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화. 500레벨한정 결투장 퀘스트 (2).
NPC, NPC, NPC 그리고 그 다음에도 NPC가 결투 상대방으로 등장했다.
물론 항상 결과는 똑같았다.
나의 승리로.
다만.
“원래 NPC가 이렇게 자주 나오나?”
반반.
분명 유저와 NPC가 대략 반반으로 나온다고 했었다.
하지만 6번 연속으로 NPC가 등장하고 7번째에도 마찬가지였다.
[7번째 전투 상대가 정해졌습니다.
-노련한 암살자 발디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노련함 암살자 발디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마치 블링크를 사용한 것 마냥 정면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물론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모습을 드러낼 곳은 내 양옆이나 뒤가 전부니까.
즉, 내 주변.
그래서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아이스 스톰.”
나를 중심에 두고 사용한 아이스 스톰.
퍽! 퍼버벅! 퍽!
“크억.”
그래서인지 무언가 두드려 맞는 소리와 함께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래. 거기 있었구나.”
정확히 내 뒤쪽에서 들린 고통에 찬 비명소리에 재빠르게 몸을 뒤로 돌렸다.
그리고 몬스터라면 피해를 입으면서도 아이스 스톰의 영역 밖으로 빠져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무작정 나에게 달려들겠지만 NPC라서 그런지 발디는 달랐다.
바로 처음 모습을 감춘 것처럼 아이스 스톰의 영역 밖으로 재빠르게 몸을 빼내는 것이 보였다.
거의 연속으로 블링크를 사용한 것과 같은 모습.
하지만 나에게도 있었다.
“블링크.”
곧장 암살자 발디의 뒤로 이동했다.
그리고 암살자 발디의 등을 향해 아이스 스피어와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를 사용했다.
퍽! 퍼버벅!
2번 연속 블링크와 비슷한 공간 이동을 한 암살자 발디는 3번 연속은 힘든 것 같았다.
그대로 내 공격을 허용함으로써.
그리고 그 공격으로 끝이었다.
[노련한 암살자 발디 처치하였습니다.
-승리 :7회. 연승 :7회.
-대기방으로 이동됩니다.]
물론 확실히 점차 등장하는 상대가 강해지기는 했다.
그리 많은 시간을 아이스 스톰 영역 안에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암살자 발디는 그것을 버텨냄으로써.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여하튼 다시 대기방으로 이동되자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 상대가 NPC라고 승리랑 연승이 안 오르는 것도 아닌데 아무나 나와라.”
그리고 얼마 안 있어 8번째 상대가 정해졌다는 메시지가 울렸다.
그 시각 일본.
대학생인 소우스케는 아르바이트를 가기 전 잠깐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Revival Legend’에 접속을 했다.
물론 소우스케는 사냥을 할 생각은 없었다.
레벨도 599에서 멈춘 지 꽤 됐고.
왜냐하면 소우스케는 5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를 진행하는 자들을 잡아먹는 일명 ‘500레벨 전문 사냥꾼’으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과 매칭이 잘 되는 500레벨대를 유지했다.
당연히 조금이나마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500레벨의 끄트머리인 599레벨에서.
그리고 곧 결투장 안으로 들어가 자유 결투를 선택하면서 소우스케는 5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를 진행중인 자와 마주하기를 빌었다.
이렇게 일부러 레벨업을 하지 않고 599레벨에서 멈춰 서서 노가다 아닌 노가다를 하는 이유가 있었으니까.
바로 5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를 진행하는 자를 이기면 일반 결투 상대방과 달리 무려 3배의 승리 포인트를 줬다.
마치 5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를 진행하는 자를 만나면 봐주지 말고 악착같이 승리를 따내라는 듯이.
더군다나 5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를 진행하는 자에게는 패배해도 승리 포인트를 잃지 않았다.
즉, 득만 있고 실은 없는 상황.
그래서 소우스케는 그 승리 포인트를 모으기 위해서 599에서 레벨업을 멈췄다.
