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138화 (138/271)

138화. 마지막 한정 퀘스트 (2).

다음날 아침.

여전히 엄마, 누나와 강원도에 마련한 명진 쉘터에 거주했다.

분명 세상의 멸망을 알리는 시발점이라 생각했던 인도 타지마할에서 벌어진 일이 마치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처럼 변하고 사회가 여전히 정상적으로 작동을 했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 그때의 그 일이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공개만 되지 않을 뿐 그와 유사한 일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도 있고.

여하튼 그렇게 엄마, 누나와 함께 아침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나 어제 900레벨 찍었어. 그래서 밥 먹고 마지막 한정 퀘스트를 진행할거야.”

“뭐? 벌써?”

“응.”

내 말에 누나가 국을 뜨던 숟가락을 허공에 멈추고는 놀라는 표정으로 되물어왔다.

물론 그럴만한 것이 과거 나의 레벨업 속도를 감안해 날짜별로 달성할 수 있는 레벨이 몇인지 계산을 한 적이 있었다.

보유한 코인량을 비롯해 1%당 올라갈 능력을 감안하면 내 1200레벨 달성은 명진의 최우선적인 과제가 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때 계산표를 확인한 누나는 이게 사람이 가능한 레벨업 속도냐고 무척이나 놀라는 반응을 보였었다.

그런데 지금 그 계산보다 더 빠르게 900레벨을 달성했다.

단순히 며칠 수준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물론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있었다.

바로 처음 계산할 때는 없었던 교활한 뱀파이어.

여하튼 그렇게 엄마와 누나를 향해 자랑 아닌 자랑을 했고 그 와중에 무척 놀란 표정을 지었던 누나가 표정을 풀더니 입 꼬리를 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럼 우리 막내는 로그아웃을 하면 볼 수 있겠네? 1200레벨을 달성한 이 누나를.”

“뭐? 벌써?”

이번에는 내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그런 계산을 할 때 나만 한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가족 모두가 했고 그 계산에 따르면 누나의 1200레벨 달성은 아직 좀 더 남아야 했다.

“후후후. 동생아. 이 누나가 또 지고는 못사는 성미잖니. 더욱이 이 누나의 능력이라면 가족 중에서 가장 먼저 1200레벨 달성 정도는 해줘야지.”

내가 했던 잘난 척을 그대로 맞받아치는 누나.

그렇게 그날은 고개를 바짝 세우며 한껏 잘난척을 하는 누나의 리액션으로 아침 식사를 마무리했다.

물론 누나는 한마디 더 했다.

내가 아닌 엄마에게.

“엄마! 엄마도 얼른 1200레벨 달성을 해야 한다고! 내가 1200레벨만 달성하고 나면 언데드 숲에서 나랑 하루에 12시간 아니, 20시간씩 사냥할 줄 알고 있어.”

힐러 계열을 선택한 엄마.

모든 힐러 계열이 그렇지만 가장 빠른 레벨업은 언데드 몬스터를 상대로 공격 스킬로 변하는 힐을 사용한 직접적인 공격일 수밖에 없었다.

누나가 말하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고.

그리고 아침 식사가 끝났음에도 알았다는 엄마와 더 열심히 사냥을 해야 한다고 독촉하는 누나의 모습을 입가에 미소를 띠며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전히 내 머릿속에는 나를 붙잡고 ‘아들 뒤에서 내가 힐을 해줄 테니까. 엄마만 믿어!’라는 엄마의 모습이 박혀 있으니까.

코툼성.

굳이 코툼성에서 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900레벨 한정 퀘스트의 진행은 ‘한없이 욕심이 샘솟는 대지’라는 곳으로 이동해서 진행을 하게 되니까.

하지만 굳이 코툼성으로 왔다.

뭔가 1차, 2차, 3차 클로즈 베타는 물론이고 진짜 본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Revival Legend’마저 첫 발을 내딛은 곳이 바로 이곳 코툼성이니까.

즉, 고향 같은 곳.

우선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쳤기에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900레벨 한정 퀘스트 도전.”

그러자 메시지가 울렸다.

