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화. 성공적인 첫 걸음.
“음냐. 음냐.”
홍주영이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사이.
메시지가 울렸다.
분명 ‘Revival Legend’에 접속하지 않은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깊은 잠에 취한 홍주영은 그 메시지를 듣지 못했다.
아니, 들었다 해도 요즘 너무 ‘Revival Legend’에 빠져 있다 보니 환청이 들린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아빠인 홍상만 회장으로부터 이 ‘Revival Legend’가 단순한 게임이 아니고 분명 현실에 영향을 끼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래도 마냥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성질의 일은 아니니까.
여하튼 확실한 것은 홍주영에게 메시지가 울렸다는 것이었다.
바로.
[4주년 특별 이벤트 대상자로 이벤트를 훌륭하게 클리어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호칭 ‘성공적인 첫 걸음’을 획득하였습니다.
-차후 4주년 이벤트로 진행될 60인의 결사대에 포함될 경우 그 이벤트 기간 동안에는 전투력이 30% 증가합니다.]
후비적. 후비적.
홍주영은 자는 와중에 귀가 가려운지 검지 손으로 귓속을 한번 후비고는 다시 잠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그때 홍주영 발바닥에서 뻗어 나온 마치 뿌리를 닮은 그것이 지구에 없던 생명체가 죽고 사라지며 남긴 반짝이는 무언가와 파란색 작은 조각에 접촉하자 메시지가 더 울렸다.
[1골덴링을 획득하였습니다.]
[0.01코인을 획득하였습니다.]
물론 홍주영은 이것도 듣지 못했다.
여하튼 곧 뿌리를 닮은 그것은 더 이상 흥미로운 것이 없다는 듯이 슬금슬금 움직이며 홍주영의 발바닥 속으로 움직였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물론 진짜 아무 일도 없었다.
홍주영이 자고 있는 방의 한쪽 벽에 작은 구멍이 생겼다는 것 말고는.
미국 뉴욕.
탕! 탕! 탕!
거대한 빌딩 내에서 연신 총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그 총에 가슴팍과 머리 등 수많은 곳이 뚫린 무언가가 그대로 허물어지며 쓰러졌고 곧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물론 남긴 것은 있었다.
반짝이는 무언가와 파란색 아주 작은 조각을.
그리고 그때 연신 총을 쏘아댄 남자 중에 한명이 입을 열었다.
“뭐지? 분명 쓰러졌는데 시체. 시체가 어디로 간 거야?”
“그것보다... 오크. 오크 아냐?”
“맞아. 분명 그 생김새는 오크였어.”
“도대체 이게 뭔 일이야.”
빌딩 경비원들과 경호원들은 현실적으로 믿기 어려운 상황에 그렇게 한마디씩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홀드렛지 소속으로 가장 먼저 1200레벨을 달성했던 타일런 콜은 하나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타일런 콜은 ‘Revival Legend’에 접속하지 않은 로그아웃 상태였다.
빌딩 내에 갑자기 등록되지 않은 인간 아니, 더 정확히는 생명체의 등장으로 비상벨이 시끄럽게 울려댐으로써.
[4주년 특별 이벤트 대상자로 아쉽게 특별 이벤트를 클리어하는데 실패하였습니다.
-호칭 ‘실패한 첫 걸음’을 획득하였습니다.
-차후 4주년 이벤트로 진행될 60인의 결사대에 포함될 경우 그 이벤트 기간 동안에는 전투력이 10% 증가합니다.]
타일런 콜은 현실에 메시지가 울렸다는 사실에 놀라지는 않았다.
이미 1200레벨 달성으로 ‘Revival Legend’내의 능력을 현실로 구혈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실제로 코인을 활용해 현실로 구현도 해봤으니까.
하지만 메시지의 내용을 확인한 타일런 콜은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무언가 실패를 했다는 것은 그것이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썩 좋게 받아들일 일은 아니니까.
