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화. 벽 너머.
“.......”
다른 구역으로의 탐험이라니.
전혀 예상치 못했다.
더군다나 미래가 나에게 그 이벤트를 공유할 것이라는 것도.
그리고 그때 나를 향해 ‘다른 구역으로의 탐험’을 직접적으로 공유한 유성엽이라는 자가 입을 열었다.
“수락 후 아니다 싶으면 곧장 탈퇴하셔도 무방합니다. 당연히 그로인한 페널티는 전혀 없고요. 다만.”
잠시 말을 멈춘 유성엽이라는 자는 빛이 새어나오는 금이 간 벽으로 이동 후 그 벽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전에 이 거대한 금이 간 벽에 할 수 있는 모든 공격을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부끄럽지만 미래에서는 이 금이 간 벽을 아무도 깨지 못했습니다. 아니, 깨는 수준이 아니라 이 금을 더 크게 만들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아시란테님을 이렇게 모신 거고요.”
이제야 분명 범상치 않아 보이는 이 이벤트를 미래가 어째서 나에게 공유한 것인지 이해가 갔다.
그래서 한마디 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미래는 말주변이 없네요.”
물론 명진이 있는 자리에서 밝히지 않은 이유는 충분히 이해가 갔다.
나 라도 그랬을 테니까.
하지만 좀 더 확실한 표현을 해야 했었다.
그래야 의심은 물론이고 테스트도 하지 않았을 테니까.
바로 미래 길드 더 나아가 연보라를 내 영역 밖으로 내칠지 말지 정하는 그런 테스트를.
여하튼 뜬금없는 내 말에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는 유성엽이라는 자와 연정환 회장 그리고 연보라를 무시하고 곧장 그것을 수락했다.
분명 파블로에 의해 0번 구역이라든지 아니면 샤이페 소속의 에드윈이라는 자에 의해 다른 구역으로 소환을 당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다른 구역으로의 이동이 절대로 평범한 일은 아니니까.
[특별 이벤트 ‘다른 구역으로의 탐험’을 수락하였습니다.
-미래 선발대 파티에 자동으로 가입되셨습니다.
-파티 탈퇴시 ‘다른 구역으로의 탐험’ 이벤트는 자동으로 소멸됩니다.]
[특별 이벤트 : 다른 구역으로의 탐험.
-축하합니다. 다른 구역과 연결된 문을 발견하였습니다.
다만 그 문은 아직 금이 간 상태로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즉, 문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어설프게 남아 있는 금을 완전히 부셔야 합니다.]
“꼭 한명이 깨야 하는 건가요?”
메시지를 확인하고 곧장 질문을 던졌다.
그렇지 않다면 미래가 이 금을 박살내지도 못할 리가 없고 굳이 나를 초대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리고 내 예상이 맞았는지 유성엽이라는 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10명, 100명, 1000명이 공격을 퍼부어도 그 중에서 가장 강한 대미지만 유효합니다. 그렇다고 시간차를 둬서 끊임없이 공격을 퍼부어도 적용되지 않고요.”
“흠. 그럼 잘 찾아오시긴 하셨네요.”
물론 내 말이 고깝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오히려 당당하게 내뱉었다.
실제로 내 말에 연정환 회장을 필두로 아무도 반박을 하지 않았고.
그 후 일사천리로 일은 진행이 됐고 미래에서 만약 벽을 박살내주면 함께 이벤트를 진행하던지 아니면 적절한 보상을 하겠다고 했다.
박살 내지 못해도 이곳까지 와준 대가는 필히 지불하겠다고도 했고.
우선 그 말에 딱히 대답을 주지는 않았지만 내심 선택은 했다.
바로 이벤트에 참여 하는 것으로.
왜냐하면 내가 이만큼 성장하게 된 근거는 분명 다양했지만 그래도 한 가지를 꼽자면 바로 여러 이벤트나 퀘스트에 빠짐없이 참여했다는 것이었다.
그로인해 상당한 양의 잔여 스탯포인트는 물론이고 수많은 골덴링과 코인을 얻었고.
