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163화 (163/271)

163화. 홍주영 (1).

대한민국 청와대 지하벙커 회의실.

“굳이 이렇게까지 하셔야겠습니까? 그들은 절대 우호적인 자들이 아닙니다. 우리를 도우려 온 자도 절대 아니고요. 오히려 국가적인 해를 입히기 위해 온 자들입니다!”

국가 전략 안보국 국장 안병국은 상석에 앉은 김기정 대통령을 향해 간곡한 투로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되돌아오는 말은 날카롭기 그지없었다.

“안국장. 그대도 말하지 않았소. 그간 몇몇 재벌기업들이 정부의 눈을 가리고 자기들끼리 정보를 통제하고 모든 이권을 장악했다고. 이건 국가의 존립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 국가반란죄에 해당하오!”

“.......”

국가 전략 안보국 국장 안병국은 목에 핏대를 세우고 말하는 김기정 대통령의 모습에 차마 어떤 말도 내뱉지 못했다.

확실히 그렇긴 했으니까.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던져주는 콩고물에 혹해 말도 안 되는 지역에 역시나 말도 안 되는 건물을 허가한 것은 물론이고 따로 무언가를 알려고 하지 않은 것은 이쪽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뒤늦게 부랴부랴 ‘Revival Legend’에 관계된 자를 모으고 육성을 시도했지만 이미 알맹이는 거대 길드가 장악했고 남은 것은 쭉정이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이제야 육성을 한다 해도 격차가 너무 심할뿐더러 그들을 현실에 써먹을 정도로 육성을 한다는 것은 시간이 너무나 오래 걸렸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병국 국장은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분명 대한민국의 모든 군을 지휘 ․ 통솔할 수 있는 권한인 통수권이 대통령에게 있으니까.

어지간한 몬스터는 그 군의 힘으로 처리가 가능했고.

그래서 안병국 국장은 그걸 통해 미래, 명진, 대성, 구산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서로 상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의견을 몇 번이나 제시했다.

그러나 김기정 대통령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몇몇 재벌 기업들이 그간 쌓아 올린 것을 뺏어서라도 차지하고 싶어 했다.

이번에는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어쩌면 차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자를 죽여서라도.

안병국 국장은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몇 번이고 의견을 제시 했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묵살이 된 상황.

그렇게 안병국 국장은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진행되는 회의를 허무하게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김기정 대통령의 한마디.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생명, 재산을 지킬 의무가 나에게 있고 그걸 방해하는 자는 대한민국의 적입니다!”

안병국 국장은 김기정 대통령의 말에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 재산을 지킬 의무는 김기정 본인이 아니라 김기정 대통령에게 있지만 그는 그걸 망각한 것 같았으니까.

마치 봉건시대나 절대주의의 절대군주처럼.

물론 안병국 국장은 어쩌면 지금 모습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있긴 있었다.

혼란 아니, 혼란 수준이 아니라 어쩌면 멸망의 기로에서 선 지금은 그에 맞는 모습의 지도자가 필요하니까.

하지만 국민을 지키겠다는 지금 저 모습이 진짜가 아니라 결국 모든 힘을 자신이 갖고 휘두르고 싶다는 욕망의 분출이라는 것을 알기에 안병국은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강원도 명진 쉘터.

1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있다 하더라도 마치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볼 수 있는 것이 요즘 세상이기에 스미스 일행의 모습을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환대하는 대한민국 군부대도.

“.......”

“.......”

“.......”

그렇기에 침묵이 자리할 수밖에 없었다.

저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를 멍청이는 이 자리에 없으니까.

그때 그간 이 명진 쉘터의 총 책임자를 맡았고 지금도 아빠를 도와 부 책임자 자리에 있는 이길산 사장이 한마디 말을 꺼냈다.

“그들을 제압할까요?”

이길산 사장이 말하는 그들.

당연히 이곳 명진 쉘터에 주둔중인 군부대를 뜻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길산 사장의 그 말에 아빠는 미간에 주름을 그리며 잠시 말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대신 입을 열었다.

