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화. 살리마루 도적단 (3).
다음 단계는 무조건 몬스터에 관련된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 방식이 라운드별로 점차 강한 몬스터가 나오던지 아니면 주어진 시간 안에 몬스터를 처리하는 식이던지 어쨌든 몬스터일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니까.
하지만 눈앞에 뜬 메시지는 그런 나의 생각의 비웃듯이 전혀 다른 내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바로.
[자랑하기.
-전설적인 도적단인 살리마루 도적단.
그 살리마루 도적단을 이끌던 수장 잉그리드는 남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능력 몇 가지를 보유했었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뛰어난 것을 뽑자면 이것이었다.
바로 자랑하기.
얼마나 잉그리드의 자랑하기가 뛰어났냐면 어지간한 사람은 그의 자랑을 듣는 것만으로도 배가 아파 터져버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위력을 자랑했다.
그래서 혹자는 잉그리드의 최대 무기는 주둥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살리마루 도적단의 마지막 은신처로 가는 길.
잉그리드의 자랑하기에 맞서서 콧대를 납작하게 꺾거나 혹은 그의 자랑하기에 밀리지 않는 자랑으로 잉그리드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 단, 거짓으로 하는 자랑은 즉시 패배로 간주되어 사망한다.
: 사실을 기반으로 한 적절한 수준의 허풍은 허용 가능하지만 그 허용범위 이상의 허풍은 즉시 패배로 간주되어 사망한다.]
“.......”
그간 ‘말문이 막힌다.’라는 말을 종종 들어왔지만 나 스스로 그것을 직접 피부로 체감한 적은 거의 없었다.
물론 직전의 256개의 동굴 앞에서는 없잖아 그런 마음이 조금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가 있기에 거기까지는 가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말문이 막힌다.’라는 말이 어떤 말인지 뼈저리게 다가왔다.
그만큼 메시지의 내용은 내가 상상한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내용이었다.
다른 것도 아닌 자랑하기라니.
그리고 여전히 당황스러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와중에 눈앞에 사람의 모습을 한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 위쪽에 ‘살리마루 도적단의 수장 잉그리드’라는 이름표를 달고서.
그리고 완벽히 모습을 드러내자 곧장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나는 살리마루 도적단의 수장 잉그리드다.]
고개를 빳빳이 세우며 말하는 NPC.
순간 나도 인사를 건네야 하나 말아야 하는 고민이 들었고 그 고민을 하는 사이 잉그리드는 내 대답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이 곧장 입을 다시 열었다.
[나는 생전에 어마어마한 부를 이루었다. 그 부가 얼마나 대단했냐면 내가 모은 골덴링을 한데 모으면 거대한 산을 이룩할 정도였다. 하지만 너는 왠지 거렁뱅이 같군. 물론 너는 거렁뱅이가 아니라고 하겠지. 하지만 말이야 100만개, 1000만개 이상 가진 나에게 1개나
10개 아니, 100개도 거기서 거기란 말이지. 즉, 내 눈에는 네가 거렁뱅이로밖에 보이지 않아.]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10억 골덴링에서 약 4천만 골덴링이 모자란 9억 6천만 골덴링을 꺼내 보였다.
그러자 낯빛이 아주 살짝 변하는 잉그리드.
[그래. 개인으로 치면 생각보다 많군. 하지만 그래봤자 나에게는 턱없이...]
낯빛이 살짝 변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거만한 자세를 유지한 채 턱없이 모자란다는 대답을 하는 잉그리드의 말을 잘랐다.
아직 안 끝났으니까.
“이것의 100배.”
내심 100배 정도가 아니라 300배, 500배라고 말하고 싶었다.
명진이라는 이름으로 쌓은 부는 충분히 그럴 여력이 되니까.
하지만 허용범위 이상의 허풍은 실패라는 말에 내가 생각했을 때 현실적인 수준인 100배로 말했다.
