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화. 던전 (1).
형의 결혼식은 성대하게 진행이 됐다.
그리고 형의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명진 쉘터에 거주하는 모두를 대상으로 한 파티가 벌어졌고 그 파티는 밤늦도록 이어졌다.
물론 이걸 의도하긴 했다.
아무리 명진 쉘터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 있다 하더라도 몬스터라는 전과 다른 환경으로 알게 모르게 불안감을 비롯한 스트레스 등이 쌓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래서 그 불안감과 스트레스의 해소 겸 이곳 명진 쉘터 안에서는 전처럼 일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줄 필요가 있었고.
우선 나도 그런 분위기에 몸을 맡겼다.
그간 정말로 열심히 해왔고 굳이 그것을 떠나 오늘은 형의 결혼식이라는 무척이나 기쁜 날이었으니까.
예전의 못났던 나와 달리 이제는 진심으로 형의 결혼을 축하할 정도가 되기도 했고.
다음날 아침.
길었던 축제의 여파로 명진 쉘터에는 조용함이 자리했지만 나는 일찍 일어나야 했다.
그 후 간단하게 씻고 밥을 먹고서 아빠를 비롯해 형과 누나 거기에 석인수 실장 등과 함께 어제 형의 결혼식에 축하하러 왔던 자들에게 감사의 인사 및 배웅을 위해 응접실에 이동했다.
그리고 그때 응접실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와중 석인수 실장이 입을 열었다.
“잠시 시간이 남기에 보고를 드릴 것이 있습니다.”
석인수 실장의 말에 아빠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걸 확인한 석인수 실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간 주영군의 말에 따라 버려진 들판의 긴 뿌리 나무 몬스터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특히나 보스 몬스터인 긴 뿌리 고목나무 몬스터에 대해서는 더 철저하게요.”
어마어마한 위용을 드러냈던 뿌리.
그래서 곧장 말을 했다.
만약 내가 얻었던 것을 또 얻을 수 있다면 무조건 그래야 했으니까.
그 후 가장 믿음직한 석인수 실장이 비밀리에 그것에 대해서 조사를 하기로 했고.
그런데.
“전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곳의 보스 몬스터를 꾸준히 사냥하는 곳은 성창 길드였습니다. 그래서 티내지 않고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진행하는 자들에게 비밀리에 접근을 했지만 아무도 주영군이 획득했다던 뿌리에 관해 아는 자들이 없었습니다. 물론 그들의 거짓말일 가능성도 있기에 성창 길드 소속이었다가
현재는 다른 곳으로 옮긴 수뇌부들을 찾아가 일일이 확인을 했지만 역시나 그들도 전혀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석인수 실장의 말에 솔직히 대충 예감하기는 했다.
만약 그런 뿌리가 한번이라도 모습을 드러냈다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으니까.
그 말인즉슨 지금껏 뿌리의 등장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뜻이고.
“우선 성창 길드에 접근을 해서 타협을 통해 버려진 들판은 물론이고 보스 몬스터에 대한 이권을 가져왔습니다. 성창에서도 크나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조사 결과가 맞는 것 같지만 혹시나 모르기에 앞으로 꾸준히 그곳의 보스 몬스터 레이드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했네. 그렇게 진행을 하도록 하지.”
“네.”
석인수 실장의 보고에 아빠가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우선 뿌리에 대해서는 그렇게 일단락이 됐다.
잠시 후.
“이렇게 먼 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뭘요. 그나저나 부럽습니다. 이렇게 든든한 자식들이 옆에 있으니 얼마나 힘이 나시겠습니까.”
“하하. 뭘요.”
예의상 나누는 대화들.
그러나 그 대화에 나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응대했다.
이유야 어쨌든 이들은 분명 형의 결혼식에 축하를 하러 온 자들이었으니까.
물론 조금 껄끄러운 자들도 있었다.
바로 일본 미쓰야 길드에서 온 자들을 비롯해 중국 양화 길드까지.
특히나 양화 길드는 아시란테라는 이름으로 대유의 서대영 회장과 함께 사기를 친 적이 있었다.
그래서 100억 골덴링이라는 크나큰 돈도 뜯어냈고.
하지만 이제는 내가 명진의 직계로 어지간해서는 자신들 영역 안으로 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상황.
속았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속이 쓰릴 것이다.
하지만 양화 길드에서 온 그들이 딱히 그 부분에 대해서 언급을 하지 않음으로써 얼굴을 붉힐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다.
그 후로 역시나 아시란테라는 이름으로 마주했던 인도의 시다트 길드와도 인사를 나눴고 워낙 많은 자들이 왔기에 그런 만남은 점심 무렵까지 진행이 됐다.
