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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104화 (104/271)

104화. 또 하고 싶기는 한데...

북극해와 맞닿은 러시아의 이레불리치섬.

“오늘인가?”

“네. 아시란테가 그간 0번 구역에서 정상적인 접속 시간을 유지했다면 이제 정확히 1시간 30분이 남았습니다.”

루시아라는 조직을 이끄는 수장의 질문에 파블로가 곧바로 대답했다.

“그럼 가능 하겠지?”

“물론입니다. 지금까지의 결과들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 않습니까?”

무척이나 자신만만한 파블로의 답변.

하지만 길드장을 포함해 이 간부 회의에 참석한 그 누구도 파블로의 위풍당당한 모습에 딴죽을 걸지 않았다.

실제로 파블로에 의해 0번 구역을 갔다 온 자 치고 두 번 연속 가입 제의를 거절을 한 자는 없으니까.

“그나저나... 가장 중요한 소식은 없군.”

길드장의 두루뭉술한 질문.

하지만 그 질문의 요지를 모르는 자들은 이 자리에 없었다.

그만큼 길드장이 아시란테의 현실 정보를 직접 챙기고 있었으니까.

“여전히 막대한 자금을 들어 대한민국의 유, 무선과 모든 인터넷 공간에 최대한적으로 해킹을 시도 중입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벽 뚫기, 파블로, 0번 구역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습니다.”

길드장의 그 질문에 루시아 길드의 대외 총담당을 맡고 있는 벨리타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분명 이 방법이면 아시란테의 현실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했으니까.

하지만 30일이 다 되는 기간 동안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도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했다는 사실에 벨리타는 절로 어깨를 움츠릴 수밖에 없었다.

“아시란테 그놈은 무척이나 조심성이 많은 것 같군.”

“.......”

“.......”

“.......”

길드장의 낮은 목소리에 회의실 내에 작은 침묵이 자리했다.

그리고 그 침묵을 만든 길드장이 스스로 침묵을 깨며 입을 열었다.

“혹여나 이번에도 거절을 할지도 모르니까 만전을 기해라.”

“네! 하지만 아시란테 그놈이 변태가 아니라면 또다시 그 30일간의 지옥을 맛보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파블로의 호언장담으로 그렇게 루시아 길드의 간부 회의가 종료됐다.

그 후 파블로는 그곳에서 곧장 ‘Revival Legend’에 접속을 했다.

어쩌면 1시간 30분 뒤에 아시란테 그놈이 0번 구역에서 튕겨져 나올 수 있으니까.

물론 파블로는 그 상황에 대비해 미리 대한민국의 53번 구역과 0번 구역 사이에 작지만 구멍 하나를 뚫어놓음으로써 준비를 다 해 놓았다.

그리고 0번 구역이라는 지옥에서 탈출을 하자마자 그 지옥에 보낸 장본인을 마주할 아시란테.

파블로는 이 방법으로 단 한 번도 영입에 실패한 적이 없기에 자신이 있었다.

여하튼 파블로는 길드장의 재촉 때문이 아니더라도 아시란테 영입에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한번 맞부딪쳐봤기에 아시란테의 강함도 강함이지만 성장 가능성에 두려움을 느꼈고 그 두려움을 벗어날 확실한 방법은 같은 동료가 되는 것뿐이라는 것을 아니까.

0번 구역.

털썩.

메시지와 함께 15번 스테이지에 자리했던 모든 몬스터가 순식간에 사라지자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허... 죽을 뻔 했네.”

0번 구역에 머물 수 있는 30일간의 시간 종료까지 12시간 40분을 남겨놓고 14번 스테이지에서 딱 3마리의 몬스터를 남겨놓는 것이 가능했다.

그 후 곧장 클리어 하지 않고 기다렸다.

10번 스테이지 이후로는 각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는데 기본적으로 2일 이상씩 걸렸으니까.