결투장 안에는 그 승리 포인트로 구입 가능한 여러 가지 물품들이 존재 했으니까.
당연히 호칭도.
물론 목표물인 5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를 진행하는 자가 아닌 의외로 강자가 걸리면 말짱 꽝에다가 악착같이 모은 승리 포인트도 일정부분 헌납을 하지만 그래도 소우스케는 아직까지는 손해를 본적이 없었다.
다만.
‘새로 유입되는 유저들이 많아서 아직까지 할만은 한데 그 반대로 500레벨 전문 사냥꾼들도 늘어서 예전과 달리 5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를 진행하는 자를 만나는 빈도수가 줄고 있어. 때때로 재수 없게 그 사냥꾼들과 마주하기도 하고. 이제는 정말 최대한 빨리 호
칭만 구입하고 다시 레벨업을 시작해야겠어.’
그렇게 소우스케는 호칭 구입까지 얼마 남지 않은 승리 포인트를 확인하고 매칭이 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매칭이 됐다는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상대방의 아이디가 공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상대가 5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를 진행하는 자라는 뜻이기에.
그리고 코우스케는 그런 자와의 전투에서 승률이 거의 90%에 육박했다.
우선 레벨 차이만 해도 99레벨이었고 나름대로 아이템도 나쁘지 않았으며 결정적으로 이런 전투 경험이 무척이나 많았으니까.
결투장 대기방.
“음... 어째 이번에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네?”
10초? 약 그 정도에 항상 다음 결투 상대방이 정해졌다는 메시지가 울렸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훨씬 길었다.
그리고 그때 울린 메시지는 전과 달랐다.
[8번째 전투 상대가 정해졌습니다.
-0000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메시지로 이번 상대방은 유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름이 공개 되도 타협 자체가 불가능한 NPC와 달리 유저끼리는 대화가 통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타협이 가능했으니까.
그래서 1차적으로 대화가 통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디까지 비공개 처리가 되는 것이고.
여하튼 곧 대기방을 벗어나 결투장으로 이동이 됐고 유저 한명과 마주했다.
그리고 곧장 스킬을 사용했다.
솔직히 대화가 됐다 해도 승리를 위해 뭔가 그와 타협을 할 필요도 없거니와 결국 그는 스쳐 지나갈 존재니까.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NPC들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곧장 나를 향해 공격을 시도했다.
마치 선빵필승이 그 어떠한 공격보다 가장 위력적이라는 것을 안다는 듯이.
하지만 방금 모습을 드러낸 유저는 마치 나를 품평하듯이 위아래로 살펴봤고 그 사이에 나에게 유리한 전장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나에게 유리한 전장이라는 뜻은 상대방에게는 최악의 전장이라는 뜻이고.
곧 그를 향해 가장 강력한 공격을 퍼부었다.
“아이스 스톰!”
퍽! 퍼버벅 퍽!
털썩.
“...정말 차라리 NPC가 낫네.”
아이스 필드와 아이스 스톰의 연계기에 어버버하다 그대로 나자빠진 이름을 알 수 없는 유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순간 그 공격에 피해 범위를 벗어나야겠다고 판단을 내렸던 NPC나 어쨌든 죽더라도 나를 향해 달려들기라도 했던 몬스터에 비하면 이름을 알 수 없는 유저가 했던 행동을 0점짜리 행동이었으니까.
어쨌든 승리는 했기에 메시지가 울렸다.
[0000를 처치하였습니다.
-승리 :8회. 연승 :8회.
-대기방으로 이동됩니다.]
일본.
“.......”
소우스케는 패배로 결투장 밖으로 튕겨져 나오고도 한동안 그 자리에서 멍하니 자리할 수밖에 없었다.
딱 2번의 공격.
그리고 그 공격으로 사망을 했고 당연하지만 소우스케는 그런 경험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아이디가 비공개에 패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승리 포인트가 깎이지 않았다는 것은 상대방이 500레벨이라는 확실한 증거이기도 했고.
