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화. 하나 더.
보물더미 속에서 밝게 빛나며 공중에 떠오른 101번이라는 번호를 가진 아이템.
눈을 부릅뜨며 그것을 쳐다봤지만 스스로 뿜어내는 밝은 빛 때문에 그 아이템이 무엇인지는 확인이 불가능했다.
그 와중에도 속으로 빌고 빌었다.
제발 내가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기를.
바로 처음부터 탐을 낸 +8 피닉스의 심장이 봉인된 목걸이?
물론 처음에는 그 엄청난 옵션 때문에 간절히 원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바뀌었다.
바로 300장의 쿨타임 제거 주문서로.
왜냐하면 이것만 있다면 지금 당장 얼음황제 수호검을 12강화 아니, 12강화가 아니라 몇인지 모를 강화의 끝까지 가는 것이 가능했다.
더욱이 얼음황제의 수호검 뿐만 아니라 신성한 만년설의 기운이 깃든 악세사리들도.
그만큼 마음에 드는 전설 등급에도 거침없이 사용을 해도 될 만큼 300이라는 숫자는 컸다.
그래서 저 밝게 빛나는 아이템이 300장의 쿨타임 제거 고대의 주문서이길 빌고 빌었다.
그리고 그때 아이템의 밝은 빛이 사그라지면서 메시지가 울렸다.
[축하합니다.
-확장 : 악세사리 주문서를 획득하였습니다.]
“?”
무려 277개에 달하는 엄청난 보물들.
그만큼 겹쳐 있는 것들도 많았기에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내가 미처 확인치 못한 보물이 튀어나온 것은 충분히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튀어나온 아이템이 생소해도 너무 생소했다.
더욱이 대체적으로 소모성 아이템일 수밖에 없는 주문서.
여전히 남아 있는 276개의 보물을 생각하면 상당히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내가 간절히 원했던 것도 그 소모성 아이템인 주문서였지만 그래도 그것은 무려 300장이었다.
그리고 그 옵션도 쿨타임 제거라는 나에게는 최고의 옵션을 자랑하는 것이었고.
하지만 이것은 고작 1장에 처음 보는 주문서.
물론 처음 봤지만 무척 직관적인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기에 대충 어떤 능력을 선보일지는 짐작이 가기는 했다.
그래서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하는 고민이 됐다.
만약 내 예상대로라면 절대 나쁜 아이템은 아니기에.
하지만 우선 좋고 나쁨은 보고 결정을 해도 충분하기에 곧장 입을 열었다.
“확인. 확장 : 악세사리 주문서.”
[확장 : 악세사리 주문서 (신화)
-각 1개씩 착용 가능한 반지, 귀걸이, 목걸이, 팔찌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1개의 아이템을 추가적으로 더 착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확장 : 악세사리 주문서’는 사용즉시 사라지며 확장된 부위는 영구히 유지된다.
-귀속 아이템으로 교환이 불가능하다.]
“음...”
좋았다.
결국 남들은 4개의 악세사리를 착용하는데 나만 5개의 악세사리를 착용한다는 뜻이니까.
그래서 1회용 주문서지만 신화 등급의 가치로는 충분했고 내가 항상 원하던 남과 차별화를 이룰 특별한 무언가에 해당하는 아이템인 것은 확실했다.
그만큼 원래라면 쌍수를 들고 쾌재를 내질러도 부족한 상황.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눈앞에 쟁쟁한 아니, 쟁쟁한 것뿐만 아니라 명백히 더 뛰어난 보물들이 지천에 널려 있었기에.
스윽.
손에 분명 보물을 쥐고 있음에도 시선을 다른 보물들에게 돌렸다.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르고 그 화로 품안에 쥔 보물까지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정도의 보물이라면 충분히 그 화를 자초해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10초 후 살리마루 도적단의 마지막 은신처에서 강제로 벗어납니다.
-10, 9, 8...]
‘Revival Legend’는 그 화를 자초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물론 멍하니만 있지는 않고 곧장 블링크를 사용할 준비를 했다.
이 퀘스트는 몽트에게 살리마루 도적단의 징표를 갖다 줌으로써 완료가 되는 퀘스트였으니까.
