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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109화 (109/271)

109화. 여전히 강함 (1).

코툼성 외곽.

오크 한 마리를 끝으로 사냥과 테스트를 멈췄다.

초보가 된 유저들로 우글우글 거리는 이곳에서 오크를 더 잡아봤자 ‘자기 자신 따라잡기’ 이벤트에 참여하지도 않는 고레벨이 괜한 꼬장을 피우는 모습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을 테니까.

더군다나 더 레벨을 올리기 전에 꼭 확인할 것이 있었다.

바로 9레벨까지만 입장 가능한 수련장에서 획득할 수 있는 ‘허수아비 파괴자’라는 호칭.

물론 ‘얼음황제’라는 호칭 옆에 떡하니 얼음황제 이외의 호칭은 습득 불가능이라는 글이 적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직접 두 눈으로 확인은 해야 했다.

몇 분 걸리지도 않을뿐더러 혹시나 할 수 있으니까.

우선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코툼성 쪽으로 이동해 텔레포트 존 위에 올라섰다.

“이동. 아델리오 성.”

코툼성의 수련장에서 확인을 하기에는 여전히 많아도 너무 많은 유저들이 존재했다.

그래서 주변에 고레벨 사냥터만 존재하는 아델리오 성으로 이동을 선택했다.

[아델리오 성으로 이동합니다.]

웅성웅성.

와글와글.

물론 아델리오 성에도 이번 이벤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상당히 많은 유저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코툼성보다는 확연히 적었다.

곧 텔레포트 존 밖으로 빠져나와 아델리오 성의 수련장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코툼성에 비해 한산한 수련장 내에서 마스크와 싸구려 로브를 머리 깊숙이 눌러 쓰고는 한쪽 구석으로 이동했다.

그 후 허수아비를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캉. 캉. 캉. 캉... 캉.

10연타, 20연타 그리고 30연타.

15000에 달하는 힘과 민첩 그리고 체력의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직전의 6회 이상 치기 어려웠던 허수아비 이곳저곳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붉은점을 무척이나 수월하게 공격하는 것이 가능했다.

40연타 이상까지도.

그리고 이어진 50연타.

빠캉!

이미 한 번의 경험이 있기에 산산 조각나 부서져 내리는 허수아비에 놀라지는 않았다.

대신 메시지창에 시선을 집중했고 그때 기대하고 기대하던 메시지가 울렸다.

[허수아비 연속 50연타에 성공하였습니다.

-불가능한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잔여 스탯포인트 200개를 획득합니다.

-호칭 : 허수아비 파괴자를 획득합니다.]

“오!”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 뿌듯함을 느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듯이 쓰여 있는 글귀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혹시나 하는 의심을 했기에 이런 보상을 얻었으니까.

하지만 메시지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현재 ‘얼음황제’ 호칭을 보유중입니다.

-새로운 호칭 습득이 불가능합니다.]

“.......”

번쩍 들어 올린 양손을 머쓱하게 내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양손을 내리면서 곧장 입을 열었다.

“상태창 확인.”

호칭도 호칭이지만 분명 따로 2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도 있었으니까.

[이름 : 아시란테, lumen

레벨 : 5

:

잔여 스탯포인트 : 201

잔여 스킬포인트 : 0]

다행히 잔여 스탯포인트 200개는 호칭과 별개의 보상인지 상태창에 자리하고 있었다.

1개는 오크를 처리하면서 발동한 특성 태초의 얼음으로 획득한 것이고.

여하튼 확인을 끝내고 나자 주변 시야가 눈에 들어왔다.

“???”

“???”

“???”

분명 이곳 아델리오 성의 수련장에 들어오기 직전만 해도 허수아비 치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용했다.

아니, 단순히 조용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모든 시선이 나를 향해 있었다.

마치 갓 ‘Revival Legend’에 접속해 코툼성에서 처음 허수아비를 박살내던 그때처럼.

저벅저벅.

일부러 더 당당히 걸었다.

