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133화 (133/271)

133화. 오이형제 (2).

“죽어라! 윈드 스피어!”

“솟아라. 그래서 나의 적을 휘감아라! 죽음의 뿌리!”

“소환. 대지의 정령. 대지의 정령.”

“포이즌 애로우!”

:

:

“대지여 나의 의지에 따라 출렁여라. 흔들리는 대지!”

“치명적 일격.”

“트리플 샷!”

7만과 10만.

말이 7만과 10만이지 그 정도 되는 무리가 한 번에 맞부딪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대략 양측에서 1만씩 되는 무리가 중앙으로 나서며 전투를 벌였지.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어마어마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그런 위용을 보여줬다.

2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한데 뭉쳐 전투를 벌이는 모습은 어지간해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니까.

더군다나 한쪽은 한국이고 다른 한쪽은 일본이기에 절로 감정 이입이 됨으로써 더더욱.

여하튼 그렇게 치열하다 못해 처절한 싸움이 진행되는 와중에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바로 일본의 미쓰야 길드가 좀 더 잘 싸운 다는 것.

그 모습에 어째서 류세치 회장이 자신감을 가졌는지 알 것 같았다.

물론 전초전.

그렇기에 양쪽 모두 진짜 메인에 해당하는 본대 병력은 숨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전초전이라 해도 패배라는 것은 절대 가벼이 넘길 사안은 절대 아니기에 분위기를 반절시킬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였다.

가령 그나마 수적 우위를 앞세워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한다든지 혹은 판을 뒤집을 절대적인 강자를 투입한다든지 하는 그런 수.

그리고 이쪽에는 후자에 해당하는 아주 강력한 패가 존재했다.

바로 나.

‘상태창 확인.’

우선 마지막 점검차 상태창을 확인했다.

[이름 : lumen, 아시란테

레벨 : 882

죽인 횟수 : 1285, 죽은 횟수 : 0

칭호 :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 외 8개.

생명력 : 3,695,000(now) / 3,695,000(max)

마나 : 2,472,000(now) / 2,472,000(max)

힘 : 6528      민첩 : 5475      체력 23550

정신력 : 14365      지력 : 28607

잔여 스탯포인트 : 0

잔여 스킬포인트 : 0

특성 : 아이스 맨, 동반 성장, 강화의 신.]

전에 비해 약 70레벨의 증가와 4강화에서 5강화로 업그레이드된 얼음황제 수호검의 영향으로 전체 적으로 스탯포인트들이 골고루 증가했다.

체력과 정신력은 지력에 의한 동반 성장으로 그리고 힘과 민첩은 5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으로.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힘과 민첩이 꽤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이유는 원래 착용하던 로브 셋트를 벗고 신화 등급의 잊힌 영웅의 망토와 합을 이룰 새로운 미스릴 셋트 방어구를 착용하면서 지력이 아닌 힘과 민첩이 오르는 것을 착용한 영향이 컸다.

체력과 정신력은 애초에 아이템의 영향을 안 받기에 배제를 했고.

여하튼 전에 비해 여러모로 증가한 스탯포인트들로 그간 내 노력이 절대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위안은 물론이고 자신감까지 솟구쳤다.

하지만 살짝 고민이 되는 것은 있었다.

바로 ‘특출나게’를 처음부터 사용할까 말까 하는 그런 고민.

왜냐하면 한정 스킬 ‘특출나게’는 무려 10일의 쿨타임을 가지면서 유지 시간은 30분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여전히 적은 6만이 남아 있었고.

‘그래. 아직 본게임은 시작도 안했는데...’

나 스스로 필살기는 처음부터 쓰고 봐야 한다는 주의지만 현재 중앙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명백히 간을 보는 전초전이었고 아직 6만에 달하는 적이 남아 있기에 ‘특출나게’는 본 게임을 위해 잠시 미뤄두는 것으로 정했다.

그리고 모든 준비를 끝내자 슬쩍 아빠와 형, 누나 그리고 석인수 실장과 눈을 마주치고 나서 천천히 전장으로 움직였다.

