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131화 (131/271)

131화. 양보할 수 없는.

교활한 뱀파이어 주둔지.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펑. 펑. 펑. 펑.

내가 블링크로 이동하는 곳마다 교활한 뱀파이어들도 순간 이동을 사용해 따라 붙었다.

그리고 얼추 100마리 이상이 모이자 곧장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9레벨 블리자드는 아이스 필드도 살얼음도 필요치 않았다.

그저 그 한방이면 족했다.

하지만 다른 스킬들은 한방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대미지도 대미지지만 내 주변을 얼음의 대지로 만드는 것만으로도 전투력이 상당량 증가하기에 아이스 필드와 살얼음을 깔았다.

그리고 직전에 사용함으로써 아직 쿨타임이 돌아오지 않은 블리자드를 대신해 다른 광역 스킬을 사용했다.

“쏟아지는 우박. 아이스 스톰.”

후두둑. 후두두둑.

퍽. 퍼버벅. 퍽.

“크억!”

“컥!”

“흡혈!”

“피의 폭발.”

“흡혈.”

내 공격에 교활한 뱀파이어들은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괜히 1200레벨이 아니라는 듯이 여러 스킬을 사용하며 발악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나 상대방의 생명력을 갈취해 자신의 생명력을 채우는 흡혈을 집중적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털썩. 털썩. 털썩.

교활한 뱀파이어들은 그런 발악이 무색하게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허물어졌다.

“크으.”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감탄이 새어나왔다.

그간 꿈꾸었던 사냥터가 바로 이런 곳이었으니까.

그래서 일본은 그렇다 쳐도 뜬금없이 몽골과 합쳐진 것은 나로 하여금 이곳에서 사냥을 하라는 하늘의 계시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서 빨리 1200레벨을 찍으라는 듯이.

아, 그리고 1200레벨을 달성하기에 앞서 나름대로 기쁜 일은 있었다.

바로.

“현실 구현률 확인.”

[현재 ‘lumen, 아시란테’님의 현실 구현률입니다.

-21/100.

-더 높은 수준의 구현을 위해서는 코인을 필요로 합니다.

-현재 lumen, 아시란테님은 현실 구현을 미리보기로 사용중입니다.

-가장 높은 수치의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 보다 더 높은 수치의 현실 구현이 불가능합니다.]

그전까지 현실 구현률은 7%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미리보기를 사용하는 나로서는 가장 높은 수치를 넘지 못한다는 제약에 따라 10만개가 훌쩍 넘는 코인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쭉 7%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종종 하던 대로 어제도 현실 구현률을 올리는 것을 시도했고 그전과 달리 7%에서 8%로 증가가 됐다.

오랜만의 증가.

그래서 혹여나 더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코인을 사용했고 그때마다 현실 구현률이 막힘없이 증가했다.

그것도 21%까지.

그리고 이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일 것이다.

바로 각 구역을 대표할 정도의 거대한 길드의 길드장 혹은 그 직계가 1200레벨을 달성했다는 것.

왜냐하면 그런 자가 아니라면 10% 구간마다 1%를 올리는데 필요 코인 개수가 1000개씩 증가하는 현실 구현률을 한번에 21%까지 올리는 것은 아무리 봐도 불가능해 보였다.

코인은 절대 흔한 것은 아니니까.

물론 나 말고 그만큼 현실 구현률을 올린 자가 있다는 사실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현실에 몬스터 무리가 튀어나온 마당에 21%라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로인해 사용 가능한 스킬도 증가했다.

당연히 21%로 증가한 현실 구현률로 전과 달리 활성화 되는 스탯포인트도 그만큼 증가했기에 스킬의 위력이 강해진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거기에 정확히 20%를 달성하자 또 다른 메시지도 울렸다.

바로.

[축하합니다. 현실 구현률이 20%를 돌파였습니다.

-일반 등급의 아이템을 코인을 활용하여 현실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현실로 구현된 아이템은 귀속 옵션이 붙어 있지 않으면 타인에게 양도도 가능하며 아무나 사용이 가능합니다.]

일반, 희귀, 귀함, 전설, 신화라는 등급 중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일반 등급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능력.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현실 구현률을 올리기에도 한참 모자란 코인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템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그것을 평범한 사람도 사용을 할 수 있고.

여하튼 21%의 현실 구현률을 올리고도 여전히 코인의 여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굳이 일반 등급의 아이템을 지금 당장 현실로 가져올 필요는 없기에 그렇게 사냥에 열중했다.

이런 꿀 빠는 사냥터는 그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

그리고 정확히 이곳 교활한 뱀파이어 주둔지에서 사냥을 시작한 지 일주일째.

갑자기 메시지 하나가 울렸다.

[교활한 뱀파이어가 lumen, 아시란테님을 포식자로 인식했습니다.

-교활한 뱀파이어가 lumen, 아시란테님에게 선제공격을 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수치가 낮아져 교활한 뱀파이어에게 인식된 포식자가 풀립니다.

-다른 몬스터 사냥시 포식자가 빠른 속도로 풀립니다.]

