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화. 아직은.
“.......”
같이 움직이자는 정철진 사령관의 말.
물론 갈색 늑대가 아니라 탱크를 동반한 군부대가 정리하지 못하는 그런 위협적인 몬스터라면 정철진 사령관이 저런 말을 하지 않아도 같이 움직였을 것이다.
아니면 내가 직접 움직이거나.
하지만 갈색 늑대는 명백히 이곳에 자리한 군부대로 정리가 가능한 수준의 몬스터.
즉, 굳이 같이 움직일 필요가 없는 몬스터였다.
합을 맞춰본 적이 없기에 괜히 동선만 꼬일 가능성도 있고.
그리고 그걸 모르지 않을 정철진 사령관.
우선 정철진 사령관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그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러다 여전히 정철진 사령관에게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임정대 대장님. 현재 쉘터 안에 충분한 여유 경비 인력이 있겠죠?”
“물론입니다.”
처음부터 명진 쉘터를 구상할 때 10만 명 이상은 너끈히 거주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을 상정하고 설계를 진행했다.
그렇기에 그만큼의 인원을 적극적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통제와 몬스터로의 보호를 위해서는 경찰과 군부대의 역할을 맡을 존재가 필요했고 구멍가게가 아닌 대한민국 내에서 다섯 아니,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명진이기에 경비대라는 이름으로 미리 준비를 다 해 놨었다.
따로 이런 식의 달갑지 않은 군부대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더군다나 나도 있고.
여하튼 경비대의 대장직을 맡고 있는 임정대에게 계속 말을 내뱉었다.
“군부대와 함께 움직여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경비대의 대장을 맡고 있는 임정대 대장의 똑부러지는 대답에 정철진 사령관을 항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러자.
“경비대와의 합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 하지만 명진에도 그자들이 있지 않겠나?”
“그자들이라니요?”
몬스터가 출몰한 상황.
그런데 그 몬스터를 상대할 자들로 경비대가 아닌 다른 자들을 찾는 정철진 사령관의 말을 못 알아들을 정도로 눈치가 없지는 않았다.
즉, 지금 정철진 사령관은 손에서 불과 바람, 얼음 등을 내뿜고 주먹질 한방으로 몬스터의 단단한 머리통을 박살낼 수 있는 자들을 찾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1200레벨 달성으로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들을.
그렇기에 모르는 척 되물었지만 기분은 나쁠 수밖에 없었다.
정철진 사령관을 비롯한 군부대가 그들을 찾을 하등의 이유가 없으니까.
명진의 힘으로 키운 자들이기도 했고.
그런데.
“앞으로 어떤 몬스터가 나올지 모르는데 그나마 만만한 몬스터로 실전을 경험할 최고의 기회를 헛되이 낭비할 수는 없지 않나? 더군다나 자네도 군 경험이 있으니 알겠지. 훈련을 실전처럼 실전을 훈련처럼 이라고.”
“.......”
가당치도 않은 말.
그렇기에 헛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자들이 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명진 쉘터 안에 거주하면서 뒤로는 1200레벨 달성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데 열을 올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순간 이들을 강제로 내쫓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정철진 사령관을 포함해 군부대가 쉽사리 명진 쉘터를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히 마찰이 있을 것이고 그 와중에 필연적으로 죽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어쩌면 생각보다 많이.
그렇기에 여러모로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분명 명진을 위해서라면 손에 피를 묻힐 각오를 하긴 했지만 그게 마음처럼 될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으니까.
더군다나 미래, 대성, 구산, 대유 등에서 발생하지 않은 마찰이 명진에서 최초로 발생함으로써 어쩌면 현 정부와 현 정부의 지휘아래 있는 군병력이 명진 쉘터로 진군을 할지도 모른다.
아니, 무조건 진격을 할 것이다.
다른 재벌가를 향한 본보기로.
그래서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현 정부의 국정 운영이 마비가 될 정도로 몬스터가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다고.
물론 그렇게 되면 그나마 유지되는 사회도 무너질 것이고 수많은 자들이 죽어갈 것이다.
하지만 이기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이런저런 눈치를 볼 필요가 없을 테니까.
여하튼 군부대도 필요 없이 명진 쉘터 내의 주둔하는 경비 병력으로 충분히 처리 가능한 갈색 늑대를 상대로 1200레벨 달성으로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들을 내보일 생각도, 필요도 없기에 정철진 사령관을 지그시 노려봤다.
그러다 입을 열었다.
“분명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군대가 자신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이곳에 있을 필요는 없겠죠? 임정대 대장님. 경비대를 이끌고 갈색 늑대를 처치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어차피 딴 속셈을 갖고 있는 걸리적거리기만 하는 존재.