명백히 저들의 등장은 나 때문이니까.

“내버려 두세요. 대신 주의 깊게 지켜보세요. 저를 향한 적대 행위나 공격은 상관없지만 여러분이나 이곳 명진 쉘터를 향한 공격을 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후자. 후자일 때만 움직이세요.”

대놓고 서울에서 저런 모습을 연출하는데 이곳의 군부대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분명 어떻게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맞붙는 즉시 상당히 큰 소란이 일 것이고.

물론 그럴 바에 내가 나서면 되지 않겠냐 싶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나중을 위해서라도 먼저 상대방의 적대적인 움직임으로 어쩔 수 없이 이쪽이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런 명분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아빠가 선뜻 대답을 못한 것이고.

그리고 아빠의 그 모습에 서운함 같은 것은 없었다.

아빠는 내 아빠이기도 했지만 분명 이곳에는 형과 누나도 있고 아빠에게는 아내이자 나에겐 엄마인 이혜영은 물론이고 명진 쉘터에 있는 자들의 안전을 보장해줄 의무가 있는 위치에 있으니까.

우선 그렇게 말을 끝내고 스크린을 주의 깊게 바라봤다.

5시간 뒤 명진 쉘터 앞.

“꽤나 늦었네?”

“겁쟁이인줄 알았더니... 아니었나?”

“아니, 겁쟁이 맞아. 세상이 워낙 흉흉해야지. 그런데 아무리 겁쟁이라도 무섭지 않은 것이 있지 않겠어? 가령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자기 주제도 모르고 나대는 강아지 같은 경우 말이야.”

이미 선전포고를 한 적.

그렇기에 내 선택지는 좁을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거나 아니면 머리를 바짝 치켜들거나 둘 중의 하나로.

더욱이 이들 스미스 일행은 생각보다 길게 군부대 아니, 김기정 대통령과 만남을 가졌기에 시간적 여유가 꽤 있었다.

그래서 그 와중에 만난 엄마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

어쨌든 내 정체를 단 한 번도 외부로 드러낸 적이 없으니까.

스미스 일행이 현실에서 보인 능력도 어마어마했고.

하지만 그래서 더 화가 났다.

당연히 엄마가 아닌 스미스 일행에.

별 같잖은 것이 설치는 것은 뭐라 할 생각은 없지만 감히 나를 언급함으로써 평온한 내 주변을 흔들어댔으니까.

“허.... 강아지라. 재밌군. 그나저나 그간 꽁꽁 모습을 감춘 것에 비해 이리 쉽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무래도 명진 소속이라는 뜻인가?”

스미스의 질문.

이 부분에서는 꽤나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스미스의 말대로 그간 보인 내 행보에 비춰보면 그런 의심을 살만한 행동이니까.

그러나 딱히 그 질문에 어떤 답도 하지 않았다.

스미스도 내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는지 곧장 말을 이었고.

“어쨌든 좋아. 나도 귀찮게 일반인은 물론이고 기껏 이만큼 일군 명진이라는 세력을 파괴하지 않아도 되니까. 더군다나 이번에 약속도 했고.”

스미스가 말한 저 약속.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스미스가 직전에 만난 대상이 바로 김기정 대통령이었으니까.

우선 스미스의 그 말에 고개를 좌우고 까딱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좋다니 나도 좋군. 그리고 끝까지 좋았으면 좋겠어. 얼음 감옥!”

파사사삭.

“비겁하게!”

“비겁은 무슨. 그런 말을 하려면 혼자 왔었어야지. 어차피 1대1로 싸워줄 것도 아니면서 개소리는 하지 말자고.”

더군다나 대놓고 나를 죽이겠다는 적.

예의를 차릴 생각은 없었다.

물론 그런 와중에 공격 대상은 저들의 대장 스미스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저쪽은 자신들을 감출 생각이 없어서인지 공개적으로 꽤나 많이 움직였고 그로인해 상당히 많은 정보와 자료를 구할 수 있었다.