그 메시지가 뜨자마자 순간적으로 발생했다.

펑. 펑. 펑. 펑.

분명 나를 향해 순간 이동으로 달려들었던 교활한 뱀파이어들이 멀어지는 것이.

“...뭐야?”

처음 겪는 일이었다.

이 ‘Revival Legend’를 포함해 3차례의 클로즈 베타 거기에 그간 했었던 여타 모든 게임을 통틀어 갑작스럽게 몬스터가 유저를 피해 도망치는 것은.

“블링크.”

그래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뱀파이어들이 뭉친 곳으로 블링크를 사용했다.

그리고 원래라면 주변에 있는 뱀파이어는 물론이고 멀찍이에 있다가 나를 인식한 뱀파이어들도 나를 향해 달려들어야 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펑. 펑. 펑. 펑. 펑.

물론 소리는 똑같았다.

하지만 그로인해 나타나는 현상은 달랐다.

휘이이잉.

내 주변으로 먼지만 날림으로써.

“허...”

순간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전혀 생각지 못했으니까.

물론 사냥을 한다면 할 수 있다.

다만 몰이사냥이 불가능하게 됐다.

아니, 몰이사냥이 아니라 일일이 나를 피하는 몬스터를 쫓는다고 거인의 무덤의 자이언트나 명진이 차지한 1200레벨의 원거리 몬스터가 나오는 사냥터보다 더 못한 사냥터가 돼버렸다.

“이건 아니잖아!”

이곳에서 사냥을 시작한지 이제 고작 1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금방 900레벨, 1000레벨을 달성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졌기에 더더욱 허망했다.

그런데 그때 귓속말이 울렸다.

바로 누나에게.

[초절정미녀 : 주영아 있어?]

[lumen : 응. 있어.]

허탈한 상황.

아니, 허탈한 수준이 아니라 솔직히 화가 치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전후 사정을 모르는 누나에게까지 화풀이를 할 정도로 멍청이는 아니기에 최대한 화를 가라앉히며 대답을 했다.

[초절정미녀 : 음... 우선 네가 마음에 꼭 드는 사냥터에서 사냥에 매진중이라 이걸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그래도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주영이 너와 관련이 된 일이기도 하고.]

[lumen : 나랑? 뭔데?]

우선 나와 관련된 일이라는 말에 곧장 누나에게 되물었다.

[초절정미녀 : 너도 알거야. 돌 다람쥐가 나오는 암석 지대를.]

[lumen : 응?]

솔직히 어떤 말이 나와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이미 현실에서 대놓고 몬스터 무리가 등장한 것보다 더 놀랄 일은 없으니까.

방금 전에는 공격일변도의 모습을 보였던 몬스터가 나를 피하는 황당한 일도 발생했고.

하지만 누나의 말에 놀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 당황하기는 했다.

더군다나 직전 미래의 유성엽 실장이 언급한 곳이 있었다.

바로 지금은 아시란테 라는 도시로 변한 개척자들의 도시.

그리고 돌 다람쥐가 나오는 암석 지대가 바로 그 개척자들의 도시 안에 포함된 사냥터였다.

연달아 과거의 일들이 꼬리를 물고 모습을 드러낸 상황.

그래서 궁금증을 담아 곧장 누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lumen : 그곳이 왜?]

[초절정미녀: 그곳을 달라는 곳이 있더라고.]

[lumen : 어디?]

[초절정미녀 : 일본. 그것도 일본을 장악한 미쓰야 길드의 류세치 회장이 직접.]

[lumen : .......]

[초절정미녀 : 그래서 오늘 저녁에 회의가 있어. 로돈성의 비밀 안가에서. 물론 주영이 너눈 안 와도 돼.]

[lumen : 아냐. 갈게.]

[초절정미녀 : 그럴래?]

[lumen : 응.]

누나의 말에 곧장 참여를 한다고 말했다.

어차피 교활한 아니, 겁쟁이 뱀파이어들을 나를 피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곳을 장악하고 있던 가화 길드와 강석태라는 자를.

더욱이 강석태는 그 암석 지대를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겼다.

암석 지대에 등장하는 돌 다람쥐라는 몬스터가 드랍하는 ‘돌 다람쥐의 소화되지 않은 광물 덩어리’를 길드원들을 향해 현금을 지급하며 모으기도 했고.

그런데 막 한국과 왕래가 가능해지자 접근을 한 일본.

그것으로 알 수 있었다.

강석태와 가화 길드의 뒤에 있던 곳이 바로 일본이라고.

그리고 돌 다람쥐의 소화되지 않은 광물 덩어리가 내 예상처럼 굉장히 큰 가치를 지니고 있고.

여하튼 그렇게 우선 교활한 뱀파이어 주둔지 밖으로 빠져 나왔다.

나를 피하는 겁쟁이들을 사냥 하는 것보다 차라리 더 나은 사냥터는 많았으니까.

메시지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포식자라는 굴레가 사라지지만 다른 몬스터를 사냥시 더 빨리 사라진다고 했고.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오면서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어쩐지 잘나간다 했네.”