이걸 빌미로 차후 딴죽을 걸어도 되고 지금은 몬스터 처치가 우선이기에 그렇게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모두 멈춰라! 이번에 발동된 대통령의 긴급명령에는 국민의 재산과 안전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몬스터를 상대함에 있어 그곳에 주둔중인 군부대가 존재한다면 최우선적으로 그 군부대가 지휘권과 공격권을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함부로 경거망동하지 마라!”
“.......”
“.......”
“.......”
정철진 사령관의 뒤에 있던 보좌관의 크나큰 외침.
거기에 외침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항상 정철진 사령관과 함께 움직이며 그를 호위하는 7명의 군인들이 품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 말인즉슨 아차하면 총을 뽑아 들겠다는 뜻이고.
물론 우리 쪽 경비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당연히 총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렇게 발생한 일촉즉발의 상황.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방금 전까지 손에 피를 묻힐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았던 각오가 이제는 가능할 것 같았다.
더군다나 눈앞의 이자들이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차후 현 정부가 수많은 군대를 이끌고 명진 쉘터로 진격을 하는 그런 상황이 답답할 뿐.
그런데 그때 누군가 관제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하나의 목소리와 함께.
“그만 합시다. 몬스터를 눈앞에 두고 보일 모습은 아니군요.”
목소리만으로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아빠.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임정대 대장으로 하여금 갈색 늑대를 정리하라는 명령을 이번에는 정철진 사령관이 막아서지 않았으니까.
대신 그는 아빠를 향해 입을 열었다.
“명진 쉘터로 복귀 한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어쨌든 이렇게 만나서 반갑소. 홍상만 회장.”
“나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나저나 군대가 몬스터를 눈앞에 놔두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니... 어째 하는 짓이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고 수호해야 하는 군대가 아니라 자신의 이득을 쫓아 움직이는 용병 같습니다?”
“하하하. 무슨 그런 서운한 말을 하시오. 차후를 대비해 이런 소중한 기회에 같이 합을 맞춰보자는 뜻이었소. 더군다나 명진에서 재빠르게 조치를 취함으로써 인명 피해도 없이 몬스터만 덩그러니 남아 있고.”
“그렇습니까?”
“물론이오.”
아빠와 정철진 사령관의 신경전.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나를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정철진 사령관의 태도였다.
여하튼 그렇게 명진 쉘터의 경비대에 의해 갈색 늑대가 정리되는 것으로 그날의 해프닝은 끝이 났다.
물론 나는 기분이 썩 좋지 못했다.
이런저런 상황을 대비하며 움직여야 했기에 나를 철저히 무시하고 깔본 정철진 사령관에게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잘했다.”
“하지만 저는...”
아빠의 잘했다는 말에 솔직히 그간 한 것이라고는 명진 쉘터를 정찰하는 군부대를 훼방 놓고 명진 쉘터 내에 거주하는 자들을 자신들 편으로 끌고 가려는 것을 저지한 것뿐이기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웠다.
이번에도 당하기만 했고.
하지만 아빠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간 정기적으로 보고는 받았다. 그리고 이곳 명진 쉘터의 대표를 맡고 있는 주영이 네가 애가 단 저들의 장단에 맞춰 싸움을 벌였다면 오히려 실망을 했을 것이다. 그게 아무리 명진의 이득이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말이야.”
“네?”
선뜻 아빠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반문을 했고 이번에는 아빠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석인수 실장이 대신 입을 열었다.
“현 정부는 그간 ‘Revival Legend’에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1200레벨 달성자는 물론이고 ‘Revival Legend’ 자체에 단 1의 영향력도 갖추지 못했고요. 그런데 이제는 무척이나 욕심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현재 명진뿐만 아니라 미래, 대성, 구산, 대유 같은 곳은 물론이고 중소 길드에 파견한
군부대를 이용하여 분란을 일으키는 중이었습니다. 최대한 정부의 통제력과 군대의 힘이 더 강한 지금을 노려서요. 그런 상황에 명진은 현재 회장님이 아닌 막내 도련님이 대표를 맡고 있기에 얼씨구나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막내 도련님은 그들의 갈등 조장에 충분히 그들을 제압할 수 있음에도 잘 참으신 거고
요.”
“.......”
석인수 실장의 말에 딱히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물론 정확히는 몰랐던 내용이기는 했다.
다만 명진 쉘터의 대표로서 내 행동에 따라 여러 가지 변수가 발생할게 뻔히 보였고 최대한 명진에 손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판단을 내렸을 뿐.
그게 대표로서 해야 할 일이라 생각을 했었다.
여하튼 그날은 아빠와 형 그리고 석인수 실장은 물론이고 상당히 많은 숫자들의 사람들이 명진 쉘터 안으로 입주를 했다.
다음날.
명진 쉘터의 대표 자리를 아빠에게 반납하고 약간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Revival Legend’에 접속했다.