“이제 남은 것은 인도네시아의 노보 길드에서 온 자들입니다.”
드디어 마지막 팀.
그런데 그들이 자연스럽게 마지막이 된 것은 아니었다.
그 말인즉슨 일부러 그들을 마지막으로 돌렸다.
사전에 그들이 했던 말이 꽤 의미심장했으니까.
그 후 응접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들.
“축하합니다. 홍상만 회장님.”
“하하. 이렇게 먼 걸음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례하는 인사.
이들을 포함해 벌써 수십 번 넘게 했지만 처음인 양 그들을 맞이했다.
그러다 잠시 더 서로 안부를 묻는 대화를 나누고 본격적인 이야기에 돌입했다.
“이것입니다.”
노보 길드의 부 길드장이라는 직함으로 온 와얀이라는 자 옆에 있던 자가 가방에서 서류 한 뭉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서류를 받아든 와얀이라는 자가 전과 달리 안색을 살짝 굳히며 입을 열었다.
“솔직히 약간 고민을 했습니다. 분명 이 행동이 ‘선의’ 일수도 있지만 만약 결과가 안 좋다면 ‘악의’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니까요.”
사전에 이들이 살짝 언급을 했기에 조금은 알고 있었다.
무려 코인 3만개짜리 퀘스트라는 것을.
그런데 문제는 이 퀘스트가 ‘Revival Legend’ 내의 퀘스트가 아니라 현실의 퀘스트라는 것이었다.
물론 몬스터에 이어 온갖 능력과 스킬 거기에 아이템마저 현실로 불러오는 마당에 퀘스트마저 현실로 오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꽤나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리의 그런 기색을 읽었는지 와얀이라는 자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숨길 생각도 함정에 빠트릴 생각도 없기에 그간 파악한 모든 것을 기록한 서류입니다. 물론하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아니, 안 했으면 좋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저희는 전부 실패했으니까요. 그리고 실패한 자는...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요.”
아마 노보 길드에서도 눈이 뒤집혔을 것이다.
한 번에 3만 개의 코인을 얻을 수 있는 퀘스트라면 충분히 그럴만했으니까.
특히나 코인만 3만개이고 여타 다른 보상도 더 존재했고.
하지만 전부 실패를 맛본 상황.
“여기 있습니다. 혹여나 궁금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을 하셔도 좋습니다. 성심성의껏 아는 바는 전부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그렇게 노보 길드의 부 길드장 와얀이 건네는 서류를 받아들였다.
그 후로도 한동안 이야기는 더 진행이 됐다.
대략 노보 길드는 명진 길드와 우호 관계를 맺고 싶고 앞으로 서로 협력할 부분이 있다면 협력을 하겠다는 내용으로.
이번에 가져온 퀘스트는 명진 더 정확히는 나에게 주는 선물이고.
물론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노보 길드에서 클리어가 가능했다면 절대 가져오지 않았을 것이니까.
즉, 계속된 실패.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 실패한 자들.
아마 노보 길드에서도 될 대로 대라는 심정으로 이것을 가져왔을 것이다.
만약 내가 클리어 해서 3만개가 넘는 코인은 물론이고 여러 보상을 획득한다면 그것으로 자신들이 선물을 줬다고 생색을 낼 것이고 만약 실패해서 내가 여타 다른 자들처럼 사라진다면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했을 테니까.
절대적인 강자는 언제나 미움 더 나아가 타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이치이기도 했고.
잠시 후.
우선 인도네시아를 마지막으로 그렇게 모든 일과를 끝내고 점심을 먹은 뒤에 나는 ‘Revival Legend’에 접속했다.
인도네시아 노보 길드에서 가져온 퀘스트에 대한 면밀한 조사?
그것은 내가 아니더라도 분석을 할 자들이 많았다.
굳이 내가 하지 않고 조사가 끝난 다음에 그 결과만 들어도 될 위치이기도 했고.
그래서 타이탄의 대지로 이동해 다시 사냥을 시작했다.
며칠 뒤.
돌아오지 않는 자들.
그 말인즉슨 죽었다는 뜻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꽤나 조사가 길어졌다.
수시로 인도네시아 노보 길드에 연락을 취해 이것저것 더 캐묻기도 했고.