마스크와 로브를 뒤집어 쓴 상태이기도 했고 여기서 호들갑을 떠는 것은 모양새가 더 안 좋으니까.

더욱이 당당하다 못해 오만한 내 모습 때문인지 수련장 밖으로 향하는 길이 모세의 기적처럼 쫙 갈라졌다.

강철 송곳니 스밀로돈 서식지.

수련장 밖으로 빠져 나오자마자 언제 당당했냐는 듯이 꽁지 빠지게 줄행랑을 쳤다.

그 후 곧장 텔레포트 존을 이용해 강철 송곳니 스밀로돈 서식지로 이동했다.

물론 약간 고민은 했다.

15000에 달하는 지력과 ‘태초의 얼음’이라는 사기에 가까운 특성이면 솔직히 직전의 600레벨을 달성했던 상태보다 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자신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사용 가능한 스킬이 결국 아이스 볼과 아이스 볼트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지력만 15000인 것이 아니라 힘, 민첩 그리고 체력과 정신력도 15000이기에 이곳을 선택했다.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곧장 조금 낮은 난이도의 사냥터를 골라도 되고.

여하튼 5레벨에 발을 내딛은 강철 송곳니 스밀로돈 서식지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하지만 충분히 이해는 갔다.

아무리 명진 소속이라 하더라도 누구나 참여 가능한 이벤트에 강제적으로 참여해라, 말아라 하기에는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으니까.

차후 아빠를 비롯한 명진의 지휘부에 대한 충성심이나 신망, 신뢰 등에 금이 갈수도 있고.

물론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나에게는 좋았다.

곧 아무도 없는 세이프티 존을 걸어 사냥터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움직이지 않아 스밀로돈 3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활용해 몰이사냥을 했던 몬스터지만 지금은 그게 불가능했고 더군다나 보유한 스킬도 몇 개 없기에 천천히 움직였다.

그러다 나를 발견한 3마리의 스밀로돈이 곧장 달려들었다.

우선 커다란 송곳니를 들이밀며 달려드는 스밀로돈을 보며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아이스 웨폰.”

[1레벨 아이스 웨폰을 사용하였습니다.

-초보자용 가벼운 몽둥이에 차가운 얼음의 기운이 깃듭니다.]

15000에 달하는 힘과 민첩은 어마어마한 양이다.

내가 레벨업이나 퀘스트 혹은 이벤트 등으로 얻은 모든 잔여 스탯포인트를 지력 하나에만 투자하고 아이템 등도 오로지 지력 위주로 맞추고 나서야 달성한 수치가 바로 18000이었으니까.

더욱이 7개에 달하는 호칭의 영향도 꽤나 컸고.

그렇기에 약간의 고민을 했음에도 당당히 이곳에 왔다.

그리고 아이스 웨폰만 사용하고 멍청하게 달려드는 스밀로던을 쳐다만 보지는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나는 마법사니까.

“아이스 볼! 아이스 볼트!”

퍽! 퍼벅!

“크엉!”

“케엥!”

내가 사용한 것은 5레벨에 기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고작 1레벨의 아이스 볼과 아이스 볼트였다.

상대는 800~900레벨대의 몬스터였고.

그런데 아이스 볼은 가장 앞장서서 달려드는 스밀로돈 한 마리를 그대로 멈추게 만들었고 아이스 볼트는 첫 번째 스밀로돈을 관통해서 그 뒤의 스밀로돈에게까지 박혀 들었다.

물론 당연히 죽지는 않았다.

애초에 아이스 볼과 아이스 볼트 한방으로 죽이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다.

아무리 지력이 15000이 넘고 ‘아이스 맨’과 비교하기에는 사기에 가까운 특성 ‘태초의 얼음’이 있다 해도 그것의 영향을 받는 스킬이 고작 1레벨의 아이스 볼과 아이스 볼트니까.

하지만 이정도만으로도 내 생각보다 더 위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 후에는?

