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140화 (140/271)

140화. 보물 상자.

“.......”

멍하니 눈앞에 뜬 메시지만 바라봤다.

분명 나는 시작점에 도착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당연히 실패했다는 메시지가 울려야 했고.

하지만 성공했다는 메시지.

우선 한참을 그렇게 메시지만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다 분명 모래와 다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뭔가 타들어간 검은색 재 같은 것.

그것이 정확히 내 발과 맞닿고서 한쪽 방향을 향해 쭉 이어져 있었다.

바로 내가 목표로 했던 시작 지점으로.

“?”

물론 그냥 대충 넘겨도 될 일이긴 했다.

지금은 퀘스트에 성공했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으니까.

하지만 괜히 신경이 쓰였고 나도 모르게 그 재를 하염없이 쳐다봤다.

그러다 순간 머릿속을 스쳐 가는 번뜩임 같은 것이 있었고 왠지 그것으로 정체를 알 것 같았다.

바로 뿌리.

그와 함께 어째서 퀘스트에 성공했다는 메시지가 울린 건지 대충 감이 왔다.

“시작점에 도착한 것은... 뿌리인가?”

물론 여전히 뿌리라는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도통 머리를 굴려봐도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뿌리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나저나 0번 구역에서 뿌리의 도움을 받은 것은 확실한 사실이지만 그 이후로는 뿌리를 내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더 이상 뿌리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정작 필요할 때 쓰지 못하는 힘은 내 힘이 아니니까.

그런데.

“죽은... 건가?”

시작점을 향해 길게 난 검은색 재.

아무리 봐도 그것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그건 불에 탄 흔적과 비슷했으니까.

아니, 이건 명백히 불에 탄 흔적이었다.

“뿌리야? 어이, 뿌리. 뿌리?”

[.......]

물론 전에도 지금처럼 한동안 하염없이 뿌리를 불른 적이 있었다.

0번 구역에서 뿌리의 무궁무진한 활용 방법을 맛봤으니까.

하지만 그 당시 뿌리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마치 지금처럼.

그런데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그때와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왠지 앞으로는 영원히 뿌리를 보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막연한 느낌.

그만큼 반응이 없다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긴 했지만 명백히 그때는 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허...”

물론 내 마음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힘은 내 힘이 아니라는 주의.

그래서 그때 이후로 뿌리를 찾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든든함 같은 것은 있었다.

아니, 더 정확히 따지자면 든든함 그 이상의 무언가.

그런데 지금은 내 몸에서 무언가가 탈락되어 떨어져 간 느낌이 들었다.

멍.

그래서인지 한동안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다가.

저벅저벅.

천천히 시작 지점을 향해 걸었다.

길게 나있는 검은색 재를 밟으며.

몇 시간 뒤.

시작 지점.

[축하합니다.

-100% 달성률로 900레벨 한정 퀘스트를 클리어 하였습니다.

아래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 이동하면서 획득한 38억 7590만 골덴링을 전부 획득합니다.

: 이동하면서 획득한 115억 4420만 경험치를 전부 획득합니다.

: 이동하면서 획득한 1982개의 스탯포인트를 전부 획득합니다.

: 이동하면서 획득한 9950개의 코인을 전부 획득합니다.

: 이동하면서 획득한 2개의 스킬포인트를 전부 획득합니다.

: 이동하면서 획득한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 나오는 랜덤 상자 1개를 전부 획득합니다.

: 이동하면서 획득한 무기 강화석 1170개, 방어구 강화석 1760개, 악세사리 강화석 392개를 전부 획득합니다.]

시작 지점에 발을 내딛자마자 메시지들이 한도 끝도 없이 울려댔다.

그리고 드디어 끝났나 하는 시점에 하나의 메시지가 더 울렸다.

[900레벨 한정 퀘스트에서 100% 달성률을 기록하였습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보물 상자가 주어집니다.

보물 상자를 개봉시 보물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처음 울렸던 메시지는 그간 한없이 욕심이 샘솟는 대지를 이동하며 획득한 보상들.

당연히 진짜 보상은 마지막에 울린 보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보상이 꽤나 생소했다.

앞에 울린 보상들이 너무 화려해서 그런지 더더욱.

“확인. 보물 상자.”

그래서 우선 확인부터 들어갔다.

[보물 상자. (등급 없음.)

-희망하고 바라라. 그리고 꿈꾸어라. 그럼 이루어질 것이다.]

“?”

황당한 설명.

하지만 그 황당한 설명도 100% 달성률로 인해 다른 것도 다른 거지만 무려 약 2000개에 달하는 스탯포인트와 2개의 스킬포인트 거기에 1만개에 달하는 코인 등을 얻었지만 생각보다 기쁘지는 않았다.

분명 사라진 뿌리 때문에.