뿐만 아니라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와 악세사리 확장 주문서, 쿨타임 제거 고대 주문서와 수많은 호칭까지 남과 똑같은 성장과 레벨업으로는 절대 얻지 못하는 것들을 이벤트나 퀘스트로 얻어왔다.
그렇기에 이벤트나 퀘스트는 꽝일 확률이 99%에 달해도 무조건 해야 했다.
물론 클리어를 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지만.
여하튼 내심 이벤트에 참여하기로 결정을 내렸고 그 선결과제로는 이 자잘한 금을 완벽하게 박살내는 것이기에 모두들 뒤로 물리고 벽 앞에 서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아이스 필드에 살얼음까지 사용하고 곧장 벽에 난 거대한 금들을 바라보며 한방 대미지 만큼은 가장 강력한 아이스 웨이브를 사용했다.
스르륵. 퍼억!
꽤 큰소리가 났다.
그리고 다른 소리도.
쩌저적.
돌로 이루어진 벽에서 나기에는 이질적인 소리.
하지만 확실한 것은 벽에 난 금이 전보다 더 커졌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뒤에서 여러 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오! 그전까지 꿈쩍도 하지 않던 금이!”
“와. 분명 어설프게 난 금이라면서 그간 수많은 공격에도 변화가 없어서 박제를 한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그만큼 아시란테라는 이름이 진짜라는 거지! 진짜!”
하긴 미래 길드에서도 그간 동원할 수 있는 것은 뭐든지 동원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꿈쩍도 하지 않는 벽과 그 벽에 난 금 때문에 골머리를 썩었을 테고.
하지만 나로서는 이정도의 변화로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내심 이번 한 번의 공격으로 박살이 나지 않을까라는 생각마저 했기에 더더욱.
그래서 하나의 스킬을 사용하기 전에 미리 듣기는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스킬을 한번 사용해 봤다.
바로 아이스 스톰을.
퍼버벅. 퍼버버벅.
[.......]
자잘하게 난 금은 이번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 자체도 없었고.
그것으로 알 수 있었다.
한방이 아닌 누적 대미지를 입히는 광역 스킬은 효과가 없다는 것을.
그래서 아이스 웨이브의 쿨타임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특출나게 사용.”
[현재 lumen, 아시란테님이 보유한 힘, 민첩, 체력, 정신력, 지력 중에서 가장 특출난 스탯은 지력입니다.
-현재 보유한 지력 수치: 25807.
-30분간 지력 수치가 51614으로 변경됩니다.
-특출나게의 유지 시간이 종료하면 10일의 쿨타임이 발생합니다.]
10일의 쿨타임 때문에 가급적 사용을 하지 않았다.
아끼다 똥 된다는 말은 알고 있지만 솔직히 이것이 없어도 사냥을 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기도 했고.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필요했고 곧 자신만만하게 쿨타임이 돌아온 아이스 웨이브를 전보다 한층 넓어진 금을 가진 벽에 그대로 사용했다.
스르륵. 퍼어억!
그리고 전보다 더 큰 소리가 터져 나왔다.
5분 뒤.
20번 넘게 아이스 웨이브를 사용했다.
그래서인지 금은 처음 상태에 비해 5배 이상 커졌고 그 금에서 나오는 빛도 처음에 비해 엄청나게 밝아졌다.
분명 처음과는 천지차이인 상황.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바로 3번 전부터 항상 들리던 그 ‘찌지직’하는 이질적인 소리도 그리고 외형상 점차 커지던 금도 변화가 없다는 것이었다.
“아이스 웨이브!”
하지만 누적 대미지를 입히는 광역 스킬은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이미 확인했고 그렇다고 아이스 웨이브보다 더 강력한 한방 대미지를 입히는 스킬은 없기에 연신 쿨타임이 돌아오는 족족 아이스 웨이브를 사용했다.
스르륵. 퍼어억!
분명 엄청난 굉음.
그런데.
[.......]
처음 광역 스킬을 사용할 때와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우선 이것으로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곳저곳 금이 가 너덜너덜해진 벽을 완벽하게 박살 내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대미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나만 느낀 것이 아닌지 유성엽이라는 자와 연정환 회장이 나에게 다가왔다.
