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화. 예견된 결과.
퍽! 퍽!
미친놈에게는 매가 약이기에 쉼 없이 아이스 계열의 스킬을 사용함과 동시에 7강화 핏빛 몽둥이를 휘둘렀다.
물론 놈도 거대한 양손검을 뽑아들고 반항을 해왔다.
그리고 몇 번의 부딪침으로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는 없었다.
눈앞의 이놈이 강하긴 강하다는 것을.
아니, 단순히 강하다는 수준을 넘어 확실히 지금까지 맞부딪친 상대방 중에 가장 강한 상대방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질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의 내 상태는 다른 것도 그렇지만 지력마저 직전 600레벨을 막 달성했을 때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을 자랑하니까.
그때보다 유일하게 낮은 것들은 스킬인데 그것마저 특성 ‘태초의 얼음’으로 얼추 커버가 됐고.
그렇기에 서로 공격을 퍼붓고 있지만 겉으로 확연하게 보일정도로 상대방이 훨씬 큰 손해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상대방은 당혹스러움을 넘어서 경악스런 표정으로 바뀌어갔고 결국에는 그대로 허물어졌다.
그 후 곧바로 메시지가 울렸다.
[죽음의 링 안에 한 명만이 존재합니다.
-죽음의 링이 해제됩니다.]
놈의 말 대로였다.
하지만 긴장을 풀지 않고 오히려 더 신경을 곧추세웠다.
왜냐하면 당연히 이곳에 오자마자 누나에게 귓속말을 했었다.
분명 이곳이 대한민국을 뜻하는 53번 구역이 아닐 확률이 90%에 가깝지만 그래도 혹시나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때 울린 메시지로 내 예상대로 이곳이 53번 구역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른 구역에 존재하는 대상에게는 귓속말이 불가능합니다.]
위와 같은 메시지로.
그래서 죽음의 링 밖에 어떤 상황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알지 못하기에 긴장의 끈을 풀지 않았다.
하지만.
[소환이 해제됐습니다.
-원래의 구역으로 이동됩니다.]
내 예상과 달리 죽음의 링이 해제되자마자 메시지가 울렸고 동시에 처음 느꼈던 어딘가로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다시 받았고 곧장 시야에 들어온 것은 스밀로돈 무리였다.
“크헝!”
“커엉!”
곧 나를 발견하자마자 달려드는 스밀로돈 무리로 확실히 돌아왔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와 함께 피로감도 몰려왔다.
물론 피로감을 느끼기에는 그곳에 머문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았다.
실제로 한 것이라고는 약간의 대화와 1대1의 결투뿐이었고.
하지만 상대가 바로 미국을 대표하는 3대 조직중의 하나인 샤이페라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당연히 그 에드윈이라는 자는 샤이페 소속의 일개 조직원은 아닐 것이다.
죽음의 링은 그렇지만 구역을 넘어서 원하는 상대방을 소환하는 능력은 절대 가볍지 않은 능력이니까.
“...별일 없겠지?”
순간 약간이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긴 했다.
아무리 ‘Revival Legend’ 내에서 두려울 것이 없는 나지만 현실의 미국 그것도 미국을 장악한 3개의 조직 중의 하나인 샤이페는 두려움을 떠나 걱정을 느끼게 만드는 존재니까.
물론 그렇다고 내 선택이 후회가 되지는 않았다.
그만큼 상대가 가진 힘이 크다고 지레 겁을 먹어 그 손아귀에 꼭두각시마냥 놀아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래서 내 정체를 꼭꼭 숨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를 향해 달려드는 스밀로돈 무리를 향해 공격을 시도했다.
1등할 확률이 거의 100%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방심을 할 수는 없으니까.
홍주영이 열심히 사냥을 하는 사이.
17000개에 달하는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
당연히 그 수많은 섬 중에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도 꽤 많이 존재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그 무인도에 분명 존재하지 않던 생명체가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분명 몬스터라 불리는 생명체.
