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화. 협박에는 협박으로.
그간 대유에 사냥터와 몬스터 몰이 팀을 요청 하고서 이곳 망자의 무덤에는 4개의 몬스터 몰이 팀과 그 4개의 몰이 팀을 관리하는 이진영 실장이라는 자가 항상 미리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내가 모습을 드러내면 곧장 몬스터 몰이를 시작했었고.
하지만 지금은 망자의 무덤 내의 세이프티 존에는 아무도 없었다.
“설마 삐진 건가?”
나이를 먹었다고 성숙해지고 차분해지며 아량과 도량이 꼭 넓어지지 않는다는 것쯤은 안다.
다만 경험이 쌓였기에 그걸 겉으로 표출하지 않는 법을 배웠을 뿐.
혹은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약간의 인내심이 생겼거나.
더군다나 자신의 손으로 직접 대유라는 거대한 그룹을 일군 서대영 회장.
야망과 욕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내에 대유같이 손에 꼽을 정도로 거대한 그룹을 일군다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능력과 성공하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하니까.
특히나 이미 그 위치를 선점한 자들이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자들을 멍하니 방관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딱히 이 행동 가지고 서대영 회장이 쪼잖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솔직히 나라도 그랬을 것이니까.
아니, 어쩌면 더 심한 행동도.
그만큼 살리마루 도적단의 마지막 은신처에서 받은 악세사리 확장 주문서를 제외해도 몽트에게 받은 보상 자체는 엄청났다.
저벅저벅.
아무도 없는 망자의 무덤.
원래부터 남의 도움 없이 혼자 사냥을 하는 것이 익숙했기에 개의치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고작 며칠 꿀 빠는 사냥을 했다고 거기에 완전히 빠져 혼자서는 사냥을 못하는 천치 바보가 된 상태도 아니고.
물론 서대영 회장이나 나를 항상 서포터 했던 이진영 실장에게 귓속말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하지 않았다.
그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들이붓는 격이니까.
“그래. 나도 살살 기어야지. 아직 대유에 뽑아 먹을 것이 많으니까. 그리고 만에 하나 이와 같은 퀘스트가 더 있을지도 모르고.”
물론 없을 것이다.
더욱이 있다 하더라도 두 번 다시는 나에게 공유를 하지는 않을 것이고.
서대영 회장은 멍청이가 아니니까.
하지만 굳이 퀘스트가 아니라도 아직 대유에 뽑아 먹을 것은 많았기에 살살 기는 방향을 선택했다.
망자의 무덤 안.
“블링크.”
임의로 설정한 적절한 수준의 쿨타임을 지키며 블링크를 사용해 언데드 몬스터를 몰았다.
물론 직전까지 거의 무한대로 블링크를 사용했기에 무척이나 답답했다.
하지만 주변에 아무런 인기척도 없다지만 혹시나라는 것이 있기에 귀찮음을 감수하며 블링크를 사용했다.
그만큼 확실히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는 내 히든카드가 될 만하다는 것을 직접 확인도 했고.
여하튼 그렇게 모은 몬스터가 얼추 100마리가 넘어서자 평소 사용하던 대로 스킬을 사용했다.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순식간에 펼쳐진 얼음의 대지.
그리고 그 위의 언데드 몬스터들을 향해 잔뜩 기대감을 갖고 하나의 스킬을 사용했다.
바로.
“아이스 스톰!”
휘이이잉!
퍼버벅! 퍼버버벅!
4레벨과 7레벨.
거기에 추가적인 10%의 위력 증가.
그래서인지 그 위력에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바로 추풍낙엽.
그만큼 그전에는 깔끔한 정리를 위해서는 아이스 스톰 외에 쏟아지는 우박이라는 연계기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아이스 스톰 하나면 충분했다.
아니, 충분하다 못해 과했다.
여전히 그 위력을 발휘하는 아이스 스톰에 비해 100마리가 훌쩍 넘는 언데드 몬스터는 골덴링과 잡템 등만 남기고 진즉에 자취를 감춤으로써.
“와...”
절로 나오는 감탄사.
그러자 이번에는 다른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바로 아이스 필드를 사용치 않고 아이스 스톰만 사용하기.
그간 사냥의 첫 스타트를 장식하는 스킬은 항상 아이스 필드의 몫이었다.
특히나 신성한 만년설의 기운이 깃든 악세사리를 획득하고서 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얼음의 대지 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전투력이 증가했으니까.
하지만 왠지 아무것도 없이 아이스 스톰 하나만으로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서 재빠르게 자리를 옮겨 언데드 몬스터를 몰았다.
그리고 얼추 30마리 이상이 모이자 그 30마리를 향해 단독으로 아이스 스톰을 사용했다.
어차피 이번은 아이스 스톰 과연 한방에 500~550레벨 대의 몬스터를 한방에 즉사 시킬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거였으니까.
