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화. 스미스 (1).
당연하지만 저들의 영상을 봤다.
그리고 솔직히 많이 놀랐다.
분명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1200레벨 특권 미리보기’로 현재 가장 높은 현실 구현률이 몇 퍼센트인지 알고 있으니까.
바로 33%.
한 달간 그곳에서 사냥을 하는 와중에도 습관처럼 종종 현실 구현률 업그레이드를 시도했고 최종적으로 직전의 28%에서 33%까지 올리는 것이 가능했다.
그 말인즉슨 현재 가장 높은 수치의 현실 구현률은 33%라는 뜻이고 결국 저들도 최대로 많이 쳐줘야 33%여야 했다.
그런데 도저히 33%로 보이지 않았다.
만약 현실에서 저 정도 수준이 33%라면 어쩌면 ‘Revival Legend’ 내에서의 능력이 나와 비등 아니, 확실히 비등까지는 아니더라도 세계적으로 소문이 나야 정상인 수준이니까.
마치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하지만 생전 처음 보는 자들.
특히나 나뿐만 아니라 명진 내부적으로도 그리고 미래나 투갈 길드 등에서도 생전 처음 보는 자들이라고 했다.
물론 거기까지는 충분히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분명 세상은 넓고 숨겨진 능력자가 없으리라는 법은 없으니까.
가령 처음 벽을 뚫고 나를 0번 구역으로 보내버린 파블로를 시작해 최근에는 오이형제까지.
하지만 정확히 콕 집어 나를 지목함으로써 이제는 그러려니 할 수 없는 일이 돼버렸다.
그래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어쩌면... 생각보다 큰 아니, 큰 것이 아니라 치열한 싸움이 벌어질 수 있겠네요.”
“.......”
“.......”
“.......”
영상속의 스미스라 불리는 자는 적의라는 것을 숨기지 않았고 나도 그것을 모를 정도로 눈치가 없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명백하게 그 적의는 단순히 누가 강한지 겨뤄보자는 그런 수준이 아니었고.
그리고 내 말에 그 누구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아 모두 나와 똑같이 느낀 것 같았다.
다음날.
교활한 뱀파이어 주둔지.
퍽. 퍽. 쾅. 쾅.
항상 하던 대로 사냥을 이어갔다.
물론 혹시나 해서 확인도 해봤다.
[현재 ‘1200레벨 특권-현실 구현’을 보유한 자의 최대 구현률이 33%입니다.
-lumen, 아시란테님은 현재 ‘1200레벨 특권-현실 구현’을 미리보기로 사용 중입니다.
실질적으로 1200레벨을 달성하여 특권을 획득하기 전까지는 최대 구현률 보유자 이상의 현실 구현률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역시나였다.
‘흐음... 그럼 특성 같은 건가?’
이미 별별 특성이 다 있다는 것을 알기에 다음으로 의심이 가는 것은 아무래도 특성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떤 특성인지 감이 잡히지는 않았다.
“좋아. 결국 오면 알게 되겠지. 자신의 입으로 찾아온다고 했으니까.”
내가 먼저 스미스를 찾아 가는 것?
찾아갈 생각은 없다.
굳이 내가 그래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반대로 피할 생각도 없다.
더군다나 내가 피한다 해도 왠지 내가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꼬장 아닌 꼬장을 피울 것 같기도 했고.
그리고 33%의 현실 구현률이지만 자신 있었다.
33%의 밑바탕이 되어줄 내 기본 베이스는 결코 낮지 않으니까.
여하튼 그렇게 열심히 사냥을 지속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사냥터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었다.
명진 쉘터 3층 서재실.
“1300레벨 사냥터는 일본 구역에 1400레벨 사냥터는 몽골 구역 그리고 1500레벨 사냥터는 한국 구역에서 발견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석인수 실장의 보고에 아빠가 한마디 말을 내뱉었다.
“그럼 결국 1300레벨 사냥터는 물 건너갔고 노릴 것은 몽골의 1400레벨 사냥터 인가?”
“네. 1300레벨 이상의 사냥터부터는 그 전 레벨의 사냥터보다 훨씬 크지만 일본 미쓰야 길드는 절대 양보나 배려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나 저희에게는 더더욱요.”
확실히 석인수 실장의 말대로 어쩌다보니 일본 미쓰야 길드와는 치열한 경쟁 상대가 돼버렸다.
더군다나 자신의 영역에 등장한 1300레벨 사냥터.
일본 미쓰야 길드는 죽었다 깨도 절대로 그곳을 함께 나누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나는 좋았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1500레벨 사냥터에서 사냥을 해봤고 충분히 나 혼자서 사냥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 했다.
그리고 그때 내 표정을 확인했는지 아빠가 한마디 했다.
“그래? 어쩌면 더 다행일지도 모르군. 그럼 1500레벨 사냥터부터 빠르게 확보를 한다. 아마 미래 길드와 공조를 해서 움직이면 대성이나 구산 거기에 대유는 어쩌지 못할 것이다. 그 후 모든 전력을 몽골로 이동해 1400레벨 사냥터를 장악하는데 힘쓴다. 물론 완벽하게 장악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최소 50% 이
상의 기득권은 차지하는 쪽으로 움직인다.”
