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화. 1200레벨 정기 퀘스트.
명진 쉘터 3번 서재실.
“명진 쉘터로 받아들일 자들의 우선순위에 이제는 ‘Revival Legend’의 계정 보유 여부를 추가해야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중이떠중이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나중을 위해 꾸준히 신규 유저를 육성하는 것이지 실제로 그들이 보탬이 되기까지 성장을 시키는데 들어가는 재원과 시간은 절대 적지 않으니까요. 더욱이 종종 투자가 실패하는 경우도 있고요.”
“물론 맞는 말이긴 합니다. 다만 인간을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생명체가 종족번식으로 미래를 대비하듯 신규 유저의 존재는 인류의 미래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막힌 이상 보이지 않는 두려움과 압박감이 상당할 것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최상위권 아니, 중위권 이상만 되도 새로 유입되는 신규 유저를 바라보며 전의를 불태우기는 경우가 많았고요.”
서재실에서 시작된 회의는 수많은 의견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확실한 것이 있었다.
바로 집안단속을 잘 하자는 것.
그만큼 ‘Revival Legend’의 계정을 보유한 자의 공격적인 영입도 분명 중요했지만 그렇게 외부로만 눈을 돌리다가 정작 내부에 있는 자들에게 소홀 하는 순간 기껏 쌓아올린 기둥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명진에 홍주영이자 아시란테라는 이름을 가진 내가 있는 이상 그럴 일은 없겠지만.
여하튼 그렇게 1시간 가까이 진행된 회의는 결국 우왕좌왕하지도 허둥대지도 말고 현재까지 하던 대로 하자는 것으로 종료가 됐다.
그럴만한 것이 나를 보고 ‘Revival Legend’ 내에 꽤 높은 레벨을 가진 자들도 명진에 소속되겠다고 찾아오는 자들이 있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자신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혼자보다 단체가 훨씬 나으니까.
그리고 소속될 그 단체는 강하면 강할수록 좋고.
우선 그렇게 회의를 종료하고 나는 곧장 다시 ‘Revival Legend’에 접속했다.
분명 실무자들은 바쁘게 움직일 테지만 나는 실무자가 아니고 내 역할은 어서 빨리 레벨을 올리는 것이었으니까.
다음날.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
퍽. 퍽. 쾅. 쾅.
[크억!]
[컥!]
사냥. 사냥. 사냥. 그리고 사냥.
아침에 일어난 후 저녁 아니, 새벽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모든 시간을 사냥에 할애했다.
그간 이런저런 일이 꽤 있었지만 어제의 신규 유저가 막혀버린 일은 그전에 비해 무척 큰일이었고 그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발 빠른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지금껏 그랬듯 그 변화에 뒤처지거나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서는 결국 내가 강해지는 수밖에 없었고.
물론 그 와중에 색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압박감과 중압감도 나름대로 즐거운 거라는 것을.
말인즉슨 사냥 자체는 원래도 항상 즐거웠다.
이제는 골덴링과 잡템 등에는 연연하지 않게 됐지만 그래도 그 행동으로 경험치가 쌓이고 결국 레벨이 올라 전에 비해 강해졌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거기에 어서 빨리 1200레벨을 찍어야 한다는 압박감과 중압감이 존재하는 상황.
특히나 1100레벨이 넘어서면서 그것은 더 강해졌다.
거기에 분명 내가 이기긴 했지만 그래도 알게 모르게 스미스 일행과의 전투로 더더욱.
그래서 즐거웠던 사냥에 더 악착같이 사냥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생겨났고 그로인해 사냥이 재미없이 질까봐 살짝 걱정을 했다.
마치 공부를 하라고 하면 더 하기 싫은 것과 같은 것처럼.
그런데 그 압박감과 중압감이 은근 나쁘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 압박감과 중압감의 근원지는 나를 바라보며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서 출발을 했다.
즉, 나에 대한 믿음을 보내는 자에게 실망감을 주기 싫다는 것이 오로지 스트레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믿음에 부응하는 것 더 나아가 내가 이만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놀래어줄 수 있다는 사실에 은근 즐겁기까지 했다.
씨익.
그래서 연신 입가에 미소를 띠며 사냥에 열중했다.
1주일 그리고 2주일이 넘어서까지.
2주일 뒤.
퍽. 퍽. 쾅. 쾅.
여전히 타이탄의 대지에서 발을 떼지 않았다.
물론 그런 나를 보고 누나는 독한 놈이라는 말을 꺼내기도 했다.
정말 2주간 1분 1초도 예외 없이 모든 시간을 사냥하는 데만 할애했으니까.
하지만 시련의 던전에서 4일간의 휴식 아닌 휴식으로 ‘Revival Legend’에 접속을 하지 못했기에 그 4일의 복구를 위해서는 아직도 부족했다.
그래서 여전히 열심히 사냥을 하는 와중 메시지가 울렸다.
나에게만 울리는 그런 메시지가 아니라 직전의 모두에게 울렸던 그런 메시지가.
[새롭게 추가된 1200레벨 정기 퀘스트가 곧 시작됩니다.