물론 계속 속으로 되뇌었다.

어차피 내 마음대로 쓰지 못하니까 있으나 없으나 매한가지라고.

하지만 그런 생각과 달리 무언가 허전함 같은 것이 계속 느껴졌다.

“흠...”

그래서 멍하니 서 있었고 그때 메시지가 울렸다.

[30초 뒤에 한없이 욕심이 샘솟는 대지 밖으로 강제로 이동됩니다.

-30, 29, 28······]

메시지는 1초씩 막힘없이 흘렀고 그렇게 내 몸은 어디론가 끌려가는 느낌을 받으며 곧 낯익은 광경을 마주했다.

바로 코툼성의 광장.

그리고 순간 또다시 메시지들이 울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호칭 ‘퀘스트 장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퀘스트 클리어시 그 퀘스트의 난이도에 따라 추가적으로 100~3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획득합니다.

-900레벨 한정 퀘스트의 100% 달성률의 난이도를 계산중입니다.

: 3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로그아웃.”

하지만 우선 로그아웃부터 했다.

상태창을 열어 얼마나 레벨이 올랐는지 거기에 이번에 획득한 약 2000개의 아니, 퀘스트 장인이라는 호칭까지 포함해 약 2300개의 스탯포인트와 2개의 스킬포인트보다 쉬고 싶었다.

그리고 그대로 침대로 직행해 잠에 빠져 들었다.

다음날.

평소처럼 엄마, 누나와 함께 아침 식사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누나는 밥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며 힐끔힐끔 나를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실패했지? 그래. 실패 한 거야. 흐흐흐.”

찰싹.

“아야! 엄마 왜 때려!”

“너는 지금 주영이를 놀리고 싶니!”

“아니, 이럴 때 놀려야지 언제 놀려! 엄마도 주영이 상태창 봤을 것 아냐? 이놈시키 호칭이 몇 개인 줄 알아? 생명력이랑 마나량은 어떻고! 아직 멀었어! 나는 최소한 10년은 이것 가지고 놀릴 거야!”

침울함은 어제로 끝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런 내 표정에 누나가 나를 놀리듯 말하는 거고.

물론 나를 위로해주기 위한 나름대로 표현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지금의 나는 예전의 편협하고 옹졸했던 내가 아니니까.

그래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약 40억 골덴링, 115억 경험치, 2000개의 스탯포인트, 1만개의 코인, 2개의 스킬포인트,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 나오는 랜덤 상자 1개. 거기에 많은 양의 무기, 방어구, 악세사리 강화석을 얻었어. 아, 거기에 누나가 말한 9개의 호칭 중에 퀘스트 장인이라는 호칭이 있는데 그 호칭 덕분에 따로 300개의 잔여 스

탯포인트를 더 얻었고.”

“.......”

“.......”

당연하지만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렇기에 순간 엄마와 누나가 멍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특히나 엄마도 엄마지만 내가 말한 것들의 가치를 더 잘 알 수밖에 없는 누나는 밥숟가락마저 놓칠 정도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직 남은 것이 있기에 무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거기에 달성률 100%라고 메인 보상인 보물 상자를 줬는데 그건 아직 잘 모르겠어. 등급도 없고.”

오물오물.

그 말을 끝으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입안에 집어넣고 천천히 씹으며 식사를 진행했다.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엄마와 누나에 개의치 않고서.

아침 식사 후.

“거짓말.”

졸졸졸.

“거짓말!”

아침밥을 먹은 이후로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거짓말이라고 외치는 누나를 보니 아무래도 내 말이 썩 믿음직하지는 못했던 것 같았다.

물론 그런 누나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진짜로 그것은 한 번의 퀘스트로 얻기에는 말도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보상이었으니까.

그래서.

“보여줘?”

“어! 이 누나는 직접 봐야겠어!”

누나는 마치 그런 내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런 누나에게 굳이 보여주지 못할 정도의 비밀은 아니기에 로돈성의 비밀 안가에서 만나기로 하고 ‘Revival Legend’에 접속했다.

더군다나 입으로 거짓말이라고 내뱉고는 있지만 그런 보상을 마치 누나 본인이 얻은 것 마냥 좋아하는 모양새는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나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으니까.

로던성 비밀 안가.

그곳에는 누나 혼자만 있지는 않았다.

아빠와 형 거기에 석인수 실장까지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모두에게 보여줄 생각이었으니까.

그래서 곧장 모두를 향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공개. 메시지 창.”

[축하합니다.

-100% 달성률로 900레벨 한정 퀘스트를 클리어 하였습니다.

아래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 이동하면서 획득한 38억 7590만 골덴링을 전부 획득합니다.

:

:

: 이동하면서 획득한 무기 강화석 1170개, 방어구 강화석 1760개, 악세사리 강화석 392개를 전부 획득합니다.]

