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화. 던전 (2).
1500레벨 사냥터 타이탄의 대지.
“아이스 필드.”
파사사삭.
굳이 살얼음을 겹쳐서 깔지는 않았다.
이제는 아이스 필드만으로 충분하니까.
그리고 그 위로 곧장 블리자드를 포함해 쏟아지는 우박을 사용했다.
퍽. 퍽. 퍼버버벅. 퍽.
[컥!]
[끄억!]
그것으로 끝.
분명 현재 가장 레벨이 높은 1500레벨 몬스터지만 타이탄을 상대로 그것 외에 다른 공격은 필요치 않았다.
그 후 메시지가 울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상태창 확인.”
[레벨 : 1108
죽인 횟수 : 11492, 죽은 횟수 : 0
칭호 :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 외 9개.
생명력 : 4,427,000(now) / 4,427,000(max)
마나 : 3,072,000(now) / 3,072,000(max)
힘 : 7628 민첩 : 7825 체력 31972
정신력 : 21736 지력 : 43855
잔여 스탯포인트 : 10
잔여 스킬포인트 : 0
특성 : 아이스 맨, 동반 성장, 강화의 신.]
물론 그간 레벨이 많이 오르긴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력이 상당히 아니, 무척이나 많이 올랐다.
분명 3만 후반대였지만 이제는 얼추 4만 중반대로 증가했으니까.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한 번에 4999의 지력을 올려주는 스탯 기능성 반지 덕분이고.
“크으.”
나도 모르게 절로 나오는 감탄.
그만큼 상태창에 드러난 수치들은 감히 이게 가능하긴 한가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감탄만 할 수는 없기에 방금 레벨업으로 획득한 1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지력에 투자하고 상태창을 닫을 찰나 귓속말이 울렸다.
[초절정미녀 : 주영아 언제 올 거야?]
[lumen : 음. 그쪽은 어때?]
[초절정미녀 : 어떻긴. 아주 안절부절못하고 있지.]
무려 코인 3만개짜리 퀘스트에 대한 정보를 가져왔던 인도네시아의 노보 길드.
그 후 며칠에 걸쳐 조사를 해놓고도 결국 진행을 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 퀘스트는 현실에서 진행이 되는 퀘스트였고 그 말인즉슨 현실 구현률의 적용을 받음과 동시에 죽으면 실제로 죽을 가능성이 아주 농후했으니까.
우리에게 정보를 준 노보 길드도 그렇게 판단을 내렸었고.
물론 그럼에도 클리어할 자신은 있었다.
아무리 33%의 현실 구현률이 내 발목을 붙잡아도 그 정도만으로도 어디 가서 꿀릴 정도도 아닐뿐더러 그것 말고도 믿을만한 패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희박할지라도 굳이 위험을 감수할 정도로 내 상황이 다급한 것이 아니기에 포기를 했었다.
그런데 그 동굴 안에 입장한 자들이 아직 살아 있고 1주일간의 기간이 종료되면 던전이 스스로 파괴됨과 동시에 안에 있는 자들이 전부 죽는다는 메시지에 노보 길드의 길드장이 직접 명진 쉘터로 방문을 했다.
그래서 이렇게 로그아웃을 하지 않고 ‘Revival Legend’를 계속 했다.
말인즉슨 퀘스트가 1주일간의 클리어 타임이 생김으로써 3만개의 코인이 6만개로 증가했고 그렇기에 무척이나 탐이 날 수밖에 없었다.
보통 큼지막한 퀘스트에서 보상으로 주어지는 코인이 1만개에서 1만 5천개인 것을 감안하면 이것은 무려 4개 이상의 퀘스트를 한 번에 클리어 해야만 주는 개수였고.
그렇기에 애초부터 노보 길드의 길드장이 부리나케 이곳으로 달려온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부터 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니, 무조건 해야 한다고 판단을 내렸다.
그 정도 양이면 충분히 욕심을 낼만한 양이었으니까.
물론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곧장 노보 길드의 길드장과 만남을 갖지는 않았다.