그 정도만으로 어마어마한 금액이기에.
그리고 100배라는 말에 잉그리의 안색이 처음과 달리 확실히 변했다.
즉, 그 정도의 수준은 잉그리드가 깔보던 1개 내지 10개의 범위는 확실히 벗어난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안 끝났다.
결정타가 남아 있었다.
“거기에 그만큼의 골덴링을 최소 몇 배는 더 구입할 여력도 있고.”
명진을 통째로 팔면 가능할 것이다.
대한민국 내에서 다섯 손가락 아니, 대유를 빼면 정확히 네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그룹이 명진이니까.
물론 내가 알기로 지금도 골덴링 수급에 열을 올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골덴링 뿐만 아니라 아이템을 비롯한 모든 것을.
이 ‘Revival Legend’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니까.
다만 미래나 대성, 구산, 대유 등과 대놓고 움직이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합의를 함으로써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것일 뿐.
어디 한곳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골덴링과 아이템의 가격이 급등하면 모두의 손해니까.
여하튼 잉그리드에게 적절히 사실에 기반해 이야기를 했다.
물론 여기서 거짓 혹은 과한 허풍으로 실패를 해도 또다시 여기까지 오는 것은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 무척 손쉬운 일이지만 그 수백 개의 동굴은 어지간하면 또다시 겪고 싶지는 않았다.
[흠흠. 좋아. 그래. 인정하지. 너도 나처럼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많은 부를 이루었군. 하지만 내가 가진 이 최고의 보물에 비하면 네가 가진 것은 하찮은 것일 것이다. 아이템 공개.]
잉그리드의 말로 내 자랑이 적정선을 지켰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거기에 잉그리드에게 한방을 먹였다는 사실도.
즉, 나름대로 1라운드는 승리.
그래서인지 잉그리드는 화제를 아이템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잉그리드의 말이 끝나자마자 눈앞에 하나의 아이템이 모습을 드러냈다.
[+8 피닉스의 심장이 봉인된 목걸이. (신화)
-영원히 죽지 않고 새로운 생명으로 스스로 재탄생을 하는 피닉스의 심장이 봉인된 목걸이이다.
: 최소 700레벨 이상 착용 가능.
: 순수 체력 최소 6000이상 사용 가능.
-효과.
: 사망시 모든 생명력과 마나를 100% 회복한 상태로 부활이 가능하다.
부활시 24시간 동안 모든 스탯포인트가 4배로 증가하며 1강화 당 2시간씩 부활 직후 총 16시간 동안은 절대 죽지 않는다.
쿨타임 : 90일
: 파이어 계열의 모든 대미지 30% 면역.
: 저주 계열의 디버프 저항력 30% 증가.
: 체력 3000 증가.
: 지력 2000 증가.
: 정신력 1000 증가.
-물리 방어력 : 1300 증가, 마법 방어력 : 1750 증가.
-내구력 : 19555555/19555555]
“.......”
새로운 신화 등급의 아이템.
옵션이 어마어마했다.
특히나 사망시 즉시 부활이라는 옵션.
그 옵션만으로 충분히 신화 등급의 가치는 한다고 생각됐지만 그 밑에 적힌 내용은 더 엄청났다.
바로 24시간 동안 모든 스탯포인트의 4배 증가와 16시간 동안 무적.
물론 90일이라는 꽤 긴 쿨타임이 존재했지만 평소 여벌 목숨을 하나 더 갖고 있고 그 여벌 목숨이 16시간 아니, 4배로 증가할 스탯포인트마저 감안하면 24시간 동안 거의 무적에 가까운 위용을 자랑할 수 있다는 것은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그 밑의 파이어 계열과 저주계열의 30%와 체력, 지력, 정신력도 엄청났고.
물론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단지 신화 등급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안전 강화가 0인 신화 등급임에도 무려 8강화라는 말도 안 되는 강화 수치.
