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화. 홍주영 (2).
당연하지만 스미스 일행과 아시란테의 격돌은 세기의 관심을 끄는 전투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각국의 방귀깨나 뀐다는 길드 거의 전부는 한국으로 스파이를 파견했고 실시간으로 그 전투를 지켜봤다.
펑. 펑. 쾅. 쾅.
“.......”
“.......”
“.......”
물론 ‘Revival Legend’ 내에서 벌어지는 전투라면 충분히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전투.
아니, 아무리 ‘Revival Legend’ 내에서 벌어지는 전투라 가정한다 해도 분명 상위 1% 안에 드는 자들끼리의 전투에 해당했다.
그런데 이것은 명백하게 현실에서 벌어지는 전투.
거기에다 땅이 수십 군데나 파이고 대지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녹고를 연발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모두들 침묵에 빠트릴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아시란테에 대해 조금 더 아는 자들은 그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미국 뉴욕.
홀드렛지 총본부.
“아시란테가... 1200레벨은 아닐 거라고 하지 않았나?”
“.......”
최고 간부 5명 중에 한명이 내뱉은 말에 정보부 수장 어스틴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아시란테의 그 말도 안 되는 능력을 감안해도 벌써 1200레벨 달성은 절대 불가능했으니까.
그런데 아시란테의 저 모습은 현실 구현률을 상당량 올렸다고 볼 수밖에 없는 모습.
더군다나.
“허. 그래. 아시란테 그자는 항상 상상 이상을 보여줬으니까. 그런데 스미스를 포함한 저 5명은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고 축구나 야구 혹은 바둑이든 호적수가 존재해야 명장면과 명국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총 6명이 만들어내는 전투는 지켜보는 모두에게 일종의 감동마저 선사했다.
그간 ‘Revival Legend’ 하면서 상상해왔던 모습이 거기에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홀드렛지 수뇌부는 스크린에서 단 1초도 눈을 떼지 않고 시선을 주시했다.
아시란테의 얼굴을 가리던 모자와 마스크가 사라질 때까지.
강원도에 위치한 미래 길드의 쉘터.
물론 미래 길드의 연정환 회장이나 연보라를 비롯한 몇몇은 대충 아시란테의 정체를 직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시란테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모자와 마스크가 벗겨짐으로써 감춰져 있던 정체가 드러났을 때는 모두다 눈을 크게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예상을 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 충격과 반전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으니까.
특히나 가장 먼저 아시란테의 정체를 홍주영으로 점찍었던 연보라.
그런 연보라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역시나... 주영이네요.”
그리고 그런 연보라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연정환 회장이 맞받아쳤다.
“그렇구나. 정말로 홍회장의 막내아들이었어. 네 말대로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니라 백조였던 것이고.”
거의 금의환향.
아니, 금의환향에 비교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반전일 수밖에 없었다.
아시란테라는 이름은 절대 가볍지 않았으니까.
“그나저나...”
그 정체에 대한 충격은 충격이고 곧장 다시 말을 내뱉던 연정환 회장은 그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분명 아시란테라의 정체가 드러났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긴 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눈앞에 있었으니까.
바로 스미스 일행의 손에서 살아남는 것.
물론 연정환 회장의 눈으로 봤을 때는 대등한 전투로 보였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이것은 5 대 1의 전투.
그렇기에 연정환 회장이 봤을 때 대등한 수준으로는 결국 아시란테 아니, 홍주영이 질 수밖에 없었다.
5명보다 1명이 더 빠르게 지치는 것은 기본 상식 중의 상식이었으니까.
“결국 용이 되느냐? 아니면 용이 되기 직전의 마지막 시련을 넘지 못해 이무기로 죽느냐? 이건가?”
연정환 회장은 이 전투를 그렇게 정의 내렸다.
물론 끝까지 5 대 1의 전투로 끝나지는 않을 거라는 판단을 하기는 했다.
홍회장이 자기 자식이 죽는 꼴을 두 눈 뜨고 지켜보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아무리 봐도 아시란테도 그 아시란테를 상대하는 스미스 일행도 너무 강했다.
일반인을 수만, 수십만을 투입해도 그렇다고 군부대나 명진이 데리고 있는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를 대거 투입해도 결국 승패의 향방을 바꾸지 못할 정도로.
그런데 그때 연보라가 한마디 말을 꺼냈다.
“주영이가... 이길 거예요. 그간 꽁꽁 감춰뒀던 정체를 이유 없이 괜히 드러낸 것은 아닐 테니까요.”
그리고 연보라가 그 말을 꺼내자마자 아시란테 아니, 홍주영이 품에서 한 자루의 검을 꺼내들고 블링크를 사용하는 장면이 드러났다.
물론 여기까지는 그리 이상하지 않은 그런 장면이었다.
‘Revival Legend’ 내에서 아시란테의 주무기도 검이었고 요 근래 그 검을 활용한 방식의 공격을 많이 펼쳤으니까.
