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화. 홍주영 (3).
명진 쉘터 내부.
“.......”
애 엄마는 한없이 걱정을 했지만 홍상만 회장은 자신의 막내아들이 결국 스미스 일행을 이길 거라는 것을 확신했기에 막지 않았다.
물론 질 가능성이 단 1%라도 있었다?
홍상만 회장도 절대 내보낼 생각이 없었다.
지금 당장 회피하고 도망쳐서 겁쟁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아도 결국 1200레벨만 달성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광활한 날갯짓을 위한 잠시의 수모는 크나큰 문제가 아니기도 했고.
더욱이 그런 확신이 있었음에도 홍상만 회장은 혹시나 하고 따로 준비한 패도 있었다.
그리고 초반 약간의 고전이 있긴 했지만 홍상만 회장은 믿고 있었던 주영이의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가 나오고 부터는 확실히 전세를 뒤집는 모습에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확신을 가졌다 해도 불안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 부모 마음이니까.
여하튼 여기까지는 예상 범위.
그런데.
쿠오오오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의 등장.
물론 그 모습에 뒤에서 여러 소리가 나오기는 했다.
“촉수?”
“그것보다 오징어나 문어 등의 다리 아냐?”
“에이. 저 크기를 바봐. 그럴 바에 거대한 배를 침몰시키는 괴물로 알려진 크라켄이 더 맞지.”
외관상 살짝 그렇게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홍상만 회장은 직감적으로 그것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홍상만 회장의 고개를 살짝 끄덕이게 만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뿌리... 오히려 뿌리 같습니다. 더욱이 저것 들이 뻗어 나온 시발점이 바로 땅이고요.”
석인수 실장의 의견.
홍상만 회장은 확실히 뿌리라는 의견이 더 타당하다고 여겨졌다.
생긴 것도 촉수나 오징어, 문어 다리보다 뿌리에 더 가까웠고.
다만 뿌리라 보기에는 너무나 두껍고 클 뿐.
물론 그것이 너무 뜬금없이 모습을 드러냈기에 자신의 아들인 주영이의 것인지 아니면 스미스 일행의 것인지 구분이 가지는 않았지만 홍상만 회장은 아니, 홍상만 회장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두는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바로 홍주영.
왜냐하면 분명 흑발이었던 홍주영의 머리카락이 마치 얼음처럼 투명해지다 눈처럼 하얘지는 순간 저것이 등장을 했으니까.
더군다나 뿌리로 보이는 그것의 등장에 별 반응이 없는 홍주영에 비해 스미스 일행은 사방으로 시선을 돌리며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고.
만약 스미스 일행의 것이라면 보이지 않을 행동들.
그리고 그 모습에 홍상만 회장은 과거의 한 장면이 떠올렸다.
바로 선대 회장이자 자신의 아버지가 첫째인 기영이와 둘째인 수영이보다 품에 끼고 살았던 막내 주영이.
홍상만 회장은 그 모습에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첫째 기영이도 둘째 수영이도 못난 구석이 없는데 어째서 그렇게 막내만 끼고 사냐고.
그 후 돌아온 대답으로는.
“허허. 봐라. 이 녀석의 얼굴이 달덩이처럼 이렇게 빛이 나지 않느냐? 이 녀석은 나중에 뭘 해도 크게 될 것이다.”
홍상만 회장이 봤을 때 실제로 빛 같은 것은 없었다.
그러나 선대 회장이자 자신의 아버지의 말에 홍상만 회장은 막내 주영이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홍상만 회장은 막내 주영이가 커갈수록 자신의 아버지가 틀렸다고 생각했다.
분명 첫째와 둘째에 비해 특출난 부분이 전혀 없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결국 아버지가 맞았네요.’
홍상만 회장은 그렇게 과거의 회상을 종료하고 전방을 바라봤다.
명진 쉘터 앞.
넘실넘실.
“.......”
한눈에 뿌리라는 것을 알 수는 있었지만 과연 이것을 뿌리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커도 너무 컸다.
거의 100년, 1000년을 산 거목 나무 같은 두께를 가진 것들이 상당히 많이 하늘로 치솟았으니까.
그 상태로 여전히 공중에서 넘실넘실 거렸고.
그리고 그때.
“흔들리는 대지!”
나조차도 뿌리의 등장을 예견하지 못했기에 약간의 틈이 발생했고 그 사이에 스미스 일행 중에 한명이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리기 위한 공격을 시도했다.
그래서 그것을 막기 위해 움직일 찰나 움직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뿌리가 먼저 움직임으로써.
쿠구궁. 쿠구구궁.
내 살얼음과 얼음 감옥마저 금을 가게 만든 상대방의 공격 스킬인 흔들리는 대지.
그만큼 꽤 강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밟고 있는 대지가 단 1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미 공중에 상당한 양의 두꺼운 뿌리가 넘실대는 와중에도 땅에서 수많은 뿌리가 솟아나 흔들리는 대지를 붙잡음으로써.