“네!”
“알겠습니다!”
아빠의 말에 그렇게 차후 움직일 방향이 결정됐다.
그러다 아빠가 나를 보고 입을 열었다.
“주영이 너는 우선 1500레벨 사냥터를 장악하면 그곳에서 사냥을 해라. 최대한 너의 손을 빌리지 않도록 움직이겠다. 물론 몽골의 1400레벨 사냥터 확보에 부득이 무력시위가 필요하다면 너를 부르겠지만.”
“네. 알겠습니다.”
호주의 스미스란 자가 나에게 한 선전포고를 아빠도 같이 봤기에 어떤 의미로 하는 말인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별다른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다음날 곧장 미래 길드와 함께 1500레벨 사냥터로 이동했다.
1500레벨 사냥터 앞.
미래 길드와 연합을 함으로써 확실히 대한민국 내에서는 명진&미래 연합이 원톱이긴 했지만 그래도 대성과 구산 연합도 그렇게 호락호락한 존재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거기에는 이미 대성&구산 연합이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사전에 그런 상황을 알고는 있었다.
어쨌든 이곳은 대한민국의 영역이고 그만큼 대성&구산 연합의 눈을 피하기는 어려웠으니까.
그렇다고 서로 1500레벨 사냥터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
당연히 할 생각은 없었다.
왜냐하면 이미 1500레벨 사냥터 수준을 파악했다.
거기에 아무리 1명의 힐러에 서포터는 아예 없었다지만 1300레벨 사냥터에서도 위태위태했던 것이 명진과 미래, 투갈 길드의 에이스들이었고.
그런데 대성&구산 연합이 당장 1300, 1400레벨 사냥터는 건너뛰고 곧장 1500레벨 사냥터에서 사냥을 한다?
물론 되긴 될 것이다.
대성&구산 연합은 엄청난 숫자에 당연히 많은 힐러와 서포터를 포함 시킬 테니까.
하지만 사냥이 숫자만 많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경험치는 물론이고 워낙 숫자가 많다보니 들인 노력 대비 얻는 것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사냥터처럼 효율성을 위해 적은 아니, 적정 숫자로 움직인다 하더라도 여기가 1500레벨 사냥터라는 것을 감안하면 분명 몰살당할 가능성이 있었고.
그리고 1300레벨 사냥터부터 엄청나게 증가한 사망 페널티를 경험하면 결국 대성&구산 연합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계륵이라고.
아니, 계륵 수준이 아니라 못 먹는 감이라고.
그래서 내가 아예 내버려 두자고 했다.
더욱이 위와 같은 이유가 아니더라도 굳이 대성&구산 연합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대성&구산 연합은 1200레벨 달성에 눈이 멀어 어떠한 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는 나와 달리 나에게 선전포고를 했지만 어쨌든 몬스터를 처치하고 사람들을 구한 호주의 스미스 일행처럼 분명 사회 유지에 어느 정도 일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1200레벨 달성에 눈이 멀었지만 그렇다고 목표로 한 1200레벨을 달성한다 하더라도 다수의 생존을 위해 움직일 생각은 없다.
분명 1200레벨이 끝이 아니고 결정적으로 내 울타리는 그렇게 크지 않으니까.
하지만 내 울타리가 작다고 남의 울타리까지 부술 생각은 없다.
오히려 내 범위 안에서 조금씩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도움을 줘서 그 울타리를 유지 시키고 싶었다.
여하튼 그런 내 의견을 아빠는 받아들였고 사전에 미래 길드와 입을 맞춘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미리 이곳에 진을 치고 있던 대성&구산 연합에서 대성의 김정한 회장이 앞쪽으로 걸어 나와 입을 열었다.
“이미 이곳은 우리 대성&구산 연합이 먼저 왔다네. 물론 그것만으로 이곳을 우리가 완전히 소유하겠다는 뜻은 아닐세. 다만 우리의 기득권은 보장 받아야겠네.”
무척이나 소극적인 자세.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분명 일본 미쓰야 길드의 진출을 명진&미래 연합의 힘만으로 완벽하게 막아냈고 최근에는 지켜본 자들이 워낙 많았기에 새로운 사냥터를 공개한 뛰어난 탐사대가 우리 명진&미래 연합이라는 것이 전세계에 소문이 났다.
그렇기에 김정한 회장의 저자세는 충분히 이해가 됐다.
그 후 김정한 회장의 그 말에 아빠도 살짝 앞으로 몸을 빼고서 곧장 입을 열었다.
“저희 쪽도 고작 사냥터 하나를 두고 오랫동안 얼굴을 봐온 사이에 아웅다웅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서로 50%씩 기득권을 갖기로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좋네.”
아빠의 너무나도 쿨한 양보 아닌 양보를 생각지 못했던지 김정한 회장은 약간 말을 더듬으며 대답을 했다.
그리고 이것으로 충분했다.