아빠와 석인수 실장에게 국내에 신화 등급의 아이템이 10개가 채 안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전부 0강화이고.
그만큼 신화 등급의 아이템은 너무나 귀하고 귀해서 강화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부터 엄청난 용기? 아니, 용기로 치부하기에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다.
가령 아이템이 강화 실패로 사라지면 차라리 죽고 말겠다는 객기 같은 것.
물론 대한민국 밖에는 있을지도 모른다.
1강화가 아니라 2강화 아니, 어쩌면 3강화까지.
세상은 넓고 미친 똘아이는 많으니까.
하지만 단언할 수 있다.
8강화는 없을 것이라고.
그리고 8강화의 피닉스의 심장이 봉인된 목걸이를 보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얼음황제의 수호검도 8강화가 되면 저 정도의 능력이 되는 건가?’
아니, 솔직히 1강화 상태인 얼음황제 수호검도 나쁘지 않았다.
더욱이 얼음황제의 수호검은 무기.
목걸이, 귀걸이, 반지, 팔찌 이렇게 4개를 착용할 수 있는 악세사리에 비하면 단 하나만 착용이 가능한 무기가 기본적으로 더 좋을 수밖에 없다.
여하튼 나도 아이템 공개를 했다.
당연히 1강화 얼음황제 수호검을.
[+1얼음황제의 수호검 (신화)
-세상의 모든 것을 태우고 증발시키던 태양신 모로투에 마지막까지 대항한 얼음의 주인이자 황제인 아시란테의 마지막 결의가 담긴 검이다.
: 최소 700레벨 이상 사용 가능.
: 순수 지력 최소 7000 이상 사용 가능.
: 아이스 계열 스킬 최소 10개 이상 보유자만 사용 가능.
-효과.
: 아이스 계열의 모든 스킬의 성능이 10% 증가한다.
: 아이스 계열의 모든 스킬의 쿨타임이 10% 감소한다.
: 1% 확률로 아이스 계열의 스킬에 피격당한 상대방에게 원래 대미지에서 10배로 증가된 대미지를 입힌다.
: 수호검에 기본적으로 3레벨 아이스 웨폰이 항시 적용된다. (사용자의 아이스 웨폰 마법과 중첩된다. 가령 사용자가 1레벨의 아이스 웨폰을 보유했고 그것을 사용시 총 4레벨 아이스 웨폰의 위력이 적용된다.)
: 수호검에 피격당한 상대방에게 20% 확률로 동상을 입힌다. (사용자가 동상 관련 스킬을 보유했다면 20%에 추가적으로 합산되어 적용된다. 단, 20%의 동상은 스킬이 아닌 수호검에 직접적으로 피격을 당해야만 적용된다.)
: 태양신도 녹이지 못한 얼음황제의 결의로 파이어 계열의 모든 스킬에 20%의 피해 감소와 우위를 가진다.
: 힘 1000 증가.
: 민첩 500 증가.
-안전 강화 : 0
-물리공격력 : 9550 증가.
-마법공격력 : 955 증가.
-내구력 : 8900000/8900000]
나름 당당하게 공개한 +1 얼음황제 수호검.
하지만 잉그리드에게는 썩 성에 차지 않았던 듯싶었다.
[크크크. 그래. 네놈도 신화 등급의 아이템을 갖고는 있군. 하지만 고작 1강화? 물론 안전 강화가 0인 것을 감안하면 1강화도 훌륭하지만 어림없다. 그게 아무리 무기라 해도 내 목걸이는 무려 8강화니까!]
확실히 8강화와 1강화를 비교하기에는 무리였다.
특히나 그게 신화 등급이면 더더욱.
하지만.
“맞아. 고작 1강화 아이템이지. 하지만 8강화? 훗. 곧 변할 거야. 8강화 따위는 엄두도 내지 못할 두 자리 수 강화인 10강화를 넘어 11강화, 12강화로. 만약 거기가 끝이 아니라면 더 높이.”