-앞으로 1주일간 모든 성의 중앙 광장에 위치한 표지판을 통해 신청이 가능합니다.
: 그 전의 400, 800레벨 정기 퀘스트와 달리 1200레벨 정기 퀘스트는 1200레벨을 넘어선 자도 진행이 가능합니다.]
그간 ‘Revival Legend’ 내에서는 400레벨, 800레벨의 정기 퀘스트만 존재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400레벨 정기 퀘스트만 2번을 진행했을 뿐 800레벨 정기 퀘스트는 결국 한 번도 진행하지 못했다.
나름대로 800레벨 정기 퀘스트라고 진행 텀이 꽤 길었고 그렇다고 800레벨 정기 퀘스를 한다고 레벨업을 멈출 수는 없었으니까.
그 후로 새롭게 추가 된다던 1200레벨 정기 퀘스트.
당연하지만 빨리 등장했으면 하는 생각은 있었다.
400레벨과 800레벨 정기 퀘스트가 그러했듯이 정기 퀘스트는 정확히 그 레벨을 넘어서면 진행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니까.
즉, 나도 1200레벨을 넘으면 800레벨 정기 퀘스트처럼 1200레벨 정기 퀘스트는 완전히 물 건너 간다는 뜻이고.
그런데 그전과 달리 1200레벨을 넘어서도 진행이 가능하다는 메시지.
아쉬움보다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더 컸다.
1200레벨 직전에 딱 한 번만 하는 것이 아닌 차후에도 또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당연히 전부 1등을 할 생각이고.
여하튼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하던 것을 계속 했다.
바로.
“블리자드.”
퍽. 퍽. 퍼버버벅. 퍽.
[크억!]
[컥!]
분명 시작하기까지 아직 1주일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고 그 시간 동안 나를 대신에 1200레벨 정기 퀘스트가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는지 알아볼 자들이 많이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사냥을 하면 되고.
다음날 명진 쉘터 소회의실.
내가 진행했던 400레벨 정기 퀘스트는 꽤 쏠쏠했다.
그리고 진행하지 못했지만 800레벨 정기 퀘스트도 괜찮다는 평가가 있었고.
아니, 좋든 좋지 않든 할 수 있는 퀘스트는 무조건 해보고 봐야 했다.
퀘스트란 그런 거니까.
그래서 이렇게 소회의실에 모인 것이고.
그 후 모두 자리에 착석하자 석인수 실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그럼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1200레벨 정기 퀘스트에 대한 보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1200레벨 정기 퀘스트는 랜덤으로 팀이 정해지는 400레벨과 800레벨 정기 퀘스트와 달리 사전에 팀을 조직해서 진행을 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석인수 실장의 말에 400레벨 정기 퀘스트인 ‘스콜피온 킹을 저지하라.’라 떠올랐다.
분명 퀘스트가 진행되는 장소인 사막 스콜피온 숲에 이동하자마자 내 의사에 상관없이 자동으로 퀘스트를 진행함과 동시에 랜덤으로 30명으로 이뤄진 방어대에 소속이 됐었다.
그리고 그것은 800레벨 정기 퀘스트도 마찬가지였고.
하지만 이번에는 사전에 팀을 꾸리는 방식.
확실히 전과 달랐기에 석인수 실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최대 10명까지 팀을 꾸리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물론 10명이 아닌 9명이나 8명 등도 가능했지만 그렇다고 난이도가 약해지는 것은 아니기에 정확히 10명을 채우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팀을 등록하고 나면 우선 등록 마감 날까지 평소처럼 지내다가 등록 마감이 끝나
면 한 번에 퀘스트 장소로 이동을 하게 됩니다.”
석인수 실장의 계속된 보고.
그 이후 딱히 새로울 건 없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그럼 이제 특별한 점을 언급하자면 이번에 새롭게 공개되는 1200레벨 정기 퀘스트를 기념해 이번 첫 번째 도전에 한해서만 보상이 2배로 주어진다고 했습니다. 물론 아직 보상 내역이 공개가 된 것은 아니고요. 그리고 이게 중요한데... 퀘스트 장소로 이동하면서 본인이 갖고 있는 것 중에서 하나만 사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우선 보상 내역이 무엇인지는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2배라는 사실에 더욱더 전의를 불태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뒤이어 들린 말에는 씁씁할 수밖에 없었다.
본인이 갖고 있는 것 중에 하나만 사용한다는 것은 결국엔 현재의 능력으로 진행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니까.
그래서 그런지 이 ‘Revival Legend’를 하고서 싫어하게 된 단어가 있었다.
바로 공평.
말인즉슨 몇몇 퀘스트와 이벤트에서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이 사라지고 남들과 똑같이 공평하게 시작되는 경우가 있었고 그로 인해 치르지 않아도 될 곤욕을 치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왠지 1200레벨 정기 퀘스트도 그런 것 같고.
여하튼 그 뒤로도 석인수 실장의 말은 계속됐지만 더 이상 딱히 신경 쓸 내용은 없었다.
어차피 아직 선보이지 않은 퀘스트고 그만큼 확실한 정보는 없다는 뜻이니까.
