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화. 새로운 사냥터 (2).
인도 시다트 길드 내에서 그 누구도 착용이 불가능 했었던 별자리 사냥꾼의 뱃지를 착용할 때도 자신이 있었다.
내가 착용치 못할 정도의 아이템이라면 과장을 조금만 보태면 결국 남들은 평생 사용치 못하는 그런 아이템이라는 뜻이니까.
그래서 이번에도 자신이 있었다.
더군다나 이제는 턱걸이긴 하지만 그래도 4자리 숫자인 1000레벨인 상황.
레벨도 그렇게 꿀리는 수준은 아니게 됐다.
그런데.
퍽. 쿵.
자신만만하게 게이트 영역 안으로 발을 집어넣자마자 남들이 그랬던 것처럼 사정없이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
“.......”
“.......”
순간 발생한 침묵.
솔직히 조금 창피하기는 했다.
내가 워낙 자연스럽고 당당한 발걸음을 취했기에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고 결국 모두가 다 봤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이 자연스럽게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왜냐하면 정말 별일 아니었다.
말인즉슨 그 누구도 메시지가 울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냥 게이트에 발을 내딛자마자 대뜸 강력한 반발력을 느꼈고 그대로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내동댕이쳐지는 와중에 메시지가 울렸다.
[이용 자격이 되지 않는 자와 파티 중입니다.
-파티를 해제해야 이용이 가능합니다.]
자격이 되지 않는 자와 파티 중이라는 메시지.
즉, 나는 자격이 된다는 뜻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현재 이 파티의 대장인 아빠를 향해 입을 열었다.
물론 막내 아들인 홍주영이 아니라 아시란테로.
“잠시 파티 좀 탈퇴 하겠습니다. 파티 상태라 이동이 불가능하다고 하네요.”
웅성웅성.
“?”
“나는... 그런 메시지가 없었는데?”
“여기는 파티라서 안 되는 건가?”
내 말에 이미 내동댕이쳐지는 경험을 한 자들이 한마디씩 했다.
그리고 일부는 파티를 해제하고 다시 한 번 물음표로 가득한 그 게이트에 발을 내딛었다.
그러나.
쿵. 쿵. 쿵
똑같은 결과가 발생했다.
“이번에도 메시지가 울리지 않았는데...”
“나도.”
다시 나에게 쏟아진 시선들.
하지만 전부 무시하고 다시 그 게이트 앞으로 이동해서 서슴없이 게이트 안쪽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러자 1300, 1400, 1500 사냥터의 게이트를 이용했을 때처럼 내 몸을 잡아당기는 느낌을 받았고 순간 밝은 빛이 나를 반겼다.
당연히 메시지도.
[최초로 ????레벨 사냥터에 진입을 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모든 스탯포인트가 300씩 증가합니다.]
[최초로 ????레벨 사냥터에 진입함으로써 보너스 이벤트가 존재합니다.
-보스 몬스터 처치시 그 도중에 단 1이라도 대미지를 입힌 모두에게는 잔여 스탯포인트 300개가 주어집니다.]
“흐흐흐.”
직전의 1300, 1400, 1500레벨 사냥터에서는 모든 스탯포인트가 100씩 증가였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총 3개의 사냥터니까 결국 모든 스탯포인트가 300씩 증가한 거니까.
상급 호칭을 거저 획득한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
그런데 이번에는 한 번에 모든 스탯포인트가 300씩이었다.
즉, 결국에는 나만 모든 스탯포인트가 600씩 증가이기에 절로 입가에 미소가 그려질 수밖에 없었다.
아시란테가 물음표로 이뤄진 게이트 안으로 진입한 사이.
남은 19명 모두는 파티 자체를 해제하고 한 번씩 모두 게이트 안으로 발을 집어넣었다.
분명 안 될 확률이 거의 100%에 가깝긴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기에는 그전 1300, 1400, 1500 사냥터 얻은 보상이 워낙 컸으니까.
그리고.
“...역시나라고 해야 하나?”
“그렇지.”
“크으. 아시란테님은 이미 엄청 강하신데 더 강해지라고 등을 떠밀어 주는군.”
결국 아시란테 혼자만 한 번 더 보상을 획득한다는 뜻이기에 남은 자들은 대체적으로 부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왠지 물음표로 이루어진 사냥터는 1300, 1400, 1500레벨 사냥터보다 더 좋은 보상을 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받았기에 더더욱.
물론 반대로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뿌듯함을 느끼는 자들도 더러 있었다.
바로 명진 소속의 몇몇 유저들과 아시란테 더 정확히는 홍주영의 가족들이.
물음표로 표시된 게이트 안.
“흠.”
내심 이곳을 둘러보고 싶었다.
이 세이프티 존 밖으로 나가면 과연 어떤 몬스터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리고 그 몬스터들이 과연 내 공격을 어떻게 맞받아칠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 순간 몸을 살짝 떨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내가 느낀 것이 바로 호승심이라는 거니까.
“와...”
물론 별거 아닐지도 모른다.
빈번하게 경험하는 자들도 있을 테고.
하지만 나에게는 자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절로 호승심이 일었다는 사실은 꽤나 특별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많이 겪지 않았기에 더더욱.