그래서 목표를 15번 스테이지에 발만 딛는 것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정확히 10분 10초가 남은 사이에 14번 스테이지에 남은 3마리의 몬스터를 정리했다.

아무리 15번 스테이지에 강력한 몬스터가 나온다 하더라도 10초 정도는 버틸 자신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직접 마주한 15번 스테이지는 처음부터 뿌리가 활약을 했음에도 죽을 뻔했다.

그만큼 10초도 버티기 힘들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살아남았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리고 이어진 30일간의 테스트 종료와 함께 보상을 알리는 메시지.

씨익.

언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냐는 듯이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정말로 어려웠고 아무리 생각해도 7%의 구현률로 15번 스테이지에 발을 내딛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

솔직히 뿌리가 아니었으면 강 건너기라는 8번 스테이지에서 멈출 뻔 했고.

하지만 그 와중에 아쉬운 점은 있었다.

바로 특성 조각.

15번 아니, 14번 스테이지까지 클리어 하면서 특성 조각을 총 4개 밖에 얻지 못했다.

그리고 3개, 5개, 7개로 조합 시도가 가능한 상황에 4개는 무척 애매한 숫자일 수밖에 없다.

3개로 시도하기에는 좋은 특성을 얻을 확률이 가장 떨어지고 만약 3개로 도전시 1개가 남으니까.

물론 특성 조각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특히나 잔여 스탯포인트를 100개, 200개, 300개, 400개로 14번 스테이지까지 클리어 하면서 4번을 획득함으로써 총 1000개나 얻었다.

거기에 레벨은 10레벨, 10레벨, 10레벨 3번으로 30레벨을 올리는 것이 가능했고.

확실히 10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에 비하면 30레벨은 그다지 성에 차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레벨업은 필수이기에 그렇게 불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 외 코인 5000개가 2번으로 1만 코인을 얻었고 그 와중에 가장 처지는 클리어 보상을 받기도 했다.

바로 10억 골덴링.

그 전까지는 분명 엄청나게 큰 금액이었다.

하지만 0번 구역은 각 스테이지에서 사냥만 함에도 불구하고 골덴링이 쏟아져 나왔다.

오크에게 마저 기본적으로 5000골덴링 이상씩으로.

그래서 스테이지 클리어 보상으로 주어진 10억 골덴링?

받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만약 10억 골덴링이 아니라 스탯포인트가 나왔다면 순차적으로 봤을 때 100, 200, 300, 400 이후로 당연히 500개가 나올 가능성이 컸기에 더욱더.

여하튼 이것들은 30일간의 모든 것을 합산해 받는 보상이 아니라 각 스테이지를 클리어 했다는 것만으로 주어진 보상들이기에 아쉬움을 털어냈다.

그리고 이것만으로 30일이 분명 무의미 하지 않았다.

아니, 무의미한 수준이 아니라 할 수 있다면 또 하고 싶었다.

이미 한 번의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는 더 빠르게, 더 안전하게 그리고 더 높은 스테이지까지 도달할 자신이 있으니까.

하지만 이곳 0번 구역에 있으면서 내내 아쉬움을 느낀 것이 있었다.

바로 강화의 신.

얼음황제의 수호검에 2강화를 하면서 약 2000만에 가까운 경험치가 골덴링에 이어 새롭게 필요 조건에 추가되면서 쿨타임이 오히려 8일로 줄어들었었다.

즉, 강화의 신의 쿨타임인 진즉에 돌아 왔지만 20일 넘게 사용치 못했다.

이곳 0번 구역에 있으면서 다른 것은 전부 괜찮았는데 그 점이 너무나 아쉬웠다.

그래서 보상을 받고 53번 구역으로 다시 이동이 되면 곧장 대장간부터 갈 생각이다.

물론 파블로에 대한 복수?

하긴 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그럴 생각이 없다.

괜한 복수를 하겠다고 내 성장을 포기할 생각은 없으니까.