“.......”

“.......”

“.......”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가족과 석인수 실장.

거기에 보물 상자에 관한 메시지까지 함께 공개를 했다.

그게 결국 메인이니까.

“허... 100%가...”

“가능한 거였어?”

“보상이...”

물론 한마디씩 하기는 했다.

여전히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그리고 그때 누나가 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그런 표정을 지은거야? 이런 보상이면...”

하긴 내 표정을 봤으면 그런 추측을 하는 것이 당연했을 것이다.

이런 어마어마한 보상에 죽을상을 짓고 있을 자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딱히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뿌리의 정체는 나도 안지 얼마 되지 않았고 실제로 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기에 가족들에게도 말하지 않은 부분이었으니까.

여하튼 그렇게 아빠, 형, 누나에게 칭찬과 격려를 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물론 가족 중에서 가장 먼저 1200레벨을 달성한 누나를 향한 박수도 함께.

코툼성.

“상태창 확인.”

우선 1차 목표는 1200레벨.

그렇기에 아무리 뇌리에는 뿌리가 잊히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계속 가만히 있을 수는 없기에 교활한 뱀파이어 주둔지로 이동할 찰나 우선 상태창부터 열어 젖혔다.

100억이 넘는 경험치를 획득한 것은 알지만 그게 몇 레벨의 증가인지는 확인치 않았으니까.

거기에 투자하지 않은 2000개의 스탯포인트에 호칭 ‘퀘스트 장인’으로 얻은 300개의 스탯포인트까지 포함해 총 23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도 있었고.

[이름 : lumen, 아시란테

레벨 : 942

죽인 횟수 : 4157, 죽은 횟수 : 0

칭호 :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 외 8개.

생명력 : 3,709,000(now) / 3,709,000(max)

마나 : 2,485,000(now) / 2,485,000(max)

힘 : 6528      민첩 : 5475      체력 23650

정신력 : 14565      지력 : 28715

잔여 스탯포인트 : 2702

잔여 스킬포인트 : 2

특성 : 아이스 맨, 동반 성장, 강화의 신.]

“와...”

나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한 번의 퀘스트로 인해 얻었다고 보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얻었으니까.

그러다 결국 이것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뿌리의 희생덕분이라는 사실에 살짝 숙연해 졌다.

하지만 꾸역꾸역 2702개에 달하는 잔여 스탯포인트를 전부 지력에 투자했다.

언제까지 뿌리에 얽매여 있을 생각은 없으니까.

그리고 곧장 스킬포인트 2개를 사용하기 위해 코툼성의 중앙광장으로 이동할 찰나 하나의 아이템이 떠올랐다.

바로 진짜 메인 보상이라 할 수 있는 보물 상자.

슬쩍 인벤토리에서 보물 상자를 꺼냈다.

그리 크지 않은 크기.

“희망하고 바라라. 그리고 꿈꾸어라. 그럼 이루어질 것이다...”

보물 상자의 설명을 다시 한 번 읽어봤지만 선뜻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흠... 정말 뭐든지 이루어진다고? 그럼 내가 1200레벨 아니, 3000레벨 아니, 5000레벨을 희망하면 그만큼의 경험치를 준다는 건가?”

당장 달성하고 싶은 것은 1200레벨.

하지만 1200레벨을 떠올리자 더 욕심이 일었다.

그리고 결국 5000레벨까지 떠오르기는 했지만 그래도 더 레벨이 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굳이 레벨을 떠올릴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벨이 아니더라도 잔여 스탯포인트를 1만개, 2만개 아니, 5만개 그 이상을 획득하면 그게 더 나으니까.

차후 레벨업으로 인해 보상으로 얻는 잔여 스탯포인트는 덤이고.

또 그러다가 수백, 수천 개의 스킬포인트와 역시나 수백, 수천 개의 신화 아이템이 나오는 랜덤 상자가 떠올랐다.

남들과 달리 반지 하나를 더 착용하게 만들어준 신화 등급의 악세사리 확장 주문서와 현재 2장을 보유중인 쿨타임 제거 고대의 주문서도.

거기에 직전에 만났던 진짜 사기라 생각했던 특성 아이템 마스터와, 스킬 마스터까지.

그렇게 나도 모르게 망상에 망상을 거듭했다.

정말로 갖고 싶은 것은 무척이나 많았으니까.

그러다가.

절레절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내 망상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밸런스를 떠나 말이 안 되는 거니까.

그리고 즉시 그 보물 상자를 열었다.

온갖 망상이 뒤죽박죽된 상태에서.

순간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로 빛을 뿜어내는 보물 상자.

그와 함께 메시지가 울렸다.

[개봉자가 현재 극도로 원하는 보상이 존재합니다.]

< 보물 상자. > 끝

< 보물 상자에서 나온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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