즉, 몽트에게 이 살리마루 도적단의 징표를 주지 않으면 어쩌면 또다시 도전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생각을 3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에서도 했었다.
바로 아시란테라는 아이디로 도전을 했으니 혹시 lumen이라는 아이디로 또다시 도전이 되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그런 얄팍한 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곧바로 체감할 수 있었다.
그래도 지레짐작으로 포기를 하기에는 이번 퀘스트에 등장한 보물들이 너무나 화려했다.
그래서 카운트 다운의 숫자가 줄어가는 것을 보고 혹여나 이곳에 들어오기 전의 몽트의 저택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블링크를 사용할 준비를 할 찰나 메시지가 울렸다.
[몽트의 ‘살리마루 도적단의 징표를 찾아라.’ 퀘스트를 클리어 하였습니다.]
‘젠장.’
분명 아직 밖으로 튕기기 전.
그럼에도 성공 메시지가 울렸다.
나의 그런 얄팍한 수는 이미 계산 안에 있다는 듯이.
그리고 밖으로 튕기자마자 그곳에는 이미 몽트가 대기하고 있었다.
사정없이 일그러진 얼굴과 함께 붉어진 눈동자의 서대영 회장도.
덥석.
이미 내가 퀘스트에 성공한 것을 알고 있었던지 몽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곧장 다가와 내 두 손을 움켜쥐고 흐느끼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흑흑. 역시! 역시! 이번에는 꼭 성공 할 줄 알았어! 살리마루 도적단. 살리마루 도적단은 진짜로 있었나?”
평생을 거짓말쟁이로 몰리면서도 살리마루 도적단의 존재를 쫓던 몽트.
우선 인벤토리에서 하나의 아이템을 꺼냈다.
바로 살리마루 도적단의 징표를.
“오! 이것이... 이것이...”
“네. 살리마루 도적단의 징표입니다. 그리고 살리마루 도적단은 존재했고 그들의 위명은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실이었습니다.”
그 정도의 골덴링과 보물들 그리고 잉그리드의 상태창을 감안하면 일개 도적단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어마어마했다.
태양마저 훔친 도적단이라는 처음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 만큼.
더욱이 거기에는 실제로 별 훔치기라는 아이템도 존재 했었다.
여하튼 그런 내 말에 몽트가 눈물 콧물을 쏟아내며 입을 열었다.
한 손에는 내가 건네준 살리마루 도적단의 징표를 꽉 쥐고서.
“고맙네. 정말로 고마워. 내 삶이 허황된 가짜 전설을 쫓지 않았다는 것을 밝혀줘서 정말 고마워.”
몽트의 회한마저 느껴지는 목소리.
그 목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울렸다.
[몽트의 ‘살리마루 도적단의 징표를 찾아라.’ 클리어에 대한 보상이 주어집니다.
-4억 5500만 골덴링을 획득하였습니다.
-코인 12,000개를 획득하였습니다.
-잔여 스탯포인트 700개를 획득하였습니다.
-전설에서 신화 등급 사이의 악세사리 1종이 나오는 랜덤 상자 1개를 획득하였습니다.
-악세사리 강화석 300개를 획득하였습니다.
-쿨타임 제거 고대의 주문서 2장을 획득하였습니다.]
“.......”
분명 엄청난 보상이었다.
그간 진행했던 퀘스트의 보상으로만 치면 수위에 꼽을 만큼.
하지만 방금 전까지 봤던 것들이 엄청났다.
지금 받은 보상 따위는 하찮게 치부될 정도로.
물론 배부른 소리라는 것을 안다.
더욱이 그것들은 내 손에 잡히지 않은 것들이고 지금 보상은 확실히 내 수중에 들어온 것들.
당연히 후자가 더 귀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7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는 더.
“감사합니다. 몽트님.”
그래서 몽트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물론 그 인사는 몽트가 끝이 아니었다.
당연히 한명 더 있었다.
아니, 솔직히 몽트보다 그가 더 고마웠다.