여하튼 두근두근 기대하는 심정으로 어서 빨리 보상이 모습을 드러내기 기다렸고 그런 나의 애간장을 태우던 메시지가 곧 울렸다.

[축하합니다.

-30일간 0회의 사망 횟수와 7%의 구현률로 15번 스테이지까지 이동이라는 불가능한 수준의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그 보상으로 아래의 것들이 주어집니다.

: 잔여 스킬포인트 2개를 획득합니다.

: 한정 스킬 : ‘특출나게’를 획득합니다. (습득 하는데 필요 스킬 포인트 없음, 삭제시 다시 습득하지 못함.)]

“.......”

단 2개의 보상.

물론 좋긴 좋았다.

배우고 싶은 스킬은 많았지만 결국 스킬포인트 때문에 배우지 못하는 것이 현 실정이니까.

그리고 그냥 스킬도 아닌 한정 스킬.

이름도 왠지 가볍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성에 차지는 않았다.

하다못해 잔여 스탯포인트나 코인이라도 있어야 했다.

아무리 15번 아니, 14번 스테이지까지 클리어 하면서 1000개라는 잔여 스탯포인트과 1만개의 코인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내가 너무 욕심쟁이인가?’

여하튼 분명 거듭된 가산점이 추가 됐다는 메시지에도 보상이 생각보다 약하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느낄 찰나 내가 그런 반응을 보일 것을 익히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메시지가 울렸다.

[15번 스테이지까지 이동하면서 총 17,246,775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반짝이는 특성 조각 2개가 주어집니다.(반짝이는 특성 조각은 일반 특성 조각과 달리 조합시에 더 높은 등급의 특성이 나타날 확률을 올려줍니다. 일반 특성 조각과 구분 없이 함께 조합이 가능합니다.)

-코인 10000개가 주어집니다.

-경험치 추가 획득 보석이 주어집니다.]

특성 조각도 코인도 마음에 들었다.

둘 다 꼭 필요했으니까.

특히나 반짝이는 특성 조각은 더더욱.

하지만 경험치 추가 보석에 더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현재 내게 주어진 지상과제는 우선 최대한 빨리 1200레벨을 달성하는 것이니까.

여하튼 보상들에 나름대로 만족을 했다.

아니, 각 스테이지를 클리어 할 때마다 받은 보상들까지 감안을 하면 무척 만족스러웠다.

파블로가 은인으로 비춰질 정도로.

“그나저나 확인을 해야지. 한정 스킬: 특출나게 확인.”

우선 위의 한정 스킬부터 확인에 들어갔다.

[한정 스킬 : 특출나게.

-가장 확실하게 강해지는 방법 중에 하나는 특출난 분야는 더 특출나게 키우는 것이다.

-평생 한 우물만 팠던 생 말롱의 한정 스킬이다.

: 힘, 민첩, 체력, 정신력, 지력 중에 가장 높은 수치를 자랑하는 스탯을 30분간 2배로 증가시킨다.

: 쿨타임 : 10일.]

“워...”

한정 스킬이라는 말에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더 좋았다.

나에게 가장 특출난 스탯은 지력이고 그 지력이 2배가 된다는 것은 전과 확연히 다른 위력을 선보인다는 것이니까.

그게 고작 30분 일지라도.

그리고 앞으로 지력은 꾸준히 계속 증가할 것이다.

가령 지금도 총 10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와 30레벨의 증가로 3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가 상태창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그것도 전부 지력에 투자할 생각이다.

여하튼 생각보다 뛰어난 효과를 자랑하는 한정 스킬에 입을 벌리고 쳐다보는 와중 메시지가 울렸다.

[lumen, 아시란테님은 53번 구역 소속입니다.

-10초 뒤에 53번 구역으로 강제로 튕겨져 나갑니다.]

그 메시지에 30일간의 아등바등 했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때로는 화도 났다.

