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화. 뛰어난 버스기사.
[초절정미녀 : 너 다른 사람이랑 같이 사냥해본 적 한 번도 없지?]
[lumen : .......]
누나의 말대로 지금껏 다른 사람과 같이 사냥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나 혼자 먹기도 부족한 경험치를 괜히 파티를 해서 나눌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파티를 통해 같이 사냥을 해야 할 정도로 벽을 느끼게 만든 사냥터도 없었고.
‘상태창 확인.’
우선 누나에게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상태창부터 열었다.
그러자 어제 18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가 투자된 상태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력 1800, 체력 1800, 정신력 900이 증가된 상태창.
그런데 단 하루만에 1300, 1400, 1500레벨의 사냥터와 나 혼자서 물음표로 이뤄진 사냥터에 입장했다는 이유 하나로 모든 스탯포인트가 총 600씩이나 증가했다.
당연히 그것들은 호칭에 붙은 모든 스탯포인트처럼 아이템이나 스킬로 인한 증가가 아니기에 동반 성장의 페널티가 적용이 되지 않았고.
즉, 고작 하루 만에 또다시 힘, 민첩, 체력, 정신력, 지력이 전부 600씩 증가했다.
물론 여기에 있는 모두도 나만큼은 아니지만 모든 스탯포인트가 300개씩 증가하기는 했다.
하지만 동반 성장을 보유하고서 이런 잔여 스탯포인트를 밥 먹듯이 얻어온 나와는 크나큰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후. 내가 정말 강하긴 하구나.’
아무래도 항상 혼자 움직이고 그간 이런 상태창을 쭉 봐왔기에 나도 모르게 여기에 익숙해진 것 같았다.
더군다나 직전에는 지금의 나보다 더 강력했던 별자리 사냥꾼으로 움직여도 봤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최소한 여기서 수월하게 사냥을 할 줄 알았다.
특히나 이곳에 있는 자들은 일반 유저가 아니기도 했고.
“흠. 흠.”
우선 작게 헛기침을 토해냈다.
분명 의도치는 않았지만 잘난 척을 했고 굳이 그 잘난 척이 아니더라도 듣는 입장에서는 ‘이런 것도 못해?’라는 마치 내가 깔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사과의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오히려 목소리에 힘을 주고 말을 내뱉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정확히 한 달. 그 한 달 뒤에는 1300레벨 이상의 사냥터에 대한 독점도 깨지고 현재 받고 있는 골덴링이나 아이템, 코인 등의 2배 버프도 사라집니다. 그렇기에 제가 리드하겠습니다. 저는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을 하고 싶으니까요.”
이 ‘Revival Legend’는 여타 다른 게임같이 단순히 즐기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게임이 아니다.
명백하게 생존이 걸린 게임이었다.
그렇기에 애초부터 하하호호 하면서 즐겁게 파티 사냥을 즐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하나씩 손발을 맞춰가며 느긋하게 사냥을 할 생각도 없고.
물론 그럴 바에 나 혼자서 하면 되지 않겠냐 싶겠지만은 여기에는 아빠, 엄마를 비롯해 형과 누나까지 내 가족들이 있었다.
거기에 내가 몸담고 있는 명진에 충성심으로 똘똘 뭉친 자들도 있었고.
그렇기에 내가 약간 늦게 가더라도 이들을 버릴 생각은 없다.
가는 데까지는 악착같이 끌고 갈 생각이었다.
“.......”
“.......”
“.......”
우선 내 선전포고와도 같은 말에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가 입을 열었다.
홍주영 혹은 lumen이 아닌 아시란테인 나에게.
“좋습니다. 한 달간 모든 지휘를 아시란테님에게 맡기겠습니다. 아니, 부탁드리겠습니다.”
고작 1300레벨 사냥터에 위태위태한 모습을 보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에 당연히 이 부분은 아빠와 사전에 이야기가 된 부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빠는 그런 내 말에 별다른 반박 없이 지휘권을 넘겼다.
물론 아빠의 그런 행동이 이해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게 더 이득이니까.
말인즉슨 여기에 있는 20명중 나를 포함해 명진이 총 14명.
결국 내 지휘에 따라 악착같이 움직여 경험치든 아이템이든 코인이든 하물며 보스를 처치하고 얻는 잔여 스탯포인트든 획득하는 대부분이 명진 차지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명진의 수장인 아빠로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기회였고.
여하튼 아빠의 그 말에 따로 반발을 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고 그렇게 지휘권을 내가 챙겼다.
그 후 딱 한마디만 했다.
“어떻게든 저를 따라오세요. 도움이나 배려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목표는 이곳의 보스 몬스터니까요. 단, 한명의 힐러는... 꼭 챙기시고요.”
아무래도 아빠, 형, 누나는 잘 따라올 것이다.
아니, 대체적으로 다른 자들도 따라오는 데에는 크나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는 챙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듯이 얼굴을 무표정으로 하고서 힐러를 챙기라는 말을 했다.
그러고서 곧장 몸을 뒤로 돌리고 크로커다일 무리로 파고들었다.
“크어엉!”
“크앙!”