그리고 오늘 그에 대한 브리핑을 하기로 했고 곧 석인수 실장이 자리에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우선 그들이 가져온 서류를 면밀히 검토했고 실제로 그곳에 갔다 왔습니다. 위치는 인도네시아의 고론타로 지역이며 이미 꽤 오래 전부터 인근 주민들이 한명도 빠짐없이 사라진 지역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그들도 몬스터의 짓이라 판단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그곳을 탐색하던 중 동굴 한곳
을 발견했는데 바로 여기가 문제의 그곳입니다.”
석인수 실장이 말이 끝나자마자 스크린에 작은 동굴의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겉으로 봐서는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이 동굴의 앞에 자리하면 메시지가 울립니다. 동굴의 끝에 이르러 저주받은 수정을 박살내라고요. 그러면 코인 3만개를 포함해 상당한 보상을 준다면서요. 물론 그 이상은 진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노보 길드가 말했듯이 그 안으로 들어간 자는 지금껏 단 한명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이용 제한은 없나?”
석인수 실장의 말에 아빠가 질문을 던졌고 석인수 실장이 곧장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동굴로 입장하기 위해서는 현실 구현률을 최소한 1%라도 올린 자만이 가능했습니다. 그 말인즉슨 그 안에서는 ‘Revival Legend’의 능력이 아닌 현실 구현률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략부의 해석이고요.”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렇기에 인도네시아의 노보 길드도 전부 실패를 한 것이고.
그러자 순간 노보 길드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의 현실 구현률이라도 올린 자라는 뜻은 결국 1200레벨을 달성했다는 뜻이니까.
그런 자들을 잃었다는 것은 길드 내부적으로 크나큰 손실이었고.
우선 그렇게 더 브리핑은 진행이 됐다.
대충 동굴 안으로 온갖 통신 기기는 물론이고 외부로 연락을 위한 장비를 다 갖고 이동했음에도 밖으로 나온 연락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으로.
그리고 마지막에는 모든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결국 노보 길드가 누굴 염두에 두고 이 퀘스트를 가져왔는지 모를 자들은 이곳에 없으니까.
바로 나.
‘흠...’
1200레벨이 멀지 않은 상황.
그래서 솔직히 지금은 사냥에 매진하고 싶었다.
하지만 코인 3만개는 구미가 무척이나 당길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에야 코인이 꽤 쌓여있지 1200레벨을 달성하고 나면 순식간에 전부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이제는 코인에 허덕일 것이 뻔했고.
거기에 현실 구현률을 200%, 180%, 160%. 140%, 120%를 본 상황.
물론 그것이 아무리 특성에 의한 것이라도 코인으로 올릴 수 있는 현실 구현률이 100%가 끝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순간 여러모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
“가지 않겠습니다.”
물론 클리어할 자신이 있었다.
그 어떠한 위험에도 해쳐 나올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분명 0.0001%라도 최악의 상황은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최악의 상황은 죽음일지도 모르고.
그래서 어차피 창창한 미래가 존재하는 마당에 굳이 아주 작을지언정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전략부의 판단을 존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그런 말에 아빠는 물론이고 석인수 실장까지 한마디 말을 거들었다.
아무래도 아빠나 석인수 실장 등은 걱정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저런 말을 한 것이고.
어쨌든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나는 하던 대로 타이탄의 대지에서 사냥에 박차를 가했다.
이제 첫 번째 결승점이라 할 수 있는 1200레벨이 멀지 않았으니까.
일주일 뒤.
큼직큼직한 일들도 전부 잘 해결이 됐고 그래서 사냥으로 나름 평온한 나날을 보내는 와중 하나의 보고를 받을 수 있었다.
“네? 보상 코인이 6만개로 증가했다고요?”
인도네시아 노보 길드가 알려왔던 퀘스트.
코인 3만개가 아쉽긴 했지만 그렇다고 악착같이 욕심을 낼 필요는 없다고 판단하고 포기했던 퀘스트가 코인 6만개로 보상이 증가했다는 말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도중에 보상이 증가한 경우는 단 한 번도 본적이 없기에 더더욱.
하지만 놀랄 일은 더 존재했다.
[그게 클리어 타임까지 1주일이 남았고 그 안에 클리어 하지 않을시 동굴이 자체적으로 파괴되며 그간 동굴에 끌려온 자들을 포함해 도전을 한답시고 동굴에 들어간 자들 모두가 죽는다고 합니다.]
말인즉슨 현재까지 동굴에 들어갔던 자들이 살아있다는 뜻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그것을 확인한 노보 길드는 눈이 뒤집힐 수밖에 없을 것이고.
죽었다고 생각했던 1200레벨 이상에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들이 살아온다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을 테니까.
[현재 노보 길드의 길드장이 직접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발등이 불이 떨어진 노보 길드에서도 행동을 시작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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