[적합한 900레벨 한정 퀘스트 도전자입니다.

-한없이 욕심이 샘솟는 대지로 이동합니다.]

메시지가 사라짐과 동시에 어디론가 내 몸이 끌려가는 느낌을 받았고 그렇게 곧 마주할 수 있었다.

휘이이이잉.

광활하다 못해 삭막한 대지를.

하지만 그 와중에 절로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왜... 하필... 사막인데?”

우선 퀘스트에서도 무척이나 광활한 곳이라고만 표현을 했지 어떤 지형이라고 설명을 하지 않았다.

즉, 여러 지형 지대가 존재했다.

가령 초원 지대나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지형, 얼음 지대 하물며 늪지대까지.

그리고 늪지대와 함께 가장 최악으로 꼽히는 지형이 바로 사막 지형이었다.

물론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만 있다면 지형지물 따위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은 사실.

하지만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사용할 수 있다면 괜히 내가 어제 실패를 염두에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조건 달성률 100%를 자신하지.

그래서인지 그 생각을 하는 와중에 메시지가 연달아 울렸다.

[마지막 욕심을 충족할 수 있는 한없이 욕심이 샘솟는 대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선 이곳 ‘한없이 욕심이 샘솟는 대지’에서는 달성률 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이동한 거리만큼 달성률이 점차 증가합니다.

물론 이동하는 와중에 몬스터를 비롯한 상자 혹은 함정 등으로 골덴링이나 코인, 경험치, 잔여 스탯포인트 등을 획득 할 수 있습니다.

그 획득한 것은 차후 달성률에 따라 최종적인 획득이 가능합니다.

:

:]

대충 어제 확인한 것의 세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에 어제 울리지 않은 내용의 메시지가 이어졌다.

[이곳 ‘한없이 욕심이 샘솟는 대지’에서는 공평성을 위해 이동에 관한 모슨 스킬의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그럼 마지막 한정 퀘스트로 최대한의 욕심을 채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쳇. 공평성은 무슨. 마법사 계열은 지력에 스탯을 올인하기에 물리 계열이나 근접 계열에 비해 체력 같은 것이 월등히 낮다고.”

당연히 블링크도 이동에 관련된 스킬.

즉, 사용이 불가능했다.

지금처럼.

“블링크.”

[이곳에서는 블링크의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물론 나를 단순히 마법사 계열로 한정 지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나조차도 의문이긴 했지만 어쨌든 블링크 그것도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사용치 못한다는 사실에 살짝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내가 보는 시야 왼쪽 상단에 전에 없던 시야를 마지막으로 점검차 확인에 들어갔다.

[lumen, 아시란테님의 현황.

-현재 달성률 : 0.00%

-남은 시간 : 24 : 00 : 00]

“후우.”

그렇게 마지막으로 숨을 길게 내쉬고 사막에 한발을 내딛었다.

홍주영 아니, 아시란테가 900레벨 한정 퀘스트를 진행하는 사이.

미국, 중국 등의 강대국을 비롯해 ‘Revival Legend’에 대해 알만큼 아는 국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새로운 조직을 결성했다.

바로 NW(New World)라는 새로운 국제 조직을.

그리고 가입 조건은 간단했다.

바로 NW 가입국의 2/3 이상의 찬성.

하지만 한국은 가입이 필요치 않았다.

이미 NW의 초기 창설 멤버로 포함이 되어 있었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은 분명 그전에는 별다른 두각을 내지 못한 곳이었지만 이제는 4주년 이벤트 우승에 근래에는 일본에 제대로 펀치 한방을 먹였고 거기에 가장 유명한 유저가 포함된 국가였기에 아무도 한국이 초기 창설 멤버에 포함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물론 미국과 중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기는 했지만.

NW 회의실.

“저번 주에는 멕시코의 사우다드 빅토리아 광장에 245마리의 거대 흡혈 박쥐가 등장을 하였습니다. 벌써 사망자만 1500명이 넘어선 것은 물론이고 언제까지 정보 통제가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어제는 아르헨티나의 티에라델푸에고에 붉은 갈퀴 오크가 등장했습니다. 위성 촬영으로 확인한 결과 거의 1만 마리에 이르는 무리로 족장과 주술사 거기에 전사까지 포함된 제대로 된 오크 무리였습니다.”