이건 명백하게 사실이다.
그만큼 강화의 신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는 나에게 강화 수치는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는 숫자일 뿐이었다.
단 조금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어쩌면 상당히 많이.
하지만 그 시간이 개인에 따라 느끼는 편차가 다를 수밖에 없다.
말인즉슨 누구에게는 1년이 빠를 수도 있지만 누구에게는 느릴 수도 있다.
그래서 애매하게 ‘곧’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분명 충분히 허용 가능한 허풍의 영역 안이라 판단을 했기에.
그리고 실제로 통한 것 같았다.
[아니... 그게 어떻게 가능 한 거지?]
“글쎄. 그건 나만의 비법이라서.”
[젠장! 좋아. 그럼 이건 안 될 거다. 상태창 오픈.]
[이름 : 잉그리드.
레벨 : 3675
죽인 횟수 : 145,528,912 죽은 횟수 : 3
칭호 : 전설의 도적 외 8개.
생명력 : 4,225,000(now) / 4,225,000(max)
마나 : 1,655,000(now) / 1,655,000(max)
힘 : 24577 민첩 : 9369 체력 15723
정신력 : 6572 지력 : 19550
잔여 스탯포인트 : 0
잔여 스킬포인트 : 0
특성 : 자랑하기, 관심종자, 피도 눈물도 없는.]
“.......”
솔직히 자랑하기라는 터무니없는 2단계 미션이 뜨고서 살리마루 도적단에 대한 의심이 생겼다.
혹시 별 볼일 없는 도적단이 아닌가하고.
그만큼 단순히 떠벌리기로 유명할 뿐인데 이 퀘스트를 준 몽트가 착각을 한 케이스.
하지만 잉그리드의 상태창을 보고 그 생각을 저 멀리 날려버릴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8 피닉스의 심장이 봉인된 목걸이를 확인할 때보다 더 놀라웠다.
더군다나 힘과 지력이 주력 스탯.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잉그리드의 전투 스타일이.
거기에 3회의 죽은 횟수에 비해 1억4천만의 죽인 횟수까지.
하지만.
“상태창 오픈.”
나도 상태창을 오픈했다.
그것도 당당하게.
분명 현격한 격차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3675레벨이 되면 저것 이상의 상태창을 보유할 자신이 있으니까.
물론 힘과 민첩은 조금 어려울지 몰라도.
[이름 : lumen, 아시란테
레벨 : 353
죽인 횟수 : 1137, 죽은 횟수 : 0
칭호 : 나 혼자 만렙 클베 유저 외 4개.
생명력 : 1,505,000(now) / 1,505,000(max)
마나 : 1,097,500(now) / 1,097,500(max)
힘 : 1320 민첩 : 1320 체력 8130
정신력 : 4925 지력 : 10180
잔여 스탯포인트 : 0
잔여 스킬포인트 : 0
특성 : 아이스 맨, 동반 성장, 강화의 신.]
3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 이후 총 47레벨을 올렸다.
그리고 얼마 전의 스콜피온 킹의 퀘스트때 1등 보상으로 상당량의 경험치를 받아 6레벨을 올렸고.
그래서 총 53레벨을 올렸다.
하지만 얻은 것은 더 있었다.
바로 스콜피온 킹의 퀘스트때 나와 함께한 29명의 파티원이 0점의 기여도를 획득할 때 나 혼자 6백만 점에 달하는 기여도로 개인이 획득 가능한 최대 기여도를 넘어섰다는 메시지와 함께 3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를 받았었다.
그래서 총 53의 레벨업으로 획득한 53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와 합치면 83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
당연하지만 그것은 전부 지력에 투자했었다.
더욱이 아빠에게 받은 300레벨 전설 등급의 로난의 로브 셋트로 지력은 1만을 넘어섰다.
