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화. NPC! (2).
몬스터.
오로지 몬스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Revival Legend’에 대해서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미국 정부와 홀드렛지 그리고 샤이페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상황에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한 남자.
물론 인간형태의 몬스터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실제로 그런 몬스터가 없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명백히 의사소통이 가능한 말을 내뱉었고 전투 스타일이 공격일변도인 몬스터와는 천지차이인 모습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영상에 보이는 남자는 몬스터 따위가 아니라고.
그리고 그 말은.
“NPC라고... 불러야 되나?”
“.......”
“.......”
“.......”
홀드렛지와 샤이페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국 정부의 수장이자 ‘Revival Legend’ 내에서도 막 1100레벨을 달성한 슈일러 월슨의 물음에 각 각료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라고 하기에는 눈에 뻔히 증거가 존재했고 그렇다고 하기에는 두려웠으니까.
말인즉슨 나름대로 높은 위치에 있다 보니 가끔씩 높은 위치에 있는 NPC를 마주한 경험이 있는 것이 그들이었다.
그리고 그때 몇몇 NPC의 레벨을 확인한 적도 있었다.
2653레벨, 2985레벨 거기에 3375레벨까지도.
기함을 토해낼 정도의 수치.
물론 그때는 아무도 거기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었다.
결국 그래봤자 NPC니까.
하지만 어쩌면 그런 레벨을 달고 있는 존재를 적으로 마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영상을 지켜보는 각료들 모두는 몸을 살짝 떨 수밖에 없었다.
레벨이 강함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강함을 대변하는 확실한 증거라는 것을 아니까.
그래서 그 남자를 상대하는 특별대의 모습을 두 눈을 부릅뜨고 바라봤다.
인간이 만들어낸 화기로 충분히 잡아내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그것은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따라 영상을 지켜보는 홀드렛지와 샤이페도 마찬가지였다.
무인도 허드 맥도널드 제도.
탕! 탕! 탕! 탕!
군인들은 대장 마이클의 명령 하에 똘똘 뭉쳐 사격을 시도했다.
그리고 군인들을 제외한 15명의 현실 구현자들도 군인들처럼 힐러와 딜러를 안에 집어넣고 탱커들이 삥 원을 둘렀다.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낸 남자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젠장! 내 원래 실력이면 저 정도는!”
“누가 아니래!”
1200레벨 이상을 달성했다는 것은 거의 4년? 아니, 못해도 2~3년 이상은 ‘Revival Legend’에 모든 것을 올인했다고 봐도 되는 레벨이었다.
즉, 모든 시간을 몬스터 사냥 하나만 했다 하더라도 경험만큼은 무척 많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이들은 단순히 ‘Revival Legend’를 즐기는 수준이 아니라 미국 정부와 홀드렛지 거기에 샤이페가 중점적으로 서포터를 해준 자들이기에 나름대로 전투에 대한 경험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래서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낸 눈앞의 남자에 대해 대충이나마 파악은 가능했다.
민첩 위주의 암살자 계열에 약 400레벨 정도라는 것을.
그리고 그 정도의 상대는 원래의 능력만 전부 사용이 가능하다면 충분히 막아서는 것은 물론이고 제압도 가능한 것이 이들이었다.
실제로 군인들은 너무 빨라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낸 남자에게 총을 쏘는 것에 애를 먹고 있지만 이들은 눈으로 쫓는 것이 가능했다.
다만 몸이 따라주지 않을 뿐.
아니,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해도 적은 1명이기에 얼추 상대할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군인들에게 맡겨두고 본부에서는 철수를 하라는데 어떻게 할 거야?”
15명 모두는 본부에서 왜 자신들에게 철수를 명했는지는 알고 있었다.
이래봬도 자신들은 무척이나 고급 인력이니까.
만에 하나 여기서 15명중에 누군가 죽는다면 그 죽은 자가 포함된 세력은 땅을 치고 후회할 정도로.