굳이 내가 먼저 그 퀘스트를 꼭 하고 싶다고 나설 필요도 없을뿐더러 분명 애가 타는 것은 그쪽으로 시간은 내 편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들이 진즉에 명진 쉘터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지만 이렇게 사냥을 했던 것이고.
하지만 이제는 충분히 분위기를 달군 상황.
곧장 누나에게 대답을 했다.
[lumen : 지금 곧 로그아웃 할게.]
[초절정미녀 : 알았어.]
그렇게 누나와 귓속말을 종료하고 쿨타임 제로 블링크로 출입구를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명진 쉘터 응접실.
응접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무엇이 그리 불안한지 의자에 앉아 있지 않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한명의 인물이었다.
물론 누군지 알고 있었다.
사전에 보고를 받았고.
바로 인도네시아 노보 길드의 길드장 마울라마.
그리고 응접실 문을 열고 들어온 나를 확인하자마자 그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덥석.
그 후 내 두 손을 꽉 부여잡고 입을 열었다.
“아시란테님! 아니, 홍주영님! 제발! 제발 저희 좀 도와주십시오!”
“진정하세요.”
진정하라는 내말.
하지만 아무래도 통하지 않은 것 같았다.
“이제 6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려 80명입니다! 80명!”
노보 길드는 그곳을 향해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들을 1차로 30명, 2차로 50명을 투입했다고 했다.
그만큼 한명 한명이 무척이나 귀할 수밖에 없는 인재.
더군다나 1차로 투입한 30명을 쉽사리 포기할 수 없기에 2차로 투입한 50명은 나름대로 노보 길드에서 정예로 꼽히는 자들이었다고 했다.
즉, 노보 길드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몰랐으면 모를까 그들의 생존을 아는 상황에 절대 포기할 수는 없을 테니까.
그렇다고 새로운 구출 팀을 꾸려 투입을 시키기에는 이미 엄청난 손해를 봤고 만약 또다시 실패한다면 이번에는 아예 길드의 존폐가 흔들릴 정도로 큰 타격이기에 두려울 것이고.
그렇기에 나를 찾아온 상황.
하지만.
“그게 저희에게 준 정보대로라면 현실구현률의 적용을 받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저도 생명이 걸린 일인데...”
야박함? 인색함? 매몰참?
물론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명백히 내가 이들을 도울 이유는 없다.
거기에다 진짜로 0.00001%로 희박하다 할지라도 내 생명에 위험을 주는 퀘스트이기도 했고.
“.......”
그런 내 말에 급속도로 침울해지는 마울라마 길드장.
순간 어지간한 자라면 저 표정에 양심의 가책을 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노보 길드의 라울라마 길드장도 직전에 인도네시아 내에서 세손가락 안에 들던 그룹을 경영하던 자.
더욱이 그도 이미 대충 조사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혹시나 했을 것이다.
재벌 같지 않고 마치 스스로 왕따 같이 움직였던 나이기에 혹여 감정에 호소하면 통하지 않을까 하는 것을.
또한 분명 그의 모습에서 절실함은 느꼈지만 그 절실함은 마치 어미가 자기 새끼를 구하기 위한 그런 절실함은 아니었다.
물론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내가 거기에 동조할 생각은 없지만.
그 후 그런 내 기색을 읽었는지 마울라마 길드장 입에서 내가 원하는 대답이 흘러나왔다.
“보상... 꼭 합당한 보상을 하겠습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음...”
우선 확답을 하지 않았다.
저들과 달리 나에게는 아직 시간이 많았으니까.
다음날.
“꼭 해야겠니?”
“맞아. 엄마 말대로 꼭 할 필요는 없잖아.”
300억 골덴링과 상당한 숫자의 무기, 방어구, 악세사리 강화석.
거기에 이것저것을 더 받기로 했다.
당연히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획득하는 보상은 전부다 내 것이고.
하지만 엄마와 누나는 물론이고 가족들은 내가 그 퀘스트를 하지 않았으면 했다.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도 최악의 경우는 존재했으니까.