그래도 타일런 콜은 우선 호칭 확인부터 들어갔다.
“호칭 확인. 실패한 첫 걸음.”
가상현실 접속기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뱉은 타일런 콜의 외침.
누가 봤다면 타일런 콜에게 미친 것이 아니냐 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현재 타일런 콜은 홀드렛지에서 관심을 기울이는 인재였고 실제로 타일런 콜의 저 행동은 미친 짓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타일런 콜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앞에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칭 : 실패한 첫 걸음.
-4주년 특별 이벤트 대상자로 주어진 몬스터를 직접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4주년 특별 이벤트 대상자로 선정될 만큼 뛰어난 활약에 대한 보상으로 실패한 첫 걸음이라는 호칭이 주어집니다.
: 생명력 1만 증가.
: 마나 1만 증가.
: 모든 스탯 포인트 20씩 증가.]
“으드득.”
타일런 콜은 눈앞에 뜬 메시지에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타일런 콜은 그 누구보다 빨리 그리고 많이 ‘Revival Legend’를 접했기에 호칭이 가지는 특별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타일런 콜과 친하게 지내던 동료가 다가와 입을 열었다.
“이봐 콜. 오... 오크! 현실에 오크가 출몰한 것 같아! 지금 밑에서는 난리야!”
하지만 타일런 콜은 메시지로 이미 알고 있기에 놀라지 않았다.
아니, 놀라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 몬스터는 자신의 몫이고 자신이 직접 처리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멍청이가 대신 처리함으로써 실패했다는 사실에 인상만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타일런 콜은 속으로 불평을 내뱉기는 했다.
‘젠장!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야 내 몫인 줄 알 것 아냐! 오크 따위는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고!’
홍주영와 타일런 콜에서 발생한 일.
비단 이 일은 그 둘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었다.
많지 않은 아니, 많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정말 극소수 인원이 4주년 특별 이벤트 대상자라며 같은 일을 경험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타일런 콜과 같이 실패했다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오크라는 몬스터는 그 4주년 특별 이벤트 대상자 앞에 직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반경 100미터 안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그래서 어떤 이는 4주년 이벤트 대상자임에도 바다 한가운데 보트를 띄워놓고 ‘Revival Legend’를 함으로써 오크는커녕 오크의 털 하나 보지 못했다.
그저 뜬금없이 실패했다는 메시지에 차후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알뿐.
여하튼 그렇게 100명에서 딱 2명이 모자란 총 98명이 겪은 그 일은 다음날 뉴스에 단 한 줄의 기사도 언급도 없었다.
분명 그 대상자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 거기에 아무런 관계가 없는 자가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리고 한국 내에서 그 일은 오직 홍주영 혼자만 겪은 일이었다.
물론 유독 한국이 뒤쳐져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가까운 대만, 몽골은 아예 0명이었고 일본도 한국과 같은 1명뿐이었다.
더욱이 일본의 그는 실패했고.
그만큼 워낙 미국이 ‘Revival Legend’에 대하여 철저하게 비밀로 했고 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에 미국을 비롯해 그나마 중국, 러시아, 유럽 등만이 몇 명의 4주년 이벤트 대상자를 낼 수 있었다.
어쨌든 한국은 조용했다.
아니, 조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 모든 일이 유일한 당사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기에.
다음날 아침.
아빠도 형도 그리고 석인수 실장 등도 워낙 바쁜 사람들이기에 간단하게 별장에서 아침을 먹고 서울 집으로 출발을 했다.
그리고 그 날은 나도 청담동 본가에서 하루를 쉬기로 했다.
물론 그래봤자 3세대 가상현실 접속기를 가지고 내 방에서 ‘Revival Legend’에 접속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여하튼 ‘Revival Legend’에 접속하고 별 의미 없이 인벤토리를 열었을 때 전과 다른 무언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코인.
“코인이... 새끼를 치나?”
몬스터를 사냥한다고 코인이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오로지 퀘스트.
