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화. 잘츠 일족.
로돈성 내에 위치한 명진의 비밀 안가.
“...해서 700레벨 한정 퀘스트는 그렇게 된 거더라고요.”
잘츠 일족의 베로니에게는 잠시 양해를 구하고 곧장 가족들이 기다리는 비밀 안가로 이동했다.
그리고 가족들과 석인수 실장이 있는 자리에서 ‘잘츠 일족을 구하라.’는 퀘스트 이후 울린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에 대해서 언급을 했다.
그 후 내 말이 끝나자마자 석인수 실장을 필두로 가족들이 한마디씩 했다.
“29번 구역은 러시아이며 요시프라는 인물은 명진의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인물입니다.”
“퀘스트 강탈자라...”
“무슨 그런 사기 특성이 다 있지?”
확실히 지금 생각해보면 충분히 사기라 여겨졌다.
평생 동안 정기 퀘스트와 한정 퀘스트를 제외하고 단 한 번의 퀘스트도 진행 하지 못한 자들이 수두룩한 것이 바로 이 ‘Revival Legend’라는 게임이었으니까.
그런데 남의 퀘스트를 강탈해 그걸 클리어하든 하지 못하든 어쨌든 진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이득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냐?”
그 와중에 나를 향해 던진 아빠의 질문.
이미 생각을 해놨기에 덤덤히 입을 열었다.
“포기하려고요.”
당연히 아쉽다.
아니, 아쉽다 못해 억울했다.
자만과 오만이 아니라 1등을 할 자신이 100%였기에 더더욱.
그래서 만약 그 메시지 이후 추가적으로 메시지가 더 울리지 않았다면 현재 겉으로나마 소속되어 있는 대유나 명진은 물론이고 차후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주기로 약속하고 미래, 대성, 구산도 움직일 생각을 했다.
퀘스트를 또 강탈당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하지만 그때 메시지가 추가적으로 더 울렸었다.
[강탈당한 700레벨 한정 퀘스트를 요시프가 진행시 lumen. 아시란테님에게 할당된 700레벨 한정 퀘스트는 영구히 사라집니다.]
이 메시지를 확인할 때 나도 모르게 얼굴조차 모르는 요시프를 향해 ‘개새끼’라는 욕설을 내뱉었다.
물론 연이어 울리는 그 다음 메시지에서는 아주 미세하게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특성 ‘퀘스트 강탈자’로 강탈할 수 있는 스킬은 개인당 1개입니다.
-특성 보유자 요시프에게 700레벨 한정 퀘스트를 강탈당함으로써 더 이상 퀘스트를 강탈당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이 메시지로 안심은 됐다.
그와 함께 복수를 나중으로 돌리는 것을 선택했다.
미래, 명진, 대성, 구산, 대유를 이용해 러시아의 요시프를 찾는다고 난리를 쳐도 빠른 시간 안에 찾는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그 와중에 요시프가 700레벨 한정 퀘스트를 진행하면 결국 뒷북을 치는 거니까.
더욱이 그것에 매달려 레벨업과 성장을 멈추는 것이 왠지 그놈이 원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설마 그렇게까지 했겠냐 싶지만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피눈물이 나지만 지금 당장은 순순히 포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대신 얼른 벽이 사라지기를 빌었다.
나에게는 ‘벽 뚫기’나 ‘소환’이라는 능력은 없지만 그것 이상으로 어떠한 능력을 가진 자든 박살낼 능력은 있으니까.
여하튼 이미 그것에 대해서는 포기라는 선택을 내렸기에 화제를 돌렸다.
“대신 다른 퀘스트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잘츠 일족의 베로니로부터 받은 퀘스트를 가족 모두에게 공개를 했다.
물론 퀘스트 내용 자체는 상황이 썩 좋지는 않았다.
어쩌면 시작을 하자마자 제일 물어뜯기 좋은 대상이기에 540 대 10으로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도 다분했고.
하지만 아무도 걱정을 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 있는 가족들과 석인수 실장은 내 강함을 그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뿐더러 이제는 700레벨 달성으로 4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을 착용한다는 것을 아니까.