당연히 목적지는 교활한 뱀파이어 주둔지.
더군다나 이제 1000레벨이 멀지 않았기에 더 욕심이 솟구쳤다.
물론 욕심이 솟구치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바로 멀지않은 시점에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정철진 사령관을 포함한 군부대.
그럴만한 것이 현 정부가 차후 망명지로 낙점한 곳이 제주도였고 그런 상황까지 마주하면 이곳저곳에 파견한 군부대에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할 것이다.
제 살길도 바쁠 테니까.
그리고 그때 정철진 사령관에게 자신이 그간 얼마나 무모한 행동을 했던 것인지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었다.
여하튼 그건 차후의 일이고 우선은 1000레벨 달성이 먼저였기에 뱀파이어들을 사냥하는데 집중했다.
홍주영이 열심히 사냥을 하는 사이.
몽골 투갈 길드 본거지.
대체적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다른 서방 혹은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Revival Legend’에 관한 영향력이라든지 보유한 힘 같은 것이 많이 약했다.
물론 그럴만한 것이 우선적으로 정보가 취약한 것도 있지만 3세대뿐만 아니라 1, 2세대 가상현실 접속기의 보급이 가장 뒤떨어진 곳이 그곳이었기에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몇몇 중동 국가들도 마찬가지긴 했고 그중에 분명 아시아 국가인 몽골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몽골은 한국과 일본 길드들이 슬금슬금 자신의 영역을 차지하는 것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구역이 합쳐짐으로써 한국의 명진&미래 연합과 일본 미쓰야 길드의 전투를 직접 볼 수 있었던 몽골은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전투를 벌였던 그 전력만 움직여도 몽골 전체의 힘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몽골을 양분하는 투갈 길드와 알탄 길드 모두 다 알 수 있었으니까.
물론 한때 적이었지만 무척이나 강대한 세력의 등장에 투갈 길드와 알탄 길드는 같이 협력해서 의기투합 하자는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그런데.
“알탄 길드가 일본쪽으로 갔다고?”
투갈 길드의 길드장 타미르는 허탈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돌아오는 답변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네. 아무래도 알탄 길드의 바야르마 길드장의 하나뿐인 딸의 사위가 일본인이다 보니 그쪽으로 붙은 것 같습니다.”
“후우...”
힘을 합쳐 똘똘 뭉쳐도 몽골의 이권을 지키는 것도 부족할 판에 몽골을 양분하던 알탄 길드가 일본에 붙었다는 말은 결국 몽골이라는 하나 된 이름으로 한국과 일본에 맞서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뜻이기에 타미르 길드장은 한동안 숙였던 고개를 올리지 못했다.
그러다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그럼 결국 일본에 그 ‘정보’도 건넸겠군.”
“아무래도... 아니, 무조건 그 정보를 밝혔을 것입니다. 그 정보로 거래를 하는 것이 알탄 길드로서는 그나마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유일한 길일 테니까요.”
“할 수 있는데!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어째서... 어째서 그런 어리석은!”
알탄 길드의 배신으로 산산 조각난 몽골의 재건에 타미르 길드장은 울분을 토해냈다.
물론 다른 자들도 타미르 길드장과 다르지 않았다.
분명 같은 몽골인으로써 힘을 합치면 한국과 일본에 손색은 있겠지만 그래도 더 이상 자신들의 것을 뺏기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엿봤기에 더더욱.
여하튼 그렇게 깊은 침울함에 빠져든 회의실.
하지만 언제까지 그 침울함 속에 허우적 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타미르 길드장과 나머지 수뇌부는 마음을 다잡고 회의를 진행했다.
“그럼 우리도 손을 붙잡을 수밖에 없다는 것인가?”
“네. 분하지만 일본의 손을 잡은 알탄 길드도 이제는 저희로서는 막을 방도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도 알탄 길드처럼 뒤를 봐줄 자들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일본 미쓰야 길드가 함부로 어쩌지 못할 상대로요.”
정보부를 이끄는 바트의 말에 타미르 길드장도 다른 수뇌부는 딱 한곳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바로 아시란테가 포함된 명진&미래 연합.
아니, 더 정확히는 명진 길드.
그리고 이 행동이 결국 알탄 길드처럼 또 다른 외세를 몽골 안으로 끌어들이는 행동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죽어줄 수는 없기에 투갈 길드는 그렇게 손을 내밀 대상을 정했다.
분명 그쪽도 1200레벨을 넘어서는 사냥터에 대한 정보를 무척이나 갈망하고 있을 테니까.
특히나 아시란테가 포함되어 있다면 더더욱.
여하튼 그렇게 투갈 길드는 앞으로 움직일 방향을 정했고 재빠르게 명진 길드로 사람을 보냈다.
< 아직은. > 끝
< 1000레벨 그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