“.......”
“.......”
“.......”
하지만 뒤이어 펼쳐진 모습에는 모두들 처음과 같은 하지만 또 다른 침묵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아시란테가 아니, 홍주영이 꺼내든 수는 단 한 번도 본적도 상상해본 적도 없는 그런 것이었으니까.
명진 쉘터 앞.
4레벨과 6레벨이 존재하는 블링크.
하지만 6레벨로 업그레이드 하지 않았다.
스킬포인트가 부족하기도 했고 쿨타임 제로로 인해 굳이 이동 범위를 늘릴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4레벨 블링크 앞에 쿨타임 제로가 붙었다 해도 결국 4레벨 스킬이기에 33%의 구현률에도 사용이 가능했다.
실제 스킬 창에도 ‘4레벨 블링크’라고만 표시가 되어 있었고.
그래서.
슝. 슝. 슝. 슝.
유감없이 그 능력을 보여줬다.
물론 단순히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의 위용만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슝. 푹.
슝. 푹.
슝. 푹.
한번에 2번의 공격?
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리를 바꿔서 또 하면 되니까.
그 두 번째 공격을 할 시간보다 블링크로 이동해 다시 공격을 하는 시간이 더 짧기도 했고.
그리고 그런 내 공격에.
“뭐... 뭐야!”
“???”
“???”
아무래도 아니, 아무래도가 아니라 스미스 일행은 이런 것을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눈에 보일 정도로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고.
물론.
“날카로운 바람의 정령의 공격!”
“파이어 스톰!”
“포이즌 애로우. 트리플 샷!”
“흔들리는 대지여. 나의 적을 옭아매라!”
당황도 당황이지만 그 와중에 나를 향한 공격도 있었다.
하지만.
슝. 슝. 슝. 슝.
느렸다.
아니, 빨라도 상관없었다.
내가 더 빨랐으니까.
“젠장! 이게 뭐야!”
“막아!”
“씨팔. 뭐 이딴 것이 다 있어!”
스미스를 포함해 5명은 내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이용한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물론 이것은 당연했다.
수백, 수천 번을 봐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 것이 이것인데 처음 보고 적절한 대응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됐으니까.
솔직히 수백, 수천 번을 넘어 수만 번을 본다 해도 대처할 방법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물론 그 혼란스런 와중에도 스미스 일행은 최대한 발악을 했다.
“무... 뭉쳐라!”
“두터운 대지의 방벽!”
“대지의 정령이여 내 앞을 막는 벽이 되어라!”
“파이어 쉴드.”
우선 스미스를 포함한 5명은 똘똘 뭉쳐 최대한 공격 범위를 축소시켰다.
하지만 오히려 더 좋았다.
알아서 뭉쳐줬으니까.
그래서 곧장 그들을 향해 하나의 스킬을 사용했다.
“얼음 감옥!”
파사사삭.
아무래도 33%의 현실 구현률로 ‘Revival Legend’ 내에서보다 얼음 감옥이 작을 수밖에 없었고 그렇기에 처음부터 한명을 상대로 펼쳤지만 이번에는 그 얼음 감옥에 5명을 전부를 가둘 수 있었다.
그리고 생성된 내 얼음 감옥은 적이 펼친 두터운 대지의 방벽을 뚫고 생겨남으로써 의도치 않게 그 방벽을 깨는 것이 가능했다.
그 모습에 곧장 스킬을 더 퍼부었다.
“살얼음! 그리고 아이스 레인.”
퍽. 퍽. 퍼버버벅. 퍽.
“젠장! 이 얼음 감옥을 얼른 깨!”
“폭발하는 화염.”
“흔들리는 대지!”
“꿰뚫는 파워샷!”
분명 강한 스미스 일행.
하지만 5 대 1로 싸울 수 있었던 데는 그 개개인들보다 내가 더 강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내 5레벨 아이스 쉴드로 적의 파이어 스톰을 비롯한 몇 개의 공격을 동시에 막아내기도 했고.
물론 전과 같이 금이 가기 시작하는 얼음 감옥.
그러나 부서지기 전까지는 아직 시간이 충분했기에 그 사이에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와 아이스 볼, 아이스 볼트 등을 그들에게 날렸다.
그러다.
“얼음 폭파!”
콰아앙.
내가 스스로 얼음 감옥을 박살냈다.
“크윽!”
“젠장!”
“얼른 흩어져!”
얼음 폭파의 공격까지 뒤집어쓴 그들.
순간 한눈에 봐도 상당한 대미지를 입은 것 같았다.
그래서 곧장 다시 달려들었다.
곤경에 처한 적에게는 더 강력한 곤경을 주는 것이 예의니까.
슝. 푹.
슝. 푹.
슝. 푹.
좀 전의 재탕.
하지만 제대로 된 방어를 하지 못한다는 것은 똑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전투를 이어갔다.
