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162화 (162/271)

162화. 스미스 (2).

1500레벨 사냥터.

쿵. 쿵.

열쇠를 이용해 한 달간 남들보다 먼저 사냥을 했던 그곳도 그랬지만 대한민국 구역에 모습을 드러낸 1500레벨 사냥터도 거대한 덩치를 가진 몬스터들이 등장했다.

물론 그것은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거대한 덩치에 맞지 않게 녀석들이 무척이나 날렵하다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거대한 덩치에 맞지 않게 날렵한 대신 역시나 거대한 덩치에 맞지 않게 허약하기라도 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건 또 덩치에 맞게 엄청 튼튼했다.

특히나 이곳에 등장하는 몬스터인 일명 골렘의 진화형이라 할 수 있는 타이탄이라 불리는 이 녀석들은 더더욱.

그래서 그런지 1500레벨 사냥터에 들어서고 세이프티 구역을 빠져 나오자마자 하나의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젠장! 뚫리지 말라고!”

“일점사. 무조건 한 마리씩 공격을 한다! 공격이 분산되면 더 어렵다!”

“네!”

“포이즌 애로우.”

“터지는 화염.”

“내 그림자는 풀지 못할 끈이 되리라. 그림자 결박!”

:

:

“소환. 바람의 정령. 바람의 정령.”

“내 공격은 모든 것을 부순다. 거인의 일격!”

“3시! 3시가 비잖아! 탱커는 자리를 지키고 힐러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라! 자신의 전담 탱커가 생명력이 빠질 기미가 보이면 우선 힐부터 넣고 보라고!”

“네. 알겠습니다. 그레이트 힐.”

“메가 힐.”

물론 막 밀리는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기엔 대성&구산 연합이 적은 숫자도 아니었고.

하지만 분명 위태위태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가뜩이나 인식 범위가 그전에 비해 월등히 높은 몬스터가 이놈들인데 대성&구산의 인원이 워낙 많다보니 아무리 일점사를 한다 해도 모여드는 몬스터 숫자가 더 늘어만 갔다.

그래서인지 그때.

“크억!”

“젠장! 뚫리면 어떻게 해!”

“씨팔. 뚫리고 싶어서 뚫리는 사람이 어디 있어! 저놈의 스킬 공격이 너무 빠르니까 그렇지.”

“그래도 그걸 막는 것이 탱커의 역할이잖아!”

“젠장!”

1200레벨 몬스터였던 교활한 뱀파이어도 피의 저주를 시작해 피의 폭발이나 흡혈 등의 스킬 공격을 퍼부었다.

그리고 여기 1500레벨 사냥터에 등장하는 타이탄들도 간간히 스킬 공격을 퍼부었다.

그것도 하필이면 대지의 분노라는 원거리 공격을.

물론 타이탄들이 그 공격을 시도하기 전에 탱커들이 도발 등을 시전하거나 시선을 자신에게 끌면 되긴 하겠지만 대뜸 1500레벨 몬스터를 상대로 그런 컨트롤을 보이기에는 미숙 아니, 능력이 부족해 보였다.

즉, 전적으로 탱커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어 보였다.

상대방에게 자신이 가진 능력 이상을 끌어내라고 종용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종용 하다해도 되는 것도 아니고.

우선 그 모습에 3일 이상을 이곳을 들락날락 하며 나름대로 안면을 익힌 사이기에 앞으로 조금 움직여 타이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아이스 스피어.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퍽. 퍽. 퍼버버벅. 퍽.

아이스 스피어와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를 사용 후에는 곧장 아이스 볼과 아이스 볼트를 연달아 사용했다.

물론 내 주종목은 광역 스킬.

특히나 단일 스킬인 ‘징벌: 아이스’ 보다 아이스 토네이도를 선택함으로써 그런 나의 성향을 더더욱 광역 쪽으로 두드러졌다.

하지만 대성&구산과는 같은 길드도 같은 파티도 아니기에 대미지와 범위 등 모든 영역에 걸쳐 남다른 위력을 발휘하는 광역 스킬을 쓸 수가 없었다.

아무리 좋은 의도로 도움을 준다 해도 단 1의 피해라도 끼치게 되면 결국 그 의미가 퇴색되는 법이니까.

그리고 솔직히 이정도면 충분했다.

대미지는 물론이고 이제는 아이스 볼과 아이스 볼트뿐만 아니라 아이스 스피어와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마저 거의 쿨타임이 없다시피 했으니까.

여하튼 그렇게 쉼 없이 쏟아낸 공격.

그래서인지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대충 시야에 놓인 타이탄 무리를 전부 처리하는 것이 가능했다.

더욱이 일부러 막타를 노리지 않았다.