그리고 그때 내 퀘스트를 확인하자마자 누나가 한마디 말을 내뱉었다.
“히야. 이건 마치 퀘스트를 강탈당한 것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꿩 대신 닭을 주는 격이잖아?”
확실히 누나의 말대로이긴 했다.
더군다나 가장 궁금해 했던 어째서 700레벨 한정 퀘스트가 울리지 않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주기도 했고.
여하튼 차후 석인수 실장이 글루 평야 등에 조사를 해서 정보를 주기로 하고 잠깐의 회의 아닌 회의는 그렇게 종료가 됐다.
그 후로 곧장 잘츠 일족의 베로니에게 합류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현재 700레벨을 달성했고 골덴링에 무척이나 많은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이미 완성된 무기나 반쯤은 완성된 악세사리를 제외하고 방어구는 더 좋은 것으로 교체가 가능했다.
물론 굳이 교체를 안 해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강해질 수단이 존재하는데 형편도 좋으면서 안 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라는 생각에 곧장 경매장으로 이동해 5억 골덴링이라는 거금을 사용해 700레벨에 맞는 방어구 셋트를 새로 구입했다.
그러고 나서 나를 기다리는 잘츠 일족의 베로니에게 이동했다.
글루 평야.
“호오.”
처음에는 왜 굳이 함께 움직여야 하지는 살짝 의문이었다.
어디에 있는지만 알면 충분히 각 도시나 성에 위치한 텔레포트 존으로 이동이 가능했으니까.
하지만 이곳 글루 평야까지 텔레포트 존을 이용치 않았다.
베로니의 ‘귀환’이라는 언급만 있었을 뿐.
그래서 살짝 기분이 상했다.
왠지 글루 평야가 어디에 존재하는지 나에게 밝히고 싶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데 그때 나에게 퀘스트를 준 베로니가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아시란테님. 글루 평야는 먼 고대부터 시작해 저희 잘츠, 로츠, 한츠 등의 10개 일족에게만 부여된 신성한 대지입니다. 그래서 텔레포트 존이 존재치 않으며 저희 10개의 일족의 극소수만 외부와 왕래가 가능하고 외부인의 출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지역입니다. 다만 이번 경우는 ‘글루 평의회’의
결정으로 각 일족마다 할당된 외부인의 출입이 가능토록 변경이 됐고요.”
미리 말을 했으면 좋았을 테지만 차마 그것에 대해 뭐라 하지 못했다.
로돈성의 비밀 안가에서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퀘스트만 수락을 하고서 베로니의 말을 막고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한 것이 나였으니까.
“그렇군요.”
그래서 순순히 고개만 끄덕이고 베로니를 따라 움직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름대로 도시에 비하면 조금 작지만 그래도 작은 소도시라 칭할 수 있는 거대한 주거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가 바로 잘츠 일족의 제1 거주지입니다. 이곳을 포함해 주변에 총 29개의 거주지가 존재하고 그곳이 전부 잘츠 일족의 영역입니다.”
“꽤... 크네요.”
우선 제1 거주지인 만큼 이곳이 가장 거대한 것을 기본으로 깔고 가더라도 굉장히 컸다.
그렇기에 나머지 거주지도 어느 정도 크기를 갖추고 있을 거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이 됐고.
하지만 이어진 베로니의 말에 내가 너무 이들에 대해 과소평가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장 큰 세력을 가진 로츠 일족은 저희의 이곳 1번 거주지 같은 곳이 70개가 넘습니다. 그 외 500번이 넘는 거주지까지 존재하고요.”
“.......”
분명 글루 평야라 했다.
그리고 나라가 아닌 각 일족이라 칭했고.
그래서 마치 개척자들 혹은 유랑민 같은 상황을 떠올렸었다.
그런데 그런 나의 생각을 비웃듯이 생각보다 스케일이 컸다.
여하튼 그렇게 베로니를 따로 잘츠 일족의 제1 거주지 안으로 들어섰고 곧장 중앙의 거대한 건물로 이동했다.
