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화. 새로운 사냥터 (1).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말이 있다.
거기에 한발 더 나아가 숨만 쉬어도 살이 찐다는 말도 있고.
그리고 그것들은 당연히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
물만 마시고 숨만 쉬어도 살이 찐다면 살이 찌다 못해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터져 죽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살’을 ‘강함’으로 바꾸면 얼추 그 말에 부합되는 것 같았다.
말인즉슨 여전히 1000레벨이었다.
그때에 비해 단 1레벨도 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엄청 강해졌다.
지력 1800과 체력 1800 거기에 정신력 900은 절대로 가벼이 볼 수 있는 그런 수치가 아니니까.
즉, 마치 물만 마시고 숨만 쉬어도 절로 강해지는 것과 같은 상황.
그게 지금의 나였다.
물론 5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이 6강화로 업그레이드 된 것 또한 내 강함에 꽤나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맞지만 어쨌든 그것도 운이 아닌 내 ‘강화의 신’의 능력으로 시간만 흐르면 7강화, 8강화, 9강화를 넘어 강화의 끝까지 가능하기에 분명 물을 마시고 숨을 쉬는 영역에 속했다.
여하튼.
퍽. 퍽. 쾅. 쾅.
“끄엑!”
“켁!”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은 더 손쉽게 교활한 뱀파이어들을 처리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 내 공격에 뱀파이어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갔고.
물론 그 와중에 뱀파이어들이 자신의 줄어드는 생명력을 채우기 위한 흡혈 공격을 감행해왔다.
예전보다 더 치열하게 발악을 하며.
하지만 명백히 그때도 소용이 없었다.
더군다나 강함에는 공격력만 포함이 되는 것이 아니다.
방어.
즉, 분명 버티는 능력도 강함에 속했다.
그렇기에 탱커도 당당하게 대우를 받는 것이고.
그런데 지금 지력이 1800이 한 번에 증가했듯이 체력도 1800이 정신력은 900이 한꺼번에 증가했다.
그래서.
[흡혈!]
[피의 폭발!]
[블러드 스톰!]
[흡혈.]
“...원래 이렇게 약했나?”
그 공격들이 간지러웠다.
여하튼 그렇게 9시 50분까지 사냥을 지속했다.
명진 길드 총본부.
굳이 주인공인양 늦게 모습을 드러낼 자리는 아니기에 약속된 10시가 되기 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엄마에게 이 ‘Revival Legend’를 하면서 그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던 일찍 일찍 다니라는 말을 듣기도 했고.
물론 그럼에도 그 자리에는 이미 모두가 착석해 있었다.
분명 지각은 아니지만 머쓱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아무도 나에게 작은 눈치하나 주지 않았다.
엄마만 빼고.
그래도 ‘Revival Legend’ 내에서는 나에게 아는 척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엄마도 그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여하튼 나까지 자리하자 사전에 이미 충분히 대화를 나누었는지 아빠가 입을 열었다.
“그럼 다 모였으니 이동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저희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아빠의 말에 미래의 연정환 회장과 투갈 길드의 타미르 길드장이 곧장 대답을 했고 그것으로 이동이 결정이 됐다.
그리고 당연히 아빠가 이 선발대의 대장을 맡기로 했고 그것에 대해서는 미래 길드와 투갈 길드에서 단 1의 반대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발언권을 가지기에는 직전의 퀘스트에서 보여준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까.
물론 그것은 나를 제외한 명진 길드도 마찬가지긴 했지만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바로 내가 명진 소속이었으니까.
어쨌든 남들처럼 나도 인벤토리에서 열쇠 하나를 꺼내 들고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새로운 사냥터로 가는 열쇠 사용.”
[새로운 사냥터로 가는 열쇠를 사용하였습니다.
-새로운 사냥터로 이동합니다.]
그 메시지와 함께 어딘가로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곧 시야에 새로운 광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홍주영을 포함해 20명의 인원이 새로운 사냥터로 가는 열쇠를 사용한 순간.
곧장 한국, 일본, 몽골 구역뿐만 아니라 모든 구역에 메시지가 울렸다.
[뛰어난 탐사대가 새로운 사냥터를 발견하였습니다.
-30일 뒤 모든 구역에 현재보다 더 높은 수준의 사냥터가 공개됩니다.
-새롭게 공개되는 사냥터는 모든 몬스터들이 그전보다 더 많은 경험치과 골덴링을 드랍합니다.
그 외 새로운 아이템과 제작 아이템이 등장하며 낮은 확률로 코인을 드랍합니다.
단, 새로운 사냥터 내에서 사망시 전과 다른 사망 페널티를 가집니다.
: 사망시 다시 접속하기 위한 쿨타임이 1일에서 7일로 증가합니다.
: 사망시 약간의 경험치 하락이 대량의 경험치 하락으로 변경됩니다.
: 1회 사망시마다 최소 1개에서 최대 10개까지의 스탯포인트가 랜덤으로 하락합니다.
랜덤으로 하락한 스탯포인트는 영구히 복구되지 않습니다.