억울하기도 했고.

하지만 그 화도 났고 억울했던 것들 모든 것이 먼지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이정도 보상이라면 그 30일간의 고생은 고생 축에도 끼지 못하니까.

53번 구역.

“상태창 확인.”

이곳이 어딘지는 궁금하지 않았다.

어쨌든 53번 구역은 확실할 테고 그것만으로 충분했으니까.

오히려 13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가 자리하고 있을 상태창을 생각하니 너무나 근질근질 거렸다.

그래서 이것만 투자하고 가까운 대장간으로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이름 : lumen, 아시란테

레벨 : 530

죽인 횟수 : 1284, 죽은 횟수 : 0

칭호 :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 외 6개.

생명력 : 2,103,000(now) / 2,103,000(max)

마나 : 1,645,500(now) / 1,645,500(max)

힘 : 2150      민첩 : 2150      체력 12800

정신력 : 7525      지력 : 15450

잔여 스탯포인트 : 1300

잔여 스킬포인트 : 2

특성 : 아이스 맨, 동반 성장, 강화의 신.]

500레벨 달성을 하고 곧장 5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 이후에 파블로를 만났다.

그래서 많은 부분이 변하지는 않았다.

딱 레벨, 잔여 스탯포인트, 잔여 스킬포인트 3개만 변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레벨에 비해 잔여 스탯포인트도, 잔여 스킬포인트도 증가량이 어마어마했다.

“흐흐흐.”

절로 새어나오는 웃음.

우선 얼른 13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전부 지력에 투자했다.

그리고 생전 꿈도 꾸지 못한 16750이라는 지력 수치와 2개의 스킬포인트로 어떤 스킬을 배울까라는 즐거운 상상을 할 무렵.

곧 입가의 감도를 미소를 지웠다.

처음 파블로를 만났을 때 느꼈던 그 감각이 내 뒤쪽에서 그대로 전달되어 왔기에.

우선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스킬 사용. 특출나게.’

[현재 lumen, 아시란테님이 보유한 힘, 민첩, 체력, 정신력, 지력 중에서 가장 특출난 스탯은 지력입니다.

-현재 보유한 지력 수치: 16750.

-30분간 지력 수치가 33500으로 변경됩니다.

-특출나게의 유지 시간이 종료하면 10일의 쿨타임이 발생합니다.]

우선 사용은 해 놨다.

물론 이걸로 파블로를 향한 공격?

지금 당장은 할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또 하고 싶었다. 다시 한 번 0번 구역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강화의 신이 발목을 거세게 붙잡았다.

이번에 또 가게 되면 30일간 더 강화의 신을 사용할 기회를 날리는 거니까.

“그만... 나오지.”

말을 내뱉으면서도 상태창을 열고 13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투자하기 직전 미리 대장간을 가야 했었다는 아쉬움이 들기는 했다.

아니, 어쩌면 대장간을 갈 시간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정말 몇 초였으니까.

그리고 내 말이 끝나자마자 내 뒤쪽에서 인기척과 함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반가워. 그나저나 그곳을 나와서 기분이 좋은가봐? 하긴... 좋을만하지. 지옥이었을 테니까.”

나도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발을 딛자 알 수 있었다.

그곳은 천국이었다고.

하지만 따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여전히 0번 구역에 또 가고 싶다는 생각과 강화의 신을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교차했으니까.

그래서.

“저기... 아무래도 내가 귀환 기념 안부 인사를 전할 자가 있어서 그런데 한 5분, 아니 3분, 아니 1분! 1분 뒤에 만나지 않을래?”

“?”

나는 진심이었다.

정확히 1분.

1분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파블로는 내 반응이 생뚱맞았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그곳에서 충격을 많이 받았나 보군. 하긴 그럴만하지.”

물론 다른 의미에서 충격을 받았다.

그런 보물섬 같은 장소가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으니까.

