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108화 (108/271)

108화. 순서의 차이.

아델리오 성 중앙 광장.

“오! 이건 무조건 해야지!”

“맞아. 우선 결과에 상관없이 도전만 해도 무려 3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잖아! 300개면 엄청나지.”

“젠장 나 조금만 더 하면 1000레벨 찍는데. 그럼 450개잖아.”

“야. 300개면 충분하지. 나는 437레벨로 150개라고.”

“그러게 내가 레벨 좀 올리라고 했잖아.”

“누가 이런 이벤트를 할 줄 알았나! 그리고 너네들도 그랬잖아. ‘Revival Legend’는 운영자의 간섭이 거의 없고 무슨 기념이나 이벤트 같은 것도 일절 없다고. 그런데 얼마 전 4주년 이벤트에다가 이게 다 뭐야!”

“그건...”

“정말로 전에는... 아! 그런데 이것은 400레벨, 800레벨 정기 퀘스트의 등장 때도 있었다고. 물론 이런 말도 안 되는 방식은 아니었지만.”

웅성웅성.

와글와글.

처음 발을 내딛은 아델리오 성의 중앙광장은 이미 시끌벅적했다.

물론 대체적으로 이번 이벤트를 반기듯이 무적이나 들뜬 분위기였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동참할 수 없었다.

이해득실을 따졌을 때 이번 이벤트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나에게는 더 이득이었으니까.

“상태창 확인.”

그래도 우선 상태창부터 열어봤다.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안고서.

하지만.

[이름 : lumen, 아시란테

레벨 : 0

죽인 횟수 : 0, 죽은 횟수 : 0

칭호 : 없음.

생명력 : 100/100   마나 : 100/100

힘 : 10      민첩 : 10      체력 10

정신력 : 10      지력 : 10

잔여 스탯포인트 : 0

잔여 스킬포인트 : 0

특성 : 없음.]

[이벤트 ‘자기 자신 따라잡기’의 시작까지 23시간 59분 남았습니다.

그전까지는 경험치 획득이 불가능합니다.

-현재까지 0%를 따라잡았습니다.]

“.......”

작게나마 가졌던 일말의 기대감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나만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여러 호칭에 특성조차 없는 정말 처음으로 ‘Revival Legend’에 접속하는 유저들이 마주하는 그런 상태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즉, 처음 예상한 5%는커녕 1%조차 따라 잡는 것이 불가능했다.

“허...”

결국 남은 것은 이벤트에 참여하는 대가로 주어지는 3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가 전부.

하지만 고작 그것만을 바라보며 30일을 멀뚱히 보내는 것은 너무나 큰 손해이기에 한숨이 절로 새어나왔다.

그리고 허탈함에 그대로 로그아웃을 했다.

다음날.

“.......”

나름대로 큰 충격이었다.

물론 30일이라는 기간 한정이 존재하긴 했다.

그래서 30일만 지나면 원래의 내 상태창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충격은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던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으니까.

말인즉슨 고등학교 아니, 굳이 고등학교 시절로 한정 짓지 않더라도 학창시절 거의 대부분을 나름대로 엉덩이에 땀띠가 나도록 의자에 앉아 공부를 했었다.

그리고 얼추 그 공부한 내용을 머릿속에 집어넣었다고 생각하고 뒷장으로 넘어갔지만 다음날 분명 어제 공부했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일이 다반사였다.

물론 지금의 상황은 이벤트의 일종으로 30일 뒤에는 전부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만 상황만큼은 예전에 내가 가장 두려워하던 일과 판박이기에 더 크게 와 닿을 수밖에 없었다.

“후. 그래. 영원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어차피 30일이야. 그러니까 아직 이런 것이 남아 있고.”

당연하지만 인벤토리에는 3강화 얼음황제의 수호검을 비롯해 200억이 넘는 골덴링이 자리하고 있었다.