곧 그 무전을 같이 들은 15명의 대표는 슬쩍 시선을 군인들에게 돌렸다.
나름대로 원을 이루어 적절히 대응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결정을 내렸다.
솔직히 총을 몇 방 맞아도 그리고 갑작스레 모습을 드러낸 남성에게 공격을 당해도 곧장 죽지 않을 자신은 있었지만 그래도 상부의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이곳에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
“천천히 물러난다.”
“오케이.”
“그러지.”
그렇게 아무리 훈련을 받았다지만 오히려 일반인이라 할 수 있는 군인들을 내버려두고 능력자라고 할 수 있는 15명은 전장에서 천천히 몸을 뺐다.
미국 워싱턴.
“허. 이럴 때 쓰라고 있는 자들을 오히려 뒤로 빼고 군인들로 상대를 하게 만들다니...”
미국 정부의 수반인 슈일러 월슨은 처음에는 능력자라고 할 수 있는 현실 구현자들로 하여금 공격을 하도록 명했다.
100~150레벨 사이의 그레이 울프를 상대로는 완벽한 모습을 보였던 그들이 과연 NPC를 상대로는 어떤 능력을 보일지 궁금했으니까.
물론 그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남자가 암살자 유형의 400레벨 정도로 추정이 됐고 그 정도는 탱커들과 그 탱커를 지원할 힐러와 딜러가 있으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슈일러 월슨은 곧 철수 명령을 내려야 했다.
15명의 능력자 전부가 자신의 소속이 아니라 각각 5명씩 홀드렛지와 샤이페 소속이었기에 양쪽에서 들어오는 요청을 무시할 수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샤일러 윌슨은 못마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샤일러 윌슨은 그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다음 말을 내뱉었다.
“다음 대응은 뭐지?”
“현재 에드먼드 호에서 11발의 미사일이 발사 대기 중입니다.”
“흠... 병력은?”
“추가적인 175명의 병력이 에드먼드 호에서 대기 중입니다.”
“그걸로 하지. 처음 마주한 NPC를 이대로 보낼 수는 없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샤일러 윌슨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워싱턴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에드먼드 호에서 여러 대의 보트가 내려졌고 곧 상당수의 병력이 무인도인 허드 맥도널드 제도로 움직였다.
무인도 허드 맥도널드 제도.
탕! 탕! 탕! 탕!
“크억!”
“젠장!”
대장 마이클은 자신의 수하 한 명의 목에 커다란 구멍을 내고 뒤로 빠지는 놈의 모습에 욕지거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공격을 위해 달라붙는 그놈의 머리통에 총알이 분명 박혀들었다.
하지만 놈은 그걸 버텨냈다.
그래서 솔직히 소총으로 과연 피해를 입히긴 하는 건지 의문이 들기까지 했다.
‘씨팔! 세상이 미쳐 돌아가니 별 엿 같은 일도 다 벌어지는구나!’
물론 사전에 교육을 받기는 했다.
하지만 그 교육은 그레이 울프데 대한 것이지 저런 괴물 같은 놈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물론 마이클은 그걸 겉으로 표출하지는 않았다.
대신 계속 총을 쏘며 독려했다.
“놈도 무적이 아니다! 분명 피해를 입고 있다. 차분하게 놈이 다가오는 방향을 향해 집중 사격을 시도한다!”
“네.”
“알겠습니다.”
그간 경험이 적지는 않기에 부하들의 동요는 크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 모습을 감춘 15명의 능력자에 대해서는 마이클도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분명 총이 없음에도 맨 몸으로 그레이 울프를 막아서던 그들의 능력은 굉장했으니까.
하지만 마이클은 그 생각을 털어내며 지금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
10분 뒤.
마이클의 부하가 채 10명도 남지 않은 상황에 등장한 175명의 지원 병력은 크나큰 힘이 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미리 영상으로 철저한 대비를 하고 투입된 병력이었기에 효율적으로 전장에 녹아들 수 있었다.
