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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81화 (81/271)

81화. 다음 타깃은.

적이 될지도 모르는 대유 길드 소속의 정예 1만 명을 앞에 두고 느껴지는 감정은 단 하나였다.

바로 아쉬움.

그만큼 정말 최고였다.

특히나 몬스터 몰이 팀의 존재는 어째서 돈 깨나 있는 자들은 개인적으로 그들을 고용해서 사냥을 하는지 알 만큼 뛰어난 효율을 자랑했다.

물론 몰이에 적합한 사냥터를 확보하는 것이 더 힘들고 중요했지만.

여하튼 그것을 포함해 그간 대유에 받은 5억 골덴링과 전설 등급의 악세사리들.

그리고 화룡점정으로 몽트의 살리마루 도적단의 퀘스트까지.

분명 거머리처럼 대유의 피를 빨아먹겠다는 의도로 접근을 했지만 이쯤 되니 약간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나도 양심이라는 것이 있으니까.

그래서 가급적 싸우고 싶지 않았다.

물론 오로지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명백히 대유는 아직도 통통했다.

즉, 더 빨아먹을 피는 충분했고 결정적으로 아직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라는 히든카드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

‘반반 이려나?’

아니, 서대영 회장의 얼굴로 봐서는 반반이 아니라 여기서 전투가 벌어질 확률보다 벌어지지 않을 확률을 더 높다고 판단됐다.

왜냐하면 서대영 회장은 물론 서대영 회장을 보좌하는 자들이 죄다 멍청이들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말인즉슨 내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모르기에 지금 발생하는 전투에서는 자신들이 이길 확률을 100%로 잡고 있겠지만 그 이후에 벌어질 전투까지도 자신들의 승리를 장담하는 생각 없는 간부는 없을 것이다.

누구보다 내 사냥 장면을 많이 봤기에 나를 막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테니까.

그리고 무려 1만 명.

솔직히 나 한 명을 잡기 위한 숫자로는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래서 오히려 더 허장성세로 느껴졌다.

거기에 서대영 회장 정도라면 그것을 넘어선 최악의 수를 충분히 상정하고 있을 것이다.

바로 내가 미래, 명진, 대성, 구산에 대유에 대한 복수를 청탁하며 그들의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이 정도면 대유로써는 나를 그냥 풀어준 것만도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죽 쒀서 개 준 꼴.

그렇기에 더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서대영 회장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

서대영 회장은 자신이 던진 질문이 다시 자신에게 되돌아오자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시란테의 콧대를 단단히 짓눌러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하지만 그래봤자 얻는 것은 득보다 실이 컸다.

더욱이 기분 한번 풀자고 아시란테에게 많은 것을 퍼주고도 원한을 사는 그런 최악의 선택은 서대영 회장의 선택사항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씨익.

서대영 회장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하. 이거 참. 어떻게든 밥 한 끼 함께하기 위해 이 늙은이가 준비한 깜짝 이벤트가 아시란테군에게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군.”

서대영 회장은 결국 자신의 마지막 배팅이 실패했다는 것은 받아들였다.

서대영 회장이 웃으며 내뱉는 말.

그 말에 나도 화답을 했다.

서대영 회장도 그것을 원하고 있을 테니까.

“아하. 그러셨습니까? 제가 눈치가 없었네요. 죄송합니다. 회장님.”

“아니네. 아니야. 이 늙은이의 주책바가지지.”

그 이후로는 일사천리였다.

곧장 1만에 달하는 인원들이 썰물 빠지듯 빠져 나갔다.

그리고 서대영 회장과는 언제 서로를 향해 칼날을 세웠냐는 듯이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다음날.

“아시란테님 몬스터 몰이를 시작을 하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망자의 무덤 내에 항상 내 옆에 붙어 서포터해주는 이진영 실장과 4개의 몬스터 몰이 팀이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 점심때 회장님과...”

“네. 알고 있습니다.”

서대영 회장은 어제 모든 말을 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이른 아침에 귓속말로 만남을 또 요청해왔다.

현실이 아닌 항상 만났던 노쓰우드 성의 중앙 광장 카페에서.

그리고 당연히 현실만 아니라면 서대영 회장을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기에 곧바로 수긍을 했다.

여하튼 다시 몬스터 몰이 팀을 이용해 꿀 빠는 사냥을 하고서 로그아웃 후 점심을 먹고 게임에 접속해 노쓰우드 성으로 이동했다.

거기에는 이미 서대영 회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서 오게나. 아시란테군.”

“네. 회장님.”

나를 격하게 반기는 서대영 회장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며 자리에 앉았다.

솔직히 좀 궁금하기도 했다.

좋게 좋게 넘어갔다지만 나나 서대영 회장이나 어제 서로에게 칼날을 겨룬 것은 진심이라는 것을 아니까.

그래서 솔직히 하루 만에 이렇게 서로 웃으며 대면을 하는 것도 우스웠고.

여하튼 서대영 회장이 무슨 말을 할지 기대하며 앞에 놓인 차를 입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그 차를 마시지는 못했다.

