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132화 (132/271)

132화. 오이형제 (1).

펑. 펑. 쾅. 쾅.

“커엉!”

“켁!”

내 공격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스밀로돈들을 쳐다보며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

“어째 너희한테 졸업을 했다 싶었는데 이렇게 또 보다니...”

당연히 반갑지 않았다.

직전에 꿀맛 같은 사냥을 했기에 더더욱.

그리고 녀석들도 내가 반갑지는 않을 것이다.

솔직히 전에도 손쉬웠지만 지금은 눈감고도 처리할 수 있는 녀석이 지금의 스밀로돈 이니까.

물론 다른 1000레벨과 1100레벨의 사냥터도 있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굳이 여기를 콕 집어 온 이유가 있었다.

바로 메시지에서는 분명 다른 몬스터를 많이 잡을수록 포식자 수치가 빨리 떨어진다고 적혀 있었다.

그래서 다시 찾은 곳이 여기였다.

충분히 빠른 사냥이 가능하기도 했고 여기보다 더 수준 낮은 사냥터는 아무리 몰이를 해도획득 가능한 경험치가 너무 적으니까.

특히나 더 수준 낮은 곳이나 여기나 사냥 속도는 비등했고.

여하튼 얼른 포식자 수치를 낮춰 다시 교활한 뱀파이어 주둔지를 가기 위해 그리고 혹여나 있을지 모를 일본 미쓰야 길드의 움직임에 대비하며 열심히 사냥에 매진했다.

그 시각 일본.

미쓰야 길드 회의실.

“잠시 기다려 달라고?”

“네. 명진에서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는 내용의 답장을 보내왔습니다.”

“흠...”

류세치 회장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침음을 내뱉었다.

그러다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의 제의가 확실히 뻔 하긴 했지?”

“.......”

“.......”

“.......”

류세치 회장의 물음에 아무도 답변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답변은 정해져 있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이어진 류세치 회장의 말로 그것은 사실로 드러났고.

“그래. 명진이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눈치를 챘을 거야. 더군다나 그 이후로도 명진이 돌 다람쥐를 쭉 사냥을 했다면서? 보니까 정확히 그것이 사용처는 몰랐지만 대충 짐작은 했던 거지. 차후 상당한 가치를 지닌 물품이라고.”

혼자 북치고 장구까지 치는 류세치 회장.

그런 류세치 회장을 바라보며 정보부 수장 키모시타가 입을 열었다.

“어쩌면 거기에 아시란테도 염두에 두셔야 할 것입니다. 개척자들의 도시가 아시란테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그곳을 명진의 3군과 4군이 차지한 것은 전혀 무관한 이야기는 아닐 테니까요.”

“그렇지. 그나저나 그때 아시란테가 뭐라고 했었지?”

류세치 회장은 자신의 계획에 제대로 똥물을 뿌린 아시란테를 향한 공격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아시란테의 이름이 알려지기 전의 일이기도 했거니와 그 일은 도저히 가만히 두고 넘길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완벽한 패배를 맛봤고.

어쨌든 류세치 회장의 질문에 정보부 수장 키모시타가 입을 열었다.

“100억엔. 한국 돈으로 1000억에 그곳을 명진에 넘겼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그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명진과 아시란테의 사이가 나쁘지 않은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아시란테가 이번 일을 명진의 편에 서서 개입을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정도로요.”

“흠... 아시란테. 아시란테. 좋아. 그럼 정보부 수장인 자네의 생각으로 오이즈키, 오이츠키 형제로는 아시란테를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나?”

“그건... 모르겠습니다.”

류세치 회장의 물음에 정보부 수장 키모시타는 잠시 생각을 가졌지만 결국 확답을 내리지 못했다.

아시란테도 아시란테지만 오이즈키, 오이츠키 형제도 정말 엄청났으니까.

비장의 무기로 꾹꾹 숨겨뒀을 만큼.