그 모습에 하나의 장면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바로 산사태가 일어난 지역임에도 무척이나 깊은 뿌리를 가진 나무들에 의해 일정 부분에서만 산사태가 발생하지 않은 장면이.
지금 모습이 딱 그랬다.
그래서인지.
“.......”
“.......”
“.......”
흔들리는 대지를 사용한 자 뿐만 아니라 스미스를 포함한 일행 모두가 당황하다 못해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물론 그 모습이 전혀 이상하지는 않았다.
나조차도 흔들리는 대지를 이렇게 완벽하게 막아낼 줄은 몰랐으니까.
그리고 그때 땅과 달리 하늘에서 여전히 넘실거리던 뿌리들이 스스로 움직이더니 곧장 스미스를 포함한 5명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도... 도망쳐!”
“터지는 화염! 솟구쳐라. 불기둥!”
“뜨거운 불의 정령의 공격!”
“내 육체는 굳건한 강철이 되리라!”
“파워 샷! 트리플 샷!”
물론 스미스 일행도 반격을 하기는 했다.
특히나 아무리 뿌리라 하더라도 결국 나무이고 그렇기에 불에 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래서 그런지 뿌리에 그대로 불이 달라붙었다.
하지만 그 즉시 불이 붙은 뿌리에 주변의 다른 뿌리들이 달라붙기 시작했다.
마치 접착제처럼.
그리고 그 다닥다닥 달라붙은 부분 전부가 곧장 땅속으로 움직였고 그 즉시 새로운 뿌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거기에 스미스 일행의 다른 공격들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뿌리에 상처를 입히고 상당히 큼지막한 구멍을 내긴 했지만 그 즉시 주변의 뿌리들이 피해를 입은 그 뿌리에 달라붙었고 처음처럼 땅속으로 들어갔다.
대신 그 자리에 곧장 다른 뿌리가 모습을 드러냈고.
선순환의 반복.
물론 스미스 일행에게는 악순환의 반복일 테지만.
여하튼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극렬한 반항을 했던 스미스 일행이었지만 전부가 뿌리에 의해 사지가 제압당해 땅바닥에 그대로 처박혀졌다.
“.......”
그런 뿌리에 욕설은 물론이고 온갖 괴성을 질러대는 스미스 일행.
하지만 나도 당황스러웠다.
분명 적을 무시할 생각도 그렇다고 띄워줄 생각도 없지만 확실히 이 스미스 일행은 강했으니까.
그렇기에 내 아이스 계열의 모든 공격이 막혔고 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까지 꺼내 든 것이고.
그런데 아무리 내가 스미스 일행을 전부 그로기 상태까지 만들어 놨다지만 뿌리가 내가 나설 필요도 없이 모든 것을 정리했다.
“젠장!”
“이게... 이게 뭐야!”
“이건 꿈이야. 절대 현실 일리가 없어. 이게... 이게 현실일 리가 없어!”
“어떻게 이게 가능 한데?”
“이게 스킬이라고? 능력이라고? 말도 안 돼! 이건... 이건 말도 안 된다고! 여기는 ‘Revival Legend’가 아니라 현실이라고. 현실!”
“살려줘. 제발! 살려줘!”
현실을 부정하는 자.
눈물 콧물까지 쏟아내며 오열하는 자.
그리고 목숨을 구걸하는 자.
처음 위풍당당했던 스미스 일행은 오간 데 없이 그곳에는 자존심 따위는 저 멀리 내팽개친 처참한 패배자만 존재했다.
물론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스미스 일행과 내가 서 있는 이곳은 ‘Revival Legend’가 아닌 현실이고 그 말인즉슨 여기에서의 죽음은 진짜 죽음이니까.
그래서인지 모두들 살고자 몸부림 쳤고 그 중 스미스의 살고자하는 몸부림이 가장 거셌다.
“살려줘! 제발 살려줘! 봤지? 봤을 것 아냐! 우리의 능력을. 아니 내 능력을! 특성 공개.”
[특성 : 현실 구현률 200%
: 현실 구현률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자신을 포함해 최대 5명까지 제한 없이 현실 구현률을 증가 시킬 수 있다.
-첫 번째 본인 최대 200%.
-두 번째 대상 최대 180%.
-세 번째 대상 최대 160%.
-네 번째 대상 최대 140%.
-다섯 번째 대상 최대 120%]
“무려 180%. 너에게 아니, 아시란테님에게 항상 180%를 드리겠습니다. 나머지도 전부 아시란테님을 위해 쓰고 저 또한 평생 아시란테님의 노예가 되겠습니다. 손과 발이 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살려 주십시오. 제발. 흑흑.”
쿵. 쿵. 쿵.
뿌리로 사지가 결박당한 스미스는 땅에 머리를 쥐어박으며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스미스보다 우선 그 특성에 시선을 뒀다.
‘200%라...’