만약 힘 10, 체력 10, 민첩 10, 정신력 10, 지력 10의 최초 접속 상태의 스탯포인트까지 하락시 영구히 ‘Revival Legend’에 접속이 불가능해집니다.]
전 세계에 울린 메시지.
그 메시지에 환호를 내지르는 쪽도 있었고 반대로 근심과 걱정을 가지는 쪽도 있었다.
분명 억만금을 줘도 바꾸지 않을 코인을 몬스터 사냥으로 획득할 기회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거의 없다시피 했던 사망 페널티가 어마어마하게 증가했으니까.
특히나 스탯포인트의 영구적인 하락은 그 근심과 걱정을 크게 부채질했다.
아무리 아이템과 스킬이 화려하고 좋아도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스탯포인트고 결국 스탯포인트가 낮다면 빛 좋은 개살구라는 것을 모르는 멍청이는 아무도 없으니까.
여하튼 환희와 근심이 교차하는 와중 모두들 똑같은 의문을 가졌다.
바로 저 메시지에서 말한 뛰어난 탐사대가 누구일까 하는 그런 의문.
물론 그 의문은 생각보다 빠르게 해소되기는 했다.
일본 미쓰야 길드를 포함해 그 탐사대를 지켜본 자들이 한둘이 아니니까.
의문의 공간.
말 그대로 의문의 공간이었다.
대신 그 의문의 공간 앞쪽으로 4개의 거대한 표지판과 마치 여타 수많은 게임과 SF영화 같은데서 나오던 다른 공간으로 한 번에 이동시켜주는 게이트 같은 것이 존재했다.
“...심플하네요.”
“그러니까요.”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말대로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각 게이트 앞에 존재하는 표지판에는 아래와 같은 문구가 쓰여 있었으니까.
[1300]
[1400]
[1500]
[????]
딱 봐도 1300, 1400, 1500레벨의 사냥터라는 뜻.
그리고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울린 메시지로 충분히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밖에도 저희에게 울린 메시지가 울렸다고 합니다.”
“대신 새로운 사냥터로 가는 열쇠를 가진 저희와는 달리 그들에게는 30일 뒤에야 공개가 된다고 합니다.”
“거기에 아래의 메시지는 저희에게만 울린 것 같습니다.”
이곳에 위치한 자들은 명진과 미래 거기에 투갈 길드의 길드장을 포함한 최고 간부들이었다.
그렇기에 금방금방 여러 정보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정보에 아빠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곳의 20명에게만 울린 메시지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나도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축하합니다.
-그 누구보다 빠르게 새로운 사냥터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로 인한 보상으로 새로운 사냥터로 가는 열쇠를 사용하여 30일간 먼저 새로운 사냥터의 이용이 가능합니다.
더불어 열쇠를 가진 20명은 한 달간 아래와 같은 버프를 받습니다.
: 한 달 동안 골덴링 획득량이 2배로 증가합니다.
: 한 달 동안 아이템 획득률이 2배로 증가합니다.
: 한 달 동안 코인 회득량이 2배로 증가합니다.]
이곳에 위치한 자들 20명에게만 주어지는 한정 버프.
그것을 보고 남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살짝 아쉬움을 느꼈다.
골덴링과 아이템, 코인이 있는데 경험치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나와 달리 모두의 관심사는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았다.
“흐음. 이런 버프를 갖고 30일 먼저 새로운 사냥터를 선점한다는 것은 분명 좋지만...”
“사망 페널티가 만만치 않네요.”
“그러니까요. 만에 하나 죽기라도 하면...”
확실히 사망 페널티가 한층 강해졌다.
아니, 한층 수준이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증가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를 제외한 모두가 분주히 움직였다.
잠시 후.
“힐러는 1명에 서포터가 0명이군요.”
“그 외 탱커로 분류할 수 있는 자가 7명 나머지 12명은 전부 딜러입니다.”
“.......”
“.......”
“.......”
당연하지만 힐러와 서포터는 주류라고 할 수 없다.
특히나 다른 것을 다 떠나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힐러와 서포터는 어지간해서는 각 길드의 길드장과 직계가 선택할 분야는 절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힐러는 1명이고 서포터는 0명이었다.
그 외 탱커 7명에 딜러가 12명이었고.
그리고 그것은 일반적인 20인 파티로 치면 절대 좋은 밸런스라고 할 수 있는 그런 파티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만약 약한 몬스터를 상대한다면 1명의 힐러와 0명의 서포터는 그럴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7명이나 되는 탱커는 무척이나 많은 숫자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강력한 몬스터를 상대한다면 1명의 힐러와 0명의 서포터는 최악의 수고.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이용 가능한 최소 레벨대의 사냥터가 바로 1300레벨대인만큼 강력한 몬스터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순간 시선들이 하나둘씩 나를 향해 모여들었다.
분명 힐러와 서포터가 필요 없을 정도로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칠 수 있는 최고의 탱커이자 최고의 딜러가 바로 나니까.
우선 그 시선들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 파티에는 아빠, 형, 누나, 석인수 실장 등에 이어 엄마가 존재했으니까.