그냥 뱀파이어도 아닌 교활한 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을 때부터 살짝 찝찝하긴 했는데 그게 현실로 들어나자 입맛이 썼다.

그날 저녁.

굳이 내가 나서서 일일이 설명을 할 필요는 없었다.

분명 그때 아빠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 후 석인수 실장과 대면해 도움을 받았으니까.

그로인해 성공적으로 퀘스트를 클리어 하는 것도 가능했고.

즉, 이미 대체적으로 모든 조사가 끝난 상태였다.

그래서 석인수 실장이 앞에 나서 입을 열었다.

“그때 움직인 돈만 최소 수백억 원 이상이었습니다. 물론 출처를 쫓았고 사채시장까지는 갔지만 그 이후 돈의 흐름을 쫓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관련자가 100명이 넘었고 그 모두가 명의만 빌려준 노숙자였으니까. 그렇다고 가화 길드 소속의 유저들도 무언가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그저 암석 지대에서 돌 다

람쥐를 사냥해 그 돌 다람쥐가 드랍하는 소화되지 않은 광물 덩어리를 수집하면 돈을 준다는 것 외에는요. 이미 그 시점에는 가화 길드의 길드장 강석태도 증발하듯 사라졌고요.”

내 생각보다 석인수 실장은 그 일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었던 것 같았다.

현실로 수백억 원이 움직였다는 사실은 나도 몰랐으니까.

어쨌든 석인수 실장의 말을 계속 됐다.

“우선 그렇게 더 이상 그들의 흔적을 쫓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으로 봤을 때 그 돌 다람쥐의 소화 되지 않은 광물 덩어리가 크나큰 효용 가치가 있다는 것은 확실했고 지금까지 꾸준히 모아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미쓰야 길드의 류세치 회장의 행동으로 봐서는 아무래도 가화 길드

를 뒤에서 조종하며 그것을 확보하려한 자들이 바로 그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그들이 보내온 공문입니다.”

[수신인 : 명진 길드.

-반갑습니다. 우선 이렇게 서로간의 왕래가 가능하게 된 것에 무척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

:

:

그리하여 아름다운 지형을 가진 곳을 찾게 됐고 결국 찾은 곳이 돌 다람쥐가 나오는 암석지대입니다.

더욱이 류세치 회장님의 막내 손녀가 다람쥐를 무척이나 좋아하거든요.

물론 공짜로 양보해 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명진 길드가 원하시는 대가를 꼭 지불하도록 하겠습니다.

모쪼록 양쪽의 우호가 증진되는 결과가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당연히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는 것도요.

발신인 : 미쓰야 길드.]

결국 장황하게 썼지만 목적은 하나였다.

암석 지대를 내놓으라는 것.

그렇지 않으면 우호고 뭐고 얄짤없다는 협박을 동반한.

즉, 그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일 수밖에 없었다.

“돌 다람쥐의 소화되지 않은 광물 덩어리의 쓰임새고 생각보다 더 뛰어난가 보네요? 저렇게까지 막무가내인 것을 보면요.”

내 말에 석인수 실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그 대답은 침묵을 동반했다.

“네. 막내 도련님 말씀대로 전략부 내부에서도 저희가 생각하는 쓰임새보다 더 뛰어난 쓰임새를 갖고 있지 않나 파악을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코인으로도요.”

“.......”

“.......”

“.......”

현재 가장 가치 있는 것을 꼽으라면 코인이다.

물론 신화 등급의 아이템이나 어지간한 전설 등급의 아이템도 가치가 있는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인일 수밖에 없었다.

코인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을 현실로 구현하는 단 하나의 방법이었으니까.

“그럼 결국 방법은 하나군요.”

진짜 코인으로 바꿀 수 있다면 엄청난 노다지고 당연히 어떤 위협이 있더라도 절대 양보할 수 없기에 선택은 하나로 보였다.

그리고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아버지. 주영이 말대로 절대로 양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맞아요. 물론 지금 당장 거절하기보다는 시간을 좀 더 끌고 대비를 해야 할 테고요. 가령 미래와 손을 붙잡을 동안만이라도요.”

형과 누나도 나와 똑같은 의견을 내뱉었다.

거기에 누나가 말한 미래와 손을 빨리 붙잡자는 의견.

확실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이득과 명진의 이득을 위해서 최대한 날뛸 생각이지만 그래도 미쓰라 길드는 일본을 장악한 단 하나의 길드니까.

그 휘하에 수많은 부하 길드도 갖고 있고.

그래서 손을 잡을 거라면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미래와 최대한 빠르게 잡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는 분명 미래보다 명진의 몸값이 훨씬 비싸니까.

차후 이 문제로 미래가 아쉬운 소리를 해도 아쉬운 소리로 묻힐 테고.

여하튼 만약에 정말 만약에 그것이 코인 혹은 그와 비등한 가치 있는 것으로 변한다면 미쓰라 길드의 류세치 회장의 성격상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 자명했기에 그에 대한 대비를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 양보할 수 없는. > 끝

< 오이형제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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