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화. 현실구현.
“확인. 1200레벨 특권.”
혼담은 혼담이고 우선 4주년 이벤트 우승으로 주어진 경험치 50% 추가 획득 기간은 없는 시간을 짜내서라도 사냥을 해야 하기에 곧장 ‘Revival Legend’에 접속을 했다.
그리고 강철 송곳니 스밀로돈 서식지로 이동하기 전 500레벨 한정 퀘스트에서 받은 1200레벨 특권 확인부터 들어갔다.
아무리 그게 꽝일지라도 어떤 내용인지 알고는 있어야 하니까.
[축하합니다. 500레벨 한정 퀘스트에서 달성한 위대한 업적으로 ‘1200레벨 특권-현실 구현’을 획득하였습니다.
-‘Revival Legend’의 능력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특권은 최소 1200레벨을 달성한 자만이 획득 가능하지만 lumen, 아시란테님은 500레벨부터 구현이 가능합니다.
단, 구현하는 데는 아래의 조건을 필요로 합니다.
-코인을 활용하여 ‘Revival Legend’내의 능력을 영구적으로 현실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 0%~10%까지 1%당 코인 1,000개를 필요로 합니다.
: 11%~20%까지 1%당 코인 2,000개를 필요로 합니다.
: 21%~30%까지 1%당 코인 3,000개를 필요로 합니다.
:
:]
“.......”
물론 아빠로부터 듣긴 했다.
1세대, 2세대, 3세대 가상현실에 대한 원천 기술을 갖고 있던 브텐이라는 기업이 마치 증발하듯 한순간에 사라졌고 그 후에 4차는 현실로 펼쳐진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아빠의 그 말을 한치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였다.
실제로 내가 ‘Revival Legend’이전의 ‘Forgotten Legend’라는 이름으로 진행했던 클로즈 베타 당시 겪은 일이 있으니까.
더군다나 대한민국의 미래, 명진, 대성, 구산, 대유가 미쳤다고 ‘Revival Legend’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었다.
멀리 볼 필요도 없이 중국 내에서 세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양화 그룹까지 ‘Revival Legend’에 올인을 하고 있었다.
나 한명을 영입하겠다고 현실에서도 엄청난 가치를 지닌 100억 골덴링을 쾌척하면서까지.
하지만 아무리 머리로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직접 대면한 순간 아무런 의심 없이 곧장 받아들이는 것은 무척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것은 ‘수금지화목토천해명’에서 앞으로 명왕성이 태양계를 도는 행성에서 빠졌으니 이제부터는 ‘수금지화목토천해’로 알라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니까.
“이... 인벤토리 확인.”
우선 당황스러움도 잠시 곧장 인벤토리부터 열었다.
주변에서는 아무리 코인이 높은 가치를 지닌 물건이라고 말을 해도 워낙 빈번하게 그리고 많이 얻다 보니 귀에 와닿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인벤토리에 그저 꽤 많다는 것만 알뿐 정확히 코인이 몇 개나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곧 전과 달리 여러 아이템들 사이에서 이상하게 반짝반짝 빛나 보이는 코인은 확인할 수 있었다.
[코인 : 99000.01개]
아까 낮의 5주년 한정 퀘스트로 1200레벨 특권 외에 따로 받은 코인 1만개를 포함해 인벤토리는 총 9만 9천개 하고 0.01개의 코인이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아쉬운 것은 있었다.
바로 0.01개 이후로는 아쉽게 코인이 더 이상 새끼를 치지 않았다는 것.
우산 아쉬움을 뒤로하고 9만 9천 개로 과연 몇%까지 올릴 수 있을까 하고 곧장 계산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무래도 해봐야 알겠군. 코인 사용.”
10% 구간마다 필요한 개수가 변경되기에 계산기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하지만 어차피 테스트삼아 최소 한번은 직접 코인을 사용해봐야 하기에 곧장 코인 사용을 외쳤다.
한 번의 테스트에 벌벌 떨 정도로 코인이 부족하지도 않았고.
여하튼 내 말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메시지가 울렸다.
[1200레벨 특권 ‘현실 구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lumen, 아시란테님의 현실 구현률은 0%입니다.
-10%까지는 1%씩의 현실 구현을 하는데 1000개의 코인을 필요로 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눈앞에 10개의 눈금이 그어진 그래프가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0이라는 눈금에서 선이 멈춰져 있었지만.
우선 1이라는 눈금을 선택했다.
[1% 현실 구현을 선택하였습니다.
-현재 보유한 코인이 1000개 이상입니다.
-‘Revival Legend’의 능력 1%를 현실로 구현합니다.]
그 메시지와 함께 내 몸에서 밝은 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봐도 아무런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 메시지가 울렸다.
[현재 ‘lumen, 아시란테’님의 현실 구현률입니다.
-1/100.
-더 높은 수준의 구현을 위해서는 코인을 필요로 합니다.]
나는 전혀 느끼지 못했지만 적용이 완료됐다는 메시지.
더욱이 인벤토리에서도 코인의 개수가 처음 99000.01개에서 98000.01개로 줄어있었다.
“로그아웃.”