하지만 그것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워낙 섬이 많았고 그 섬 중에 무인도는 흔하디흔했으니까.
그런데 문제라면 이와 같은 현상이 오직 인도네시아의 한 무인도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스위스 제네바.
“이...이게 사실이라고?”
“뭘 그렇고 놀라는가? 로잔 신문사의 국장인 자네도 대충 짐작은 하고 있지 않았나? 그러니까 직접 이곳저곳 들쑤시고 다닌 거고.”
“하지만 그거랑 이것은 다르지 않나! 나는... 나는... 혹시나 하고 조사를 한 거였어! 아니, 거짓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한 취재였다고!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곧 엉망이 된다는 뜻이니까.”
스위스 내의 유력 신문사인 로잔 신문사의 국장 파스나흐트는 아니길 바랐던 것이 사실이라는 사실에 경악하며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장 자리에 일어날 찰라 그에게 직접 진실을 밝힌 남자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밑의 기자들에게 시키지 않고 국장인 자네가 직접 두발로 뛰며 조사를 하고 취재를 한 이유를 알고 있네. 그만큼 위험하니까. 그래서 내가 이렇게 친구인 자네에게 직접 밝히는 거고.”
“.......”
곧장 이 사실을 신문에 싣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던 파스나흐트 국장은 곧 그대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친구인 눈앞의 남자가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하는지 아니까.
“단언컨대 자네는 이 사실을 신문에 실을 수 없을 것이네. 오히려 차가운 시체가 되겠지. 그러니 기다리게. 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하지만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것이네! 사회는 엉망이 될 거고!”
“그래. 혼란이 생기겠지. 아주 큰 혼란이. 하지만 그것은 막을 수 없네. 이미 수레바퀴는 구르기 시작했으니까.”
로잔 신문사의 국장 파스나흐트의 절규에 가까운 말에 그의 앞에 앉은 남자는 마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대답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두 명이 자리한 곳에는 침묵만이 자리했다.
그러다 파스나흐트가 낮은 목소리고 입을 열었다.
“왜 이 사실을 모두에게 공표하지 않는 거지? 모든 사람이 알면 되지 않나? 모든 사람이 능력자가 되면 그만큼 지구가 안전해지는 것 아닌가?”
“사람은 말이지... 애초에 악하다네. 모두의 영광보다 개인의 영광에 더 몰두하는 법이지. 더욱이 자신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기 전까지는 모두다 멍청이이길 바라고.”
“.......”
로잔 신문사의 국장 파스나흐트는 평생을 친구로 지냈던 눈앞의 남자의 말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했다.
그때 이 사실을 친구인 파스나흐트에게 밝힌 남자가 지나가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모두다 ‘Revival Legend’를 하면 누가 농사를 짓고 소와 양을 키우고 그것들의 젖을 짜겠나?”
“.......”
두 사람의 대화는 그렇게 종료됐다.
자기 자신 따라잡기 이벤트 종료되기 하루 전.
100레벨 이후 200레벨, 300레벨 그리고 400레벨을 달성할 때까지만 해도 전혀 불만이 없었다.
아니, 불만 수준이 아니라 최고 그 자체였다.
아이스 계열 스킬 1개를 배운 것만으로 모든 스탯포인트가 1000씩 증가했으니까.
대체적으로 3개를 배우니 총 3000개씩이었고.
하지만 딱 400레벨을 달성하고 나자 아쉬움을 넘어 허무함이 들었다.
이렇게 악착같이 열심히 해도 결국에는 전부 사라지는 것들이니까.
그렇게 ‘Revival Legend’를 접하고 처음 느껴보는 감정.
물론 1등이라는 목표가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더 이상 이렇게 악착같이 노력하지 않아도 1등은 따 놓은 당상 같았다.
극히 낮은 저레벨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자기 자신을 100%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했으니까.