곧 그 30마리의 몬스터 위로 얼음 폭풍이 쏟아졌다.
물론 그전처럼 빠른 속도로 거의 즉사하듯 죽어나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게... 원샷원킬이 되는구나.”
조금 더 버텼다 뿐이지 결국 30마리의 몬스터는 죄다 아이스 스톰 안에서 쓰러졌다.
생각보다 더 엄청난 스킬 기능성 반지의 위력.
물론 오로지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원래부터 강력하긴 했다.
특히나 아이스 계열의 스킬만큼은 누구보다 더.
거기에 몽트의 퀘스트 완료로 받은 7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
당연하지만 그것을 전부 지력에 투자했다.
즉, 레벨은 전과 차이가 없지만 상태창 만큼은 분명 큰 변화가 있었다.
“흐흐흐.”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나 스스로 체감을 할 정도로 순식간에 강해졌으니까.
물론 조금 아쉬운 점은 있었다.
바로 쿨타임의 증가.
확실히 4레벨과 7레벨의 쿨타임이 도는 속도는 달랐다.
하지만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내 아이스 계열 스킬들은 굉장히 빠른 쿨타임을 가졌으니까.
그리고 정신력도 쉼 없이 계속 증가할 것이고.
여하튼 그렇게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사냥을 지속했다.
대유 길드 본거지.
“총 몇 명이지?”
“1군의 5500명, 2군의 3700명, 3군의 1200명으로 총 10,400명입니다. 그리고 현재 10,000명 정도는 더 가능합니다.”
서대영 회장의 물음에 대유의 1군, 2군, 3군을 통틀어 직접 쓸만한 자들로 골라온 오필두가 곧바로 대답을 했다.
“아니. 이정도면 충분하다. 어차피 어중이떠중이들은 필요 없으니까.”
“아닙니다. 더 모을 수 있는 10,000명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들로...”
“그래봤자 아시란테에 비하면 어중이떠중이 아닌가?”
“.......”
1군을 지휘하는 오필두 입장에서 더 충원이 가능한 만 명은 꽤 쓸만한 인재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을 어중이떠중이로 평가하는 서대영 회장에게 곧장 반박을 했지만 아시란테를 비교하는 말에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아시란테에 비하면 3군의 1200명도 어중이떠중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됐다. 자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아시란테 그놈이 특출 아니, 정말 버그 같은 존재일 뿐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서대영 회장은 대유의 에이스 중의 에이스들만 뽑아 망자의 무덤으로 움직였다.
물론 서대영 회장도 이럴 계획은 아니었다.
회유.
천천히 시간을 들여 회유를 통해 아시란테의 정보를 취득하고 납치든 세뇌든 확실하게 대유의 소속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인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바로 아시란테가 이 정도까지 현실의 정보를 감춘다는 것은 이 ‘Revival Legend’가 보통의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그놈이 알고 있다는 것을.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꽁꽁 정체를 숨길 필요는 없으니까.
‘으드득. 결국 그때의 그 모습은 그놈의 가증스런 연기였다는 거지!’
아시란테를 대유로 영입할 수 있다는 근거가 됐던 그때의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무구한 표정이 결국 거짓이라는 생각에 서대영 회장은 어금니를 꽉 깨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서대영 회장은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용의는 있었다.
아시란테만 어떻게든 영입을 한다면.
하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아시란테의 능력을 눈앞에서 직접 확인하자 서대영 회장은 조급함을 넘어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부질없는 행동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만약 아시란테를 품에 안아도 대유라는 이름으로 아시란테를 지킬 수 있는지 고민도 됐고.
문제는 그럼에도 서대영 회장은 아시란테를 갖고 싶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혹은 완전히 태워 먹든 아시란테의 영입은 대유라는 이름을 한 단계 아니, 어쩌면 몇 단계를 앞서 나가게 만들 인재인 것은 확실했으니까.
그렇기에 서대영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지금도 아시란테가 갑이고 대유가 을인 입장에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아시란테는 슈퍼 갑이 될 테고 대유는 을이 아니라 병, 정 수준으로 떨어질게 눈에 확연히 보였으니까.
‘그래. 이게 내 마지막 배팅이다!’
그렇게 서대영 회장은 약 1만의 대유 길드원을 데리고 담판을 짓기 위해 움직였다.
망자의 무덤.
“아이스 스톰.”
사냥을 하는 와중에 크나큰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곳 망자의 무덤은 대유 길드가 장악을 한 곳.
즉, 대유 길드라는 것은 손쉽게 파악이 가능했다.
하지만 많아도 너무 많았다.
평소 4개의 몬스터 몰이 팀으로 40~50명 내외로 움직였다면 이것은 그것의 수십 배 아니, 수백 배 이상이었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드러난 거의 만 명에 육박하는 인원.