서대영 회장이 내뱉은 말이 너무나 뜻밖이어서.

바로.

“아시란테군. 자네 중국에 갈 생각은 없나?”

뜬금없이 터져 나온 중국.

더군다나 저 중국이 실제로 중국에 가자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즉, ‘Revival Legend’내의 중국.

그런데 그것은 현재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채널이자 일종의 벽이라고 불리는 것에 막혀 있으니까.

하지만 일부러 아무런 티도 표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잠시 멈칫했던 차를 입으로 가져갈 뿐.

그리고 서대영 회장도 개의치 않고 말을 쭉 더 내뱉었다.

“우리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이 ‘Revival Legend’에 열을 올리고 있다네. 당연히 미국도 중국도.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나는 아니, 대유는 이미 중국과 손을 잡았다네. 도저히 미래, 명진, 대성, 구산을 치고 한국 내에서 우뚝 설 가능성 자체가 보이지 않았거든. 아,

물론 맞네. 외세를 끌어들이는 차후 욕을 얻어먹을 짓이지만 그게 무슨 대수겠나. 어차피 역사는 승자의 관점에서 쓰일 것인데.”

쉼 없이 말을 내뱉는 서대영 회장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뜬금없이 저런 말을 하는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서.

하지만 어제의 초조하고 복잡해 보이던 눈동자와 달리 지금은 아무것도 드러나지 있지 않았다.

그리고 서대영 회장도 내 두 눈을 피하지 않고 아직도 할 말이 남았다는 듯이 계속 입을 열었다.

“대유가 손잡은 중국의 세력은 양화 그룹이라는 곳으로 아시란테 군도 조금만 경제에 관심이 있다면 알 것이네. 지금 중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그룹이니까. 여하튼 왜 이런 말을 하냐면 아시란테군은 중국에서도 무척이나 유명하다네. 혼자서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10분 이상 동등하게 싸움을 하는 모습과 3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에서 독보적인 기록을 달성한 것을 중국이 모를 수가 없으니까.”

“그렇군요. 그런데 왜 저에게 그런 말을?”

서대영 회장이 도대체 무슨 의중을 가지고 이런 말을 하는지 궁금했다.

“같이 영화 한편 찍지 않겠나? 주연은 중국의 양화그룹과 자네와 나 이렇게.”

“?”

서대영 회장은 어제의 복수라도 하듯 더 알쏭달쏭한 말을 내뱉었다.

“후후.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자네를 대유로 영입하는 것을 포기했네. 물론 무척 아쉬워. 하지만 나는 자네처럼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재주는 없어. 그래서 여기서 말하지만 망자의 무덤과 지금의 몬스터 몰이 팀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은 아무것도 줄 수 없

네. 지금까지 준 것만 해도 엄청나니까 자네도 섭섭하지는 않을 거야.”

“.......”

절로 얼굴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대한 차분한 얼굴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걱정하지 말게나. 쪼잔하게 준 것을 다시 돌려달라는 소리는 안 할 테니까. 다만 앞으로 대유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면 하네. 더군다나 대유가 자네를 상대로 손해를 본 것을 만회할 기회를 줬으면 하고. 바로 자네를 굴뚝같이 원하는 중국의 양화 그룹을 상대로.”

그 뒤로 서대영 회장과 한참을 더 이야기를 진행했다.

결국 서대영 회장이 원하는 것은 간단했다.

바로 중국의 양화 그룹을 홀딱 벗겨먹자는 것.

그만큼 중국 양화 그룹의 장치앙린 회장이 어떠한 투자를 한다 하더라도 나를 절실하게 원한다고 했다.

지금도 나에 대한 정보를 달라고 엄청난 압박을 가하고 있고.

그래서 그걸 역이용해 양화 그룹을 상대로 골덴링과 아이템 등을 뜯어내 정확히 나와 반절씩 나누자는 이야기를 했다.

그 모든 이야기를 끝나자 유심히 서대영 회장을 바라봤다.

대유의 서대영 회장.

솔직히 미래나 명진, 대성, 구산의 각 회장들보다 능력이 뒤쳐진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실제로 치명적인 실수를 몇 번 자행해 대유를 위기에 빠트린 적도 있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도 대유가 멀쩡히 존재하는지 알 것 같았다.

물론.

“어째서 회장님이 그런 생각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미 대유 소속임에도 불구하고요.”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었다.

이제 와서 사실은 대유의 피를 쪽쪽 빨아먹기 위해 왔다고 고해성사를 할 이유는 없으니까.

“하하. 알지. 알고말고. 다만 자네나 나나 뭔가 서로 이득이 되는 일을 했으면 한다는 거지. 그것도 중국을 향해서. 설마 중국에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럴 리가요. 그놈의 미세먼지 때문에 도저히 좋아하려야 좋아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지. 그럼 계획대로 진행을 해도 되겠나?”

결국 중국의 양화그룹에 작업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나였다.

그것도 기억의 구슬로 영상을 찍어 넘어올 듯 말 듯 한 애간장을 살살 태우는 그런 영상.