“누구지?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지? 분명 500레벨인데.”
하지만 소우스케는 누구인지 정체를 가늠하지 못했다.
100레벨 한정 퀘스트와 300레벨 한정 퀘스트가 한 구역을 대상으로 진행되지 않은 것처럼 500레벨 한정 퀘스트도 어느 한 구역에서만 진행되는 퀘스트가 아니기에.
그 말인즉슨 일본인이 아닐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는 것이고.
그렇게 소우스케는 더 이상 결투를 진행하는 것을 포기했다.
어차피 안 될 것이 뻔히 보였으니까.
그리고 그걸 경험하고 느낀 자는 소우스케뿐만이 아니었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마저 599에서 레벨을 멈추고 ‘500레벨 전문 사냥꾼’으로 활동하던 자들이 몇몇이 소우스케처럼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상대방의 아이디가 공개되지 않음으로써 5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를 진행하는 자라는 것을 파악하고 분명 미소를 지은 것이 언제냐는 듯이.
페레로 성의 결투장.
“아이스 스톰! 쏟아지는 우박!”
퍽! 퍽! 퍼버버벅!
후두둑. 후두두둑.
털썩.
그 공격에 상대방은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 모습에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바로 파죽지세.
그만큼 내 적으로 등장한 상대방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뭘 해보기도 전에 픽픽 쓰러져갔다.
당연하지만 유저나 NPC 할 것 없이.
물론 예상은 했다.
지금 내 상태창과 아이템을 구비하고서 위기나 곤경에 처한다는 것은 오히려 더 말이 안 되니까.
더군다나 이 퀘스트는 500레벨 한정이고 결투 상대도 그 레벨 위주로 매칭이 되었기에 더더욱.
그래서인지 승리와 연승을 똑같이 기록했다.
그 말인즉슨 지금까지 전승을 기록했다는 뜻이기도 했고.
[000을 처치하였습니다.
-승리 :20회. 연승 :20회.
-대기방으로 이동됩니다.]
곧 눈앞에 들어온 대기방.
그리고 그때 다음 상대가 정해졌다는 메시지가 아닌 다른 메시지가 울렸다.
[20전 20승으로 전승을 기록중입니다.
-그에 따른 높은 수준의 상대방과의 대적 기회가 주어지며 그 결투에서 승리시 더 뛰어난 보상이 제공됩니다.
-도전 하시겠습니까?]
씨익.
그 메시지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그러졌다.
이것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곧장 입을 열었다.
“도전 한다!”
그리고 그 선택을 할 줄 알았다는 듯이 내 말이 끝나자마자 새로운 전투 상대가 정해졌다는 메시지가 울렸다.
[21번째 전투 상대가 정해졌습니다.
-파일란 기사단의 기사단장 모글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곧 결투장 안에서 지금까지 상대했던 그 누구보다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NPC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곧장 거대한 양손검을 치켜들고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이미 상대가 누구든지 내 할 것만 하면 충분하다는 것을 알기에 무덤덤하게 아이스 필드를 깔고 아이스 스톰과 쏟아지는 우박의 연계기를 사용했다.
상대방은 양손검을 사용하는 근거리 유형이고 결국 나에게 피해를 입히기 위해서는 내 지근거리에 붙어야 하니까.
물론 기사단장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모글리는 내 공격들을 버텨냈다.
아니, 버텨내는 수준이 아니라 내 공격들을 뚫고 내게 다가와 공격을 퍼부었다.
휭.
하지만 기사단장 모글리가 휘두른 양손검은 내가 있던 공간만을 허무하게 갈랐다.
솔직히 그냥 맞아줘도 상관없지만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 블링크니까.
