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화. 반격 (1).
물론 어째서, 왜, 그것도 이 시점에 그런 메시지가 울렸는지는 여전히 의문이었다.
그 메시지의 내용으로 봐서는 울려야 한다면 진즉에 울려야 했으니까.
가령 처음 오이형제의 아이템과 스킬의 저주를 받았을 때부터.
혹은 잊힌 영웅의 망토와 9개의 호칭으로 총 59%에 달하는 모든 디버프 방어에 영향을 받거나.
하지만 그 특성은 단순히 디버프로 치부할 수 없는 한 단계 위의 능력인지 애초에 59%의 디버프 방어에 걸려지지 않았다.
대신 한참 후에 방금 울린 예외 조항들이 과유불급이었던지 토해내어지듯 울린 거고.
즉, 몰랐다면 몰랐을까 나도 억울했다.
분명히 시스템적인 오류? 딜레이?
그런 류의 현상이니까.
그 사이에 반항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얻어맞지 않아도 될 것을 마치 비 오는 날 먼지 날 정도로 두들겨 맞았고.
그래서 만약 운영자가 옆에 있다면 멱살을 움켜쥐고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운영자의 실체를 봤다는 자가 없는 상황.
그렇기에 이 억울함과 분노를 대신 받아줄 자가 필요했고 눈앞에는 딱 적임자가 존재했다.
바로 오이형제.
물론 단순히 억울함과 분노 때문만은 아니었다.
부러움.
솔직히 부러웠다.
그만큼 종종 특이한 능력을 가진 자들을 여러 만나 봤지만 그 중에서 지금 만난 오이형제만큼 눈에 띄는 능력은 없었다.
당연히 갖고도 싶었고.
여하튼 그런 억울함과 분노 거기에 부러움을 가득 담아 오이형제에게 달려들었다.
“블링크.”
푹.
“큭!”
오직 하나만 착용한 5강화 얼음황제 수호검.
하지만 그것 자체만으로 충분했다.
더욱이 그것으로 멈추지 않았다.
스킬과 달리 아이템은 교환이 가능하니까.
그래서 순식간에 5강화 얼음황제 수호검과 스킬 기능성 반지를 교체해 착용했다.
그리고 곧장 외쳤다.
“아이스 필드. 그리고 블리자드!”
파사사삭.
퍽. 퍽. 퍼버버벅. 퍽.
“젠장! 더블 블링크.”
내 공격에 스킬 마스터라는 특성을 보유한 동생 오이츠키는 블링크 그것도 더블 블링크로 내 아이스 필드와 블리자드 영역 밖으로 빠져 나갔다.
거기에다가.
“콜. 오이즈키.”
슝.
분명 내 지근거리에 존재했던 형 오이즈키가 모습을 감추었다.
그 후 곧장 동생 오이츠키 옆에 모습을 드러냈다.
“후... 그래. 스킬 마스터라는데 다 써라. 다 써.”
이미 충분히 놀랄 만큼 놀랐기에 내 블리자드 영역 안에 있던 오이즈키를 자신 옆으로 불러들이는 오이츠키의 능력에는 굳이 놀라지 않았다.
대신 빠르게 스킬 기능성 반지 장착을 해제하고 다시 5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을 착용했다.
그리고 그때 내 공격 범위 밖으로 빠져 나간 오이형제가 마치 붕어마냥 입을 뻐끔뻐끔 거리며 말을 내뱉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아이템에... 스킬까지. 분명 아시란테 너는 방금 전까지 그게 불가능했다!”
얼굴에 숨기지 못하는 당황스러움이 그래도 묻어 난 것으로 봐서는 확실히 놀라긴 한 것 같았다.
그래서 5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을 어깨에 걸치고 거들먹거리며 입을 열었다.
혼란스러워 하는 적에게는 더 큰 혼란을 주는 것이 적을 향한 최고의 배려니까.