고개를 끄덕였다.

안 할 이유가 없으니까.

“잘 선택했네. 그럼 우리 조만간에 입을 맞춰봐야지 않겠나? 아무래도 기억의 구슬로 영상을 찍을 때 양화 그룹에서 혹할 내용 몇 개는 집어넣어야 할 테니까.”

자연스럽게 말을 내뱉는 서대영 회장을 향해 고개를 살짝 저으며 입을 열었다.

“모든 대본은 회장님께서 준비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글재주가 없어서요.”

입을 맞추는 과정.

그 과정 속에 서로 여러 대화가 오갈 수밖에 없다.

물론 사실대로 말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거짓말로도 충분히 여러 가지를 유추하는 것이 가능했다.

때로는 거짓말이 진실보다 더 강력한 단서가 되기도 했고.

그래서 전적으로 대본을 서대영 회장에게 맡겼다.

물론 서대영 회장 입장에서는 내가 야박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만큼 서대영 회장은 이미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믿을 생각은 없다.

서대영 회장은 아주 늙은 여우니까.

“하하. 그렇지. 주연배우는 대본 숙지가 더 중요하지. 그럼 대본은 내가 준비하겠네. 조만간에 다시 보도록 하지.”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서대영 회장과 헤어졌다.

그리고 고작 30분간의 대화였지만 살짝 지치기까지 했다.

하지만 할 일은 해야 하기에 곧장 망자의 무덤으로 움직였다.

대유 길드 본거지.

“음. 아무리 생각해도 아시란테 그놈은 범상치 않아.”

서대영 회장은 아시란테를 만날 때마다 항상 기억의 구슬을 사용했다.

아시란테는 그럴 가치가 있는 인물이니까.

그래서 오늘 있었던 아시란테와 대면한 영상을 지휘부와 함께 다시 확인하면서 아시란테가 평범치 않다는 것을 알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느낀 것은 서대영 회장뿐만이 아니었다.

“침착해도 너무 침착합니다.”

“맞습니다. 더욱이 끝까지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모습은 도저히 평범한 자로 보이지 않을 지경입니다.”

서대영 회장은 마지막 배팅이 실패했지만 여전히 아시란테를 향한 끈을 놓지는 않았다.

아시란테를 그냥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대상이니까.

물론 여전히 아시란테에 대한 정보를 닦달하는 양화 그룹을 벗겨먹을 생각도 사실이고.

즉, 서대영 회장은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시란테라는 토끼가 날쌔도 너무 날쌔다는 생각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쨌든 양화 그룹을 향한 작업을 진행한다. 어차피 그쪽도 우리를 장기말로 볼 뿐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곧바로 진행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아시란테는... 어쩌면 진짜로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서대영 회장의 낮은 독백으로 대유 길드의 회의는 종료됐다.

아시란테가 열심히 사냥을 하고 대유의 서대영 회장이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사이.

브라질 상파울루.

이곳 상파울루 소코로시 11번가의 낡은 13층 건물에 일단의 무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바로 인터라고스라 불리는 정보상인들이.

그리고 그들이 취급하는 정보는 아이러니하게도 ‘Revival Legend’에 대한 정보였다.

왜냐하면 인터라고스 소속의 한명이 심심풀이로 ‘Revival Legend’이전의 ‘Forgotten Legend’라는 게임을 했고 무척 재미를 느껴 1차, 2차 클로즈 베타에서 전부 최대 레벨을 달성했다.

3차는 악착같이 노력했지만 300레벨 언저리는커녕 200레벨을 겨우 넘어섰고.

그리고 1차 2차 클로즈 베타를 했던 자는 보상으로 특성을 얻었었다.

바로 ‘미약한 예지’.

물론 그 예지의 영역은 오로지 ‘Revival Legend’.

그래서 그는 ‘뭐 이딴 특성이 다 있어.’ 하고 욕을 했지만 얼마 뒤에 그것이 엄청난 돈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흔하디흔한 게임으로 판단했던 ‘Revival Legend’에 대해서 정보를 갈구하는 자들이 엄청나게 많았기에.

그렇게 그는 더 나아가 인터라고스라는 조직은 순식간에 활동영역을 ‘Revival Legend’로 바꾸었다.

물론 미약한 예지.

더군다나 그 예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는 오늘 한 가지 예지를 받았다.

바로 4주년 이벤트.

그는 그 예지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간 1주년, 2주년, 3주년 이벤트를 전혀 하지 않고서 뜬금없이 4주년 이벤트라니.

더군다나 그 4주년 이벤트를 하는 이유도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4차 현실로의 진입을 축하합니다. 그에 따른 전 세계가 참여할 수 있는 풍성한 이벤트가 시작됩니다.]

뜬금없이 4차 현실로의 진입이라니.

전혀 이해가 안가는 상황.

하지만 인터라고스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미국이라는 아주 사소한 정보라도 큰 값을 치러주는 특급 손님들이 있었기에.

< 다음 타깃은. > 끝

< 나름 무대 체질.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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