물론 그걸 앎에도 분노에 휩싸인 듯 도망치지 않은 놈도 한몫을 하긴 했지만.
그래서 치열한 공방전으로 군인들은 그 남자를 처리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 @$*&^!#%!]
털썩.
알지 못하는 말을 내뱉고 쓰러지는 남성의 모습에 살아남은 군인들은 승리의 함성을 내지르지 못했다.
그걸 내지르기에는 눈앞의 남자가 보인 능력은 가히 괴물과도 같았으니까.
솔직히 이긴 것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리고 이곳에 위치한 군인들은 눈앞의 남자가 내뱉은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영상을 지켜보던 단 한번이라도 ‘Revival Legend’를 했던 자들은 그 남자가 죽으며 내뱉은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크윽! 나는 여기에서 죽지만 우리는 절대로 네놈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미국 워싱턴.
“시체! 시체를 수거하도록 해라! 저 시체는 우리의 것이다!”
미국 정부의 수반 슈일러 월슨은 곧장 시체부터 확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NPC의 시체는 몬스터 따위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니까.
하지만.
스르륵.
“.......”
“.......”
“.......”
여타 다른 게임이 다 그렇듯이 ‘Revival Legend’ 내에서도 몬스터가 죽으면 그 시체는 증발하듯이 사라졌다.
골덴링과 잡템 그리고 가끔가다 아이템 등을 드랍하며.
그리고 그것은 현실에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그간 오크를 비롯한 몇 번의 경험으로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설마 NPC까지 그럴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기에 슈일러 월슨을 포함해 미국 정부의 각료들은 멍하니 사라지는 NPC의 시체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사망자만 70명이 넘어 가는 상황에 허무해도 너무 허무한 상황.
더욱이 그자와 전투를 벌이느라 기껏 잡아놓은 5마리의 그레이 울프도 전부 잃었기에 허무함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 그것을 전부 확인한 슈일러 월슨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전부 처음부터 다시 계획을 수립한다. 어쩌면 변화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위험하고 암울할지도 모르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처음 등장한 NPC의 소동은 미국 내에서 크나큰 소용돌이를 만들며 조용히 지나갔다.
대한민국 서울.
“접속.”
[‘Revival Legend’에 접속합니다.]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게임에 접속했다.
이보다 완벽할 수 없는 복수를 하기도 했고 그로 인해 얻은 것도 무척이나 많았으니까.
그래서 코툼성이 눈에 보이자마자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상태창 확인.”
[이름 : lumen, 아시란테
레벨 : 700
죽인 횟수 : 1285, 죽은 횟수 : 0
칭호 :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 외 8개.
생명력 : 3,132,000(now) / 3,132,000(max)
마나 : 2,176,000(now) / 2,176,000(max)
힘 : 4550 민첩 : 3750 체력 17700
정신력 : 10650 지력 : 22050
잔여 스탯포인트 : 2957
잔여 스킬포인트 : 0
특성 : 아이스 맨, 동반 성장, 강화의 신.]
700레벨을 달성하고서 그 뒤로 단 1레벨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바뀐 것은 많았다.
특히 호칭 개수도 그렇지만 잔여 스탯포인트가.
“우선 호칭 확인.”
[호칭 : 퀘스트 장인.
-그 누구보다 많은 퀘스트를 진행한 자만이 획득 가능한 호칭이다.
: 생명력 10만 증가.
: 마나 10만 증가.
: 모든 스탯포인트 200씩 증가.
: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시 그 퀘스트의 난이도에 따라 추가적으로 100~3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 획득.]
증가하는 양으로만 봤을 때 중급에서 조금 위의 호칭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밑의 옵션으로 중상급에 해당하는 호칭으로 구분을 해도 될 것 같았다.
분명 많은 수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절대 무시하지 못하는 양이니까.
더군다나 어떤 퀘스트든 전부 클리어할 자신도 있고.
“그럼 이제 이것을 투자해 볼까나?”