대성&구산 측도 현재 진행되는 이벤트를 모르지 않을 테니까.

그러자 어정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대성&구산 연합 측.

그들의 그런 모습에 칭찬을 받으려 한 것이 아니기에 그냥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얼추 상당한 간격이 발생하자 마음 편히 사냥을 하기 위해서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사용해서 더 멀리 움직였다.

감히 내 뒤를 쫓을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그 후?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이제는 거의 습관적으로 사용한다고 봐도 될 스킬들.

하지만 여기서는 꽤나 유익했다.

왜냐하면.

[대지의 분노!]

[대지의 분노!]

타이탄들의 직접 적인 공격 말고도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스킬.

그리고 그 스킬 이름이 말해주듯이 땅에 꽤나 큰 폭발을 발생시키는 스킬이었다.

대체적으로 딜러나 힐러, 서포터에게는 꽤나 위협적일 정도로.

그러나 현재 내가 밟고 있는 땅과 그 주변은 살얼음이 중첩된 아이스 필드가 깔려져 있었다.

쾅. 쾅. 쾅.

그래서인지 아이스 필드를 박살낼 정도로 요란한 폭발이 일었지만 결국 그 어떠한 대지의 분노도 내 아이스 필드를 박살내지 못했다.

물론 솔직히 직접적으로 그 공격에 당해도 상관없기는 했다.

내 체력과 정신력 거기에 생명력은 단순히 높다는 수준을 진즉에 넘어섰으니까.

하지만 어쨌든 상대방의 공격을 원천봉쇄 했다는 사실에는 기분은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짓고 곧장 블리자드와 아이스 스톰 등을 퍼부었다.

퍽. 퍽. 쾅. 쾅.

물론 누가 1500레벨 몬스터가 아니랄까봐 녀석들도 반항을 했다.

멀찍이에 있는 놈은 대지의 분노를 사용하고 근처에 있는 놈들은 나에게 거대한 주먹을 날림으로써.

그러나 1500레벨 몬스터를 이번에 처음 상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한 달 전부터 상대를 해왔고 충분히 아니, 수월하게 상대할 수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그런지 악착같이 반항하던 녀석들도 결국 내 블리자드를 비롯한 아이스 계열의 공격에 하나둘씩 쓰러졌다.

그와 함께 전에 울리지 않았던 메시지들이 울렸다.

바로.

[1500레벨 몬스터를 처치하였습니다.

-3포인트를 획득합니다.]

[1500레벨 몬스터를 처치하였습니다.

-3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크으.”

포인트를 획득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에 순간 나도 모르게 작은 기쁨의 탄성을 터트렸다.

특히나 그전의 다른 퀘스트나 이벤트와 달리 이것은 시급한 과제인 레벨을 올리면서 저절로 획득하는 부산물과 같은 것이기에 더더욱.

“좋아!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보라면 잡아 봐야지!”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곧장 다른 타이탄 무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홍주영이 열심히 사냥을 하는 사이.

호주 시드니.

“대장. 굳이 지금 갈 필요가 있어? 지금은 이벤트를 하고 있잖아.”

스미스와 함께 움직이는 5인조 중에서 유일한 여자이자 셋째로 불리는 줄리아가 스미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런 줄리아의 질문에 스미스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지금 가야한다. 아시란테 그놈은 이번 이벤트에서 상위권 아니, 분명 1등을 할 테니까. 그럼 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강해질 테고.”

스미스의 대답.

하지만 스미스의 그 대답에 썩 동의하기 어려운지 줄리아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놈이 아무리 강해져도 현실 구현률을 우리만큼 올리지 못하니까 상관없지 않아?”

“그래. 다른 놈이라면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상대는 아시란테다. 미리 싹을 제거할 수 있을 때 제거해야 한다. 더 이상 크지 못하도록 완벽하게.”

“대장님. 아시란테 그놈을 너무 과대평가 하는 것 아닙니까? 물론 그놈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Revival Legend’ 내에서의 일. 현실에서는 우리보다 절대 강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물론이고 먼 미래에도요.”

이번에는 넷째 존까지 한마디 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스미스의 말.

“이미 결정을 내렸다. 그렇기에 아시란테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이고. 그러니 여기서 빠질 인원은 지금 말해라.”

“.......”

“.......”

“.......”

그 말에 모두들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미 자신들은 스미스를 따르기로 맹세를 했고 그렇기에 현재 상당히 많은 이득을 챙기고 있으니까.

남들은 1%도 올리기 어려운 현실 구현률을 120~180% 사이까지 올림으로써.

여하튼 확고한 결단을 내린 것 같은 스미스의 모습에 모두들 한마디씩 했다.

“에이. 대장님. 우리는 한 몸 아니겠습니까?”

