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화. 미리보기.
당연하지만 쿨타임 제로가 나오기를 빌었다.
물론 그것은 이미 300레벨 한정 퀘스트에서 나오긴 했었다.
하지만 또다시 500레벨 한정 퀘스트에 나오지 말란 법도 없고 더욱이 쿨타임 제로는 300레벨 한정 퀘스트로 묶여 딱 한번만 소비되고 버려지기에는 너무나 아까웠다.
그래서 여전히 아이스 볼이나 아이스 볼트 같은 스킬에 걸릴 위험이 있더라도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었다.
그런데.
[5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의 최고 기록 달성을 축하합니다.
-20, 30, 40 라운드에 최고 난이도 선택과 50연승이라는 기록으로 한층 업그레이드 된 보상이 주어집니다.
-아래의 3가지 보상 중에서 한 가지 보상이 주어집니다.
-1번 보상.
: 결투장 내에서 사용 가능한 700만 승리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승리 포인트로는 결투장 내에 위치한 교환소에서 여러 가지 물품으로 교환이 가능합니다.)]
우선 1번 효과에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결투장이고 500레벨 한정 퀘스트는 300레벨 한정 퀘스트와 달리 라운드별로 강력한 몬스터를 처리하는 것이 아닌 실제 유저 혹은 NPC와 결투를 벌였으니까.
그래서 보상 중에 하나로 승리 포인트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물론 저 700만 승리 포인트가 어느 정도의 양인지는 가늠이 되지 않았다.
1차, 2차, 3차 클로즈 베타 당시에도 결투장이 있었고 승리 포인트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고 그것은 ‘Revival Legend’로 바뀌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분명 많은 양일 것이다.
한 차례도 아닌 두 차례나 업그레이드 된 보상이 주어진다고 했으니까.
더욱이.
‘승리 포인트로 호칭도 판다고 하던데...’
호칭뿐만 아니라 꽤나 쓸만한 것들도 판매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결투장을 이용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귓가로 들어오는 결투장에 관한 이야기마저 차단하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과거의 평범했던 그리고 수많은 유저 중에 한명이었던 당시와 달리 지금은 나 홀로 가장 빛나는 별에 가까웠으니까.
그래서 그때와 달리 결투장을 이용할 생각이 있다.
다만 낮은 레벨에서는 이기더라도 획득 가능한 승리 포인트가 낮았다.
말인즉슨 아등바등 낮은 레벨로 결투장에서 시간을 보내며 승리를 올리는 것보다 더 레벨을 올려 결투장을 이용하는 것이 승리 포인트를 획득하는 데는 더 유리했다.
그렇기에 그간 결투장을 쳐다보지도 않았던 것이고.
레벨을 올리는데도 시간이 부족했을 뿐더러 차후에 레벨을 올려 결투장을 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 이니까.
즉, 그 모든 것을 감안할 때 1번 보상은 별로였다.
나중에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굳이 보상으로 얻을 필요 없이 내 노력으로 충분히 획득이 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시선을 2번째 보상으로 돌렸다.
[-2번 보상.
-잔여 스탯포인트 2000개를 획득합니다.]
보상에서 골덴링과 함께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소재가 바로 스탯포인트였다.
그래서 역시나 이것이 나올 거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더욱이 2000개는 확실히 엄청난 양이다.
하지만 300레벨 한정 퀘스트에도 2000개였다.
물론 500레벨 한정 퀘스트가 300레벨 한정 퀘스트보다 무조건 값진 보상이 나와야 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느껴졌다.
‘아, 아닌가?’
순간 잔여 스탯포인트라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는 힘, 민첩, 체력, 정신력, 지력 중에 랜덤으로 하나가 선택되어 2000개가 증가하는 보상이었다.
즉, 내가 선택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힘이나 민첩 아니, 만약 체력이라도 걸린다면 꽝 중의 꽝일 수밖에 없었다.
체력은 지금도 높고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테니까.
그렇기에 그때는 2000개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스탯포인트가 주어지는 보상을 썩 달갑게 여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잔여 스탯포인트.
즉, 내가 원하는 스탯에 2000개를 투자를 할 수 있다는 뜻이었고 가령 지력에 투자하면 동반 성정으로 체력도 2000, 정신력도 1000이 증가할 수 있었다.