아무래도 현실 구현률이다 보니 체감을 위해서는 로그아웃을 해야 되나라는 생각에 우선 로그아웃을 했다.
로그아웃 후.
“.......”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좋게 포장을 해도 현재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는 수식어는 하나다.
바로 게임 폐인.
그만큼 ‘Revival Legend’가 단순한 게임이 아니고 차후 미래를 위해서는 모든 시간을 ‘Revival Legend’에 할애하는 것이 오히려 칭찬받아 마땅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은 게임 폐인이라는 말로 나를 표현할 수 있었다.
물론 나름대로 아빠나 엄마 그리고 형, 누나에 이은 석인수 실장까지 적당한 운동을 하라고 당부 아닌 당부를 했기에 어느 정도 운동까지는 아니어도 산책은 했고 그래서 분명 정산인의 범주에는 있다지만 그래도 건강하다는 표현을 하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그렇기에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단 1%라지만 전과 확연히 다른 차이를.
물론 내 체력 수치와 생명력을 감안하면 1%라 해도 엄청난 위력을 보일 테지만.
그리고 그 와중에 의문 하나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바로.
“설마 나 똑똑해 지려나?”
체력이 어마어마하게 높지만 그것보다 더 높은 것이 있었다.
바로 지력.
곧장 책상 쪽으로 다가가 책을 한권 꺼내 들었다.
대학교 1학년때 나를 군대에 갈 수밖에 없게 만든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관한 경제학 책으로.
잠시 후.
“뭐야? 똑같은데?”
물론 책을 보고 그 책 내용을 곧장 떠올리는 것은 똑똑하다거나 지혜롭다는 영역이 아니라 명백히 기억력의 영역이지만 그래도 기억력만큼 자신의 명석함을 확실히 드러내는 것은 없다.
그래서 지력이 얼추 영향을 끼친다면 분명 기억력에도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내용에 대한 이해마저도.
우선 두터운 경제학 책을 내려놓고 창문을 열고서 밖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입을 열었다.
솔직히 이게 더 궁금했으니까.
“아이스 볼.”
[.......]
아무 일도 없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아니게 만든 일이 발생했다.
바로 ‘Revival Legend’에 접속하지 않음 상태임에도 메시지가 울림으로써.
[현재 구현률이 낮아 스킬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구현률이 낮아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
결국 구현률이 높으면 사용가능하다는 말이기에 순간 머릿속으로 어떤 하나의 장면이 그러졌다.
마치 히어로물 혹은 초능력자 같은 자들에 의해 사회 질서라든지 법칙 등이 재편되는 지구의 모습이.
더욱이 문제는.
“설마 안 죽는 것은 아니겠지?”
‘Revival Legend’에서의 죽음?
당연히 진짜 죽음이 아니다.
24시간 뒤에 약간의 경험치 손실을 보고 부활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마저 현실에 구현이 된다면 그것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바로 불로불사.
“허...”
순간 나도 모르게 헛기침이 새어나왔다.
그만큼 이 모든 것을 단순하게 4차 가상현실이 현실로 구현된다는 말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엄청났다.
우선 빠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것을 나 혼자 알고 쉬이 넘기기에는 사안이 너무나 중대했다.
더군다나 분명 많지는 않을 테지만 1200레벨을 달성한 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세상이 이렇게 조용하다는 것은 그 1200레벨 달성자들이 전부 거대 길드나 이익 단체에 소속되어 있다는 뜻이고 그들은 이것을 최대한 감출 생각인 것 같았다.
마치 대혼란의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대충 옷을 챙겨 입고 원룸 밖을 나서면서 누나에게 곧장 전화를 걸었다.
통화를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누나가 곧장 전화를 받았다.
“동생아, 왜?”
“지금 집에 갈게. 아빠랑 다 있지?”
“지금? 있긴 있는데 그냥 내일 와. 어차피 오빠에게 들어온 혼담이니까.”
나보다 10살이 많은 35살의 형.
아무리 결혼이 늦춰지는 추세라지만 확실히 결혼을 할 때가 됐긴 됐다.
더욱이 서른 살 초입에 형의 혼담이 진행중인 것도 있었지만 ‘Revival Legend’에 대한 소문이 나돌고 회사의 모든 역량을 거기에 쏟으면서 형의 결혼도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여기까지 온 것이고.
“알아. 아는데. 무척 중요한 일이 있어서.”
얼마 전 전화나 문자를 통해서도 조심을 하기로 했기에 중요한 일로 포장해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내 말투는 다급함을 내포하고 있었고 그걸 모를 누나가 아니기에 곧장 누나의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들려왔다.
“알았어. 아빠에게 말해 놓을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와.”
“응.”
미리 언질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우선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청담동 본가.
미리 누나에게 전화를 해서인지 집에는 아빠, 형을 포함해 석인수 실장까지 지하 서재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장 1200레벨 특권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형의 혼담도 분명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1200레벨 특권은 그것보다 더 중요했으니까.
“.......”
“.......”
“.......”
택시를 타고 오면서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서인지 아빠와 형, 누나 그리고 석인수 실장을 향해 설명을 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다만 내 설명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데는 별개의 문제였지만.
