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87화 (87/271)

87화. 4주년 이벤트 시작.

4주년 이벤트가 공개된 지 4일 후.

서울 청담동 본가.

“미래에서?”

“응.”

4주년 이벤트는 꽤나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60인의 결사대에 포함되지 않아도 그 60명이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가령 10위권 이내의 성적만 거둔다면 보상이 주어진다고 했다.

그게 몇 십만 명이든 몇 백만 명이든 같은 구역에 속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물론 참가자 60명과 똑같은 보상을 받을 거라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는 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만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이 있듯이 아주 사소한 무언가라도 공짜로 얻을 기회인 것은 분명했기에 생각보다 더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더욱이 선발된 60명은 일종의 대한민국 대표이기도 한 상황.

나름대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게임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자들이 많았기에 어중이떠중이들이 참여해 4주년 이벤트를 망쳐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마저 형성됐다.

그래서 제논, 성창, 써니, 무적군단 등 분명 나름대로 인지도 있는 길드 들이 1번, 2번, 3번 대장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했지만 그것을 아니꼽게 쳐다보는 자들이 많았다.

그들이 아무리 인지도가 있고 저력이 있다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을 대표하기에는 한참 부족했으니까.

그만큼 어지간한 아니, 거의 99.9%에 달하는 유저들은 미래, 명진, 대성, 구산, 대유 정도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

그래서 한편에서는 미래, 명진, 대성, 구산, 대유가 나서지 않아 어중간한 곳끼리 도토기 키 재기하는 것을 왜 지켜봐야 하냐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다.

물론 그 볼멘소리는 항상 조용히 묻혔다.

어차피 60명의 결사대가 결정되기까지 아직도 6일이나 남았고 미래, 명진, 대성, 구산, 대유가 이런 빅이벤트를 손가락만 빨고 구경할리 없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상황에 누나에게 들은 미래의 연합 제의,

조금 놀랐다.

현재 5개의 길드가 서로 치열하게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에 먼저 연합 제의를 한다는 것은 고개를 숙이고 들어온다는 뉘앙스를 풍겼으니까.

그래서 4일간 서로 치열하게 눈치만 봤던 것이고.

더욱이 그 숙이고 들어온 쪽이 항상 고고했던 미래라는 것에서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날 저녁.

“...해서 미래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름은 명진&미래 연합으로 양측이 각 15명씩 총 30명을 조직할 것이고 대표로 1번 대장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우리 명진이 하기로 했다.”

미래의 통 큰 양보.

그만큼 명진&미래 연합과 미래&명진 연합은 천지차이다.

앞에 이름을 놓는다는 것은 어디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는 증거였으니까.

더군다나 대장까지 명진에서 이름을 올린다는 것은 그것을 더욱더 확실히 해줬고.

그래서 의문이 들었다.

고고했던 미래가 양보를 해도 너무 많이 했고 그것을 떠나 과연 대성과 구산 거기에 대유가 명진&미래의 연합을 보고 어떤 방응을 보일지.

아마 대놓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쳐다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총 30명을 조직 할 수 있는 1번 대장 자리는 절대 뺏기고 싶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그때 석인수 실장이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 막내 도련님의 덕을 좀 봤습니다.”

“네? 제 덕요?”

석인수 실장의 뜬금없는 말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런 나의 반응을 익히 예상했다는 듯이 석인수 실장이 곧바로 말을 이었다.

“네. 우선 미래가 먼저 연합 제의를 했기에 ‘명진&미래 연합’이라고 명진의 이름을 앞에 붙이는 데까지는 손쉽게 양보를 받아냈지만 대장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치열한 설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누구에게는 대표로 이름을 올린다는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아무것도 모르기에 나오는 소리이고 실제로는 무척이나 중요했다.

특히나 이번처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에서는 더욱더.

그래서 미래와의 그런 설전은 충분히 이해가 갔기에 석인수 실장의 말에 살짝 고개만 끄덕였다.

“미래를 향해 강력한 패를 꺼내들었습니다. 바로 홍주영 도련님을 버리겠다고요.”

석인수 실장의 나를 버린다는 말.

실제로 나를 버린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놀라지도 않았고.

내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지만 내 가치는 어마어마했으니까.

여하튼 석인수 실장의 말에 이번에는 형이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주영이 너도 알다시피 이 4주년 이벤트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60인의 결사대에 포함될 가능성 자체가 없는 자들까지. 물론 그 60명이 10위권 이내에만 든다면 모두에게 보상이 주어지는 것도 한몫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이벤트가 전 세계의 수준과 격

차를 한눈에 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형의 말대로였다.

그만큼 어디를 가든 이 4주년 이벤트에 과연 한국이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지 토론의 장이 열렸다.

그래서 딱히 반박을 하지 않고 형도 계속 말을 이었다.