퀘스트에서 시선을 2957개에 달하는 잔여 스탯포인트로 돌렸다.
그리고 그 모든 스탯을 지력에 투자했다.
“흐흐흐.”
순간 25000에 달하는 지력을 보고 나오는 것은 오로지 웃음뿐이었다.
내가 잘 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우선 그렇게 모든 것을 정리하고 사냥터로 움직일 찰나 하나 더 까먹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바로 이번에 함께 획득한 전설 등급의 가호.
“가호 확인.”
[미활성화된 가호. (전설)
-아직 미활성화된 상태의 가호이다.
한번 활성화 되면 가호에 내재된 여러 옵션 중에 하나가 랜덤으로 선택되며 인벤토리에 소지해도 자동적으로 항시 가호가 적용된다.
-가호를 활성화 한 후에는 귀속 상태로 변경되며 교환이 불가능하다. (삭제는 가능.)
-인벤토리에는 등급에 상관없이 최대 3개까지의 활성화된 가호만 보관이 가능하다. (활성화된 가호 3개 이상을 인벤토리에 보유시 미활성화된 가호가 활성화되지 않는다.)]
‘음... 경험치도 좋고 스탯포인트도 좋고 아니면 스킬에 관한 것이 나오면 좋겠는데.’
아이템처럼 착용이 아니라 인벤토리에 소장만 해도 옵션이 발동하기에 무척이나 귀할 수밖에 없는 것이 가호였다.
그렇기에 경매장에는 단 하나의 가호도 올라오지 않았다.
일반 등급마저도.
물론 집에서는 나에게 일반과 희귀 등급의 가호를 주려고 했었다.
당연히 전설 등급은 있지도 않았고.
하지만 내가 거절했다.
어차피 일반이나 희귀가 올려줄 옵션과 수치가 지극히 낮은 것을 아는 마당에 그것까지 탐을 낼 정도로 내가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
더군다나 명진의 간부들조차 착용할 가호가 부족하기도 했고.
여하튼 귀하디귀한 그것도 전설 등급의 가호에 좋은 옵션이 뜨길 바라며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가호 활성화.”
[전설 등급의 가호가 활성화 됩니다.]
곧 메시지와 함께 아무런 특색도 없는 주먹만 한 구슬 모양의 가호에 여러 색깔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붉은색 색깔이 굳어지며 메시지가 울렸다.
[전설 등급의 가호에 ‘위기에 대비하는 발판 3번’이 깃듭니다.
-생명력이 줄어들수록 전투력이 증가한다.
생명력이 10% 하락할 때마다 전투력이 1%씩 증가한다.
-최대 생명력이 90% 이하로 하락하면 그 다음 한 번에 한해 어떤 공격을 받아도 피해량이 무조건 0이 된다.]
생명력이 10% 하락할 때마다 전투력이 1%씩 증가한다는 메시지에서는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증가하는 양이 너무나 적었고 당연히 이번에 약 30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지력에 투자하면서 당연히 똑같이 그만큼 증가한 스탯이 있었다.
바로 체력.
그래서 체력마저도 2만이 넘은 상황에 이게 필요할까 싶었다.
그만큼 절로 꽝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밑의 옵션을 보고 나도 모르게 반색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저 상황까지 간다면 정말로 죽을 상황이라는 뜻이고 어쩌면 그 한방을 버텨냄으로써 역전의 발판이 될 수도 있으니까.
물론 그런 상황이 올까 싶기도 했지만 어쨌든 보험 하나가 있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흐흐흐. 좋아. 그럼 이제 진짜 사냥을 하러 가볼 까나.”
마지막 가호까지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상황에 입가에 절로 미소를 그리며 이번에는 진짜 사냥터로 이동했다.
1200레벨 달성을 위해서는 한시가 급했으니까.
물론 사냥 자체가 무척이나 재미있다는 것도 한몫했고.
< NPC! (2). > 끝
< 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