당연히 명진 내부의 전략부에서 그 정보와 자료를 토대로 꽤 많은 것을 알아냈고.

그래서 생각보다 저들 5명의 강함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내 얼음 감옥 공격은 그 중에서 가장 약한 다섯 번째인 에런이란 자에게로 향했다.

우선 숫자를 줄이고 봐야 했으니까.

그리고 순식간에 발생한 얼음 감옥에 갇힌 에런을 향해 입을 열었다.

“살얼음. 아이스 레인!”

퍽. 퍽. 퍼퍼버벅. 퍽.

현재 나의 현실 구현률은 33%.

대략 5레벨 스킬까지 사용이 가능했다.

그래서 아이스 필드는 물론이고 광역 스킬 대부분이 사용 불가능 했지만 그래도 상관없었다.

지금 있는 것으로도 충분하니까.

더욱이 7%의 현실 구현률로 0번 구역에서 15번 스테이지까지 갈 수 있었던 근거가 되어준 특성은 항시 적용이 됐고.

하지만.

“솟구쳐라. 불기둥!”

“흔들리는 대지.”

“소환 불의 정령. 대지의 정령. 바람의 정령. 물의 정령.”

퍽. 퍽. 쾅. 쾅.

드르륵. 드르륵.

물론 내 얼음 감옥이 절대 깨지지 않는 그런 완벽한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Revival Legend’ 속의 원래 내 상태도 아니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음 감옥이 생각보다 빠르게 금이 갔다.

특히나 흔들리는 대지에는 살얼음마저 이곳저곳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물론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는 현실.

그런데 오히려 ‘Revival Legend’ 속에서 마주한 여러 대지 계열 마법사가 사용하는 흔들리는 대지보다 더 강력한 위력을 보였다.

우선 그 모습에 당황하지 않고 곧장 하나의 스킬을 더 사용했다.

얼음 감옥이 적들의 공격에 부서져 내리는 꼴을 보는 것은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얼음 폭파!”

쾅.

꽤 빠르게 금이 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형체를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던 얼음 감옥이었기에 터진 즉시 사방으로 크고 날카로운 얼음 덩어리를 흩뿌렸다.

“막아!”

“내 몸은 굳건한 강철이 되리라!”

“대지의 방벽.”

아무래도 스미스 일행은 꽤나 오랫동안 합을 맞춘 것 같았다.

그만큼 움직임이 꽤나 체계적이고 유기적이었다.

더욱이 대지의 방벽에 몸을 맡긴 자는 나에게 공격을 시도했다.

“파이어 스톰.”

“파워샷! 트리플 샷!”

그 모습에 곧장 입을 열었다.

“아이스 쉴드.”

퍽. 퍽. 퍽. 퍽.

‘Revival Legend’ 내에서 거의 사용치 않은 아이스 쉴드를 여전히 내버려 두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현실에서는 꽤나 유용하다는 것.

그리고 그 모습에 스미스가 입을 열었다.

“허... 도대체 아실란테 네놈의 현실 구현률이 몇 퍼센트지? 도대체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더군다나 파이어 스톰을 비롯해 여러 공격을 고작 아이스 쉴드 하나로 막다니...”

물론 아이스 쉴드도 부서지기 직전으로 멀쩡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쨌든 나에게 쏟아진 모든 공격을 막는 데는 성공했다.

그렇기에 스미스가 감탄 섞인 말을 내뱉은 것이고.

그러나 전혀 기쁘지 않았다.

생각보다 스미스 일행의 시너지 효과도 좋았으니까.

그 말인즉슨 이 전투가 꽤나 길어질 수 있다는 뜻이고.

그래서 한껏 거드름을 담아 대답했다.

적에게 내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낼 수는 없으니까.

“1%. 내 현실 구현률은 1%야.”