실제로 형과 누나는 물론이고 명진 내부적으로 조사한 결과 그런 결과가 나왔다.
그만큼 내가 달성한 402.7%라는 기록은 압도적이었고 남은 기간 동안 더 이상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1등은 당연해 보였다.
방심은 금물이라는 것은 알지만 그만큼 방심을 해도 될 것 같은 상황.
그래서 시선을 돌렸다.
사냥으로 인한 레벨이나 경험치 등은 사라지더라도 분명 골덴링이나 잡템 등이 남지만 그것들에 연연할 정도로 내가 부족하지 않기에 더 생산성 있는 일을 하기로.
그리고 그렇게 찾은 것이 바로 결투장이었다.
결투장에서의 승리는 승리 포인트라는 것을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고 그것으로 호칭은 물론 여러 가지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으니까.
특히나 현재 호칭을 7개나 보유했고 5개를 보유했을 때 특별한 보상을 생각하면 어쩌면 10개에도 얻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기에 직전에도 결투장에 꽤 관심이 있긴 했었다.
다만 처음에는 얼음황제의 수호검 착용을 위한 700레벨을 위해서 그 후에는 현실 구현률을 위한 1200레벨을 위해서 항상 뒷전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벤트 종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라도 승리포인트를 조금이라도 모으는 것이 골덴링이나 잡템 등을 모으는 것보다 훨씬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곧장 이동한 결투장.
이름을 아시란테로 등록을 하고서 진행을 했었다.
우선 가급적 내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아이스 계열의 스킬로만 상대를 했고.
결과는?
당연히 승리. 승리. 승리. 그리고 또 승리였다.
아니, 단순히 승리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압도적인 승리뿐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력만 3만 5천이 넘었다.
힘, 민첩, 체력, 정신력도 3만에 조금 못 미쳤고.
더군다나 400레벨 달성으로 그전에 비해 사용 가능한 아이스 계열의 스킬도 많아졌고 스킬의 레벨도 높았다.
그만큼 솔직히 말해서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제외하면 지금이 그때보다 2배 이상은 훨씬 강했다.
어쩌면 3배 가까이.
여하튼 그렇게 연승이 이어졌고 나중에는 문제가 생겼다.
바로 결투 상대방과 매칭이 되기까지의 딜레이.
처음에는 순식간이었다.
하지만 1승이 2승이 되고 2승이 3승이 되고 그러다 100승, 200승이 되자 매칭이 되기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렸다.
더욱이 그 승리들은 전부 연승이었고.
물론 그럼에도 자리를 지켰다.
어차피 이게 지금으로선 가장 생산성 있는 일이니까.
다음날.
결투장에서 3시간을 버티고 고작 4번의 결투밖에 하지 못한 상태에 메시지가 울렸다.
[‘자기 자신 따라잡기’ 이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이벤트에 참여한 모두는 정확히 1분 후에 이벤트에 참여하기 직전의 원래 상태창으로 변경됩니다.
-이벤트에 참여한 모두는 각각 레벨에 따라 150개, 300개, 45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가 순위에 상관없이 주어집니다.
-순위권에 달성한 유저는 개별적으로 보상이 주어집니다.]
[lumen, 아시란테님은 ‘자기 자신 따라잡기’ 이벤트 참여시 레벨이 600레벨입니다.
-3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여기까지가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울리는 메시지 같았다.
그만큼 주변에서는 많은 자들이 웅성웅성 대기 시작했다.
“오! 300개!”
“젠장. 딱 10레벨만 더 올렸으면 나도 300개일 텐데.”
“흐흐흐. 나는 450개다.”
“그나저나 순위권은 도대체 몇%를 달성했을까?”
“한 70~80% 아니겠어?”
“그렇겠지?”
“당연하지. 고작 30일이었다고. 그 정도만 해도 엄청나지.”