“좋아. 어쨌든 준비를 해라. 앞으로 코인은 그 어떠한 것보다 가치 있는 것이 될 테고 적게나마 그 코인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만 있다면 엄청난 힘이 될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류세치 회장의 명령으로 미쓰야 길드는 진격을 준비했다.

만약 명진이 비키지 않는다면 그대로 부딪칠 생각으로.

물론 그런 움직임과 별개로 다른 움직임을 가져가긴 했다.

바로 대성&구산 연합과의 동맹.

왜냐하면 서로 왕래가 가능하게 되고서 곧장 일본의 세력이 한국의 세력을 향해 공격을 하는 것은 어쩌면 대대적인 침략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컸다.

그로인해 미래 길드나 대성&구산 연합을 포함해 일본에 악감정을 가진 한국의 유저들이 명진을 도울 수도 있고.

그래서 류세치 회장은 직전에 일본을 침략한 미래 길드를 제외하고 대성&구산 연합과 동맹을 체결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여하튼 그렇게 미쓰야 길드와 류세치 회장은 바쁘게 움직였다.

새로운 시대에 앞서 돌 다람쥐는 절대로 양보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니까.

강철 송곳니 스밀로돈 서식지.

여전히 포식자라는 굴레 아닌 굴레가 사라지지 않았기에 며칠째 사냥을 멈추지 않았다.

물론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긴 했다.

가장 큰 것을 꼽자면 바로 미래와의 연합.

그리고 명백하게 미래에서 먼저 꾸준히 관심을 내보였고 요청을 했던 일이기에 명진 쪽으로 상당히 유리하게 연합을 체결하는 것이 가능했다.

우선 이름부터 명진&미래 연합으로.

그 후에는 실제로 만남도 가졌다.

당연히 나도 참석을 했고 그 자리에서 연정환 회장은 물론이고 연보라와 유성엽 실장 등도 마주할 수 있었다.

대놓고 나를 아시란테로 점찍었던 미래 그룹.

하지만.

“안녕하세요. 회장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홍주영입니다.”

“허허. 기영군에 수영양 거기에 주영군까지 이렇게 잘 성장하다니. 홍회장님은 참으로 든든하시겠습니다.”

“하하. 뭘요. 제가 한 것이 있나요. 애들이 스스로 잘 커준 덕분이죠.”

연정환 회장에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연정환 회장도 그런 내 인사에 역시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줬다.

그 후로 이어진 저녁 만찬.

명진의 직계와 미래의 직계만의 식사자리기에 그렇게 북적거리지는 않았다.

그래서 옆의 연보라만 없었더라면 훨씬 편할 것 같았는데 아쉽게도 일부러 그렇게 자리 배치를 한 것인지 한동안 연보라와 함께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강원도에 있다며?”

유성엽 실장의 말로는 연보라는 처음부터 나를 아시란테로 지목했다고 했다.

하지만 연보라는 전혀 그런 티를 내지 않았다.

당연히 나도 그런 티를 내지 않고 덤덤히 말을 내뱉었다.

“어. 아무래도 조금 위험하기는 하니까.”

“하긴. 군대가 쫙 깔리긴 했지만 안심할 수는 없지. 할아버지도 성황야. 나도 얼른 그곳으로 가라며. 그나저나 명진에 1200레벨 달성자는 어때?”

“별로. 이제야 겨우 한두 명씩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어. 하지만 1200레벨이 중요한 것은 아니잖아? 결국 코인이 없으면 빛 좋은 개살구니까.”

“그렇지. 후. 세상이 참 어떻게 변하려고 이러는지 모르겠어.”

“그러니까.”

연보라의 말대로 나도 궁금했다.

과연 이 끝에는 뭐가 기다리고 있을지.

여하튼 그렇게 명진과 미래의 연합은 대대적으로 신문은 물론이고 미디어에 공표가 됐다.

그로부터 며칠 후.

[교활한 뱀파이어에게 받은 포식자가 사라집니다.

-교활한 뱀파이어가 전처럼 선제공격을 합니다.]

“휴우.”