그러자 나름대로 화려한 옷으로 치장한 몇 명의 인물이 밖에 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베로니는 그런 그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는 입을 열었다.
“이분이 바로 아시란테님으로 위험에 처한 우리 잘츠 일족을 흔쾌히 돕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아시란테님 이분은 우리 잘츠 일족의 족장님 이십니다.”
“오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위기에 처한 우리 잘츠 일족을 위해 이렇게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잘츠 일족은 이 은혜를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아닙니다. 살테 일족과 인연이 있다면 저와도 친구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친구의 위급한 상황을 알면서 모른 척 할 수는 없는 법이죠.”
아빠도 형과 누나도 그리고 석인수 실장도 나에게 해준 말이 있었다.
바로 NPC라고 무시 하지 말고 최대한 정중하게 대하라고.
물론 굳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애초에 NPC라고 막 대할 생각은 없었다.
이 ‘Revival Legend’가 보통의 게임이 아니듯 이들 NPC라 불리는 자들도 진짜 만들어진 NPC 따위가 아닐 가능성도 충분히 있으니까.
하여튼 내 100점짜리 행동에 분위기는 무척 좋아졌다.
그리고 잠깐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곧 다시 베로니의 안내로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이번에 갈 곳은 잘츠 일족의 대표로 전투에 참여할 자들이 머물고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아시란테님이 바로 마지막 10번째 인원이고요.”
“그렇군요.”
베로니의 말에 다른 생각을 하느라 설렁설렁 대답을 했다.
왜냐하면 몰랐는데 잘츠 일족의 족장과의 대화로 이 퀘스트가 나 한명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잘츠 일족은 나를 찾아온 베로니를 포함해서 강하다고 소문난 몇몇 인물에게도 찾아갔고 그들에게 나처럼 퀘스트를 제안 했다고 했다.
더군다나 그 찾아간 몇몇 인물들이 대한민국을 뜻하는 53번 구역에 한정되지 않았고.
하지만 결과는 전부 거절.
아무리 귀하디귀한 퀘스트라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했다.
혹은 가장 먼저 타깃이 되어 물어뜯길 확률이 99%에 달하는 퀘스트는 하기 어렵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
물론 그것이 아쉽다는 것은 아니었다.
오로지 나에게만 이런 퀘스트가 주어지라는 법은 없으니까.
다만 조금 불쾌감은 들었다.
아무리 내가 말을 막아섰다 하더라도 아니, 나에게 퀘스를 주기 전 베로니는 미리 말을 했어야 했다.
왜냐하면 잘츠 일족에서 몇몇 유저들에게 퀘스트를 줬다는 뜻은 잘츠 일족뿐만 아니라 로츠 일족 혹은 기타 다른 한츠 일족 등에서도 다른 유저들에게 퀘스트를 줄 수 있다는 뜻이니까.
실제로 그런 질문을 잘츠 일족의 족장에게 하자 그러하다는 답변도 들었고.
즉, 이번 싸움은 나를 제외한 NPC들만의 싸움이 아닌 유저들간의 싸움이기도 했다.
그것도 내가 속한 53번 구역 한정이 아닌 전 세계의.
그렇게 나름대로 가볍게 생각했던 퀘스트가 알고 보니 스케일이 큰 퀘스트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상황.
물론 이 모든 것을 처음부터 알았다 하더라도 결국 받아들였을 것이다.
충분히 상황이 불리해도 역전할 자신이 있으니까.
다만 미리 아는 것과 수락을 하고 나서 아는 것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기분이 퍽 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짓장을 놓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하지만 이미 퀘스트를 수락한 상태이고 차후 이들과 어떤 관계가 형성될지 모르기에 미리 밝히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족장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퀘스트를 수락해도 무언가 계속 말을 하려하던 베로니를 막아선 나의 행동도 분명 오해의 발단이 됐을 가능성도 있었고.
‘그래. 어차피 알아도 했을 테니까. 무려 잔여 스탯포인트만 1000개에다 전설 등급의 가호인데.’
마음속의 앙금을 털어냈다.
여하튼 그 와중에 도착한 하나의 건물.
베로니와 함께 안에 들어서자 메시지가 울렸다.