아무리 파티를 맺음으로 인해 경험치 손실이 있다 해도 가족 모두를 저버릴 생각은 없었다.
더군다나 20명 중에 나를 포함해 명진이 총 14명.
결국 이 파티가 얻는 이익 대부분은 명진에게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체적이 상황과 이득을 따져볼 때 함께 움직이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기에 고개를 끄덕인 것이고.
그리고 그런 내 행동에 분위기가 확 살아났다.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기는 뭐하지만 같은 편에 내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사기가 오를 수밖에 없으니까.
“좋아. 그럼 정확히 10분 뒤에 1300레벨 사냥터로 진입을 하겠다. 그리고 빠른 전달과 지휘를 위해 명령조의 말을 하도록 하겠다.”
“네!”
“알겠습니다.”
아빠의 말에 원래 명진 소속뿐만 아니라 미래와 투갈 길드도 머뭇거리지 않고 곧장 대답을 했고 그 뒤로 10분간 이런저런 상황을 가정해 이야기가 오갔다.
당장 이동을 하자마자 수많은 몬스터가 존재할 가능성도 분명 있으니까.
그리고 그 와중에 나는 엄마에게 귓속말을 시도했다.
[lumen : 엄마 조심해. 그리고 위급 상황이 오면 항상 내 뒤에 있어.]
[아들둘딸하나 : 아들이 엄마를 지켜주게?]
[lumen : ...어.]
엄마에게 두 번째로 멋진 척을 시도했다.
첫 번째는 서울대에 수석으로 입학을 할 때 보여줬지만 결국 실패를 했고.
그래서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10분 뒤.
“모두 1300레벨 사냥터로 진입한다.”
“네.”
우선 유일한 힐러인 엄마가 제일 뒤쪽에 섰고 그 앞으로는 11명의 딜러가 섰다.
그리고 그 11명의 딜러 앞에는 7명의 탱커가 자리했고 가장 앞에는 나 혼자서 자리했다.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별 무리 없이 받아 넘길 자는 나니까.
여하튼 그렇게 가장 먼저 발을 1300레벨 게이트에 내딛었다.
화아아악.
순간 밝은 빛이 덮쳐왔고 시야가 차단이 됐기에 정면에 모든 신경을 쏟았다.
혹시나 몬스터가 달려들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그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신 메시지가 나를 아니, 우리를 반겼다.
[최초로 1300레벨 사냥터에 진입을 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모든 스탯포인트가 100씩 증가합니다.]
[최초로 1300레벨 사냥터에 진입함으로써 보너스 이벤트가 존재합니다.
-보스 몬스터 처치시 그 도중에 단 1이라도 대미지를 입힌 모두에게는 잔여 스탯포인트 100개가 주어집니다.]
“오!”
“와!”
“모든 스탯포인트 100개면 총 500개인데...”
“진입을 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물론 각 유형마다 원하는 스탯포인트가 다를 수밖에 없다.
가령 근접 딜러는 힘, 원거리 딜러는 민첩 거기에 마법사 유형은 지력 거기에 탱커는 체력 등으로.
그래서 차라리 잔여 스탯포인트 500개를 줬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어차피 공짜.
그리고 분명 자신에게 쓸모없을지 몰라도 높다면 절대 손해는 아니었다.
특히나 체력과 정신력 같은 경우는 더더욱.
더욱이 아직 남아 있었다.
뭐가?
바로 1400과 1500레벨 사냥터가.
그래서인지.
“모두 이곳을 빠져 나간다!”
“네!”
“알겠습니다!”
굳이 나중으로 미룰 필요가 없는 상황.
더군다나 지금 당장 올려두면 차후 사냥을 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그렇기에 아빠의 후퇴 명령이 떨어졌고 모두가 한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 후 곧장 1400, 1500레벨 사냥터로 진입을 했고 역시나 그곳에서도 1300레벨 사냥터 진입시 들었던 메시지를 똑같이 들었다.
즉, 벌써부터 모든 스탯포인트 300개씩이 증가한 상황.
“크크크.”
“아무것도 안했는데 벌써 1500개야! 1500개!”
당연히 분위기가 무척이나 좋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획득한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못해 많이 얻었으니까.
그러다 시선을 이제 가장 오른쪽의 게이트로 돌렸다.
[????]
분명 숫자가 적혀 있던 것과 달리 물음표로 이뤄진 게이트.
하지만 이미 [1300], [1400], [1500] 게이트 진입시에 여타 다른 사냥터처럼 세이프티 존이 설정되었다는 것을 파악했기에 탱커 한명이 그쪽에 발을 내딛었다.
그런데.
퍽.
게이트 안으로 진입을 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내팽개쳐졌다.
그리고 그것은 그자 한명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퍽. 퍽. 퍽.
시도하는 자 모두가 처음 탱커처럼 내팽개쳐졌다.
잠시 후.
“아무런 메시지도 울리지 않았습니다.”
“마치 진입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강력한 반발력이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레벨이 적혀 있지 않은 만큼 무언가 출입 제한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저벅저벅.
나는 주변의 웅성거림과 상관없이 그 물음표가 가득한 게이트를 향해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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