0레벨로 변함으로써 착용 가능한 레벨이 되지 않아 착용이 풀린 아이템들까지 전부.

즉, 변한 것은 상태창과 스킬창 뿐이었다.

나머지는 전부 그대로였다.

그 말인즉슨 그간 내가 이룩한 모든 것이 허상이 아닌 사실이라는 뜻이고.

“그나저나... 이렇게 할 것이 없나?”

그간 아침에 일어나서 씻은 후 간단하게 시리얼로 아침을 해결하고 항상 ‘Revival Legend’에 접속했었다.

그리고 점심까지 오로지 ‘Revival Legend’에 몰두하고 점심 겸 약간의 휴식 후에 다시 게임에 접속했다.

저녁까지.

물론 저녁 후라고 특별히 변하는 것은 없었다.

종종 밖에서 조깅에 가까운 운동을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새벽 1시까지 또 ‘Revival Legend’에만 몰두했다.

정말 하루 24시간이 전부 ‘Revival Legend’를 중심으로 돌아갔던 것이 그간의 내 삶이었다.

그로인한 지루함? 싫증?

전혀 없었다.

여전히 재미있었으니까.

여하튼 마치 하루아침에 다니던 직장에 쫓겨나 실직자가 된 것 같은 상황에 나조차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물론 접속은 어제 저녁에도 했고 오늘 아침에도 했다.

이제는 경험치 획득도 가능했고.

하지만 이런 상태창으로는 악착같이 노력을 해봤자 결국 순위권에 드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한다고 3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안 주는 것도 아니기에 사냥할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후... 해봤자 뭐해. 30일간의 노력이 다 물거품이 될게 뻔한데.”

그래도 오늘 아침에는 살짝 도전을 할까라는 의욕을 품기는 했다.

나에게는 여전히 활성화되어 있는 신화 등급의 ‘경험치 추가 획득 보석’이 있으니까.

하지만 곧 포기를 했다.

그만큼 아무리 그것이 있다 해도 순위권 달성은 무조건 불가능하다는 것이 눈에 뻔히 보였다.

그럴 바에 아예 30일간 푹 쉬는 것이 낫다는 결론이 나왔고.

그런데 그게 또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서성거리는 거고.

“젠장! 어째서 내 의사도 묻지 않고 그런 거냐고!”

한창 사냥으로 레벨을 올려도 부족할 판에 이렇게 멍하니 시간을 보내야한다는 사실에 욕설밖에 나오지 않았다.

여하튼 오전을 그렇게 한탄을 하며 보냈고 결국 오후에는 ‘Revival Legend’에 접속을 했다.

그것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으니까.

코툼성.

웅성웅성.

와글와글.

초보자들의 성인 코툼성.

맨 처음 1차 클로즈 베타 당시부터 이용했던 성이고 ‘Revival Legend’로 이름을 바꾸고도 처음 발을 내딛은 곳이 이곳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은 처음 봤다.

거짓말 살짝 보태서 발을 내딛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우글우글 거렸다.

물론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초보자들의 성도 그렇겠지만 이곳 코툼성 밖에는 갓 5레벨들이 사냥을 할 수 있는 오크나 고블린 등이 자리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나도 오늘 아침에 접속을 했을 때 이곳 코툼성으로 온것이고.

여하튼 우선 발걸음을 수련장으로 옮겼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치는 허수아비에 달라붙어 나도 몽둥이로 허수아비를 가격했다.

캉. 캉... 캉.

[6연타 성공하였습니다.

-추가적인 경험치가 제공됩니다.]

한때 50연타에 성공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50연타로 허수아비를 박살내고 보상으로 ‘허수아비 파괴자’라는 호칭을 얻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은 6연타가 끝이었다.

‘허.’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솔직히 허수아비를 공격할 의욕도 사라져갔다.