더욱이 코인을 얻은 경험이 무척 많다고 할 정도는 아니기에 정확히 기억을 하고 있었다.
바로 6만7천개.
그런데 이벤토리에 코인이 더 있었다.
[67,000.01개]
“0.01개는 도대체 어디서 온 거야?”
더욱이 1개도 아닌 0.01개라는 숫자에 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이어 발생한 더 의아할 일에 코인에 대한 관심을 거뒀다.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 외 5개?”
원래는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 외 4개였다.
즉, 총 5개의 호칭.
그런데 외 5개라는 것은 6개라는 뜻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생명력과 마나량이 갑자기 엄청나게 증가했고 모든 스탯포인트마저 증가했다.
“레벨도 경험치도 그대로인데... 도대체 이게 뭐야?”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상황에 어리둥절함을 넘어서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물론 좋았다.
좋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기에 마냥 기쁨을 표출하기가 그랬다.
마냥 좋아했다가 이 모든 것이 꿈 혹은 잘못 증가된 것이라고 사라질 가능성도 있으니까.
그만큼 김칫국을 마시는 것은 사절이었다.
우선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유일한 단서인 호칭을 확인하기 위해.
“호칭 보유 목록 확인.”
곧 현재 내가 보유한 호칭 목록이 떴다.
[-현재 보유 호칭.
1. 나 혼자 만렙 클로즈 베타 유저.
2. 허수아비 파괴자.
3. 강화 나만큼 해봤어?
4. 하락하지 않는 자.
5. 영광된 이름.
6. 성공적인 첫 걸음.]
정말로 맨 밑에는 처음 보는 호칭이 자리하고 있었다.
“호칭 확인. 성공적인 첫 걸음.”
[호칭 : 성공적인 첫 걸음.
-4주년 특별 이벤트 대상자로 주어진 몬스터를 직접 처리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성공적인 첫 걸음이라는 호칭이 주어집니다.
: 생명력 10만 증가.
: 마나 10만 증가.
: 모든 스탯 포인트 300씩 증가.]
“.......”
호칭을 확인하자마자 알 수 있었다.
애초에 비교 불가능한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라는 호칭을 제외하고 가장 좋다는 것을.
그래서 더 의아했다.
이렇게 성능 좋은 호칭은 그것을 얻기 위한 과정이 어려운 것은 당연했고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으니까.
그래도 그나마 위안을 가질 수는 있었다.
바로 생명력과 마나량 그리고 스탯포인트가 증가한 이유는 바로 이 호칭이고 이 호칭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 증가한 것들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니까.
그리고 왠지 ‘성공적인 첫 걸음’이라는 호칭은 사라지지 않은 것 같았다.
그날 점심 무렵.
“성공적인 첫 걸음?”
“응.”
아빠와 형은 회사에 있고 엄마와 누나와 점심을 먹는 와중에 그 이야기를 꺼냈다.
어차피 저녁에 아빠와 형에게도 말할 생각이었고 굳이 그걸 가족들에게 비밀로 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리고 누나는 갑자기 뜬금없이 생겼다는 그것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이유 없이 얻었다는 사실에 그 가치가 형편없을 것이라 생각한 것 같았다.
그래서 말해줬다.
생명력 10만과 마나 10만 그리고 모든 스탯포인트를 300씩 올려주는 호칭이라고.
쾅!
“뭐어!!!”
내가 그간 호칭을 너무 많이 얻어서 그렇지 생명력과 마나 10만은 굉장한 수치였다.
거기에 모든 스탯포인트 300씩의 증가는 결국 힘, 민첩, 체력, 정신력, 지력 모두 증가하니 총 1500의 증가.
즉, 레벨로만 따져도 150레벨이었다.
“그게 언제, 어떻게, 왜 생겼는데?”
“방금 전에도 말했잖아. 나도 모른다고. 어제 자고 일어나니까 갑자기 생겼어.”
“그런 최상급 호칭이?”