물론 가족은 물론이고 석인수 실장까지 눈 속에 나를 향한 걱정을 한가득 안고 있는 것이 뻔히 보였다.

누나는 그 와중에 귓속말까지 하며 나에게 조심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가족들의 걱정이 무색하게 나 스스로 자신이 있었다.

더욱이 나서야만 했다.

처음에는 명백히 현실의 도피처이자 쥐구멍 같은 곳이 게임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만약 게임을 쭉 도피처이자 쥐구멍으로 삼을 생각이었다면 가족들에게 내 모든 것을 털어 놓지도 않았을 테고.

즉, 더 이상 게임은 현실의 나를 숨겨두는 공간이 아닌 나를 반짝반짝 빛내주는 공간으로 변한지 오래였다.

현재는 아시란테라는 아이디에 가려졌지만 그래도 빛, 광휘를 뜻하는 내 본래의 아이디인 ‘lumen’처럼.

그래서.

저벅저벅.

당당히 중앙 전장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하지만 양쪽에는 6만과 9만에 달하는 인원이 남아있고 중앙에는 조금 숫자가 줄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수많은 인원이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중이었기에 그 누구도 나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아빠, 형, 누나 그리고 석인수 실장을 제외한 같은 편마저.

물론 사전에 한 행동은 있었다.

바로 대유 길드를 탈퇴하고 명진에 가입을 한 것.

명진과 미래는 이미 연합을 맺은 상황에 나만 대유 소속이기에 같은 편이 내 공격에 휩쓸리는 것만큼 멍청한 일은 없기에 미리 사전 작업을 해 놓았다.

여하튼 그렇게 얼추 중앙 근처에 다다르자 나지막하에 입을 열었다.

정확히 적이 가장 많이 뭉쳐있는 중심부를 바라보며.

“블링크.”

“내 그림자는 풀지 못할 끈이 되리라! 그림자 결박!”

“파워 샷.”

“트리플 샷!”

“소환. 바람의 정령. 바람의 정령.”

“내 공격은 모든 것을 부순다. 거인의 일격!”

전초전이니만큼 본대에 비하면 약한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어째서 미쓰야 길드가 일본을 장악한 단 하나의 길드인지는 이것만 보고도 알 수 있었다.

바로 블링크 같은 것으로 근처에 다다른 적에게 곧바로 일점사가 이뤄진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도 똑같이 펼쳐졌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나는 블링크를 배운 여타 다른 마법사 계열 유저와 달리 어마어마한 몸빵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탱커라 부를 수 있는 모든 존재들 보다 더.

더욱이 이번에는 로브 셋트가 아닌 좀 더 무겁지만 그래도 로브 셋트에 비해 뛰어난 방어력을 갖춘 미스릴 계열의 방어구를 착용했기에 방어력은 더 증가된 상태였다.

거기에 잊힌 영웅의 망토는 특별한 옵션이 존재했고.

바로.

[잊힌 영웅의 망토와 9개의 호칭으로 총 59%의 모든 디버프 방어를 보유중입니다.

-그림자 결박을 완벽하게 방어해냈습니다.]

씨익.

메시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물론 59%를 높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낮다고 할 수도 없다.

그래서 그런지 잊힌 영웅의 망토는 쏠쏠하게 디버프들을 방어해 냈다.

사용한 자의 지력과 나의 정신력 싸움을 하기도 전에.

여하튼 적의 공격에 멍하니 있을 생각은 없기에 곧장 움직였다.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특출나게’를 사용했다면 아이스 필드와 살얼음을 사용치 않고 블리자드를 사용했을 것이다.

‘특출나게’와 9레벨 블리자드의 조합이라면 굳이 나에게 유리한 전투 환경을 만들 필요가 없으니까.

하지만 나중에 등장한 적의 본대를 위해 한정 스킬 ‘특출나게’를 아끼는 것을 선택했기에 아이스 필드와 살얼음을 깔았다.