“아이스 볼! 아이스 볼트!”

이미 쿨타임이 돌아온 아이스 볼과 아이스 볼트를 스밀로돈들을 향해 쏟아부었다.

내 공격에 스밀로돈들도 멍하게 있지는 않았다.

다시 송곳니를 치켜들고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모습에 피하는 것? 아니면 아이스 쉴드를 사용하는 것?

둘 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스 볼과 아이스 볼트를 사용하며 아이스 웨폰이 적용된 몽둥이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바로 내 앞쪽으로 달려드는 스밀로돈의 머리통을 향해 내리 찍었다.

쾅!

나름대로 꽤 요란한 소리가 울렸고 그 소리와 함께 스밀로돈 한 마리가 그대로 내 앞에 쓰러졌다.

대신 그 외 나머지 두 놈은 각각 내 양쪽 어깨를 향해 이빨을 들이댔다.

하지만 그 모습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로인한 피해?

물론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바로 경미한 피해를.

푹. 푹.

그리고 내 양 어깨를 문 그 피해를 실제로 경미했다.

아니, 경미하다고 보기에는 조금 더 피해를 입었지만 그래도 무시해도 상관없는 수준인 것은 확실했다.

“좋아. 이런 분위기 오랜만이네.”

지금까지 사냥터 선택에 나름대로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나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답게 원거리에다 광역 스킬의 효율을 최대한으로 뽑아낸다고 근접 전투를 필요로 하는 사냥터는 가급적 배제를 했다.

‘Revival Legend’ 처음 발을 내딛은 자들보다 3년 이상 늦게 시작한 만큼 레벨업은 최우선 과제였으니까.

더욱이 그런 와중에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까지 얻게 되면서 이렇게 몸을 부딪치며 사냥을 할 필요 자체가 없어졌다.

물론 솔직히 그럴 때마다 지력과 함께 100%로 성장할 스탯을 체력으로 한 것이 조금 후회되기는 했지만 가볍게 흘러 넘겼다.

이제와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차후 어마어마한 생명력이 빛을 볼 가능성도 충분히 있고.

여하튼 내 양 어깨 중 오른쪽 어깨를 문 스밀로돈의 뱃가죽을 향해 아이스 볼과 아이스 볼트를 사용했고 그 충격에 뒤로 밀려난 스밀로돈을 향해 몽둥이를 내리쳤다.

쾅!

당연히 그 와중에도 왼쪽 어깨를 물고 있는 다른 한 놈은 무시했다.

이런 개싸움에서는 한 놈씩 차근차근 정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아니까.

그리고 그렇게 정리를 해나갔다.

아이스 볼과 아이스 볼트 거기에 아이스 웨폰이 걸린 몽둥이로.

그 후 당연히 메시지가 울렸다.

나는 5레벨이고 스밀로돈은 800~900레벨 몬스터에다 더욱이 경험치 획득 추가 보석이 있으니까.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메시지는 꽤 많이 울렸다.

“허... 이러다 오늘 100레벨 찍는 것 아냐?”

일반적으로 100레벨 달성까지 3주 정도가 걸리는 시간을 나는 채 5일이 걸리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루면 가능할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생각보다 더 빨리.

하지만 곧 그 생각을 멈췄다.

결국 해보면 알 테니까.

우선 그렇게 사냥터 안으로 더 발을 내딛었다.

입가에 미소를 한가득 짓고서.

이틀 뒤.

주섬주섬 이것저것 챙겨들고 원룸을 나섰다.

당연히 목적지는 청담동 본가.

그리고 본가에 도착하자 이번에는 엄마보다 누나가 나를 더 격하게 반겼다.

입가에 득의만만한 미소를 가득 띠고서는.

물론 왜 그런지는 안다.

바로 나의 ‘자기 자신 따라잡기’라는 이벤트의 참여.