대신 중요한 것은 팀의 구성.
우선 내 모든 능력을 발휘할 수만 있다면 자신만만하게 나서겠지만 상황상 그게 여의치 않아 보였기에 살짝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아시란테라는 이름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닐뿐더러 나 스스로도 명진의 직계이기에 우선 가족들을 포함해 석인수 실장과 명진의 에이스들로 구성된 팀이 하나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회의를 마치고 나는 다시 타이탄의 주둔지로 이동해 사냥을 시작했다.
물론 사냥 도중에 잠시 시간을 내어 가족들을 포함한 몇몇 인물들과 함께 로돈성의 중앙 광장으로 이동해 ‘명진 1번’이라는 팀을 등록하기는 했지만.
그 후 나는 또다시 사냥을 하러 움직였고.
며칠 후.
1200레벨 정기 퀘스트 등록 마감 시간 30분전.
명진 길드 본거지.
“홍주영. 왜 이리 늦게 와!”
원래는 10분 전에 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30분도 꽤 늦었는지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로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누나의 구박을 받았다.
물론 듣기 싫은 구박은 아니기에 어깨만 살짝 으쓱거렸다.
그러다 내가 속한 1번 팀을 바라봤다.
우선 아빠, 엄마, 형, 누나 거기에 이번에는 형수도 꼈다.
분명 형수도 이제는 가족이니까.
그리고 나를 포함하면 6명에다 석인수 실장을 포함한 명진 최고의 에이스 4명.
당연하지만 1등을 목표로 했다.
그렇기에 가족들이 모두 모인 것이고.
그 후 아빠가 모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본인이 갖고 있는 것 중에 하나라는 것이 아이템인지 스킬인지 아니면 스탯인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전에 논의한대로 진행을 한다.”
“네.”
“알겠습니다.”
대략적으로 사전에 논의는 했다.
400레벨과 800레벨 정기 퀘스트가 전부 몬스터의 진격을 막는 디펜스 유형의 퀘스트였고 그걸 감안하면 1200레벨 정기 퀘스트로 그럴 가능성이 높기에 10명 중에서 탱커와 딜러 그리고 힐러, 서포터의 적절한 분배는 필수였으니까.
하지만.
“주영이 너는 네 선택에 맡기마.”
“네.”
아빠는 물론이고 아무도 나에게 어떤 선택을 강요하지 않았다.
물론 나도 대략 생각해둔 것은 있었다.
아이템이 가능하다면 6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을 스킬이라면 8레벨 아이스 토네이도 같은 것으로.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기를 30분.
메시지가 울렸다.
[lumen, 아시란테님은 명진 1번이라는 팀으로 1200레벨 정기 퀘스트를 신청하였습니다.
-1200레벨 정기 퀘스트를 진행하시겠습니까?]
“진행한다.”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어딘가로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곧 시야에 새로운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오두막.
중앙에 그 오두막이 존재했고 사방으로는 3개의 길이 뚫려있었다.
그 모습에 이제는 어디 가서 경험이 적다고 할 수준은 아니기에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바로 저 오두막을 지키는 것이라는 것을.
당연히 몬스터든 뭐든 오두막을 파괴할 존재는 3개의 길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고.
그리고 그건 나만 눈치 챈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여길 지키라는 건가?”
“10명에 3개의 길이라...”
“그럼 3명, 3명, 4명으로 막아야 하나?”
아빠를 비롯해 대부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았다.
우선 그렇게 주변을 살피는 와중 메시지가 울렸다.
[1200레벨 정기 퀘스트는 ‘최후의 쉼터를 지켜라.’입니다.
-여신의 축복을 받은 자야 평야에 유일하게 남은 쉼터입니다.
-이곳마저 빼앗긴다면 자야 평야에는 어둠만이 자리하게 됩니다.]
[1200레벨 정기 퀘스트는 모든 것이 기본인 상태에서 시작을 합니다.
-다만 원래 보유하던 것 중에서 단 하나를 가지고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이템과 스킬 선택시 착용 제한 혹은 사용 제한이 사라집니다.)
-현재 lumen, 아시란템의 보유 목록입니다.
: 67,533,851,764골덴링.
: 100% 강화 성공권.
: 쿨타임 제거 고대 주문서 2장.
:
: 6강화 얼음황제 수호검.
: 잊힌 영웅의 망토.
: 스킬 기능성 반지.
: 5강화 신성한 만년설의 기운이 깃든 반지
:
: 5레벨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 4레벨 블링크.
: 특출나게.
: 7레벨 블리자드.
: 8레벨 아이스 토네이도.
:
: 아이스 맨.
: 동반 성장.
: 강화의 신.]
“.......”
생각보다 선택 가능한 것이 무척이나 많았다.
그래서 선뜻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어떤 것이 이곳에서 확실한 도움이 될지 알지 못했으니까.
더군다나 1200레벨 정기 퀘스트인 것을 감안하면 다음 텀까지 엄청나게 길뿐더러 이번에는 보상이 2배이기도 했고.
하지만 그때 내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다.
< 1200레벨 정기 퀘스트. > 끝
< 템빨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