여하튼 기사단장 모글리의 뒤쪽으로 이동함으로써 훤히 드러나 보이는 그의 거대한 등에 곧장 아이스 레인과 아이스 스피어 등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아무리 메시지가 한층 강력한 존재의 등장이라고 예고를 했음에도 그것으로 충분했다.
쿵!
그대로 옆으로 쓰러짐으로써.
그 순간 메시지가 울렸다.
[파일란 기사단의 기사단장 모글리를 처치하였습니다.
-승리 :21회. 연승 :21회.
-대기방으로 이동됩니다.]
그렇게 파일란 기사단의 기사단장 모글리를 시작으로 승리와 연승은 계속 축적되었다.
NPC 사이로 중간중간 유저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물론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는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들도 내 아이디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내가 현재 5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들도 500레벨인 나에게 별 반항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죽어갔고.
여하튼 분명 강자의 등장을 예고했던 20연승을 30연승까지 만들어내자 메시지는 다시 한 번 울렸다.
더 강한 상대방과 대적할 기회가 주어졌고 도전을 하겠냐며.
그 메시지에 당연히 도전한다를 선택했다.
물론 그 선택으로 생각보다 더 시끄러워질 수 있다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아시란테는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진 아이디이기에 이제와 굳이 숨길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럴 바에 최선을 다해 확실한 보상을 챙기는 것을 선택했다.
그렇게 홍주영 아니, 아시란테가 30라운드를 넘어 한층 더 강력해진 40라운드에 도전 하는 사이.
나름대로 소문이 퍼져 나갔다.
분명 5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를 진행하는 자인데 터무니없이 강하다는 내용으로.
물론 그 존재가 아시란테라는 자라는 것을 아는 자도 꽤 됐다.
4주년 이벤트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1등을 하자 너 나 할 것 없이 조사를 진행했고 그 와중에 약간의 비용이 들어갔지만 기억의 구슬을 얻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대체적으로 반응은 2가지로 갈렸다.
괜히 맞상대를 해서 체면을 구기지 말자는 쪽과 한번 맞상대를 해봐서 상대방의 강함을 체크 하는 쪽으로.
물론 아시란테와 마주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여하튼 그렇게 모두의 시선을 결투장으로 모은 아시란테의 5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는 계속 진행이 됐다.
페레로 성의 결투장.
[00을 처치하였습니다.
-승리 :49회. 연승 :49회.
-대기방으로 이동됩니다.]
“허... 이건 완전 사기네.”
물론 내가 이겼다.
그것도 분명 어렵지 않게.
하지만 상대가 생각보다 뛰어났다.
특히나 스킬의 범주로 한정짓기에는 특이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바로 대미지 면역.
물론 상대방도 대미지 면역이 되는 동안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못하는 것 같았다.
더욱이 쿨타임 없이 무한대로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고.
하지만 전투 센스가 기막혔다.
필요한 순간에 잠깐 잠깐 사용하고 자리를 피한 뒤에 재차 나를 향한 공격을 퍼부었다.
그것도 뛰어난 대미지를 동반하고서.
하지만.
“결국 그래봤자지. 그나저나 이제 마지막 라운드인가?”
5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는 정확히 50라운드가 끝이었다.
물론 승률이 반타작도 되지 않으면 10라운드, 20라운드, 30라운드 그리고 40라운드에서도 종료가 됐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 해당사항이 전혀 없었고 당연히 내 목표도 50라운드에 전승이기도 했다.
이제 마지막 라운드가 남은 거고.
“그나저나 조금 기네?”
마지막 상대를 정하는 메시지가 벌써 1분 정도 흘렀지만 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조급해 하지 않았다.
어차피 상대가 누구든 이길 자신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때 상대가 정해졌는지 메시지가 울렸다.
[50번째 전투 상대가 정해졌습니다.
-lumen, 아시란테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
우선 눈앞에 뜬 메시지에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상당히 많이.
왜냐하면 내가 바로 lumen, 아시란테니까.
< 500레벨한정 결투장 퀘스트 (2). > 끝
< lumen, 아시란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