지금 상황을 비유하자면 신형 람보르기니나 페라리를 타다 갑자기 주행거리 70만 킬로미터 이상을 달린 30년 된 구형 승용차를 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래도 의욕과 반대로 분노 아니, 울분은 계속 솟구쳐 올랐기에 허수아비를 향한 몽둥이질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총 5번의 레벨이 올라갔다는 메시지를 끝으로 수련장 밖으로 힘없는 발걸음으로 빠져나왔다.

코툼성 중앙광장.

아이스 볼, 아이스 볼트, 아이스 쉴드, 아이스 웨폰 그리고 미약한 동상 피해까지 5레벨에 배울 수 있는 스킬은 전부 습득했다.

분명 30일 뒤에는 사라지는 스킬들이지만 여기에 골덴링을 아끼기에는 가진 것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아이템은 사지 않았다.

골덴링이 아까워서?

아니, 귀찮아서.

솔직한 심적으로는 지금 당장이라도 로그아웃을 하고 싶었다.

무의미한 행동이라는 것이 뻔히 보였으니까.

여하튼 그렇게 스킬만 배우고 코툼성 밖으로 빠져 나왔다.

그리고 당연히 그곳에는 이미 수많은 초보 유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몬스터보다 유저가 더 많은 상황.

“허... 누가 보면 새로 서버를 오픈한 줄 알겠네.”

우선 조금 더 외곽으로 움직였다.

그럼에도 전혀 위험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몬스터들보다 유저들이 더 많았으니까.

그러다 근처에서 리젠되는 오크를 확인하고 곧장 공격을 퍼부었다.

“아이스 볼! 아이스 볼트!”

픽. 픽.

털썩.

5레벨을 달성하면서 획득한 5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전부 지력에 투자했다.

그래서 아이스 볼과 아이스 볼트 연타로 오크를 쓰러트리는 것은 가능했다.

하지만 전과 비교하면 차이가 너무 심했다.

태양과 달? 아니, 태양과 반딧불의 격차.

아무리 전과 비교를 하지 않으려 해도 너무나 심한 격차에 계속 비교가 됐고 그럴 때마다 절로 한숨만 새어나왔다.

우선 그렇게 오크 한 마리를 처리했다.

그리고 그 일은 분명 아주 흔하고 사소하며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메시지가 울렸다.

당연히 레벨업을 알리는 메시지는 아니었다.

아무리 내가 5레벨에 신화 등급의 ‘경험치 추가 획득 보석’이 있다 해도 내가 죽인 것은 고작 오크 한 마리니까.

[아이디가 lumen, 아시란테에서 아시란테, lumen으로 변경됩니다.]

“?”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결국에는 순서만 바뀐 거니까.

그런데 메시지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얼음황제 ‘아시란테’의 능력이 상태창에 반영됩니다.]

여전히 알쏭달쏭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얼음황제의 수호검의 설명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바로.

[세상의 모든 것을 태우고 증발시키던 태양신 모로투에 마지막까지 대항한 얼음의 주인이자 황제인 아시란테의 마지막 결의가 담긴 검이다.]

즉, 설명만 봤을 때 얼음황제 아시란테라는 자는 무척이나 강한 존재였다.

신이라는 작자와 대적을 한 거니까.

우선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상태창 확인.”

[이름 : 아시란테, lumen

레벨 : 5

죽인 횟수 : 0, 죽은 횟수 : 0

칭호 : 얼음황제. (얼음황제 이외의 호칭 습득 불가능.)

생명력 : 1,500,600 / 1,500,600

마나 : 1,500,600 / 1,500,600

힘 : 15010      민첩 : 15010      체력 : 15010

정신력 : 15010      지력 : 15060

잔여 스탯포인트 : 0

잔여 스킬포인트 : 0

특성 : 태초의 얼음. (태초의 얼음 이외의 특성 획득 불가능.)]

[이벤트 ‘자기 자신 따라잡기’를 진행 중입니다.

-이벤트 종료까지 남은 시간.