스밀로돈 무리를 사냥하는 와중에 울린 메시지에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다시 그곳에서 사냥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걱정도 동반이 됐다.

분명 또다시 사냥에 열중하다보면 포식자라는 굴레를 받을 테니까.

물론 그 걱정은 실제로 포식자라는 것을 받고 나서 하면 될 일이기에 곧장 교활한 뱀파이어 주둔지로 자리를 옮길 찰나 귓속말이 울렸다.

[초절정미녀 : 주영아! 일본이... 미쓰야 길드가 움직이고 있어!]

[lumen : 금방 갈게.]

누나의 다급한 말로 알 수 있었다.

미쓰야 길드가 단순히 간을 보기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포식자가 사라진 타이밍이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가족이 먼저이기에 명진의 본거지로 이동했다.

명진의 본거지.

무려 신화 등급의 잊힌 영웅의 망토를 머리 깊숙이 쓴 나를 명진의 본거지를 지키는 경비병들이 막아섰다.

하지만 그런 나를 초절정미녀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누나가 반겨줬기에 곧장 본거지 안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누나와 함께 회의실까지 움직였다.

순간 나를 ‘누구지?’ 하는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들.

하지만 명진의 최고 간부 중에 한명인 누나가 나를 직접 이곳에 이끌었기에 아무도 의문을 제기하지는 않았다.

우선 그렇게 진행된 회의.

내용을 간추리자면 현재 개척자들의 도시 아니, 아시란테라는 도시로 향하는 인원이 무려 7만 명 이었다.

더욱이 일본 내에 심어 놓은 첩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그 7만 명이 어중이떠중이가 아니라 미쓰야 길드 내의 정예들이라고 했다.

단순히 간을 보기 위한 무력시위로는 너무나 과한 인원.

그렇기에 회의실은 분위기가 과열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전력 비교를 할 때 명진은 미쓰야 길드에 손색이 있으니까.

그것도 상당히 많이.

“미래. 미래에 연락을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물론 미래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불똥이겠지만 이럴 경우를 대비해 동맹을 맺었기에 미래로 곧장 연락을 시도했다.

그리고 곧 내 소개도 이어졌다.

자랑이 아니라 정말로 내 이름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에 퍼졌으니까.

“안녕하세요. 아시란테입니다. 홍상만 회장님의 요청으로 혹여나 명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도움을 드리기 위해서 이렇게 왔습니다.”

“오!”

“와!”

“아... 아시란테라니!”

순간 분명 침울함도 함께 감돌았던 회의실이 한껏 분위기가 치솟았다.

미래와 함께 나라면 어쩌면 미쓰야 길드의 공격에 충분히 대응을 할 수 있을 테니까.

미래 길드 본거지.

“당했군. 당했어.”

“네... 명진에서 곧장 연락이 왔을 때 좀 더 상황을 살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연정환 회장은 명진에서 온 보고에 당황스러웠다.

일본을 장악한 미쓰야 길드의 갑작스런 움직임이라니.

더욱이 온다면 미래로 올 줄 알았다.

직전에 일본을 휘젓고 다닌 것이 자신들이었으니까.

하지만 뜬금없는 명진을 향한 이동.

즉, 어쩌면 명진은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빠르게 동맹을 체결한 것이고.

“가야... 겠지?”

물론 연정환 회장은 움직이고 싶지는 않았다.

“네.”

“그래. 가야지. 아시란테를 위해서라도.”

현재 아시란테의 몸값이 높은 이유는 단순히 강해서만은 아니었다.

이미 어지간한 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바로 아시란테가 어마어마한 코인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왜냐하면 공식적인 이벤트나 퀘스트에서 아시란테가 참여한 것은 무조건 1등이었다.

그렇기에 4주년 이벤트등을 아시란테와 함께 참여한 자들은 1만개 이상의 코인을 받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 상황에 아시란테는 300, 500레벨 한정 퀘스트 등에서 이미 1등 혹은 최고 수준의 기록을 달성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그걸 통해서 아시란테가 몇 천개 혹은 몇 만개에 달하는 코인은 획득했을 거라는 것은 충분히 추리가 가능했다.