눈을 왕방울만 하게 뜨며 질문하는 누나에게 그냥 고개만 살짝 까딱거렸다.
그게 사실이고 그것에 대해 더 이상 내가 아는 것은 없으니까.
그리고 누나와의 그런 대화가 저녁에도 똑같이 진행됐다.
그만큼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 호칭이 가지는 성능을 가족들과 석인수 실장은 그 누구보다 더 잘 알았다.
물론 아빠의 지시가 떨어졌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일은 없으니까.
하지만 정말로 나는 아는 바가 없고 한국은 물론 전 세계는 조용했기에 유야무야 넘어갔다.
괜히 이곳저곳 들쑤셔 무언가 다른 자들에게 단서를 제공할 수도 있고 그것은 나에게 위협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기에.
물론 그 일이 나에게 손해가 아니라는 점도 유야무야 넘어가는데 한몫하긴 했다.
다음날 망자의 무덤.
어제의 일은 나를 더욱더 부지런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됐다.
왜냐하면 ‘Revival Legend’뿐만 아니라 게임 자체를 좋아하는 이유가 내가 한만큼 그에 따른 합당한 보상이 주어진다는 것이었는데 어제는 그것을 넘어서는 일이 발생했다.
일종의 보너스?
당연히 의욕이 안 생기려야 안 생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스 스톰!”
퍼버벅! 퍼버버벅!
스킬 기능성 반지를 착용했다.
그전에는 내가 스킬 기능성 반지를 획득한 것을 확인하면 배가 아플 대유에게 배려 아닌 배려를 한다고 감추었는데 이제는 충분하다고 생각됐다.
아니, 솔직히 그것보다 자신감이 더 큰 역할을 했다.
이제는 대유가 뭘 해도 나에게는 크나큰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자신감.
“가죠!”
멍하니 있는 항상 나를 서포터하던 이진영 실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멍하니 있는 것은 이진영 실장뿐이 아니었다.
바로 2번 몰이 팀도 몬스터들이 죽으며 드랍한 아이템을 챙길 생각이 없다는 듯이 진영 실장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
물론 왜 그런지 안다.
그들만큼 내 사냥 방식과 위력을 잘 아는 자들은 없으니까.
블링크 - 아이스필드 - 아이스 스톰과 쏟아지는 우박이라는 연계기.
항상 이것을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아이스 스톰 하나만 사용했다.
그런데 그 효과는 똑같았다.
100마리가 훌쩍 넘는 몬스터를 한방에 처리함으로써.
거기에 더 남았다.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5레벨의 아이스 필드는 2레벨의 아이스 필드와는 전혀 다른 위력을 선보였다.
더욱이 살얼음의 효과는 2레벨 때보다 5레벨의 아이스 필드에 더 강력함을 선사했고.
그래서.
“아이스 레인!”
팅. 팅. 팅. 팅.
얼음의 비.
주룩주룩 소리는 나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와 부딪치는 소리만 광범위에 펼쳐질 뿐.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때 시선을 돌려 이진영 실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거 아무래도 4개의 몰이 팀으로는 부족할 것 같은데 조금 더 늘려도 될까요? 한 8개로요.”
그전까지는 4개로 돌아가는 로테이션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그전까지 얼음황제의 수호검 착용을 대비한다고 쓸모없는 저레벨 무기를 착용하고 있던 것을 전설 등급의 내 레벨에 맞는 지팡이를 착용했고 방어구까지 400레벨 전설 등급으로 맞춘 상황에 4개의 로테이션은 확실히 부족했다.
더욱이 성공적인 첫 걸음이라는 호칭에 추가된 스킬과 업그레이드 된 스킬도 있는 상황이고.
그래서 확실히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내 말에 멍하니 서있던 이진영 실장이 놀라며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여하튼 내 말에 이진영 실장이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고... 곧바로 위에 보고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이진영 실장을 향해 웃으며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 성공적인 첫 걸음. > 끝
< 4주년 이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