2000개가 5000개로 뻥튀기 되는 순간.
확실히 운과 확률에 기대지 않고 내 선택에 의해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2번 보상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때처럼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닌 3개 중에 하나가 랜덤으로 선택이 되는 것이기에 시선을 마지막 3번 보상으로 돌렸다.
그리고 처음에는 그 말을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3번 보상.
-1200레벨 특권을 미리보기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1200레벨 특권? 그리고 미리보기라면 그냥 1200레벨 특권이 무엇인지 알려만 준다는 거야? 아니면 1200레벨 특권을 500레벨인 지금 할 수 있다는 거야?”
미리보기라는 말을 직관적으로 들여다보면 그냥 먼저 본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했다.
하지만 종종 미리보기라는 말은 먼저 경험한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했다.
물론 그 먼저 경험하는 미리보기를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대가를 필요로 하긴 했지만.
여하튼 결론은 하나였다.
바로.
“쓰레기야. 쓰레기.”
1200레벨?
높긴 높다. 지금 500레벨인 내 레벨이 비춰보면 상당히 많이.
하지만 언젠가는 충분히 도달 가능한 레벨이다.
그렇기에 굳이 그것을 미리 알거나 경험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자동으로 확인이 가능하니까.
그러자 3번 보상이 1번 보상인 700만 승리 포인트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번 보상인 700만 포인트는 그래도 모으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과 레벨업이 아닌 다른 노동력을 필요로 하지만 3번 보상은 그냥 레벨업을 하는 와중에 저절로 달성하는 1200레벨에 주어지는 거니까.
“허. 어째 500레벨 한정 퀘스트가 300레벨 한정 퀘스트보다 못하냐.”
같은 3가지의 보상.
하지만 300레벨에는 스탯포인트를 제외하고 스킬 쿨타임 제거와 경험치 획득량 증가가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봐도 그것들은 700만 승리 포인트나 1200레벨 특권을 미리 보는 것보다는 그것들이 훨씬 좋아보였다.
“결국 2번뿐인 건가?”
잔여 스탯포인트 2000개인 2번을 제외하고 1번 보상은 50점 그리고 3번 보상은 0점이 아니라 마이너스 50점으로 판단을 내렸다.
그리고 그때 메시지가 울렸다.
[500레벨 한정 퀘스트를 최고 기록으로 클리어한 보상으로 1번, 2번, 3번의 보상 중에 하나가 주어집니다.]
이번에는 그 가치를 따졌을 때 3개 전부 주어져도 모자랄망정 그때처럼 하나만 주어진다는 메시지에 절로 볼멘소리가 새어 나왔다.
하지만 내 불평불만은 상관없다는 듯이 메시지가 끝나자마자 1번, 2번, 3번이라 적힌 거대한 룰렛판이 모습을 드러냈고 곧장 돌기 시작했다.
“2번! 제발 2번!”
당연히 20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가 걸리기를 빌었다.
우선 이거라면 그나마 만족은 할 것 같았다.
나머지는 죄다 보상이 아니라 내 노력과 시간으로 충분히 획득 가능했으니까.
그래서 더더욱 보상으로 보이지 않았고.
여하튼 점차 느려지기 시작한 룰렛판은 다른 번호칸과 정말 0.1센티미터 정도의 간격을 두고 멈춰 섰다.
그 후 곧장 메시지가 울렸다.
[축하합니다. 3번 보상을 획득하였습니다.
-1200레벨 특권을 확인하고 500레벨에 미리 진행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
최악.
최악 중의 최악이 걸렸다.
차라리 이럴 바에 1번이 걸렸어야 했다.
그나마 그게 차선이니까.
아니, 그것도 꽝인 것은 매한가지.
무조건 정답은 딱 하나 2번뿐이었다.
“씨팔.”
그렇기에 허탈함이 몰려왔고 그 허탈함에 한마디 욕설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그 후 멍하니 1200레벨 특권을 확인 가능하다는 메시지만 쳐다봤다.
마치 자신을 확인해 달라는 듯이 반짝반짝 빛을 내는 메시지.
하지만 손이 가지 않았다.
대신 다른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했다.
“300레벨 한정 퀘스트에서 너무 엄청난 것을 얻어서 정말로 밸런스를 맞추는 건가?”