“당해준 척 해본거야. 너희들이 너무나 좋아하기에 조금 더 오래. 설마 곧이곧대로 믿은 것은 아니겠지?”
당연히 거짓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차마 입 밖으로 말은 내뱉지 못했지만 어째서 유일한 3차 클로즈 베타 만렙 달성자인 나에게 저 특성이 오지 않았는지 속으로 온갖 욕설을 내뱉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그것을 오이형제에게 드러낼 필요는 없기에 오히려 거만하게 대답을 했다.
“거짓말 하지 마라!”
“아시란테 너는 분명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네놈이 보여준 표정은 진짜였고!”
물론 오이형제의 대답으로 봐서는 그게 제대로 통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런 오이형제의 대답을 반박할 확실한 증거가 있기에 어깨에 걸린 5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을 녀석들을 향해 붕붕 휘두르며 대답했다.
“그럼 이 무기는 아이템이 아닌가봐? 이렇게 바닥에 펼쳐진 얼음의 대지는 스킬이 아니고.”
“.......”
“.......”
그제야 오이형제의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오이형제의 말문을 막는 것이 내 목표가 아니기에 손을 까딱까딱 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안 들어올 거야? 방금 전까지는 좋다고 달라붙었잖아?”
물론 내가 달라붙어도 된다.
솔직히 아이스 필드와 블리자드에 이어 블링크를 선택 할 때까지만 해도 그럴 생각이었고.
하지만 방금 전의 주체 못할 정도로 솟구쳤던 분노와 울분이 가라앉고 그 자리에 침착함이 자리하자 굳이 여기에서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선보일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사기니까.
아무도 나를 잡을 수 없고 막을 수도 없는 그런 사기.
그렇기에 지금까지 가족을 제외하고는 꽁꽁 숨겨둔 것이고 최소 1200레벨 달성을 하고 공개를 마음먹었다.
그 정도가 되면 나를 시기하는 자들의 견제와 방해에 전혀 굴하지 않을 능력을 갖출 것 같아서.
여하튼 오이형제를 향해 도발하듯 말을 내뱉었다.
싸움이 멈춘 중앙 전장.
오이즈키, 오이츠키 형제는 직전 아시란테를 향해 신나게 공격을 퍼부으면서도 솔직히 마음껏 웃지는 못했었다.
분명 아이템과 스킬이 사라졌는데도 버텨도 너무 잘 버텼으니까.
마치 불사신인 양.
하지만 제대로 된 반격을 하지 못하는 아시란테였기에 오이즈키, 오이츠키 형제는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고 연신 공격을 퍼부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낯빛이 변하는 아시란테의 모습에 ‘됐다!’라는 환호성을 내지를 찰나 뜬금없이 무기를 꺼내는 아시란테의 모습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특성 ‘아이템 마스터’를 보유한 오이즈키는 더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이 건 저주를 받은 상태에서 아이템을 착용한 자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오이즈키는 벌써 특성의 적용 시간인 6시간이 흘렀나라고 착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채 1시간도 지나지 않은 상황.
그런데 당황스러움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곧이어 사용된 스킬들.
특성‘ 스킬 마스터’를 보유한 동생 오이츠키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낱 한시에 깨진 특성들.
물론 오이즈키, 오이츠키 형제도 아직 비빌 꺼리가 남긴 했었다.
특성 아이템 마스터와 스킬 마스터의 범주는 엄청 넓으니까.
하지만 그전까지 무적이라 생각했던 저주가 아시란테 앞에서 깨졌고 문제는 아시란테를 상대로 건성건성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당연하지만 죽이기 위해서 최대한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공격을 퍼부었다.
그런데 그것을 버텨냈고 진짜로 직전의 모습은 장난이었다는 듯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들어오라는 제스쳐를 취하는 아시란테의 모습에는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형 오이즈키는 아시란테의 손에 들린 무기에 찔리고 바로 앞에서 아이스 필드와 블리자드를 잠깐이지만 겪어봤기에 더더욱 들어가기가 두려웠다.