5분 뒤.
“젠장! 이건... 이건 아니잖아!”
“어떻게 이런 것이 있을 수 있는데!”
“억울해. 어떻게 아시란테 네놈에게... 이런 것이 있을 수 있지? 이미 너는 많은 것을 가졌잖아. 그런데 이런 것을 또 갖다니!”
억울하다는 스미스.
그러나 억울한 것은 나였다.
왜냐하면 이들은 조금 더 늦게 와야 했었다.
가령 내가 1200레벨을 달성했을 때.
그래서 블리자드나 아이스 아이스 토네이도는 그렇다 쳐도 어지간한 아이스 계열의 마법을 아낌없이 그리고 더 강한 위력으로 선보여야 했다.
그게 바로 나 홍주영의 본 모습이니까.
물론 이렇게 검을 들고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활용해 적을 제압하는 것?
분명 이것도 내 능력인 것은 맞았다.
하지만 내 트레이드 마크는 분명 아이스 계열의 공격이었다.
아니, 단순히 트레이드 마크 정도가 아니라 나 스스로 1차, 2차, 3차 클로즈베 베타를 전부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로 선택했고 그로 인해서인지는 모르지만 결국 ‘아이스 맨’이라는 특성을 획득했을 정도로 아이스 즉, 얼음은 그 자체로 나와 같았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아이스 계열의 공격으로만 스미스 일행을 상대했던 것이고.
그런데 결국 막힌 상황.
홍주영으로써의 첫 전투였던 만큼 내가 더 억울했다.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로서 더 강력한 아이스 계열 공격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나 억울했다.
스미스 일행이 시비를 아니, 시비 정도가 아니라 나를 죽이겠다는 싸움을 걸어 왔다는 것보다 더.
그래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억울해? 이게?”
홍주영이 스미스에게 억울하냐고 묻는 사이.
여전히 세계 각지의 소문난 길드들은 그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특히나 아시란테의 정체가 가장 먼저 후보자로 올랐지만 역시나 가장 먼저 후보자에서 탈락한 홍주영이라는 사실에는 모두들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완벽하게 속아 넘어갔으니까.
그리고 그 속에는 상당히 불쾌감을 느끼는 자가 있었다.
바로 가장 먼저 아시란테에게 접근했고 결국 그를 한때 대유 길드라는 테두리 안에 포함시키는 것에 성공했던 대유 길드의 서대영 회장.
“으드득.”
물론 아시란테를 품기에는 대유가 너무 작다는 것을 자각하고 결국 포기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전까지 갖다 바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에 서대영 회장은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그 대상이 실제로 알고 있고 몇 번 마주한적조차 있기에 더더욱.
하지만 서대영 회장은 점차 그 분노가 사그라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순식간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그런 모습은 과거 농락당했다는 사실보다 혹시나 그전에 아시란테 아니, 홍주영을 서운하게 한 적이 없었나라는 생각을 절로 떠올리게 만들었으니까.
그리고 과거의 모습을 떠올려서인지 서대영 회장은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었다.
“아시란테... 아니, 홍주영의 머리카락이 좀 옅어진 것 같지 않나?”
분명 흑발.
검은색 머리카락이었다.
하지만 서대영 회장의 눈에는 그 검은색 머리카락이 왠지 옅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앗! 회장님 말씀대로 전보다 옅어진 것 같습니다. 지금 도요.”
서대영 회장의 말에 전략부의 김충수 실장이 곧장 대답을 했다.
그와 함께 김충수 실장의 말처럼 누구나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홍주영의 머리카락 색이 빠르게 변해갔다.
얼음 같은 투명한 하얀색으로.
명진 쉘터 앞.
분명 사소하다면 사소한 일이었다.
어쨌든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이용하여 완벽한 승리를 눈앞에 뒀으니까.
하지만 나에게는 무척 중요했다.
그런데 먼저 싸움을 걸어온 주제에 자신이 억울하다는 말에 분노가 치밀었다.
나도 홍주영으로 첫 데뷔를 이렇게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가 아닌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로 하고 싶었으니까.
그래서 지금 당장 블리자드를 아이스 토네이도를 이놈들에게 사용하고 싶었다.
그 공격으로 얼마나 자신들이 어리석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불가능한 상황.
그게 짜증이 났다.
그리고 짜증이 극에 달한 순간.
쿠쿠쿠쿠쿵.
내 주위로 땅이 흔들렸다.
그와 함께 땅에서 상당히 많은 것들이 솟구쳐 올랐다.
100년, 1000년 이상을 산 고목과도 같은 두께.
더군다나 한두 개가 아니었다.
거의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얽히고설킨 거대하고 넓은 그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직감적으로 뭔지는 알 것 같았다.
바로 뿌리.
물론 그전에 나를 향해 아니, 더 정확히는 내 얼굴을 향해 손짓을 하는 스미스의 행동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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