그래서 반대는 물론이고 꼭 할 거면 명진의 에이스들을 데리고 가라고 했다.
그러나.
“오히려 짐일 뿐이에요. 만에 하나 저 혼자만 몸을 뺄 생황에도 그들을 챙기기 위해 더 위험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고요.”
정말 나 혼자가 편했다.
아니, 편한 정도가 아니라 나 혼자 있는 것이 실제로 클리어 확률이 더 높았다.
빠른 이동은 물론이고 지킬 자들이 없다는 것은 내 모든 위력을 100% 낼 수 있다는 것이니까.
우선 그렇게 엄마와 누나는 물론이고 형수까지 포함된 가족 모두를 안심시키고는 인도네시아로 움직였다.
인도네시아 고론타로 지역.
휘이이잉.
고론타로 지역에 발을 내딛고 느낀 것은 무척이나 휑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어색하지는 않았다.
요즘 이런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니까.
그리고 라울라마 길드장을 따라 한참을 더 이동하자 석인수 실장이 조사했던 자료에서 봤던 작은 동굴의 입구를 마주할 수 있었다.
“저곳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꼭! 꼭 모두를 데리고 돌아오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어제 한차례 더 석인수 실장의 브리핑을 들었기에 머뭇거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동굴 앞으로 움직였다.
그러자 예상대로 메시지가 울렸다.
[이곳의 시련의 던전입니다.
-시련의 던전은 현실 구현률을 최소 1% 이상 올린 자만이 이용이 가능합니다.
: 현재 33%의 현실 구현률로 시련의 던전 입장이 가능합니다.]
역시나 처음에 들었던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만이 이용가능하다는 메시지.
그 1단계를 통과하자 다음 메시지가 연달아 울렸다.
[현재 ‘시련의 던전을 돌파하라.’ 퀘스트가 진행 중입니다.
-시련의 던전 마지막 방을 돌파하여 퀘스트 클리어시 아래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 10억 골덴링이 주어집니다.
: 코인 6만개가 주어집니다.
: 잔여 스탯포인트 800개가 주어집니다.
: 호칭 ‘시련을 이겨낸 자’가 주어집니다.
-현재 시련의 던전이 파괴되기까지의 시간제한이 존재합니다.
: 122시간 48분.
: 시간제한 내에 시련의 던전을 클리어하지 않을시 퀘스트는 종료되고 그 즉시 시련의 던전은 스스로 파괴되어 그간 도전자 및 시련의 던전 내에 존재하는 모두가 사망합니다.]
[‘시련의 던전을 돌파해라.’ 퀘스트에 도전 하시겠습니까?]
원래는 5억 골덴링과 코인 3만개 거기에 잔여 스탯포인트 400개짜리 퀘스트였다.
하지만 전부 2배로 증가했고 없던 호칭마저 생겨났다.
의도치 않았지만 충분히 욕심낼 정도로 탐스럽게 자란 상황.
그래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도전 한다.”
[도전을 선택하였습니다.
-시련의 던전 안으로 이동합니다.]
슝.
곧 동굴 안에서 나를 잡아당기는 느낌을 받았고 곧장 전투 준비를 했다.
어떠한 상황이 펼쳐질지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
거대한 공터가 나를 반겼다.
물론 그다지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
꼭 몬스터가 있으라는 법도 없었고.
다만.
“세이프티 존?”
각 도시나 사냥터 초입 부분에 존재하는 세이프티 존.
일종의 유저를 위한 배려였다.
그런데 던전 안에도 세이프티가 펼쳐졌고 그게 꽤 넓었다.
저벅저벅.
우선 몬스터는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는 그 세이프티 존을 밟으며 천천히 움직였다.
그 후 손쉽게 거대한 공터를 지나 다른 공간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문제는 다음 공간까지 여전히 세이프티 존이라는 것이었다.
“분명 클리어 조건이 마지막 방을 돌파하라는 것이었는데...”
몬스터를 얼마큼 처리 하거나 혹은 막는 그런 조건이 아니었다.