일반적인 악어들의 생김새가 다 그렇듯 이 녀석들도 거대한 덩치에 맞지 않게 짧은 다리로 무척이나 굼떠보였지만 그 생김새와 달리 무척이나 날쌨다.
특히 공격을 위해 주둥이를 바짝 내밀며 달려드는 속도는 어지간한 몬스터는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빠름을 자랑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좋았다.
녀석들을 모으기 위해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지 않아도 나를 향해 빠르게 모여들었으니까.
당연히 제 죽을 자리인지도 모르고.
그 후 얼추 녀석들이 모이자 아이스 필드와 살얼음을 사용하여 얼음의 대지를 만들었다.
그 다음에는 9레벨 블리자드와 아이스 레인을 사용했다.
일부러 아이스 토네이도는 사용치 않았다.
아이스 토네이도는 블리자드와 함께 쌍두마차에 가까운 스킬이고 쿨타임을 감안해 한 번에 같이 쓰는 것보다 따로따로 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니까.
물론 그렇게 블리자드와 아이스 레인을 사용하고 멍하게 있지는 않았다.
“아이스 웨폰.”
[3레벨 아이스 웨폰을 사용하였습니다.
: 6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에 차가운 얼음의 기운이 깃듭니다.]
푹. 푹.
“크어엉!”
“크앙!”
5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일때도 어마어마한 위력을 발휘했다.
그런데 현재는 6강화.
더군다나 얼음황제 수호검에는 기본적으로 3레벨 아이스 웨폰이 내장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사용자가 사용하는 아이스 웨폰이 중첩이 됐고.
즉, 원래 3레벨이 맥스인 아이스 웨폰 스킬이 현재는 6레벨이 된 상황.
그래서인지 내가 내지르는 6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에 피격당한 크로커다일들은 하나같이 고통에 찬 울부짖음을 내질렀다.
피격당한 부위에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얼음덩어리는 덤이었고.
여하튼 수월하게 15마리가 넘는 크로커다일들을 정리하고 곧장 앞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이번에는 20마리가 넘는 크로커다일들을 모았다.
물론 아직 9레벨 블리자드는 당연했고 7레벨로 업그레이드 된 아이스 필드의 쿨타임이 돌아오지 않은 상황.
하지만 상관없었다.
3레벨 스킬인 살얼음은 이미 쿨타임이 돌아왔고 그 정도만으로도 약하긴 했지만 얼음의 대지를 만드는 데는 충분했으니까.
그 후 곧장 아껴둔 스킬을 사용했다.
“아이스 토네이도!”
휘이이잉.
퍼버벅. 퍼버버벅.
순간 녀석들 중심에 발생한 얼음 회오리.
거기에 돌풍까지 발생함으로써 녀석들을 점차 한 가운데도 뭉치게 만들었다.
그래서 예전에는 쏠쏠한 재미를 봤지만 요즘에는 잘 사용치 않은 스킬을 사용했다.
바로.
“아이스 웨이브!”
쩌저저정!
분명 광역 스킬이긴 하지만 넓지 않은 범위를 가진 스킬.
하지만 대미지는 확실했다.
그렇기에 미래 길드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서 일본 유저를 학살하는데 톡톡한 역할을 했고.
더군다나 이번에는 주변의 것을 잡아당기는 돌풍으로 인해 한데 뭉친 크로커다일들.
아이스 웨이브를 사용할 완벽한 환경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굳이 다른 스킬을 사용치 않고 녀석들 근처로 다가가 6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을 연신 내질렀다.
끊임없는 사냥을 위해서는 쿨타임을 감안한 적절한 스킬 분배가 필수니까.
푹. 푹.
물론 얼음황제 수호검을 내지른다고 근처까지 움직인 나를 향해 크로커다일들은 이때다 싶어 악착같이 공격을 시도했다.
그 몇몇 공격들 중에서 성공한 것도 있었고.
하지만.
“설마 고무 이빨인가?”
크고 뾰족했지만 그것에 아파하고 피하기에는 내 생명력과 체력이 너무나 높았다.
여하튼 그전과 달리 특별히 무언가가 필요치 않은 사냥터.
그래서 평소 하던 대로 사냥을 했다.
아시란테 뒤쪽.
“.......”
“.......”
“.......”
아시란테가 자신만 쫓아오라고 내뱉은 말.
더러는 그저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내뱉은 말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아는 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더군다나 몇몇 딜러는 아시란테를 돕기 위해 움직이기도 했지만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열심히 자신을 쫓아오라는 아시란테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빠르게 안 것처럼 역시나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아시란테를 돕는 거라는 것을 빠르게 알았으니까.
물론 그들도 할 일은 있었다.
바로 아시란테가 쓸고 간 자리에 남겨진 골덴링과 몇몇 잡템 거기에 코인을 줍는 것.
특히나 코인을 줍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교환이 안되기에 아니, 고작 1코인을 교환하기 위해서는 100만 골덴링이 필요했기에 누가 줍느냐에 따라 소유권이 정해졌으니까.
하지만 그로 인한 시끄러움은 발생하지 않았다.