“정말 아쉽습니다. 하지만 미래는 이것조차도 불가능했습니다.”
“맞습니다.”
연정환 회장이 자신이 속한 미래까지 낮추며 나에게 위로하듯이 말을 건넸고 유성엽이라는 자도 그 말에 동조하며 말을 건넸다.
하지만.
“잠시만요. 아직 끝나지 않아서요.”
그 위로를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남은 것이 있었다.
그래서 또 무언가 남았다는 내 말에 기겁하는 연정환 회장과 유성엽을 뒤로 다시 돌려보내고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기능성 반지 확인.”
[기능성 반지 : 스킬 (전설)
-스킬의 성능을 올려주는 기능성 반지이다.
: 착용 제한 없음.
: 강화가 불가능하다.
-효과.
: 보유한 스킬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그 스킬의 레벨을 한 단계 올려준다.
-한번 선택 후 다른 스킬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3000만 골덴링이 필요하다.
: 선택한 그 스킬의 위력을 10% 증가시켜준다.
: 만약 최대 레벨 달성 스킬을 선택시 레벨 변동은 발생하지 않지만 추가적으로 그 스킬의 위력을 10% 증가시켜준다. (최종적으로 위의 옵션과 중복 적용으로 최대 20%까지 위력이 증가한다.)
-물리방어력 : 500 마법방어력 : 500
-내구력 : 2550000/2550000
-적용된 스킬.
: 4레벨 아이스 스톰.
: 현재 7레벨 아이스 스톰을 사용중입니다.]
어쩌면 신화 등급 이상의 가치를 지닌 아이템.
그만큼 내가 이것을 보여줬을 때 아빠와 형 누나는 물론이고 석인수 실장까지 상당히 많이 놀랐다.
내 상태창을 처음 공개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거의 그에 필적할 정도로.
하지만 우선 10분이라는 특출나게의 유지 시간이 중요했기에 곧장 입을 열었다.
“적용 스킬 변경.”
[스킬 기능성 반지에 현재 4레벨 아이스 스톰이 적용중입니다.
-다른 스킬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3000만 골덴링이 필요합니다.]
“6레벨 아이스 웨이브로 변경.”
물론 큰 금액이긴 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적은 금액이었다.
그래서 곧장 변경을 선택했다.
이번 특별 이벤트로 얻는 보상이 적다면 차후 미래 길드한테 최소 10배 이상 요구하면 되고.
나중에 다시 아이스 스톰으로 변경할 것을 감안하면 6000천 골덴링이니 최소 6억 골덴링으로.
여하튼 변경을 완료하자 메시지가 울렸다.
[스킬 기능성 반지에 적용될 스킬이 6레벨 아이스 웨이브로 변경됩니다.
-6레벨 아이스 웨이브가 8레벨 아이스 웨이브로 변경됩니다.]
“후우.”
이게 마지막이었다.
이것마저 통하지 않으면?
당연히 레벨을 올리러 가야 했다.
다른 이벤트나 퀘스트가 떡하니 떨어지지 않는 이상 성장은 오로지 레벨업 뿐이니까.
물론 아이템도 있긴 하지만 지금 당장 현재 착용한 전설 등급에서 신화 등급으로 아이템의 등급을 올리는 것은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고.
어쨌든.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새로 한다는 기분으로 아이스 스톰과 살얼음을 사용하고 곧장 다시 아이스 웨이브를 사용했다.
그간 보유한 적이 없는 첫 8레벨 스킬을.
스르르륵. 퍼어어억!
콰앙!
전과 달리 지지직 이라는 이질적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전과 달리 막힌 무언가가 뻥 뚫리는 엄청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와아!”
“뚜... 뚫었다!”
“벽이... 벽이... 뚫렸다!”
나보다 더 격하게 환호성을 내지르는 자들이 있었다.
바로 뒤에서 노심초사하면서 나를 지켜봤던 미래 길드원들.
“정말 대단합니다!”
“어떻게 그런 위력을...”