[잘츠 일족 소속으로 일족의 운명을 건 10명의 전투 대원으로 등록하시겠습니까?]
“등록한다.”
[잘츠 일족 소속의 전투 인원으로 등록이 되었습니다.
-이미 등록된 9명과 자동으로 파티가 이뤄집니다.
파티는 퀘스트가 성공이든 실패든 퀘스트 종료시 자동으로 해제됩니다.
-아이디와 레벨 등의 공개 혹은 비공개 선택이 가능합니다.]
“전부 비공개.”
이 부분은 살짝 고민이 됐다.
아시란테라는 아이디는 분명히 상대방에게 위협감과 부담감을 심어줄 수 있는 아이디니까.
하지만 반대로 상대방들의 단합을 이끌어 낼 가능성도 있었다.
숫자가 많을 때 우선 강자는 죽이고 봐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니까.
물론 그럼에도 자신은 있었지만 그래도 변수를 줄이자는 생각에 비공개를 선택했다.
그 후 곧 마주한 잘츠 일족 소속의 9명들.
“반갑습니다. 아시란테님.”
“이렇게 만나 봬서 영광입니다.”
파티가 이뤄진 상태.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레벨 등을 훤히 확인하는 것이 가능했다.
‘1274레벨, 1201레벨, 1163레벨이라...’
기본적으로 죄다 1000레벨 이상이었다.
그리고 그때 메시지가 울렸다.
[잘츠 일족의 전투대 파티의 대장이 되셨습니다.]
처음에는 파티원 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파티의 대장으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그때 베로니가 입을 열었다.
“족장님이 전적으로 아시란테님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로인한 결과 전부도요.”
“감사합니다.”
우선 나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잘츠 일족이 10개의 일족 중에 사라지는 3개의 일족에 포함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가장 세력이 크고 무려 100명이라는 가장 많은 전투 인원을 내보낸 로츠 일족을 사라지는 그 3개의 일족에 포함을 시키는 거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전투에 나서는 눈앞의 9명의 지휘권을 내가 갖는 것이 필수라 생각됐다.
다음날.
정해진 시간에 접속을 했다.
물론 이미 전투에 나설 9명의 잘츠 일족은 준비를 끝내 놓은 상태였다.
그와 함께 곧 메시지가 울렸다.
[30분 뒤에 ‘글루 평의회’에서 결정된 전투가 진행됩니다.
-로츠 일족 참여 인원 : 100명.
-한츠 일족 참여 인원 : 90명.
:
:
-마츠 일족 참여 인원 : 20명.
-잘츠 일족 참여 인원 : 10명.]
[전투에 참여한 일족 중에서 가장 먼저 참여 인원이 모두 사라지는 일족 순서대로 3개의 일족이 정해질 때까지 전투가 지속됩니다.]
결국 한명만 남아도 버틴다면 일족의 생존이 보장되는 상황.
그리고 메시지가 종료되고 30분을 알리는 타이머가 생성되자 9명의 잘츠 일족의 NPC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가능하면 로츠 일족을 사라지는 3개의 일족 중에 하나에 포함시키고 싶습니다.”
“!”
“!!”
“!!!”
순간 당황스런 표정을 짓는 NPC들.
하지만 그것도 최대한 순화해서 표현한 것이었다.
가능하면이 아니라 기필코 그럴 생각이니까.
우선 개의치 안고 입을 계속 열었다.
“그러니 제 지시에 잘 따라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미 아시란테님이 저희의 대장이 된 이상 어떠한 명령이든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전부 NPC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유저라면 이런 나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9명의 다짐을 받고 기다렸다.
그리고 30분의 타이머가 0이 되자 어딘가로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곧 거대한 결투장 같은 곳이 시야에 들어왔다.
물론 다른 것도 눈에 들어왔다.
적과 아군을 파악하기 위한 사방 이곳저곳을 살피는 500명이 훌쩍 넘는 인원이.
우선 전투는 그렇게 치열한 눈치 싸움으로 시작이 되었다.
< 잘츠 일족. > 끝
< 생각보다 빠른 만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