“미래를 향해 명진의 직계인 주영이 너를 배제하고 실력이 있는 자를 포함시키겠다고 말을 했다. 즉, 명진은 아버지와 나 그리고 수영이 3명이 직계로 참여한다. 미래는 4명의 직계가 참여하고. 그걸로 미래에게 대장직에 대한 양보를 이끌어 냈다. 그리고 실력이 부족

한 주영이 너를 대승적인 차원에서 배제했다고 홍보를 해 여론을 우리 쪽으로 가져올 거다. 대성과 구산이 수긍할 수밖에 없게끔.”

형의 말이 끝나자마자 석인수 실장이 입을 열었다.

“계획은 대성과 구산이 연합해 2번 대장을 차지하게 만드는 것이고 대유는 일반 재야의 고수를 엮어 3번 대장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그리고 막내도련님은 대유 소속으로 참여를 하고요.”

형과 석인수 실장의 말은 그다지 어려운 내용은 없기에 충분히 이해는 갔다.

그만큼 축구든 야구든 혹은 스포츠에 국한되지 않고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인맥 선발.

물론 이번 케이스는 국가를 대표해 뽑는 것이 아니기에 굳이 인맥 선발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실력보다 보상 때문에 60명이 추려진다면 현재 분위기상 대한민국 유저 대다수에게 원성 아닌 원성을 들을 것이 분명했다.

특히나 대한민국은 ‘조용한 아침의 땅은 전술전략에 통달했으며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별의 전쟁 선수들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이 아수라장에 쉽게 발을 담그지 마세요.’라는 게임사의 친절한 배려까지 받은 일종의 게임 자부심까지 있었고.

그래서 계획은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더욱이 나 스스로 대유 소속으로 참여할 자신이 100%는 있었고.

물론 엄마가 포함이 되지 않은 것은 조금 그랬지만 확실히 엄마를 포함시키기에는 눈치가 너무 보였다.

여하튼 앞으로의 계획을 모두 듣고 한마디 했다.

“그런데 정말로 그렇게 진행이 될까요?”

계획대로만 대면 명진의 실익은 충분히 챙기는 것이지만 그것을 대성과 구산 그리고 대유가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지는 쉽사리 예측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4일 뒤.

노쓰우드 성 중앙 광장.

[4주년 이벤트 결사대 현황판.

2일 14시간 14분 남음.

-1번 대장 : 홍상만 외 29명 (명진&미래 연합)

-2번 대장 : 정운기 외 19명 (대성&구산 연합)

-3번 대장 : 서대영 외 9명 (대유)]

“.......”

실제로 됐다.

생각보다 더 쉽게.

그만큼 금수저지만 능력이 안 되면 배제하겠다는 명진과 미래의 언론플레이가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줬다.

대성과 구산마저도 직계를 집어넣는데 눈치를 볼 만큼.

그리고 나는?

당연히 3번의 서대영 외 9인에 포함이 되어 있다.

당연한지도 모르지만 처음 서대영 회장은 나를 포함시키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미 나를 영입 불가능으로 낙점을 해놨으니까.

즉, 나보다 차라리 대유에 쭉 함께할 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대유로서는 여러모로 이득인 상황.

그래서 협박을 했다.

그간 나에게 많은 것을 주고 기껏 좋은 관계를 만들었는데 그 관계를 여기서 끝낼 것이냐고.

물론 나의 성장 기대치가 낮다면 서대영 회장이 콧방귀를 끼며 무시했겠지만 서대영 회장은 나의 성장 기대치를 상당히 높게 평가했다.

두말하지 않고 곧장 나를 포함시킬 정도로.

어쨌든 원래 저 게시판을 차지한 자들을 몰아내고 이름을 올린 뒤로는 누나에게 확인한바 도전을 해오는 자들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2번째로 이름을 올린 대성&구산 연합도.

하지만.

[조디 외 9명의 ‘거친 녀석들’이 3번 대장 자리에 도전을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대유의 이름은 꽤나 만만했던 것 같았다.

물론 서대영 회장을 포함한 10명 전부가 대유 소속은 아니었다.

대유가 자기 소속으로 10명이나 조직하는 것을 미래, 명진, 대성, 구산이 지켜만 보지도 않았고.

그래서 정확히 대유 소속은 6명이고 나머지 4명은 그 어떤 길드에도 가입하지 않았지만 손에 꼽을 정도의 강자들이었다.

대략 1000레벨 이상의 상위 1%의 강자들.

여하튼 도전을 알리는 메시지로 끝은 아니었다.

그 다음 메시지가 곧바로 울렸다.

[3번 대장 서대영 님이 거친 녀석들의 도전을 수락하였습니다.

-30초 뒤 임시 결투장으로 이동됩니다.]

“후...”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사냥을 해야 하건만 오늘만 해도 이것이 4번째 이동이니까.

그래서.

“블링크. 아이스 필드! 아이스 스톰! 아이스 레인!”

파사사삭!

퍼버벅! 퍼버버벅!

후두둑! 후두두둑!

임시 결투장으로 이동이 되자마자 상대방의 진영 속으로 파고들어 온갖 공격을 퍼부었다.

물론 거친 녀석들이라는 이름으로 도전한 10명도 분명 상위 10%에 들 정도의 실력자일게 분명했다.