그래서인지 내 설명이 끝났지만 한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물론 믿기 힘든 말이긴 하지만 분명 그전에 비해 내 위상이 엄청나게 올라갔기에 아무도 의심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여하튼 한참을 있다 아빠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1100레벨에 코인의 거래가 있었던 것이 그래서였나?”
1100레벨 이상끼리는 코인 교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었다.
명진 내에 1100레벨 달성자가 있으니까.
다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수수료가 1코인당 100만 골덴링이었다.
그래서 1000개의 코인이라면 무려 10억 골덴링이 필요로 했다.
단지 수수료로만.
만약 수수료가 아닌 나에게 들어오는 돈이라면 기쁘기라도 할 테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더더욱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아빠의 말을 석인수 실장이 받아서 입을 열었다.
“그간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등에서 꾸준히 골덴링의 가치가 오르고 있었습니다. 분명 오를 이유가 없었음에도 꾸준히 오르는 모양새가 이상했는데 어쩌면 그쪽은 이미 1200레벨 특권을 알고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분명 그
쪽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흠...”
석인수 실장의 말에 아빠가 턱을 괴며 침음을 내뱉었다.
그 후 한참을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다행인 점이라면 내가 보유한 코인의 개수가 많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1% 혹은 2%의 아주 낮은 수치로 하는 테스트가 아닌 거의 40%에 육박하는 수준의 테스트가 가능했다.
물론 한 번에 그렇게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하는 모든 것이 차후 명진만이 보유한 무척 귀한 정보들이 될 테니까.
홍주영이 가족들 앞에서 1200레벨 특권에 대해 설명을 하는 사이.
분명 ‘Revival Legend’내에서는 각 국가마다 채널 혹은 벽이라 불리는 것에 막혀 왕래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4주년 이벤트나 몇 가지 퀘스트 같은 것을 제외하고는 서로 마주하는 일 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 홍주영이 ‘Revival Legend’내에서 가장 먼저 발을 딛었고 근래에도 종종 이용하는 코툼성에 한명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슝.
마치 로그인을 하는듯한 자연스러운 광경.
그렇기에 코툼성 내에 있는 유저들 모두 그 남자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 남자가 아무리 짙은 갈색 머리에 하얀 피부 그리고 우뚝 솟은 코와 깊게 패인 눈으로 전형적인 서양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충분히 외형 변경을 통해 만들 수 있는 모습이니까.
여하튼 코툼성에 모습을 드러낸 그 남자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허. 이제야 53번 구역에 떨어지다니. 지지리 운도 없지.”
그 남자가 내뱉은 53번 구역.
대한민국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때 일단의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후 스스로 운이 없다고 자책하던 남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오셨습니까. 파블로님.”
일단의 무리로부터 파블로라 불린 사내.
그 파블로라 불린 사내는 이미 그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쪽이 바로 연결책인가보군. 그나저나 미안하게 됐어. 생각보다 여기까지 오는데 운이 나빴거든.”
“아닙니다. 그다지 오래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일단의 무리와 파블로라 불린 사내 사이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는지 자연스런 하대와 존대가 이뤄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하대를 하던 파블로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인사치레는 여기까지 하기로 하고. 아시란테. 아시란테의 행방은 파악을 해뒀겠지?”
“네. 아시란테는 5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를 하기 직전 강철 송곳니 스밀로돈 서식지에서 사냥을 하였고 그간 아시란테의 움직임으로 봐서는 차후 계속 그곳에서 사냥을 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 사냥터를 관리하는 곳은? 역시 대유인가?”
“아닙니다. 명진이라는 곳에서 관리를 하는 사냥터입니다.”
“명진?”
“네.”
“뭐야? 아시란테 그놈은 지금 대유라는 곳에 몸담고 있는 것이 아니었나?”
“현재도 대유에 몸을 담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다만 현재 대유를 벗어나 명진 소속의 사냥터에서 사냥을 하는 경위에 대해서는 파악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흠...”
파블로는 그 말에 잠시 침음을 흘렸다.
“교활한 놈인가?”
“.......”
파블로의 독백에 가까운 질문에 무리 중에서 대표로 답변을 하던 자가 이번에는 침묵을 유지했다.
자신의 역할은 사실만 전달하는 것이고 아시란테가 교활한지 교활하지 않는지는 대유 소속으로 명진의 사냥터에서 사냥을 한다는 것만으로 단정 짓기에는 부족했으니까.
그리고 파블로도 굳이 답변을 기대하지 않았는지 곧장 입을 열었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군. 교활한 놈치고 욕심과 욕망이 없는 놈들은 없으니까. 좋아. 그럼 그곳으로 가도록 하지.”
“네!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일단의 무리 속으로 파고든 파블로는 강철 송곳이 스밀로돈 서식지로 움직였다.
명백하게 53번 구역 소속이 아닌 파블로.
하지만 그는 벽이라 불리는 그것을 뚫고 53번 구역 즉, 대한민국이라는 ‘Revival Legend’ 채널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시란테에게 볼일이라도 있는 듯이.
< 현실구현. > 끝
< 파블로의 제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