 3차 클로즈 베타 이후 갓 ‘Revival Legend’를 접속하고 플레이했던 시기일 수밖에 없었다.

마치 세상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어마어마한 특권들이 주어졌고 결국 남들과 전혀 다른 시작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이 마치 그랬다.

그래서 절로 웃음이 새어 나오는것이고.

“좋아. 그럼 이제 악세사리 좀 나왔으면 좋겠는데...”

당연히 악세사리도 강화의 신의 범주에 속하는 아이템.

나오기만 하면 무조건 15강화가 가능했다.

썩 좋지 않은 악세사리는 나눠줄 사람도 많았고.

여하튼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고 그렇게 탐험을 지속했다.

슝. 슝. 슝.

퍽. 퍽. 퍽.

“크억!”

“깨갱!”

“컥!”

여전히 원샷원킬을 지속하면서.

< 템빨 (2). > 끝

< 템빨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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