“크크크. 그렇군. 그나저나 아시란테 너를 지금 당장 죽여야겠다는 내 감을 믿은 것은 정말 다행이야. 그렇지 않다면 나중에 후회를 했을 테니까.”

“그래? 그 후회를 꼭 하게 해줄게. 지금 당장에 말이야.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그 말을 끝내고 다시 한 번 공격을 시도했고 그렇게 다시 격돌이 진행됐다.

퍽. 퍽. 쾅. 쾅.

10분 후.

5 대 1의 싸움 정도는 솔직히 식은 죽 먹기나 마찬가지였다.

수만의 적에 둘러싸여 전투를 벌인 적도 있었고.

하지만 이번 적은 확실히 강했다.

물론 내가 약해진 것도 있지만.

그래도 그간 내가 쌓은 것이 적지는 않기에 5 대 1로 비등비등한 전투를 벌일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이 전투는 ‘Revival Legend’에서 벌어지는 전투와는 명백히 다른 전투였고 그렇기에 차이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내 정체를 감추기 위해 착용한 모자와 마스크 등이 전부 불타고 찢겨져 나갔다는 것.

그리고 그 모습에 스미스가 입을 열었다.

“음... 분명 봤던 얼굴인데...”

“홍주영.”

그 말에 내 입으로 그의 궁금증을 해소해줬다.

물론 불타고 찢겨져 나간 모자와 마스크?

당연히 해결할 방안이 있었다.

바로 코인을 이용해 ‘Revival Legend’ 내의 아이템을 구현 시키는 방법.

‘Revival Legend’ 내의 물품을 현실로 구현 시키면 ‘Revival Legend’ 내에서 그렇듯이 내구도가 달지 않는 한 파괴되지도 사라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현재 코인을 이용해 몸을 가릴 옷 등을 구현을 시켰고.

그리고 이미 이것은 기본 상식이었다.

현실에서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들끼리 전투나 몬스터 처치 등으로 옷을 전부 불태워 홀딱 벗은 몸이 된 것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니까.

“오호. 아시란테가... 명진의 막내 도련님이라.”

“훗. 그냥 막내 도련님은 아니었지. 아, 너는 모르겠군. 이래봬도 꽤 하자가 있는 재벌가의 자재로 소문이 났거든.”

“그런데 왜 정체를 드러낸 거지?”

당연히 스미스도 내가 옷과 바지 등은 코인을 이용해 현실로 구현을 시켰으면서 모자와 마스크는 일부러 구현 시키지 않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다른 것은 다 준비를 했으면서 정작 정체를 감추는데 필수적인 그 두 개를 까먹을 리는 없으니까.

하지만.

“나도 원래는 지금 드러낼 생각은 없었어. 하지만 생각을 바꿨어. 지금 드러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명백하게 숨지 않았다.

그저 정체를 감췄을 뿐.

나를 위해서도 그리고 내 주변을 위해서도.

그리고 최소 1200레벨 까지는 그럴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나뿐만 아니라 나를 찾기 위해 가족들이 있는 명진까지 위협을 받는 상황.

더 이상 감출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솔직히 이제는 정체를 드러내도 주변에 휘둘리지 않을 능력도 있고.

“우선 너희 같은 강자에게 첫 시연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래서 고마워. 두고두고 멋진 모습으로 기억될 수 있게 만들어 줘서.”

그 말과 함께 활성화 시킨 인벤토리에서 한 가지 물품을 꺼내 들었다.

바로 상당한 코인을 들여 사전에 현실로 구현시킨 7강화 희귀 무기.

당연히 6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에 비하면 쓰레기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이스 웨폰. 그리고 블링크.”

[3레벨 아이스 웨폰을 사용하였습니다.

: 7강화 날렵하게 날이 선 장검에 차가운 얼음의 기운이 깃듭니다.]

그렇게 아시란테가 아닌 홍주영으로 첫 전투를 시작했다.

< 홍주영 (1). > 끝

< 홍주영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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