그리고 곧장 입을 열었다.

“블리자드!”

휘이이잉.

퍽. 퍽. 퍼버버벅. 퍽. 퍽.

그간 단 한 번도 나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았던 블리자드.

그만큼 쿨타임이 길긴 했지만 그래도 그 긴 쿨타임에 아쉬움은 느낄지언정 욕을 하지는 않았다.

나도 양심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그리고 곧 내가 펼쳐진 9레벨 블리자드의 위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헉!”

“뭐... 뭐야!”

“힐. 히... 컥!”

“무슨 대미지가 이따위야!”

“씨팔. 생명력이...”

몬스터를 사냥할 때는 광역 스킬이 최고였다.

우선 몬스터는 도망을 치지 않으니까.

물론 교활한 뱀파이어라는 예외가 있긴 했지만.

하지만 유저에게는 솔직히 광역 스킬보다 단일 스킬이 더 잘 먹혔다.

왜냐하면 유저는 생각이라는 하고 경험이라는 것을 축적하기에 아니다 싶으면 광역 스킬 범위 밖으로 도망을 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단언컨대 내 광역 스킬은 다른 어떤 유저들이 사용하는 광역 스킬보다 적용 범위가 넓었다.

지속 시간도 길었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밖으로 피할 틈도 주지 않을 정도로 강력했다.

물론 아이스 계열 스킬 한정이긴 했지만.

더욱이 나에게는 블리자드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푹. 푹.

“크억.”

“컥.”

이제는 무려 5강화로 업그레이드된 얼음황제 수호검을 근처의 적을 향해 그대로 내질렀다.

솔직히 처음 0인 상태에서는 옵션에 힘과 민첩만 있을 뿐 지력이 없었고 거기에 물리 공격력이 마법 공격력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자랑하는 것이 얼음황제 수호검이었다.

즉, 계열을 따지만 확실히 물리 계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얼음황제 수호검이었다.

실제로 지팡이가 아닌 근접에서 찌르고 베는 형식의 검이기도 했고.

하지만 ‘아이스 맨’이라는 특성으로 아이스 계열의 모든 스킬의 성능 증가가 얼마나 사기인지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아이스 계열 스킬 한정이지만 스킬 쿨타임 감소도 있고.

그래서 두말 않고 내 전용 무기로 점찍었다.

거기에 얼음황제 수호검에는 추가적인 동상 피해도 피해지만 아주 강력한 옵션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1%로 확률로 10배의 대미지를 입히는 옵션.

물론 이것도 아이스 계열 스킬 한정이지만 광역, 단일 스킬 가리지 않고 모두다 적용이 됐다.

그래서인지.

“컥. 하... 한방인데.”

“젠장!”

블리자드가 적용되는 외곽에 걸쳐 있던 자들 중 몇은 운이 없던 것 같았다.

그 1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움직이지 못하고 쓰러짐으로써.

여하튼 멀찍이에 있는 적들은 광역 스킬로 지근거리에 있는 적들은 얼음황제 수호검을 내지름으로써 착실히 수를 줄여갔다.

물론 당연히 더 있었다.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아이스 볼트. 아이스 볼.”

여전히 살얼음이 중첩된 아이스 필드가 펼쳐져있고 블리자드까지 유지되는 상황이기에 쿨타임 관리를 위해 거의 쿨타임이 없다시피 한 스킬들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미 거의 빈사상태였으니까.

우선 그렇게 1~2분 사이에 벌어진 일은 확실히 전장의 흐름을 바꾸긴 한 것 같았다.

분명 방금 전까지 전장을 메우던 온갖 함성과 고함 소리가 사라짐으로써.

쓰윽.

미래 길드 진영.

“.......”

“.......”

“.......”

연정환 회장은 물론이고 연보라나 유성엽 실장을 비롯해 미래의 수뇌부들은 전장에서 펼쳐진 모습에 아무런 말을 내뱉지 못했다.