“맞아요. 대장.”

그렇게 스미스를 필두로 둘째 슈미트, 셋째 줄리아, 넷째 존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섯째 에런까지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전 세계적으로 시선을 잡아 당겼다.

애초에 스미스 일행이 몸을 숨긴 채 이동하지 않았을뿐더러 그들은 이미 아시란테에게 선전포고나 마찬가지인 말을 한 상태니까.

‘Revival Legend’ 내에서 첫손에 꼽히는 절대 강자를 상대로.

미국 뉴욕.

홀드렛지 총본부.

약간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다른 곳은 몰라도 홀드렛지와 샤이페 거기에 미국 정부는 몬스터뿐만 아니라 NPC라 불리는 존재가 적으로 등장한다는 것을 아니까.

그리고 NPC 중에는 4000레벨도 5000레벨도 넘는 존재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스미스 일행과 아시란테가 격돌하면 어떤 모습이 그려지겠나? 물론 현실에서 말이야.”

그런데 그때 상석에 앉은 최고 간부 5인 중에 한명이 입을 열었고 그러자 소란스런 회의장에 침묵이 자리했다.

우선 그 질문에 침묵은 꽤 길었다.

그러다 정보부 수장인 어스틴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선 아시란테의 강함은 오로지 ‘Revival Legend’ 내에서의 이야기입니다. 더군다나 아시란테는 후발 주자였고 그로인해 그간 그가 진행한 300레벨, 500레벨 한정 퀘스트로 레벨 추정이 대략적으로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그걸 감안했을 때 현재 아시란테의 레벨은 1200레벨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는 것은?”

“네. 스미스 일행이 이길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이기는 것이 당연합니다. 스미스는 물론이고 그자와 함께 움직이는 자들은 현실 구현률이... 추정 불가니까요. 한편으로는 오히려 아시란테보다 그들이 더 이해 불가능한 존재들입니다.”

“흠...”

“음.”

어스틴의 말에 홀드렛지 회의실 내부에 약간 어수선해졌다.

아시란테의 존재도 뜬금없었지만 더 뜬금없는 것이 이번 스미스를 포함한 5명의 존재니까.

특히나 스미스를 포함한 5명이 보여준 능력은 현실에서의 능력.

결국 ‘Revival Legend’에서 악착같이 노력하는 이유가 현실에서 그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였기에 홀드렛지는 스미스 일행에게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 소란스러움을 파괴하는 소리가 최고 간분 5명 내에서 터져 나왔다.

“그럼 이대로 내버려 둬야 하나?”

“그건...”

정보부 수장 어스틴은 이번에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시란테는 NPC라는 대상을 확인하고 홀드렛지가 가장 유심히 살펴보던 존재였으니까.

우선 그렇게 홀드렛지는 회의를 계속 진행해갔고 결국 답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답을 찾지 못했을 뿐 앞으로 해야 할 행동은 전했다.

명진에 연락해 도망을 치라고.

그와 함께 스미스 일행에게도 연락을 취했다.

스미스 일행은 품을 가치가 있는 존재들이니까.

대한민국 서울.

과거처럼 수많은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것은 힘들어 졌지만 그래도 이미 자신들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스미스 일행을 호주에서 대한민국 서울로 이동시키는 데는 전혀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서울 땅을 밟은 셋째 줄리아가 먼저 스미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대장 그럼 어떻게 할 거야?”

“강원도. 강원도로 갈 것이다. 그곳에 현재 아시란테가 몸담고 있는 명진이 있는 곳이니까.”

“만약에 아시란테가 안 나온다면?”

“명진을... 박살내야지.”

“보니까 아시란테 그놈이 박쥐처럼 이곳저곳 옮겨 다녔다던데... 미리 도망쳤을 수도 있잖아.”

“상관없다. 어쨌든 아시란테에 관해 드러난 정보가 전혀 없기에 결국 그전의 행적을 뒤쫓을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발생하는 피해는 전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아시란테에게 있는 거고.”

스미스는 왠지 지금 아시란테를 죽이지 않으면 나중에 극심한 후회를 할 것 같다는 예감에 얼마간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번 기회에 무조건 아시란테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그 예감으로 받아들인 퀘스트로 이런 엄청난 특성을 얻기도 했고.

여하튼 그렇게 강원도로 이동하던 스미스 일행.

그러다가 마주칠 수 있었다.

바로 군부대를.

그래서 스미스는 물론이고 나머지 4명은 전투 준비를 했다.

분명 자신들은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인재를 공격 아니, 죽이러 온 적이니까.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 정부는 여러분을 적극적으로 환영합니다.”

스미스 일행은 생각과 다른 환대를 받았다.

< 162화. 스미스 (2). > 끝

< 홍주영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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