만약 그가 나에게 이 퀘스트를 공유해주지 않았다면 이번 보상과 함께 신화 등급의 악세사리 확장 주문서도 얻지 못했을 테니까.
그래서 몽트보다 더 공손하게 고개를 90도로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바로 서대영 회장에게.
“회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회장님의 넓은 아량으로 이번 퀘스트를 할 수 있었고 회장님의 응원과 격려로 클리어까지 가능했습니다.”
“그...그래. 추...축하하네.”
물론 그런 나의 감사의 표시를 서대영 회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받아줬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날은 서대영 회장의 다음에 보자는 다급한 말에 그렇게 헤어졌다.
대유 그룹 회의실.
서대영 회장을 필두로 일련의 무리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와장창창!
그리고 서대영 회장의 손에 의해 값비싼 장식품들이 연이어 박살이 나고 있지만 아무도 서대영 회장을 말리지 않았다.
클리어 확률을 0%로 잡은 그래서 퀘스트를 줬던 아시란테가 단 한 번의 도전으로 성공을 했다는 것을 그들도 모두 들었으니까.
특히나 이번 안건을 제시한 정보부 수장인 이낙선은 더욱더 죽을 맛이었다.
왜냐하면 정보부의 수장이라는 직책상 서대영 회장보다 더 자세히 알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한때는 인해전술로 클리어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엄청난 인원을 투입하기도 했고.
하지만 연달아 4개, 8개, 16개, 32개, 64개 그리고 128개로 나오는 동굴은 도저히 인력으로 정답을 찾는 것이 불가능했다.
64개의 동굴까지 한 번에 정답을 찾을 확률은 100만분의 1이 넘었고 거기를 넘어서 마주한 128개의 동굴에서조차 한 번에 정답을 찾을 확률은 1억분의 1의 확률이 넘었으니까.
더욱이 128개 이후에 256개의 동굴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고.
여하튼 이낙선은 그런 이유들로 클리어 확률 0%의 퀘스트로 단정을 지었었다.
하지만 그걸 한 번에 클리어한 자가 나온 상황.
이낙선은 처음 안건을 제시했다는 죄목으로 구석에서 조용히 고개를 수그리고 있었다.
쾅!
어느 정도 화풀이가 끝났을까?
서대영 회장이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 치며 입을 열었다.
“이대로 아시란테 그놈에게 끌려만 다닐 수는 없다! 더욱이 이번 퀘스트로 확실해졌다. 지금 당장 아시란테 그놈을 잡아먹지 못하면 영원히 대유의 품으로는 그놈을 품을 수 없다는 것을. 대유의 모든 전력을 모아라. 마지막 배팅을 한다. 그리고 아시란테 그놈에게 지
원된 몰이사냥 팀도 전부 철수를 해라.”
“네.”
“알겠습니다.”
서대영 회장은 그간 충분히 아시란테의 능력을 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더 탐이 났었다.
하지만 이번의 결과로 그게 자신의 오판이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쩌면 처음부터 아시란테를 품는다는 것이 오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마지막일지도 모를 배팅을 감행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다음날.
“흠.”
왠지 공교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수중에 악세사리 확장 주문서와 전설에서 신화 등급 사이의 악세사리가 나오는 랜덤 상자가 동시에 있다는 것이.
“이러다 만약 신화 등급이라도 나오면...”
그러면 모든 것이 완벽할 수밖에 없다.
우선 길게 심호흡을 하고 인벤토리에서 전설에서 신화 등급 사이의 악세사리가 나오는 랜덤 상자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곧장 열어젖혔다.
괜히 시간을 끈다고 신화 등급의 아이템이 나온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곧 그 상자에서 환한 빛과 함께 반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웃지는 못했다.
모습을 드러낸 반지는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었으니까.
물론 귀함에서 전설 등급까지의 악세사리가 나오는 랜덤 상자 전설 등급을 얻는 것과 전설에서 신화 등급까지의 악세사리가 나오는 랜덤 상자에서 신화 등급을 얻는 것은 천지차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씁쓸함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혹시나 나는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나도 했었으니까.
“아이템 확인.”
우선 그 씁쓸함을 뒤로하고 아이템 확인부터 들어갔다.