: 29일 17시간 29분.

-현재까지 따라잡은 %.

: 185.3%

-현재 순위.

: 1등.]

“.......”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더욱이 내 머릿속에는 600레벨의 상태창이 뚜렷하게 남아있다.

그렇기에 지금과 그전을 비교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힘과 민첩이 2500을 조금 넘었었다.

지력만 18000에 달했을 뿐 체력은 15000이 그리고 정신력은 10000이 되지 않았고.

즉, 지력과 생명력, 마나를 제외하고는 지금의 상태창이 더 화려했다.

고작 5레벨에 호칭도 특성도 1개뿐인데도 불구하고.

“...왜지?”

의물이 들었다.

정말 한 것이라고는 오크를 죽인 것을 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사소한 일이었다.

이미 주변에도 오크를 죽이는 유저들은 넘쳐났고.

“호... 호칭 확인. 얼음 황제.”

그래도 우선 확인부터 들어갔다.

[호칭 : 얼음 황제.

-얼음 황제만이 획득 가능한 호칭이다.

: 모든 스탯포인트 10000씩 증가.

: 아이스 계열의 스킬 습득시 1개당 모든 스탯포인트 1000씩 증가.]

그전에 얻은 호칭만 7개였다.

그리고 그 호칭에는 전부 생명력과 마나 증가가 붙어 있었다.

그런데 이것에는 붙어 있지 않았다.

설명도 그 어떤 호칭보다 단출했고.

하지만 그 옵션은 그 어떤 호칭보다 화려했다.

“이래서 힘, 민첩, 체력, 정신력, 지력이 1만5천인건가?”

현재 아이스 볼, 아이스 볼트, 아이스 쉴드, 아이스 웨폰에 미약한 동상 발생까지 총 5개의 아이스 계열의 스킬을 보유했다.

“특성 확인. 태초의 얼음.”

이번에는 특성 확인에 들어갔다.

[특성 : 태초의 얼음.

-얼음의 정수이자 모든 얼음의 기원이 되는 얼음이 몸에 깃든다.

: 아이스 계열의 모든 스킬의 성능이 100% 증가한다.

: 아이스 계열의 모든 공격에 면역을 갖는다.

: 아이스 계열의 스킬로 적(몬스터 포함)을 처리시 낮은 확률로 스탯포인트를 획득한다.]

역시나 태초의 얼음이라는 특성도 단출했다.

하지만 우선 첫 번째 옵션이 눈에 확 들어왔다.

왜냐하면 내가 보유한 아이스 맨이라는 특성이 정확히 30%였다.

그런데도 나로하여금 어마어마한 위력을 선보이게 만들어 줬다.

물론 아이템들과 지력도 거들긴 했지만.

그런데 30%가 그 정도였는데 이것은 무려 100%였다.

더군다나 아이스 계열의 모든 공격에 면역인 것도 그렇고 마지막 옵션도 어마어마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사...사기 아냐?”

아무리 생각해도 사기였다.

그리고 그때 또다시 내 옆에서 리젠되는 오크가 있었고 그 오크를 향해 아이스 볼을 사용했다.

퍽!

정확히 오크의 머리통을 향해 사용했지만 머리통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박살이 나버렸다.

거기에 메시지까지 울렸다.

[태초의 얼음 효과가 발생합니다.

-잔여 스탯포인트 1개를 획득합니다.]

“.......”

분명 낮은 확률이라고 적혀 있었다.

물론 한 번의 경우로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지만 나도 모르게 입을 쩌억 벌릴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의 옵션이라면 내가 가진 특성 전부를 합친 것보다 더 뛰어난 옵션이니까.

거기에 아이스 계열의 스킬을 1개 습득할 때마다 모든 스탯포인트가 1000씩 증가하는 ‘얼음황제’라는 호칭도.

< 순서의 차이. > 끝

< 여전히 강함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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