인도 타지마할에서 발생한 사고 이후로 지구가 조용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철저하게 감춰졌을 뿐.

그러나 NW소속의 모두는 이렇게 감추고 숨기는 것의 끝이 멀지 않다는 것을 모두 다 알고 있었다.

점차 몬스터의 등장 주기가 빨라지고 있었으니까.

거기에 한두 마리가 아닌 무리를 이뤄 단체로.

물론 NW의 의장국이자 몬스터가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미국.

하지만 미국은 그 사실을 함구했다.

새롭게 수립된 미국의 계획에는 힘의 분산보다 집결이 더 낫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그러기 위해서는 적절한 고난은 필수였으니까.

여하튼 그렇게 진행된 NW의 회의에는 오로지 비관적인 내용만이 가득했고 뚜렷한 해결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분명 몬스터의 등장은 더 이상 감추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지만 이곳에 있는 자들은 대체적으로 수년간 준비를 해왔고 아직까지는 현대 무기로 제압이 가능한 수준이었으니까.

그래서인지 NW의 제 2회 정기 회의도 별다른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은 채 종료가 됐다.

한없이 욕심이 샘솟는 대지.

우선 앞을 향해 푹푹 빠지는 모래를 뒤로하고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 곧 몬스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곳 사막 지형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언데드 몬스터를.

그것도 낮은 레벨의 일반 해골 몬스터.

“아이스 스피어.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퍽. 퍼버벅. 퍽.

바삭. 바사삭.

굳이 광역 스킬조차 필요치 않기에 단일 스킬을 사용했고 3마리의 해골 몬스터는 그런 내 공격에 별다른 반항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허물어졌다.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울렸다.

[해골 몬스터 1을 처치하였습니다.

-10만 골덴링을 획득합니다.

-가보관 상태로 보관이 되며 최종적으로 달성한 퍼센티지만큼 획득이 가능합니다.]

[해골 몬스터 2를 처치하였습니다.

-잔여 스탯포인트 2개를 획득합니다.

-가보관 상태로······]

[해골 몬스터 3을 처치하였습니다.

-50만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가보관 상태로······]

고작 해골들을 상대로 얻기 힘든 어마어마한 보상들.

순간 이런 보상에 눈이 멀어 대부분 900레벨 한정 퀘스트에 실패를 맛보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반대로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었다.

멍청이가 아니고서 이렇게 획득한 보상은 결국 달성률도 달성률이지만 24시간 내에 시작점으로 되돌아와야 획득한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을 테니까.

메시지에서도 분명 가보관 상태로 보관이 된다고 했고.

그런데 그때 메시지가 더 울렸다.

[잊힌 영웅의 망토가 방어해내지 못합니다.

-해골 1을 잡음으로써 욕심 1이 증가합니다.]

[잊힌 영웅의 망토가 방어에 성공합니다.

-해골 2를 잡았음에도 욕심 1이 증가하지 않습니다.]

[잊힌 영웅의 망토가 방어에 성공합니다.

-해골 3을 잡았음에도 욕심 1이 증가하지 않습니다.]

“호오.”

이건 알지 못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아니, 분명 아무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잊힌 영웅의 망토에 의해서만 걸려졌지 여타 다른 디버프와 달리 정신력은 전혀 발동을 하지 않았으니까.

그 말인즉슨 욕심이라는 디버프가 존재 한다는 것을 모른다는 뜻이고.

“이래서 대다수가 실패를 한 거군. 뻔히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앎에도 욕심이 쌓이고 쌓여서.”

여하튼 뭔가 숨겨진 비밀 같은 것을 알아냈다는 사실은 꽤나 기분이 좋았다.

우선 그렇게 더 앞으로 나아갔다.

여전히 달성률은 1%도 되지 않았으니까.

1시간 뒤.