거기에 연정환 회장을 필두로 미래 길드의 지휘부도 나를 격하게 띄워주며 입을 열었고 우선 그렇게 잠시간 흥분이 가라앉을 때까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잠시 뒤.
“아시란테님 그럼 어떻게...”
“저도 궁금하네요. 과연 저 벽 너머 어떤 구역이 자리하고 있을지 가요.”
연정환 회장의 질문에 내가 원하는 바를 답했고 그것으로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
“알겠습니다. 그럼 아시란테님도 수고를 하였으니 30분 뒤에 특별 이벤트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솔직히 지금 당장 진행을 해도 상관이 없었다.
고작 이정도 일로 지치기에는 솔직히 한 것이 그리 많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지금 당장 할 일이 있었다.
바로 아빠를 비롯해 명진에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릴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연정환 회장을 필두로 유성엽이라는 자가 당분간 비밀로 해달라는 말?
당연히 지킬 생각은 없다.
나는 명진 소속이니까.
우선 그렇게 이곳의 일을 아빠를 비롯해 석인수 실장에게 귓속말로 몰래 알리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느긋한 나와 달리 미래는 총 30명으로 제한된 파티를 맞춘다고 분주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그 30명 중에서 외부인으로 한자리를 차지한 나에게는 그 누구도 눈총을 주지 않았다.
내가 한 것이 있고 내가 아니었으면 이 특별 이벤트 진행이 불가능했다는 것을 모를 멍청이는 이곳에 없었으니까.
여하튼 그렇게 얼추 미래의 최정예로 준비가 끝나갔고 정확히 30분이 흐르자 금이 사라지고 뻥 뚫린 벽 앞에 30명이 자리했다.
“그럼 이동 한다!”
내가 아무리 이번 특별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하더라도 파티의 대장이 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기에 연정환 회장의 명령조의 말에 딱히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다.
연정환 회장도 미리 양해를 구하기도 했고.
우선 그렇게 만약의 상황을 대비한 탱커를 시작으로 그 뚫린 벽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파티에 속한 탱커가 그 뚫린 벽에 발을 내딛자마자 내 몸이 절로 그 뚫린 벽으로 빨려 들어갔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30인의 파티 모두.
잠시 뒤.
스슥. 스스슥.
후다닥. 후다다닥.
끌려오듯이 이동이 된 상황.
하지만 이들이 왜 미래 길드의 최정예인지 알 것 같았다.
그만큼 아무런 지시도 없는 상황에 탱커들은 재빠르게 외곽으로 움직였고 딜러와 힐러들은 그 안으로 움직였다.
마치 이런 상황을 많이 겪어봤다는 듯이 아주 자연스럽게.
그리고 그때 메시지가 울렸다.
[축하합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다른 구역으로 통하는 문을 사용하였습니다.
-보상으로 현재 타 구역으로 이동한 30명 모두에게는 각자 5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가 주어집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이동만 한 것으로 주어진 무려 5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
아무리 내가 1000개 이상 얻은 경우가 몇 번 있긴 했지만 그래도 엄청난 양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메시지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듯이 더 울렸다.
[현재 이동된 구역은 52번 구역입니다.
-1주일간 52번 구역에 머무는 것이 가능하며 그 기간 동안 활약한 만큼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으며 그 획득량에 따른 보상이 주어집니다.
-포인트 획득 방법.
: 52번 구역에 생존해 있는 것만으로도 지속적으로 아주 적은 양의 포인트를 얻습니다.
: 52번 구역의 몬스터를 처치시 적은 양의 포인트를 얻습니다.
: 52번 구역의 유저를 처치시 많은 양의 포인트를 얻습니다.
: 52번 구역의 NPC를 처치시 아주 많은 양의 포인트를 얻습니다.
-단, 1주일간의 생존 실패시 그전에 획득한 포인트는 전부 0이 됩니다.
-하루에 최소 12시간 이상 접속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사망처리가 되어 원래의 구역으로 이동됩니다.]
“.......”
“.......”
“.......”
메시지는 생각보다 꽤나 살벌했다.
그리고 그때 한쪽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52번 구역이면... 일본인데.”
< 벽 너머.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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