현재 무기도 무기지만 방어구도 합체를 함으로써 그 누구보다 뛰어난 방어력을 갖췄다고 자부하지만 아시란테의 그 공격은 어마어마했으니까.
특히나 여전히 아시란테의 공격에 당한 옆구리에는 손으로 떼어내려 해도 떼어지지 않는 얼음 덩어리가 존재했고.
우선 그렇게 오이즈키, 오이츠키 형제는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아시란테를 지켜만 봤다.
중앙 전장.
“뭐야? 안 들어오겠다는 거야?”
저벅저벅.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의 사용이 가능했지만 일부러 걸었다.
안타깝게 아이스 필드와 블리자드는 쿨타임 상태이고.
대신 이것 하나면 충분했다.
바로 5강화 얼음황제 수호검.
“이잇! 솟구쳐라. 더블 파이어 월!”
동생 오이츠키의 말이 끝나자마자 놈들과 나 사이를 가로막는 큼지막한 불의 벽이 생성이 됐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내 걸음을 막기에는 부족했다.
더군다나 지금은 5강화 얼음황제의 수호검을 착용중이고 여기에는 태양신도 녹이지 못한 얼음황제의 결의라고 파이어 계열에 대한 30%의 피해 감소가 붙어 있었고.
즉, 원래도 잘 버텼지만 지금은 더 잘 버티는 것이 가능했다.
“설마 겁을 먹은 거야?”
그래서 불의 벽을 대수롭지 않게 걸어 나오며 정확히 형인 오이즈키를 향해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번 도발은 꽤 약발이 먹힌 것 같았다.
“기고만장 하지마라! 아직 내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 빅 라이트닝 오브 스피어!”
그대로 양손창을 들고 달려드는 오이즈키.
물론 동생 오이츠키가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형 오이즈키를 서포터하듯이 나를 향해 끊임없이 공격을 날렸다.
“춤추는 불꽃! 더블 터지는 화염!”
퍽. 퍽. 퍽.
형 오이즈키를 향한 내 시선을 가리겠다는 듯이 전방에 여러 파이어 계열의 공격들이 펼쳐졌다.
하지만 동생 오이츠키의 공격들은 죄다 무시했다.
우선 목표는 아이템 마스터라는 특성을 보유했고 근거리 공격 위주로 진행하는 형 오이즈키로 정했으니까.
곧 거대한 양손창으로 나를 찔러오는 오이즈키.
그 창끝을 향해 그대로 얼음황제 수호검을 내질렀다.
쾅!
푹.
창과 칼의 부딪침.
그러나 내 칼이 뒤로 밀렸고 양손창은 그대로 내 옆구리에 박혀들었다.
명백한 힘의 차이.
이건 어쩔 수 없었다.
오이즈키는 전형적인 물리 계열의 근거리 딜러로 힘의 우위는 녀석에게 있으니까.
하지만 전과 달리 나에게는 반항할 수 있는 수가 존재했다.
그래서 한 발짝 뒤로 이동해 몸에 박힌 양손창을 빼고 다시 달려들었다.
물론 오이즈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나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 다시 한 번 나를 향해 양손창을 내질렀다.
“블링크.”
하지만 나의 블링크를 막기에는 너무나 느렸다.
푹.
그대로 오이즈키의 가슴팍에 파고드는 얼음황제 수호검.
물론 오이즈키도 나를 향해 공격을 시도하려 했지만 양손창의 단점은 공격을 위한 간격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나를 향해 제대로 창을 내지르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오이즈키를 필사적으로 달라붙었다.
“떨어져라!”
“싫은데! 정 떨어지고 싶으면 네 동생한데 콜을 사용해달라고 하던가!”
검에 관련된 단 하나의 스킬도 능력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재빠르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쓰는 방식은 모르지만 그냥 악착같이 달라붙어 연신 얼음황제 수호검을 오이즈키의 몸에 쑤셔 넣었다.