그래서 잠시 그 호승심을 만끽하다 결국 발걸음을 뒤로 돌렸다.
호승심과 내 욕구는 분명 중요했지만 밖에는 이미 같이 움직이기로 약속했던 19명이 존재했고 그들과의 약속을 손쉽게 저버릴 정도로 자제력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더군다나 그 19명 속에는 가족들도 있었고.
잠시 후.
“모두 다시 1300레벨 게이트로 진입을 한다.”
“네.”
“알겠습니다.”
벌써 입단속을 했는지 내가 물음표로 표시된 게이트를 빠져나왔음에도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질문 같은 것은 없었다.
대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나를 반겼고 다시 파티를 구성한 후 곧장 1300레벨 게이트로 이동했다.
우선 이미 많은 것을 얻긴 했지만 아직 얻을 것이 더 남아 있으니까.
가령 골덴링과 아이템 거기에 경험치와 결정적으로 코인도 중요했지만 분명 메시지에서 보스 몬스터를 처치시 1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준다고 했다.
물론 이미 얻은 모든 스탯포인트에 비하면 작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 있는 그런 것은 아니었기에 보스 몬스터를 목표로 1300레벨 사냥터 안으로 이동했다.
1300레벨 사냥터 안.
여타 다른 사냥터처럼 시작 지점에 설정된 세이프티 존 밖으로 빠져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곳에 등장하는 몬스터가 무엇인지 확인 할 수 있었다.
바로 악어 유형의 몬스터인 크로커다일.
다만.
“크... 크네요. 700레벨 사냥터인 악어 늪지대에 등장하는 악어들과는 마치 어른과 아이처럼 보일 정도로요.”
“그러니까요.”
주변에서 내뱉는 말처럼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크로커다일은 정말 컸다.
분명 공룡은 아니지만 얼핏 보면 공룡이라고 착각을 할 정도로.
더군다나 길쭉한 주둥이와 뾰족한 이빨은 절로 위압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더 호승심을 자극했다.
직전에 일었던 호승심이 아직 사라지지도 않았고.
“우선 제가 나서 보겠습니다.”
사전에 이미 모든 몬스터는 내가 먼저 상대하기로 입을 맞췄다.
분명 1300레벨이지만 보스도 아닌 일반 몬스터이게 한방에 죽는 일은 당연히 없겠지만 그래도 페널티가 어마어마하게 증가한 이상 굳이 가장 안전하게 테스트가 가능한 내가 있는데 안 쓸 이이유가 없으니까.
“크어엉!”
“크아앙!”
그리고 달려드는 나를 보고 크로커다일들은 뾰족한 이빨과 거대한 꼬리를 휘두름으로써 나를 격하게 환영해줬다.
그래서 순간 그 환영의 몸짓을 나도 몸으로 받아줄까라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래도 우선 내 공격이 어느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지 확인이 우선이기에 블링크로 그 공격들을 피하고 녀석들의 중심으로 파고들었다.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녀석들의 중심에 파고들고서 평소 하던 대로 주변을 얼음의 대지로 만들었다.
그 후 곧장 하나의 스킬을 사용했다.
첫 만남의 반가움을 표하기 위해서 가장 강력한 스킬인 9레벨 블리자드를.
퍽. 퍽. 퍼버버벅. 퍽.
순간 엄청난 크기의 눈 폭풍이 발생했고 그대로 크로커다일들을 집어삼켰다.
분명 거대한 크로커다일이지만 더 거대한 눈 폭풍.
그 눈 폭풍에 크로커다일들은 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이리저리 휩쓸렸다.
물론 나름 1300레벨 몬스터라고 그 와중에도 나를 향한 공격을 시도했다.
그래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이미 교활한 뱀파이어를 상대로 충분히 테스트를 끝냈으니까.
“아이스 토네이도!”
휘이이잉.
일정 영역에 얼음 회오리를 발생시키는 8레벨의 광역 스킬인 아이스 토네이도.
단일 스킬인 ‘징벌:아이스’를 두고 나름 많은 고민을 했다.
특히나 광역 스킬에 비해 단일 스킬이 많이 부족했기에 더더욱.
하지만 결국 내 선택은 광역 스킬이었다.
왜냐?
그게 더 마음에 들었으니까.
더군다나 아이스 토네이도에는 사용자의 지력이 일정 수치를 넘어서면 주변의 모든 것을 잡아당기는 돌풍을 동반했다.
지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그 돌풍의 위력은 강해졌고.
즉, 아무리 고민을 해도 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스킬이었다.
그래서인지.
휘이이잉.
드득. 드드드득.
“크어엉!”
“크아앙!”
분명 보기만 해도 엄청 무거워 보이는 크로커다일들의 몸이 공중으로 확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살짝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점차 얼음 회오리의 중심 부위로 움직였다.
그와 함께 얼음 회오리에서 파생된 얼음 조각들이 크로커다일의 갑옷 같은 가죽에 박혀 들었고 그럴 때마다 크로커다일들은 고통에 찬 음성을 토해냈다.
거기에 현재 아이스 토네이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려 9레벨의 블리자드.