“어휴. 이 멍청이들아. 달성한 퍼센트가 문제가 아니라고. 100레벨이 달성한 100%와 1000레벨이 달성한 10% 중에 어떤 것이 더 높을 것 같냐?”
“아무래도 1000레벨이...”
“그렇지. 결국에는 고레벨들이 분명 순위권 싹쓸이 했을걸.”
“어차피 순위권은 애초에 기대도 안했고 그것보다 아시란테 이놈은 남들이 다 이벤트를 할 때 뭐한다고 결투장에서 저 난리를 피우는 거지?”
“그러게. 젠장. 이건 뭐 상대가 안 되니.”
“나도 당분간 결투장 끊으려고.”
“크크크. 야. 어차피 아시란테가 너 같은 초보랑 매칭이 될 것 같냐?”
“그러니까. 크크크.”
주변에서 들리는 대화를 뒤로하고 우선 결투장 밖으로 빠져나왔다.
아직은 호칭을 살 정도의 승리포인트를 모으지 못했지만 우선 그것보다 원래 상태로 돌아오면 사냥이 우선이니까.
그리고 결투장 밖으로 몸을 빼자마자 메시지가 더 울렸다.
물론 놀라지 않았다.
메시지가 울리기 직전의 상태창에는 여전히 1등이라는 표시가 있었으니까.
즉, 개별적이 보상에 대한 메시지.
[축하합니다. ‘자기 자신 따라잡기’ 이벤트에서 1등을 기록하였습니다.
-총 달성한 퍼센트.
: 402.7%
-아래의 보상이 주어집니다.
: 상당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7억 5천만 골덴링을 획득합니다.
: 잔여 스탯포인트 700개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수도 없이 울렸다.
그리고 그 와중에 눈길을 사로잡는 메시지가 있었다.
바로.
[자기 자신을 400%이상 따라잡는 불가능한 기록을 달성하였습니다.
-호칭 ‘내 자신은 벽이 되지 못한다.’를 획득하였습니다.]
착용 제한이 있는 아이템이 비춰보면 호칭은 무척이나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모두들 호칭에 목을 매는 것이고.
씨익.
그래서 다른 것을 다 떠나 잔여 스탯포인트가 무려 700개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보상이 조금 짜다는 생각을 말끔히 날려버릴 수 있었다.
“호칭 확인. 내 자신은 벽이 되지 못한다.”
우선 곧장 호칭 확인에 들어갔다.
[호칭 : 내 자신은 벽이 되지 못한다.
-자기 자신 따라잡기 이벤트에 압도적인 점수로 자신을 따라잡은 자만이 획득 가능한 호칭이다.
: 생명력 20만 증가.
: 마나 20만 증가.
: 모든 스탯포인트 300씩 증가.]
“오!”
생명력 20만과 마나 20만도 좋았지만 모든 스탯포인트 300씩 증가에 내심 쾌재를 불렀다.
다른 호칭과 비교할 때 300은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니까.
“그나저나 그럼 이번 이벤트로 몇 개나 획득한 거지?”
기본 참여보상 300개에 1등 보상이 700개로 획득한 잔여 스탯포인트가 1000개에 달했다.
여기에 호칭으로 모든 스탯포인트 300개의 증가면 총 1500개고.
더군다나 호칭을 제외하고 동반 성장이 적용되는 10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생각하면.
“하길... 잘했네.”
아니, 정확히는 할 생각이 없었지만 이제와 보면 안 했으면 땅을 치고 후회할 뻔 했다.
우선 그렇게 정리를 하고 곧장 강철 송곳니 스밀로돈 서식지로 이동을 했다.
생각보다 보상으로 주어진 경험치가 많았다.
그래서 바짝 사냥에 열중하면 머지않아 700레벨 달성이 가능해 보였다.
더군다나 그간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냥에 손을 떼야 했기에 사냥이 무척이나 고팠다.
< 예견된 결과. > 끝
< 700레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