이번 4주년 이벤트를 앞두고 운영자가 없다는 결론까지 나왔었던 ‘Revival Legend’.
하지만 나는 직접적인 제재를 당한 적이 있었다.
바로 강화의 신을 활성화시 필요 조건에 경험치가 있었고 그로인해 레벨 다운을 당했음에도 보유한 스탯포인트가 마이너스가 되지 않았다.
확실치는 않지만 아무래도 동반 성장으로 인한 오류.
그래서 최대한 꿀을 빨기 위해서 더 많은 레벨 하락을 시도하는 와중에 받은 호칭이 바로 ‘하락하지 않는 자’였다.
즉, 운영자 혹은 그에 준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여하튼 그런 제재가 떠오를 만큼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는 어마어마했다.
특히나 살리마루 도적단의 퀘스트에서도 그랬고 이번의 강철 송곳니 스밀로돈 서식지에서의 사냥으로 그것을 여실히 느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 이자 적으로 등장했던 lumen, 아시란테와의 전투를 통해서 그간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과소평가 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내가 사용할 때는 몰랐는데 적이 사용하자 욕설밖에 나오지 않았다.
정말 사기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연신 밸런스 타령을 하면서 욕을 했던 것이고.
그리고 말이 씨가 된다고 이렇게 내 발목을 붙잡는 제재로 다가온 것이 아닌가 싶었다.
툭! 툭!
내 손으로 내 입술 아니, 주둥아리를 때렸다.
방정맞은 입이 모든 것을 망친 것 같아서.
“휴... 그래. 이번에는 쉬어 간다고 생각하자.”
아쉬움을 넘어 화까지 치솟았지만 참고 또 참았다.
이미 결정이 났고 더 이상 내 입술을 때려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까.
그리고 그때 메시지가 울렸다.
반전이 아닌 퀘스트 종료를 알리는 내용으로.
[5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Ⅱ에서 50연승이라는 위대한 기록 달성으로 10,000개의 코인이 보상으로 주어집니다.]
[10초 뒤에 결투장 밖으로 강제로 이동됩니다.]
3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에서 80라운드 달성으로 획득한 코인이 3만개였다.
그리고 지금은 1만개.
즉.
“쳇. 확실히 레벨에 따라 더 좋은 보상을 주는 퀘스트가 주어진다는 것은 아니네.”
3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도 최고 라운드에 도달했고 지금도 50연승으로 최고 기록을 달성했지만 보상이 확실히 지금이 쳐졌다.
여하튼 결국 얻은 거라고는 1만개의 코인이 전부기에 1200레벨 특권이 뭔지도 확인하지 않고 결투장 밖으로 나오자마자 곧장 로그아웃을 했다.
원래 계획했던 500레벨 한정 퀘스트가 끝나자마자 하려던 사냥?
솔직히 그러기에는 심란한 마음이 컸다.
그래서 우선 로그아웃을 하고 휴식을 취했다.
몇 시간 뒤.
“그래. 우선 사냥은 하지. 솔직히 이번 한 번의 꽝으로 침울해하기에는 그간 운이 좋아도 너무 좋았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할 퀘스트도 분명히 많고.”
하고 싶어도 못하는 귀하디귀한 퀘스트.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나는 그 누구보다 퀘스트를 접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그만큼 다른 게임은 몰라도 이 ‘Revival Legend’는 약자보다 강자에게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다.
그리고.
“어차피 1200레벨에 알 것을 뭐가 그리 급해서 일찍 나온 건지 확인도 하고!”
그렇게 결심 아닌 결심을 하고 다시 ‘Revival Legend’에 접속을 할 찰나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 액정에 뜬 이름은 바로 누나.
곧장 휴대폰을 받았다.
“어. 누나 왜?”
“내일 집으로 와.”
“내일? 내일은 집에 가는 날이 아니잖아.”
오늘이 수요일이니까 집에 가는 날이 아니었다.
“알아. 아는데 혼담이 들어왔어.”
“혼... 담?
누나가 말에 조금 당황해서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혼담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큰일은 아닐지라도 그래도 한 손가락 안에 들어갈 일이긴 하니까.
그리고 누나는 그런 나의 질문에 똑 부러지게 한마디로 대답했다.
“어!”
< 미리보기. > 끝
< 현실구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