스킬 기능성 반지와 교체하지 않은 상태로 쿨타임이 돌아온 아이스 필드를 사용하며.
물론 그 와중에 동생 오이츠키도 내 아이스 필드를 박살내기 위한 파이어 필드에 나를 향한 공격을 멈추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킬 마스터라는 놈도 쿨타임의 제약에서는 벗어날 수 없는지 곧장 콜을 사용치는 않았다.
그럴수록 오이즈키의 몸에는 하나둘씩 동상이라 보기에는 과한 얼음이 쌓여만 갔고.
당연히 동상의 누적으로 점차 느려져 가는 오이즈키.
그러자 심상치 않은 기색을 느꼈는지 오이즈키가 양손창을 내던지고 품에서 나와 같은 한손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나를 향해 내질렀다.
회피? 방어?
하지 않았다.
직전에 블링크를 사용 했기에 여기서 또 사용하면 의심을 살게 뻔했고 그렇다고 회피를 한 만큼 민첩이 높지도 않거니와 방어를 하는 것보다 공격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눈에 뻔히 보였으니까.
푹. 푹.
그렇기에 서로의 검이 서로의 몸에 박혀드는 상황이 연출됐다.
처음으로 해보는 진흙탕 싸움.
‘Revival Legend’를 비롯한 모든 게임에서는 쭉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를 했고 그게 아니더라도 원거리 유형의 직업만 가졌기에 이와 같은 전투는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썩 나쁘지는 않았다.
그래서 죽는 것이 두려워 동반 성장으로 함께 성장할 첫 번째 스탯을 체력으로 선택했는데 어쩌면 내 내면에는 이와 같은 상황을 꿈꿔왔던 것이 아니었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여하튼 그렇게 원거리에서 쏟아지는 동생 오이츠키의 파이어 계열의 공격은 철저히 무시하고 오이즈키 한 놈만 물었다.
아무래도 동생 오이츠키를 잡기 위해서는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가 절실해 보였고 그것은 오이형제에게 아니, 오이형제 따위에게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니까.
미쓰야 길드 진영.
류세치 회장을 비롯해 오이즈키, 오이츠키 형제의 존재를 알고 있던 최상위층 간부들 모두는 멍하니 전방을 바라봤다.
“어떻게...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
“.......”
“.......”
그리고 이어진 류세치 회장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자신들오 오이즈키, 오이츠키 형제의 저주가 깨지는 것을 처음 봤으니까.
물론 눈치는 있기에 아시란테가 처음과 다르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파악 할 수 있었다.
말인즉슨 어마어마한 몸빵 능력을 가졌지만 그래도 아시란테는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
하지만 지금은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라 보기에는 어려웠다.
그런데 문제는.
[오이즈키 : 이놈... 아시란테 이놈의 물리 대미지가!]
류세치 회장을 필두로 최상위층 간부들은 오이즈키, 오이츠키 형제와 파티 중이었다.
그렇기에 오이즈키의 생명력이 줄어드는 것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오이즈키는 방어구 합체까지 진행 한 상황.
“미쳤군. 정말 미쳤어.”
“.......”
“.......”
“.......”
역시나 이번에도 류세치 회장의 말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지금의 아시란테의 모습은 미쳤다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으니까.
우선 그렇게 더 중앙 전장에서 벌어지는 3명의 싸움을 지켜보다 류세치 회장은 결국 명령을 내렸다.
바로 후퇴라는 명령을.
물론 그것이 뜻하는 바는 전초전은 물론이고 어쩌면 싸움의 향방을 결정지을 전투에서 패배를 시인하는 꼴이긴 했지만 그래도 오이즈키, 오이츠키 형제의 특성이 가진 패널티를 감안할 때 죽음만은 절대 수용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첫째 날의 전투가 종료됐다.
일본 그리고 미쓰야 길드의 패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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