당연하지만 처음에는 강제로 참여한다는 것에 무척이나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7개에 달하는 호칭은 물론이고 특성 3개까지도 전부 사라진 정말 처음으로 ‘Revival Legend’를 접속하는 유저가 갖는 상태창은 분노를 넘어 억울함까지 느끼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때 온 누나의 귓속말에 잠깐이나마 하소연을 했다.

정말로 억울했으니까.

그 후 이어진 누나의 말속에 아쉽게 격려는 없었다.

오히려 반색하며 좋아했다.

평소 꿈도 꾸지 못했던 동생을 쥐어 밖을 수 있다며.

그래서인지 나를 격하게 반기던 누나는 곧장 ‘Revival Legend’에 접속하자고 독촉했다.

누나의 독촉에 어차피 아빠와 형은 회사에 있고 잠시나마 누나와 투닥거릴 시간은 있기에 게임에 접속 하고서 로돈 성으로 이동했다.

그곳에 아빠, 엄마, 형, 누나 그리고 석인수 실장을 포함해 극소수만 아는 비밀 안가가 있으니까.

그리고 그 비밀 안가의 지하실로 이동하자 언제 만들었는지 작은 결투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흐흐흐. 동생아. 드디어 이런 날이 오는구나.”

“이런 날이 뭔데?”

누나는 팔짱을 낀 채로 입가에 잔뜩 미소를 띠며 말했다.

물론 그 의미는 충분히 알지만 짐짓 모른다는 듯이 누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무슨 날이긴. 바로 이 누나가 동생에게 참교육을 하는 날이지.”

한껏 과장되게 말하는 누나.

물론 내 하소연을 듣고 그런 나를 위로해주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을 안다.

누나는 원래 이랬다.

하지만 멍청하게 옛날에는 누나의 이런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형도 그렇지만 누나도 무척이나 똑똑했고 그만큼 나에게는 형과 누나 모두 질투의 대상이었으니까.

씨익.

그래서 누나를 향해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글쎄... 그게 과연 가능할까?”

“어쭈. 왕초보가 됐다며 질질 짜던 그 막내는 어디 갔을까?”

“질질 짜지는 않았거든!”

누나의 없는 사실을 날조하는 강력한 도발에 곧장 반박을 했지만 통하지는 않았다.

여하튼 미리 설치된 작은 결투장으로 사망 페널티도 사망 횟수도 증가하지 않기에 누나가 원하던 대결이 진행됐다.

“파이어 볼! 파이어 애로우!”

당연하지만 누나도 이벤트에 참여 중이었다.

순위권 달성 여부를 떠나 1000레벨이 넘었음에도 450개에 달하는 잔여 스탯포인트는 무척이나 매력적일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파이어 계열의 상대적으로 낮은 레벨의 마법들이 쏟아졌다.

물론 나를 향해 쏟아지는 그 마법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800~900레벨대의 스밀로돈의 공격들도 맨몸으로 버텨낸 상황에 현재 누나의 공격은 스밀로돈에 미치지 못할게 분명했으니까.

그리고 반격은?

하지 않았다.

파이어 계열의 마법사인 누나에게 어쩌면 아이스 볼이나 아이스 볼트 같은 가장 낮은 수준의 마법 한방으로도 끝날 가능성이 농후했다.

우선 그렇게 누나는 공격을 하고 나는 맨몸으로 버텨내는 상황이 연출됐고 당연히 누나도 금세 이상함을 느낀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공격을 멈추고 곧장 나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이벤트 참여 한다고 하지 않았어?”

“참여 중이야.”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누나에게 마치 별거 아니라는 듯이 입을 열었다.

“지금 누나 놀리는 거지?”

“히히히.”

대답대신 누나를 향해 얄밉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내 웃음에 누나도 짐짓 화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물론 전혀 무섭지는 않았지만.

여하튼 그때 누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상태창 확인. 그리고 전부 공개.”

백날 말로 하는 것보다 실제로 보여 주는 것이 훨씬 나으니까.

< 여전히 강함 (1). > 끝

< 여전히 강함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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