아니, 인심을 조금 더 쓰면 상위 5% 이내.

더욱이 오늘만 4번이지 이틀 전까지 포함하면 거의 20번이 넘는 도전을 받았다.

그말인즉슨 이미 나에 대한 소문은 퍼졌다.

이 도전이 귀찮아 항상 빠르게 끝내기 위해 지금처럼 적진을 향해 나 홀로 파고들었으니까.

그래서.

“터지는 화염!”

“바람 정령의 날카로운 칼바람!”

“트리플 샷!”

:

“상대방의 제압하라. 억압의 쇠사슬.”

“고통의 가시.”

나를 향한 공격들이 쏟아졌다.

마치 내가 그들 품안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하지만.

“젠장! 힐러랑 서포터는 아예 배제하고 아이템을 전부 체력에 맞추고 입장했는데 딜러가 한방에 죽으면 어쩌라고!”

“그리고 어째서 같은 딜러인 저놈은 저렇게 멀쩡한데!”

분명 그간 상대했던 자들보다 지금 상대하는 자들이 가장 강한 자들인 것은 확실했다.

생명력도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이 빠졌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공격을 굳이 피해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특히나 그전에도 이미 엄청났는데 생명력과 마나 10만을 올려주는 모든 스탯포인트 300씩을 올려주는 성공적인 첫 걸음이라는 호칭을 얻고서 더더욱.

여하튼 나는 그 공격들을 전부 버텨냈고 상대방은 내 공격을 버텨내지 못함으로써 결과는 항상 그렇듯 우리의 승리로 귀결됐다.

[조디 외 9명의 ‘거친 녀석들’ 도전을 방어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조디 외 9명은 차후 24시간 동안 재도전이 불가능합니다.]

물론 한번 패하고 재도전을 해오는 자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역시 아시란테님.”

“와. 정말 몇 번을 봐도... 말이 안 나오네요.”

“감사합니다.”

당분간은 함께 싸워야 할 자들.

더욱이 대유 소속이 아닌 재야의 고수로 참여한 4명은 아빠도 군침을 흘리는 자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을 향해 겸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솔직히 우쭐댈 일도 아니었고.

그만큼 아무리 레벨은 좀 낮을지라도 3개의 사기에 가까운 특성과 6개에 달하는 호칭으로 범벅된 내 상태창이라면 그 누가됐든 나만큼 했을 것이다.

거기에 스킬 기능성 반지는 덤이고 전설 등급 내에서도 최상위권으로 분류된 만년설의 기운이 깃든 악세사리도 전부 5강화에 성공하기도 했고.

여하튼 강력한 동료의 존재는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물론 그 와중에 서대영 회장의 씁쓸한 시선이 눈에 들어왔지만.

2일 뒤.

그간 사냥에만 매진했다.

4주년 이벤트에 앞서 내가 할 거라고는 1레벨이라도 더 올리는 것밖에 없었으니까.

다행이라면 거친 녀석들이라는 팀의 도전을 마지막으로 아무런 방해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2일간 8개의 몰이 팀이 모은 몬스터를 사냥하며 나름대로 만족스런 레벨을 달성하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슬슬 새로운 사냥터를 모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아무리 4개에서 8개의 몰이 팀으로 늘었다지만 확실히 획득 가능한 경험치는 점차 줄어들어갔으니까.

여하튼 그렇게 사냐에 매진하는 사이에 메시지가 울렸다.

[53번 구역의 4주년 이벤트에 참여할 자들이 선정되었습니다.]

[53번 구역의 4주년 이벤트 결사대 현황판.

-1번 대장 : 홍상만 외 29명 (명진&미래 연합)

-2번 대장 : 정운기 외 19명 (대성&구산 연합)

-3번 대장 : 서대영 외 9명 (대유)]

‘53번 구역?’

그 전에 표시 되지 않던 53번이라는 구역.

물론 대충 짐작이 갔다.

바로 대한민국.

[현 시간부터 4주년 이벤트가 시작되며 정확히 24시간 뒤에 각 구역별로 선발된 60명은 자동으로 루돈의 결투장으로 이동됩니다.]

드디어 이벤트의 시작.

그리고 그때 울릴 메시지는 다 울렸다고 생각한 순간 새로운 메시지가 더 울렸다.

[lumen, 아시란테님은 호칭 ‘성공적인 첫 걸음’을 획득한 4주년 특별 이벤트 대상자입니다.

-최종적으로 60인의 결사대로 포함이 되어 이벤트 기간 동안 30%의 전투력이 증가합니다.]

“?”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간 전혀 알지 못했던 ‘성공적인 첫 걸음’이라는 호칭에 관해서는 약간의 단서는 찾은 것 같았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버프까지.

바로 30%의 전투력 증가.

당연하지만 나에게 30%는 단순히 30%가 아니었다.

그래서 잠시 멍하니 메시지를 바라봤다.

< 4주년 이벤트 시작. > 끝

< 루돈의 경기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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