거기에 혹여나 개인적인 이벤트나 퀘스트를 진행했으면 당연히 성공적인 클리어로 더 많은 코인을 챙겼을 것이고.

즉, 아시란테는 게임 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어쩌면 현실에서도 그 강함을 만천하에 뽐낼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그 누구보다 많은 코인으로.

그렇기에 연정환 회장도 아시란테 더 나아가 명진에 손을 내민 것이었다.

여하튼 동맹을 맺은 이상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움직여야 했기에 연정환 회장은 미래의 정예들을 챙겨 이동했다.

지금은 아시란테 도시로 이름이 바뀐 구) 개척자들의 도시.

텔레포트 존이 있기에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먼 거리를 움직이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몇 시간 전에 미쓰야 길드 본거지에서 7만 명이 움직였다는 연락을 받았음에도 아시란테 도시 앞에 펼쳐진 평야에는 수십만의 인원이 모이는 것이 가능했다.

당연히 7만에 달하는 미쓰야 길드와 명진&미래 연합의 10만에 달하는 인원이.

그리고 그때 미쓰야 길드 쪽에서 일련의 무리가 앞쪽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류세치 회장을 비롯한 3명의 인물.

그 모습에 우리 쪽에서도 아빠와 석인수 실장 등이 앞으로 나섰다.

“이렇게 마주하게 돼서 참으로 유감이오.”

류세치 회장의 크나큰 외침.

아빠도 똑같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쪽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알기로 아빠는 류세치 회장과 실제로 일면식이 있었다.

하지만 아빠와 류세치 회장은 모두 서로를 모른다는 듯이 대화를 나누었다.

“우선 다시 한 번 요청을 하겠소. 이곳의 다른 곳은 전부 필요 없고 암석지대만 나에게 양도해주시오. 만약 그렇게만 해준다면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할 의향이 있소. 혹여나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들어줄 의향도 있고.”

“남의 영역을 그렇게 막무가내로 내놓으라 하시는 저의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더군다나 팔 의향도 없고 내놓은 적도 없는 영역을 두고 말입니다.”

“내 꼭 그곳이 필요하다 하지 않았소?”

“가지고 싶다고 무엇이든지 가질 수 없다는 것쯤은 아실 나이가 되지 않았습니까?”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관계로 대한민국 내에서도 미래, 대성, 구산, 대유의 회장들에 비해 아빠는 무척 젊은 회장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류세치 회장에 비해서도 마찬가지였고 주책을 그만 부리라는 식의 거절에 둘 사이에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물론 직전의 아시란테라는 이름으로 참여한 회의에서 여러 대응 방안이 있었다.

대략 고개를 숙이며 저자세를 유지하는 방안과 고개를 바짝 세우고 할 말 다 하는 방안으로.

그러다 결정된 것은 후자.

왜냐하면 명진의 요청으로 미래 길드도 함께 있는 마당에 미쓰야 길드에 저자세를 보이는 것은 스스로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류세치 회장이 이끌고 나타난 인원이 무려 7만 명.

소문이 안 날려야 안 날 수가 없었다.

일본과 한국 내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그래서인지 우리의 뒤쪽에 있는 이제는 아시란테라는 이름을 가진 성의 성벽은 물론이고 멀리에도 수많은 구경꾼들이 존재했다.

결국 미쓰야 길드가 7만 명이라는 인원을 데리고 온 이상 대응은 이런 식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고개를 숙일 수는 없으니까.

물론 류세치 회장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뜻 일 테고.

“좋네. 양보가 불가능하면 뺏을 수밖에. 다만 걱정은 하지 말게나. 뺏어도 그 값은 치를 테니까. 더욱이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전투도 없을 것이고.”

아무래도 류세치 회장은 이미 승리를 쟁취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렇게 전투가 시작됐다.

< 오이형제 (1). > 끝

< 오이형제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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