사냥을 멈추고 그 대인원을 주시했다.
저벅저벅.
그리고 그때 그 대인원의 중간에 길이 생겨나며 서대영 회장을 필두로 몇몇 인물이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에 절로 드는 생각이 있었다.
바로.
‘몽트의 퀘스트가 나를 포기할 만큼 충격적이었나?’
물론 정말로 어려웠다.
더욱이 이 퀘스트의 원 주인인 대유도 수백 번, 수천 번 아니, 수만 번 이상 도전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포기를 했고.
그런데 그걸 한 번의 도전으로 성공한 나.
확실히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나올 줄은 예상치 못했지만.
“아시란테군.”
“네. 회장님.”
우선 앞쪽으로 나서서 말을 건네는 서대영 회장에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대꾸했다.
“혹시나 말일세. 이 ‘Revival Legend’가 무슨 게임인지 아나?”
“글쎄요. 무척 핫한 게임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회장님도 하시는 거고요. 그리고 다른 재벌가 회장님들도요.”
굳이 다른 재벌가 회장들을 들먹이며 대답했다.
“후후. 그렇지. 하지만 그게 다라고 생각하나?”
“그럼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겁니까?”
“그래. 아시란테 군이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야지. 하지만 말일세. 나에게는 이 ‘Revival Legend’가 현실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네. 그래서 아시란테군 자네가 너무나 욕심이 나. 자네는 내가 봤던 그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
을 갖고 있으니까.”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대유 소속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지금 내가 대유 소속인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 자네도 대유 소속이지. 하지만 말일세. 나는 자네가 진짜 대유 소속이 됐으면 좋겠어. 진짜!”
진짜를 강조하며 말하는 서대영 회장.
물론 어떤 의미에서 하는 말인지는 충분히 이해가 갔다.
하지만 내심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대유 소속인 저에게 진짜 대유 소속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르겠다면 알려줘야지. 지금 당장 자네에게 제안을 하겠네. 대유와 적이 될 텐가? 아니면 진짜 대유의 소속이 되겠나? 당연히 진짜 대유의 소속이란 뜻은 모든 것을 서로에게 터놓는 그런 사이를 말한다네.”
서대영 회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1만에 달하는 대유 길드원드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리 준비를 하고 왔는지 금세 내 주변을 빈틈없이 꽉꽉 막아섰다.
우선 그 모습을 한차례 쭉 훑어봤다.
정예.
한눈에 내 주변을 감싼 자들이 대유의 정예들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저런 절도 있는 움직임은 불가능하니까.
순간 나 혼자서 1만을 상대하는 그림을 그려봤다.
어려웠다.
저 1만 명은 전부 대유의 정예들인데다 그간 한 길드 소속으로 손발을 맞춰본 경험도 많을 테니까.
그리고 최소 5000명 아니, 7000명에 달하는 딜러들이 단 한 번씩만 공격을 해도 무려 7000회의 공격이었다.
물론 나도 순순히 그 공격들을 허용할 생각은 없지만 아직 1만에 달하는 정예들과 싸움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면 가능하긴 하지.’
아마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내 모습에 우왕좌왕하면 극심한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생각보다 손쉽게 1만에 달하는 정예를 처리할 수도 있고.
하지만 여기서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서대영 회장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오히려 제가 묻고 싶습니다. 정말 저랑 척을 지시겠습니까? 회장님?”
약하게 나가는 것?
혹은 대화의 여지를 주는 것?
아니다.
협박에 가장 강력한 대응 수단은 똑같은 협박이었다.
그리고 정말 통하지 않는다면 아깝긴 하지만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선보일 의향도 있고.
어쨌든 서대영 회장이 던진 공을 다시 서대영 회장에게 돌려줬다.
서대영 회장은 아시란테가 평범한 소시민이기를 빌고 또 빌었다.
그래서 대유의 위세를 등에 업은 협박이 통하기를.
그만큼 아시란테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물론 서대영 회장은 이길 자신은 있었다.
그렇기에 실제 1만에 달하는 정예를 끌고 온 것이고.
하지만 여기는 죽음이 실제 죽음이 아닌 24시간의 접속 금지 페널티만 존재하는 ‘Revival Legend’의 세상.
그래서 만약 이번 일에 복수를 한다고 차후 아시란테가 게릴라 전술로 덤벼오면 답도 없다는 것을 서대영 회장은 알고 있었다.
고작 1명을 상대하기위해 대유를 비상사태로 돌린다는 것은 엄청난 손해이니까.
즉, 말로만 하는 협박.
이 협박이 서대영 회장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 배팅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아시란테의 입에서 나온 말에 서대영 회장은 와르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아시란테와 척을 지는 것은 그를 그냥 놔주는 것보다 못한 최악의 수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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