[기능성 반지 : 스킬 (전설)
-스킬의 성능을 올려주는 기능성 반지이다.
: 착용 제한 없음.
: 강화가 불가능하다.
-효과.
: 보유한 스킬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그 스킬의 레벨을 한 단계 올려준다.
-한번 선택 후 다른 스킬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3000만 골덴링이 필요하다.
: 선택한 그 스킬의 위력을 10% 증가시켜준다.
: 만약 최대 레벨 달성 스킬을 선택시 레벨 변동은 발생하지 않지만 추가적으로 그 스킬의 위력을 10% 증가시켜준다. (최종적으로 위의 옵션과 중복 적용으로 최대 20%까지 위력이 증가한다.)
-물리방어력 : 500 마법방어력 : 500
-내구력 : 2550000/255000]
흔하디흔한 스탯 증가도 붙지 않은 단 하나의 옵션만 존재하는 반지.
거기에 강화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나쁘지 않다는 아니, 나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하나의 스킬이 떠올랐다.
바로 4레벨 아이스 스톰.
그리고 이 아이스 스톰의 다음 레벨은 7레벨이었다.
즉, 아무리 빠르게 레벨을 올린다 해도 상당기간 4레벨 아이스 스톰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반지만 있으면 지금 당장 7레벨 아이스 스톰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10%의 위력 증가와 함께.
“그래. 더욱이 반지고.”
악세사리 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반지였다.
그래서 차후를 생각해서라도 내심 반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딱 나온 것이 반지였고.
인벤토리에서 곧장 악세사리 확장 주문서를 꺼냈다.
“사용. 악세사리 확장 주문서.”
[악세사리 확장 주문서를 사용하였습니다.
-확장할 부위를 선택해 주시기 바랍니다.
: 반지.
: 귀걸이.
: 목걸이.
: 팔찌.]
반지를 선택했다.
[추가적으로 반지를 착용할 부위가 영구적으로 생성되었습니다.]
그 메시지가 끝나자마자 기능성 반지 : 스킬을 착용했다.
그러자 다른 메시지가 울렸다.
[기능성 반지 : 스킬의 적용을 받을 스킬의 선택이 가능합니다.
-현재 보유한 스킬 내에서만 선택이 가능하며 만약 선택 후 다른 스킬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3000만 골덴링을 필요로 합니다.]
그 메시지와 함께 현재 내가 습득한 스킬들이 쭉 나열됐다.
처음 생각했던 것은 아이스 스톰.
그래도 잠시 차례대로 스킬을 훑으며 혹시나 아이스 스톰보다 더 나은 스킬이 있지 않을까 하고 고민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도 아이스 스톰밖에 없었다.
그만큼 아이스 필드의 다음 레벨은 5레벨이었고 그 외 쏟아지는 우박 같은 것의 다음 레벨은 6레벨이었다.
“아이스 스톰 선택.”
혹시나 차후에 더 좋은 스킬을 습득해도 3000만 골덴링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의 골덴링이었기에 거침없이 아이스 스톰을 선택했다.
[기능성 반지 : 스킬에 적용될 스킬이 아이스 스톰으로 선택되었습니다.]
“보유 스킬 확인.”
[보유 스킬 목록.
1. 3레벨 아이스 볼.(1,2,3레벨)
2. 3레벨 아이스 볼트.(1,2,3레벨)
:
:
13. 4레벨 블링크.(4,6레벨)
14. 7레벨 아이스 스톰.(4,7,8레벨)]
현재 353레벨인 내가 최대 습득 가능한 레벨은 4레벨.
그런데 내 스킬 목록에 7레벨의 스킬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스킬로.
“흐흐흐.”
절로 웃음이 나오는 상황.
그 웃음과 함께 얼른 망자의 무덤으로 이동했다.
10%의 위력 증가가 적용된 7레벨의 아이스 스톰을 시연해보기 위해서.
하지만 망자의 무덤에는 항상 나를 위해 대기 중이던 몰이사냥 팀이 존재하지 않았다.
< 하나 더. > 끝
< 협박에는 협박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