물론 그들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미래의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때 명진 내부에서 터져 나온 함성이 있었고 미래 길드원들도 누가 지시를 하지 않았지만 그 함성에 똑같이 동참했다.

강력한 우군의 존재는 보기만 해도 든든함을 주니까.

“아시란테!”

“아시란테!”

“아시란테!”

그렇게 전장에 아시란테를 연호하는 함성이 퍼져갔다.

미쓰야 길드 진영.

“허.”

류세치 회장은 저도 모르게 헛기침을 내뱉었다.

물론 알고는 있었다.

실제로 요 근래 아시란테가 일본 내에 위치한 여러 길드의 본거지를 찾아다니며 풍비박산 내는 영상은 많고도 많으니까.

하지만 지금 보니 왠지 그때보다 더 강력해진 것 같다는 느낌에 류세치 회장은 씁씁한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슬쩍 뒤로 시선을 돌렸고 곧 두 명과 눈빛을 마주쳤다.

끄덕.

류세치 회장의 작은 끄덕임.

그러자 두 명의 인원이 류세치 회장 양 옆을 스치며 앞으로 나섰다.

정확히 아시란테를 향해.

중앙 전장.

퍽. 퍽. 쾅. 쾅.

전투를 벌이면 벌일수록 느끼는 바가 있었다.

‘아. 내가 진짜 강하구나.’

물론 적들도 끈질기게 반항을 하고 나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는 않았다.

명백히 이곳은 게임 속의 세상이고 죽어봤자 24시간 접속 금지 페널티와 약간의 경험치 하락이 전부니까.

상태창에 죽은 횟수의 증가와 함께.

하지만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선행되는 것이 있어야 했다.

바로 내 공격을 버티는 것.

말인즉슨 공격이라는 것이 마음속으로 빈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에 그 사정거리 안으로 움직여야만 했다.

그런데 내 아이스 필드를 비롯한 여러 공격들을 제대로 버텨내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최대로 한두 번의 공격을 하고서 뒤로 빠지거나 혹은 그대로 죽는 자들이 태반이었다.

그와 반대로 나는 끊임없이 공격을 퍼붓는 것이 가능했다.

분명 스킬포인트가 부족함에도 이런 경우를 대비해 쿨타임이 거의 없는 스킬들을 간직한 것이고.

‘그나저나 아이스 필드를 7레벨로 업그레이드 하지 않은 것이 더 나은 선택인 것 같기는 하네.’

총 2, 5, 7레벨이 존재하는 아이스 필드를 5레벨에서 7레벨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함에도 하지 않았다.

스킬포인트 부족이 컸지만.

하지만 지금은 레벨이 낮아서 아이스 필드를 빠른 속도로 온 사방에 펼치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적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파이어 필드를 비롯해 내 아이스 필드를 깨기 위한 온갖 장판 스킬들이 사용됐다.

그렇지만 요리조리 얼음의 대지위로 이동할 정도의 얼음이 대지는 존재했기에 꾸준히 전투력 상승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데 그때 두 명의 인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다른 자들과 달리 그들의 얼굴은 유독 평온했기에 더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그 후 그들은 거침없이 내 공격범위 안으로 들어왔고 당연히 그 모습에 그들을 향해 공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메시지가 울리는 것이 먼저였다.

[특성 : 아이템 마스터의 저주로 모든 아이템 착용이 불가능합니다.]

[특성 : 스킬 마스터의 저주로 모든 스킬의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황당한 메시지.

그와 함께 두 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나는 형 오이즈키야. 아이템 마스터가 내 특성이지.”

“안녕. 나는 동생 오이츠키야. 스킬 마스터는 내 특성이지.”

반갑게 나를 향해 인사를 건네는 두 명.

그래서 나도 언제 황당했냐는 듯이 속마음을 숨긴 채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안녕. 난 아시란테야. 오이를 맛있게 먹는 것이 내 특성이지.”

솔직히 처음 맞이하는 절대적인 위기.

하지만 초반부터 밀리고 싶지 않았다.

< 오이형제 (2). > 끝

< 오이형제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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