결국 ‘Revival Legend’보다 현실에서 더 강하다는 뜻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사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어째서 스미스를 포함한 5명이 현실에서 이만큼이나 강한지도 알 것 같았고.
그래서 순간 혹했다.
스미스 말대로 항시 180%의 현실 구현률을 갖고 있다면 두려울 것이 없으니까.
무지막지하게 들어갈 코인을 생각하면 더더욱.
하지만.
절레절레.
상념을 털어내듯이 고개를 좌우로 살짝 흔들었다.
왜냐하면 남의 손에 의해 현실 구현률이 좌지우지 된다는 것은 결국 그 남에게 종속된다는 뜻일 수밖에 없다.
만약 스미스가 결정적인 순간에 현실 구현률을 거둬들이면 죽은 목숨일 수밖에 없고.
더군다나 나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는 그런 노예가 되겠다는 스미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약 0.000001%의 확률로.
그리고 만약 0.000001%가 아니라 99%라 할지라도 그런 확률에 기댈 생각은 없다.
상황과 환경 거기에 여건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힘은 진정한 내 힘이 아니니까.
거기에 분명 오래 걸릴지라도 악착같이 코인을 모아 현실 구현률을 끝까지 올릴 자신도 있고.
저벅저벅.
그렇게 스미스를 향해 다가갔다.
“제발 아시란테님 살려주십시오. 뭐든지 하겠습니다. 보셨잖습니까? 제 능력을. 제 능력을 써주십시오. 아시란테님의 크나큰 보탬이 되겠습니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아니, 확실히 큰 힘이 될 거야. 그건 확실하지.”
“마... 맞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스미스 앞에 서서 땅에 처박힌 그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난 적은 살려주지 않아.”
푹.
“크억!”
이미 1만 명이 넘는 자를 죽이긴 했다.
단, ‘Revival Legend’ 내에서.
그래서 많은 고민을 했다.
실제로 내가 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기도 했고.
거기에 과연 현실에서의 실제 살인을 하고도 내가 정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같이.
물론 요즘 세상에 살인?
너무 흔했다.
비일비재했고.
하지만 그렇다고 나에게까지 살인이 흔하디흔한 일이 될 수는 없었다.
그런데.
“.......”
생각보다 무덤덤했다.
물론 아쉽다는 생각은 들었다.
우선 당장은 스미스를 품을 수 있는 기회를 내가 직접 발로 차버려서?
그건 애초에 아쉬움을 느낄 영역도 아니었다.
스미스를 믿지도 않았고.
다만 스미스의 강함은 진짜였다.
그 특성도.
즉, 어쩌면 나중에 내 손으로도 어쩌지 못할 강한 존재의 등장으로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는 생각을 했다.
말인즉슨 어쩌면 내 손으로 차후 지구를 지키는데 큰 보탬이 될 자를 직접 죽인 거나 마찬가지인거고.
하지만.
“후회는... 그때 가서 해도 되니까.”
미리 사서 후회를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 생각을 가졌다면 이렇게 스미스를 죽이지도 않았을 테고.
“저는... 그저...”
“사... 살려주세요.”
“방금 대장이 죽어서 현재 누리고 있던 140%의 현실 구현률이 사라졌습니다. 이제 저는...”
부들부들.
죽은 스미스 옆의 4명이 전부 몸을 떨면서 애처롭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들을 향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말했지? 나는 적을 살려주지 않는다고.”
말을 내뱉으면서도 떨리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 악착같이 노력했다.
그만큼 내 머릿속에서는 여기서 멈추라는 생각이 한 가득이었다.
검을 붙잡은 오른손은 작게나마 계속 흔들렸고.
하지만 이들을 살릴 생각이었다면 스미스도 살려야 했다.
거기에 아무리 작은 불씨라도 차후 불안 요소가 될 불씨를 가만히 놔둘 생각은 없다.
나는 겁쟁이니까.
더욱이 이미 이 장면을 전세계에서 나름대로 어깨 좀 피고 산다는 자들 전부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허튼 생각이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를 보여줘야 했다.
푹. 푹.
“크억!”
“씨...팔!”
“이 악마 같은 새끼!”
“너도! 너도 너 이상의 강자에게... 크억!”
자신들이 살아날 방도가 없다는 것을 안 순간 그들은 저주를 퍼부었다.
그 저주와 함께 그들의 피가 나에게 튀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칼을 내미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 멈추는 것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만도 못하다는 것을 아니까.
잠시 후.
“.......”
넘실넘실.
나름대로 치열했던 전투.
하지만 그 전투 현장에는 여전히 넘실넘실 대는 뿌리와 이제 나밖에 남지 않았다.
저벅저벅.
우선 그 모습에 발걸음을 한쪽 방향을 향해 내딛었다.
아직 남은 것이 있으니까.
바로 명진 쉘터 내에서 무전취식을 하는 주제에 헛된 욕심을 부리며 분란만 조장하는 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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