그것이 여전히 아이스 토네이도와 겹쳐져 거대한 눈 폭풍을 쏟아냈다.
더군다나 대미지로만 봤을 때 더 위협적인 것이 9레벨의 블리자드였고.
[.......]
분명 10마리가 넘는 크로커다일들.
하지만 순식간에 녀석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하긴....”
1200레벨 다음이 바로 1300레벨.
분명 그 100레벨 격차가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엄청 많다고 할 그런 격차는 아니었다.
그 말인즉슨 직전의 1200레벨 사냥터에 비해 뜬금없이 어마어마한 수준의 몬스터가 등장할 리가 없다는 것이고.
물론 솔직히 어마어마한 수준의 몬스터가 나와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더 어마어마한 존재가 바로 여기에 있으니까.
여하튼 그 뒤로도 일부러 크로커다일의 공격을 허용하는 등의 테스트를 조금 더 진행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생긴 것과 달리 썩 위협적이지 않다는 것을.
더군다나.
[레벨이 올랐습니다.]
물론 직전에 교활한 뱀파이어 주둔지에서 과격하게 몸을 풀기는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울릴 타이밍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울렸다는 것은 경험치가 나쁘지 않다는 뜻.
씨익.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시란테 뒤에서 전투를 지켜보던 19명.
그들 대부분은 각 길드의 길드장과 직계 거기에 한 길드의 에이스 중의 에이스였기에 경험은 물론이고 식견과 보는 눈은 있다고 자부하는 자들이었다.
그렇기에 아시란테의 모습에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결국 3개의 스킬로 무려 1300레벨의 몬스터를 정리한 거니까.
더군다나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가 솔직히 귀한 것도 아니었다.
길가다 흔하게 마주치는 수많은 마법사 중에 아이스 계열 마법사는 꽤 많았다.
하지만 저런 위력을 선보이는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는 없었다.
“아이스 토네이도에 돌풍이 있는 것은 알지만... 나 실제로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처음 봤어.”
“나도.”
“아이스 토네이도뿐이게? 솔직히 내가 봤을 때 블리자드 하나만으로 충분할걸. 더 빠르게 정리하려고 아이스 토네이도까지 사용한 거지.”
여하튼 그렇게 아시란테의 활약을 보며 감탄을 섞인 한마디씩 내뱉었다.
그 와중에 뿌듯함을 담을 시선을 내뿜는 힐러 한명도 있었고.
“그간 하던 대로 사냥을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얼추 테스트를 끝내고 내뱉은 내 말.
하지만 상황은 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헉. 새... 생명력이.”
“크윽! 날 잡아줘!”
“절대 놈들에게 물리지마라! 대미지도 대미지지만 물린 즉시 놈들이 잡아당긴다!”
“대열을 지켜라. 한 놈씩 처리한다!”
7명의 탱커가 외곽을 커버하고 그 안으로 1명의 힐러인 엄마와 나를 제외한 11명의 딜러들이 연신 공격을 퍼부었다.
정석이지만 가장 안전한 전투 방식.
그리고 분명 탱커들도 버틸만했고 딜러들의 공격도 크로커다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
하지만 우선 1300레벨 몬스터라 그런지 크로커다일의 인식 범위가 꽤 넓었고 그래서인지 한번에 5마리 이상을 상대해야 했다.
그런데 그 5마리 이상의 크로커다일들을 7명의 탱커들이 서포터의 지원 없이 순수 능력으로 막는데 살짝 버거움을 느꼈고 생긴 것과 달리 무척이나 날쌘 크로커다일들은 그 탱커들의 틈을 놓치지 않고 딜러들을 향해 공격을 시도했다.
물론 크로커다일들의 그 공격들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지만 간간히 공격을 성공했고 그럴 때마다 공격을 당한 딜러들은 화들짝 놀라며 고함을 내질렀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불안감을 느끼게 만드는 사냥.
아마 1~2마리 아니 3~4마리 정도라면 이정도의 불안감은 느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 마리를 처치하면 금세 다른 녀석들이 달라붙었고 그러다보니 어느 새에 7마리 이상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음...”
우선 그 모습에 작은 침음을 내뱉었다.
분명 내가 예상한 그림이 아니니까.
왜냐하면 여기에 있는 자들은 일반적인 유저가 아니었다.
각 길드의 길드장과 그 직계 거기에 에이스들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것은 다 떠나 보유한 아이템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아무리 공명정대하더라도 팔은 안으로 굽고 피는 물보다 진하니까.
그래서 아무리 숫자가 많더라도 고전하며 생각보다 힘들게 몬스터를 잡는 모습에 의아할 수밖에 없다.
우선 그 모습에 사냥하는 현장에 난입하여 7마리의 크로커다일들을 전부 정리하고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이정도 몬스터는 혼자서 손쉽게 잡을 수 있지 않나요?”
“.......”
“.......”
“.......”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런 내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없었다.
물론 다른 방식의 답변은 있었다.
바로 누나의 귓속말.
[초절정미녀 : 막내 너. 재수 없어!]
< 새로운 사냥터 (2). > 끝
< 뛰어난 버스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