명백히 아시란테가 포함된 길드는 명진이고 여기까지 오는데 미래 길드와 투갈 길드는 한 것은 없다며 욕심을 부리지 않음으로써.
그렇다고 홍상만 회장도 모든 것을 챙기지 않고 적절하게 미래와 투갈 길드에 분배를 함으로써 좋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여하튼 그렇게 19명은 아시란테 뒤를 열심히 쫓았다.
그날 밤.
분명 목표는 보스 몬스터.
하지만 이러 저리 움직였음에도 보스 몬스터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그렇다고 각자 사방으로 퍼져 보스 몬스터를 찾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증가된 사망 페널티로 위험부담이 꽤 컸기에 어쩔 수 없이 그날은 그렇게 로그아웃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로그인 시간대를 정하고.
그 뒤로 가족들과 늦은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그런데.
“엄마. 왜 주영이 앞에만 이렇게 고기반찬을 놓는데?”
누나의 말대로 식탁 위에 놓인 여러 반찬 중에서 특히나 고기반찬들이 내 앞에 중점적으로 놓여졌다.
그리고 누나의 그 질문에 엄마가 당연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야 오늘 주영이 혼자서 다 했으니 많이 먹어야지.”
“허... 엄마! 주영이가 혼자 다 하다니. 그건 당연한 거야. 내가 만약 주영이 같은 능력이 있다? 나도 했어.”
“그건 그 능력을 갖췄을 때 말하고. 얼른 밥이나 먹어. 여기 고기도 꼭꼭 씹어 먹고.”
“치.”
그렇게 엄마와 누나의 작은 실랑이와 함께 즐거운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그 뒤로 나는 다시 ‘Revival Legend’에 접속했다.
1300레벨 사냥터임에도 딱히 더 어렵거나 난이도가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피곤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최소 1~2시간 이상은 더 사냥을 하고 잘 생각이었다.
5일 뒤.
1300레벨 사냥터는 상당히 넓었다.
하지만 5일이라는 시간도 분명 긴 시간이었고 그 안을 1300레벨 사냥터 내부를 다 도는 데는 충분했다.
하지만 발견하지 못한 보스 몬스터.
그것으로 알 수 있었다.
“여타 다른 사냥터처럼 여기도 보스 몬스터가 항상 상주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대에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는 사냥터 대부분이 그랬다.
그렇기에 처음 이 ‘Revival Legend’를 접하고 보스 몬스터를 마주했을 때 그 보스 몬스터를 잡기 위한 전담 팀이 곧장 등장했었다.
자신들의 것이니 욕심 부리지 말라면서.
“그럼 어떻게 할까요? 다른 사냥터로 넘어 갈까요?”
당연하지만 답을 요하는 그 질문은 나에게 던져졌다.
아빠가 지휘권을 나에게 양도했으니까.
우선 곧장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나에게는 이곳이 전혀 위협이 되는 곳이 아니기에 정해진 시간 외에도 혼자서 열쇠를 사용해 꾸준히 들락날락했다.
그리고 바보같이 1300레벨 사냥터만 이용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1400레벨 사냥터에도 진입을 했고 그곳에서도 혼자 사냥을 시도했다.
그 후 역시나 내가 사냥을 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는 곳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그것을 나를 기준으로 두고 내린 판단.
그래서.
“우선 당분간은 여기서 더 사냥을 하겠습니다. 하지만 하루에 1~2시간 정도는 1400레벨 사냥터로 넘어가서 적응기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다시 빠른 속도로 크로커다일 무리를 정리하며 이동했다.
최소한 우리만 이용이 가능하고 2배 버프가 유지되는 한 달이라는 기간은 남들과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그런 소중한 시간이니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반 크로커다일이 아닌 흉폭한 크로커다일 우두머리라는 일반적인 크로커다일에 비해 2배 이상 거대한 보스 몬스터를.
“모두 뒤로 물러나세요.”
말을 하면서도 살짝 걱정이 되기는 했다.
보스 몬스터는 괜히 보스 몬스터가 아니니까.
실제로 ‘긴 뿌리 고목나무’라는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1대1을 벌였고 결국 그때 주변에 있던 여전히 지금도 나름 인지도를 갖고 있는 성창 길드의 도움을 받고서야 쓰러트리는 것이 가능했으니까.
물론 그때는 채 300레벨도 되지 않은 상태였고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어마어마하게 성장을 했다.
하지만 그곳은 400레벨 대의 사냥터였지만 지금은 1300레벨 대의 사냥터.
그렇기에 등장하는 보스 몬스터의 위용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때 귓속말이 울렸다.
[아들둘딸하나 : 아들. 뒤에 엄마가 있으니까 걱정 마. 생명력이 떨어지면 곧장 힐을 해줄테니까.]
[lumen : ...응.]
엄마의 귓속말에 간결한 대답을 하고서 내가 먼저 달려들었다.
언제 걱정을 했냐는 듯이 순식간에 1300레벨 보스 몬스터는 과연 내 공격을 버틸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으니까.
오히려 내 공격을 맞받아쳐서 치열한 전투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고.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자는 나일 테지만.
< 뛰어난 버스기사. > 끝
< 보스 몬스터 레이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