그저 마지막 방을 돌파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왠지 이런 공간들이 메시지에서 말한 방 같았다.
실제로 구분이 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딱 방으로 봐도 무방했고.
여하튼 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밖에 없기에 그렇게 앞으로 움직였다.
잠시 후.
19개의 공간 일명 방이라 부를 수 있는 공간을 지나왔고 곧 그전과 다른 거대한 공간을 마주할 수 있었다.
직감적으로 마지막 방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설마 저기도 세이프티 존은 아니겠지?”
지나온 19개의 공간의 공통점은 전부 세이프티 존이라는 것.
즉, 몬스터는 구경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몬스터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공간에는 세이프티 존이 깨지고 몬스터가 있기를 바라면서 발을 내딛었다.
웅성웅성.
와글와글.
“오!”
“누군가 왔다!”
“누군가 왔어!”
상당히 많은 숫자의 사람들.
딱 봐도 일반인들이었다.
순간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노보 길드에서 몬스터에게 전부 당한 것 같다면서 이곳 고론타로 지역의 일반인들이 사라졌다고 했으니까.
하지만 그것보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바로.
[세이프티 존.]
여전히 세이프티 존이라는 것.
그리고 이 공간 너머에는 다른 곳처럼 이동이 가능한 길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즉, 예상대로 여기가 끝.
물론 다른 곳보다 거대한 공간인 이곳의 중앙에는 전과 달리 시선을 잡아끄는 수정탑이 하나 존재했다.
그때.
“누구지? 분명 노보 길드 소속은 아닌 것 같은데.”
정확히 80명으로 구성된 무리.
일반인과 다른 무리로 이들이 바로 마울라마 길드장이 찾던 그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우선 대놓고 말하지 않았다.
“조사차 파견된 자입니다.”
“너 혼자인가?”
“네.”
“그럼... 더 들어올 자는?”
“제가 끝입니다. 저기 수정탑에 적혀 있는 대로 남은 시간은 채 5일이 되지 않으니까요.”
수정탑에는 이곳에 출입하면서 남아 있다는 시간이 그대로 적혀 있었고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즉, 이들도 남은 시간을 아는 상황.
“그럼 이제 정말 정해야할 시간인가?”
“난! 싫어!”
“젠장! 죽고 싶지 않다고!”
“더 기다리면 들어온다면서! 그럼 확률이 줄어든다면서!”
순간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자들.
잠시 그들이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지금 당장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이 이들이니까.
그러다 잠시 후 나에게 가장 먼저 말을 건넨 자가 입을 열었다.
“너도 그럼 여기에 들어왔다는 것은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라는 뜻이겠군?”
“그렇죠.”
“휴... 그럼 확률이 조금이나마 올라간 건가?”
여전히 알 수 없는 말.
하지만 곧 알 수 있었다.
수정탑 가까이 다가감으로써.
[축하합니다.
-시련의 동굴 마지막 방에 도착하였습니다.
-수정탑을 파괴시 퀘스트 클리어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순간 그 메시지에 수정탑이 어마어마하게 단단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밑으로 쭉 메시지가 울렸고 어째서 저들이 확률을 이야기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수정탑 파괴는 최소 현실 구현률을 1%라도 올린 자만이 가능합니다.
-수정탑 파괴시 물리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에 상관없이 현재 생명력의 100배의 대미지를 일시에 입습니다.
그로인하여 불가피한 사망시 실제로 사망하며 주어지는 보상은 현재 이곳에 존재하는 현실 구현률을 1%라도 올린 자들에게 균등하게 분배됩니다.]
“.......”
물리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에 상관없이 현재 생명력의 100배의 대미지.
즉, 대놓고 수정탑을 깨고 죽으라는 말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죽는 사람의 보상은 남은 자들이 공평하게 분배받고.
더욱이 왜 이곳이 전부 세이프티 존인지 알 것 같았다.
바로 강제로 하지 말라는 것.
즉, 남겨진 자들에게 선물을 주고 자발적으로 죽을 자가 필요했다.
그렇기에 이들이 그렇게 확률 타령을 한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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