분명 지금은 1500레벨 사냥터는 매력적이지 않은 사냥터니까.
하지만 나중에는 무척이나 가치 있는 사냥터로 변할 거라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그때 까지만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몽골 1400레벨 사냥터 앞.
원래는 나는 오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미쓰야 길드의 류세치 회장이 직접 이동 중이라는 말에 나도 곧장 텔레포트 존을 이용해 명진과 미래 길드 거기에 투갈 길드가 자리한 곳으로 곧장 움직였다.
그 자리에 내가 있다는 것만으로 분명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 위압감을 주는 것은 확실했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미쓰야 길드원들과 모습을 드러낸 류세치 회장은 곧장 나에게 시선을 던졌다.
“.......”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마주했다.
그로인한 잠깐의 정적.
하지만 먼저 시선을 돌린 것은 류세치 회장이었다.
그 후 곧장 아빠를 향해 입을 열었다.
“50 대 50.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나?”
애초에 아빠를 필두로 미래 길드와 투갈 길드의 수뇌부에서 정한 마지노선이 딱 거기였다.
물론 이미 1300레벨 사냥터를 확보한 미쓰야 길드지만 그렇게 따지면 이쪽은 아무리 대성&구산 연합과 공동이라 하더라도 1500레벨 사냥터를 확보한 상태였다.
그렇다고 1400레벨 사냥터를 놔두고 미쓰야 길드와 싸우는 것은 손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미쓰야 길드와 싸우는 것은 결국 일본 전부와 싸운다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하루 이틀로 끝날 싸움이 아니게 되니까.
분명 지금은 더 성장을 해야 하는 시기이고 했고.
“좋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그래서 아빠도 곧장 수긍을 했고 그렇게 새롭게 등장한 사냥터를 두고 모든 일이 일단락 됐다.
그 후 나는 곧장 1500레벨 사냥터로 이동했다.
3일 후.
여전히 나에게 선전포고를 한 스미스 일행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메시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모든 구역에 새로운 사냥터가 전부 공개가 됐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사냥터를 기념하여 이벤트가 진행됩니다.
: 1300레벨 사냥터의 몬스터 1마리 처치시 1점 획득.
: 1400레벨 사냥터의 몬스터 1마리 처치시 2점 획득.
: 1500레벨 사냥터의 몬스터 1마리 처치시 3점 획득.
파티 사냥으로 다수가 여러 공격을 집어넣었다 하더라도 마지막 타격을 집어넣은 사람만 점수를 획득합니다.
-이벤트 기간은 총 10일이며 이벤트 기간 동안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한 순서대로 1위에서 10위까지 보상이 주어집니다.]
“호오.”
메시지를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봐도 나를 위한 이벤트니까.
그날 저녁.
평소처럼 가족 모두가 식탁에 둘러 앉아 저녁밥을 먹었다.
그와 함께 이야기의 주제는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메시지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울렸고 그 말인즉슨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진행이 된다는 뜻이니까.
“어차피 주영이 너는 1500레벨 사냥터에서 사냥을 했으니까 쭉 하면 되겠네? 점수도 거기가 가장 높으니까.”
“응.”
누나의 질문에 간략하게 대답을 했다.
그러다 이번에는 형이 질문을 던졌다.
“대성과 구산 연합은?”
“우선 워낙 거기가 넓기도 하고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숨기기 위해서 안쪽 깊숙한 곳에서 사냥을 해서 자주 마주치지는 못했는데 그래도 꽤나 많이 죽은 것 같아. 그래서 그런지 처음과 달리 오늘 아침에 확인 했을 때는 꽤나 숫자가 줄어있었고.”
예상하기는 했지만 역시나 경험도 없이 1400대 아니고 처음부터 1500레벨 사냥터에서 사냥을 한다는 것이 대성&구산 연합에게 꽤 무리였던 것 같았다.
그리고 대답을 끝내자마자 형에게 내가 질문을 던졌다.
“그 스미스 일행은?”
현재 명진 내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은 나를 향해 선전포고를 한 스미스 일행이었다.
분명 명진의 직계이고 그것을 떠나 분명 내 존재는 절대 가볍지 않으니까.
그래서 스미스 일행의 움직임을 형과 석인수 실장이 직접 챙기고 있었다.
“아직. 어쩌면 이번 이벤트 때문에 당분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지도 모르고. 그러니 주영이 너는 너무 걱정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해.”
나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아빠는 물론이고 엄마, 형, 누나 거기에 석인수 실장 등은 꽤나 걱정을 하는 눈치였다.
더군다나 상대는 스미스라 자신을 밝힌 자 딱 1명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 자를 포함해 총 5명.
물론 나도 그 5명이 최소한 이벤트가 종료되는 10일 뒤에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두려워서가 아니라 이번 이벤트 같은 경우는 원래 사냥을 하던 곳에서 쭉 사냥만 하면 되는 꿩 먹고 알 먹는 그런 이벤트였으니까.
당연히 1등은 식은 죽 먹기였고.
하지만 상황은 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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