이동하는 와중에 많은 몬스터를 만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른 것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랜덤 상자.

[랜덤 상자의 개봉으로 코인 20개를 획득하였습니다.

-가보관 상태로······]

물론 랜덤 상자에 항상 좋은 것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꽝입니다.]

당연히 꽝이 있을 수도 있다.

충분히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잊힌 영웅의 망토가 방어해내지 못합니다.

-랜덤 상자를 개봉함으로써 욕심 10이 증가합니다.]

꽝인 것도 억울한데 욕심을 무려 10이나 증가시켰다.

그래서인지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외쳤다.

“젠장! 그래. 다음 상자도 꽝인지 한번 보자!”

의식하지 않았음에도 절로 내뱉은 말.

그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내 몸은 한 발짝 앞으로 내딛은 상태였다.

그리고 거의 열 발자국을 내딛고 나서야 욕심의 영향인가라는 생각이 번뜻 들었다.

“와. 정말... 이름 그대로 한없이 욕심이 샘솟는 대지구나.”

상황이 어쨌든 나름 끝을 가보겠다는 생각으로 도전을 했기에 잠시 멈췄던 발을 계속 앞으로 내딛었다.

몬스터가 나오면 몬스터를 잡고 랜덤 상자가 나오면 빠짐없이 랜덤 상자를 개봉하며.

물론 곳곳에 함정이 존재함으로써 친절하게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고 등을 떠밀지는 않았다.

가령 유사 같은 것으로.

마치 모래가 물처럼 한곳을 향해 스멀스멀 흘렀고 분명 발을 내딛지 않았음에도 내 몸 자체가 그곳으로 움직였다.

늪지대처럼.

물론 당황하지는 않았다.

나는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니까.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물론 아이스 필드 정도면 충분했지만 왠지 아이스 필드만으로는 섭섭하다는 느낌에 살얼음까지 사용했다.

그러자 순간 물처럼 흐르는 모래는 물론이고 그 모래 위로 두터움 얼음들이 자리했다.

흐름이 멈춘 유사.

그 얼음의 대지 위를 빠른 속도로 달렸다.

그리고 순간.

“허. 아이스 필드를 이런 식으로 사용하면 되는 것을...”

당연하지만 발이 푹푹 빠지는 고운 모래를 달리는 것과 단단한 얼음 위를 달리는 것은 천지 차이일 수밖에 없다.

내가 만든 얼음이기에 넘어질 위험도 전혀 없고.

더군다나 내가 사용하는 살얼음도 따로 사용해도 충분히 제 역할을 했다.

물론 그래봤자 내가 이동하는 속도가 재빨라서 금세 그 아이스 필드와 살얼음의 영역 밖으로 나오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사실에 곧장 그 방법을 사용했다.

약 3시간 뒤.

“현황 확인.”

[lumen, 아시란테님의 현황.

-현재 달성률 : 18.53%

-남은 시간 : 21 : 07 : 44]

“흠...”

당연하지만 달성률 100%가 끝이 아니다.

아무리 100%를 달성해도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그래야만 성공이고.

즉, 못해도 12시간 안에 100%를 달성해야만 하는 상황.

하지만 3시간에 채 20%도 달성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이게 아무리 게임이라도 가는데 50% 오는데 50%로 잡는 것은 무척이나 안일한 생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생각으로 갖고 도전한 자들도 전부 실패를 맛봤을 테고.

“애초에 100%가 불가능한 건가?”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단언컨대 힘과 민첩은 조금 부족할지라도 내 체력은 그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높았고 이동하다 마주치는 여러 장애물 따위는 손짓 한번으로 박살낼 능력이 나에게는 있으니까.

더군다나 쿨타임이 돌아오는 족족 아이스 필드와 살얼음을 사용할 마나량을 보유하기도 했고.

여하튼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부지런히 발을 놀렸다.

그게 내 의지인지 혹은 그간 이동하며 축적된 욕심에 의한 발로인지 구분이 잘 가지는 않았지만.

< 마지막 한정 퀘스트 (2). > 끝

< 마지막 한정 퀘스트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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