“그럼 다시 한 번 제의하지. 우리 ‘루시아’ 길드에 들어오겠나? 물론 그때와 달리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30일간 또 다시 지옥을 경험하게 될 테니까.”

또 그 지옥을 경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씨팔. 루시아 같은 쓰레기 길드에 내가 왜 들어가! 내는 대유에서 행복하다고!”

눈물을 머금고 선택을 내렸다.

워낙 30일간 얻을 것이 많았고 차후에 또다시 0번 구역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더 있을지 알지 못했으니까.

뽑아 먹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뽑아 먹어야 한다고 판단을 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더 이득이고.

그래서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며 대답했다.

내 강화의 신을 또다시 30일 뒤로 미루게 만든 파블로에게.

“허... 정말 미친 건가?”

“씨팔. 미치긴 뭐가 미쳐! 대유가 얼마나 좋은 길드인데! 네깟 놈이 대유에 대해 뭘 알아!”

살리마루 도적단의 퀘스트를 공유해 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유는 충분히 좋은 길드였다.

여하튼 그런 내 반응에 파블로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허... 좋아. 그럼 그 지옥으로 또 보내주지!”

분명 이 선택이 더 현명한 선택인 것은 맞지만 아쉬움에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나도 파블로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0번 구역의 적합한 테스트 대상자로 이미 테스트를 진행하였습니다.

-0번 구역으로 이동이 불가능합니다.]

“?”

“???”

첫 번째 당황한 것은 나의 당황스러움이었다.

아니, 어쩌면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살짝 하기는 했다.

그렇기에 특출나게 라는 스킬을 처음 파블로의 인기척을 확인하자마자 사용한 것이고.

하지만 파블로는 내가 당황한 것보다 족히 3배 이상은 당황한 것 같았다.

멍하니 두 눈만 부릅뜨고 날 쳐다봄으로써.

그래서인지 나보다 반응이 느렸다.

“얼음 감옥! 그리고 아이스 필드!”

현재 특출나게 라는 한정 스킬로 지력이 33500에 달했다.

그래서인지 전과 달리 확연히 다른 얼음 감옥와 아이스 필드가 펼쳐졌다.

물론 파블로도 그간 경험이 적지는 않았는지 분명 내 감각 안에 명확히 들어왔던 존재가 흐릿해졌다.

분명 나에게 거의 무적의 위용을 자랑했던 ‘벽 뚫기’라는 특성을 이용한 방어.

“아이스 스톰! 쏟아지는 우박! 아이스 레인!”

하지만 그 존재가 흐릿해진 파블로의 위치를 향해 공격을 감행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이질적인 소리가 들렸다.

뿌깡!

부러질 만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 박살나는 소리가 그대로 들려왔고 곧 사람의 형태를 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파블로.

“크헉... 어... 어떻게...”

“아이스 스피어!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두 눈을 부릅뜬 파블로.

하지만 그에게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그대로 끝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괜히 무슨 단서를 줄 필요는 없으니까.

그리고 파블로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우선 고마웠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었거든.”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죽은 파블로가 있던 자리를 향해 낮게 말을 내뱉고 뒤로 움직였다.

그 시각 러시아.

쾅!

파블로는 3세대 가상현실 접속기를 내던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건... 이건... 말이 안 된다고!”

모든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 아시란테는 직전에 5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를 진행한 대상자였다.

그리고 그것은 501레벨만 되어도 진행이 불가능했다.

그런데 적합한 테스트 대상자라는 메시지.

하지만 페드로는 그 생각을 더 이상 잇지 못했다.

아시란테에게 죽임을 당하는 순간 메시지가 울렸으니까.

[특성 ‘벽 뚫기’가 파괴당했습니다.

-특성 ‘벽 뚫기’를 영구히 사용 불가능합니다.]

파블로는 한참을 더 그렇게 멍하니 있었다.

< 또 하고 싶기는 한데... > 끝

< 왕초보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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