고작 353레벨에.
물론 그럼에도 잉그리드에 비하면 부족한 점은 많았다.
호칭도 나는 5개인데 그는 무려 9개였고.
하지만 결정적으로 그는 3675레벨이고 나는 그의 1/10도 안 되는 353레벨에 불과했다.
그리고 잉그리드도 그것을 파악한 것 같았다.
[353레벨? 이 상태창이?]
놀라움을 몸 그대로 표현하는 잉그리드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내가 과연 3675레벨이 되면 과연 너의 상태창을 뛰어 넘지 못할까? 나는 충분히 뛰어 넘을 것 같은데. 물론 몇 개는 뛰어 넘지 못할 것 같기는 해. 가령 힘이나 민첩 같은 것. 아, 죽인 횟수도. 난 도저히 1억을 넘길 자신이 없거든. 하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충분히
자신이 있어. 더욱이 그것들은 아주 단편적인 것들. 힘이 높다고 이기는 것은 아니잖아?”
[.......]
잉그리드를 향해 그대로 자신감을 드러내며 말했다.
실제로 자신감은 충분히 있었고.
그리고 이 시스템도 마치 나의 그 자신감을 인정한 것 같았다.
잉그리드가 꿀먹은 벙어리가 됨으로써.
그렇게 한 3~4분 흘렀을까?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잉그리드를 방해하지는 않았다.
묵묵히 기다릴 뿐.
그리고 잠시 뒤 잉그리드가 무언가 결심을 했는데 표정을 굳히며 입을 열었다.
[후우. 좋아. 너는 가능할지도 모르겠군. 좋아. 인정한다! 너는 내 자랑에 부러움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가진 것이 많은 자. 나의 패배다.]
펑!
잉그리드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 잉그리드의 형체가 펑 소리와 함께 터지며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동시에 메시지가 울렸다.
[살리마루 도적단의 마지막 은신처로 가는 2단계를 클리어 하였습니다.
-10초 뒤에 살리마루 도적단의 마지막 은신처로 이동됩니다.]
“허...”
메시지에 조금 허탈함을 느꼈다.
이건 뭔가 퀘스트를 한 것 같기도 하고 안 한 것 같기도 해서.
그만큼 미로 같은 형식의 1라운드도 그리고 자랑하기라는 전혀 생각해본 적 없는 2라운드도 무척 생소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왜냐하면 이미 잉그리드의 +8 피닉스의 심장이 봉인된 목걸이와 그의 상태창을 봤다.
그리고 이 퀘스트를 받았을 때 분명 보상에 이 부분이 있었다.
바로.
[-별도 보상.
: 살리마루 도적단의 은신처에서 도적단의 징표를 제외하고 획득 가능한 모든 것.]
원래의 보상에 이은 별도 보상.
그리고 만에 하나 정말 만에 하나 +8 피닉스의 심장이 봉인된 목걸이라도 획득을 한다면.
‘...이건 대박이지. 정말로.’
물론 동반 성장 때문에 지력 2000의 증가와 달리 체력 3000과 정신력 1000은 꽝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평소 동반 성장의 득을 많이 봤다고 나 스스로 항상 생각을 했음에도 속이 아릴 정도로 크나큰 페널티이고.
하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다른 옵션이 좋아도 너무 좋았다.
절레절레.
순간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괜한 김칫국을 마신다는 생각에.
그 사이에 10초의 시간이 지났는지 내 몸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항상 마주한 빈 거대한 동공이 아닌 꽉꽉 찬 거대한 동공을 마주할 수 있었다.
[67,000,000,000 골덴링.]
[+9 하늘 전사의 투구. (전설)]
[잔여 스탯포인트 3,000개 증가 물약.]
[코인 500,000개]
:
:
[쿨타임 제거 고대의 주문서 300장]
[+5 태초의 번개. (신화)]
[살리마루 도적단의 징표.]
[별 훔치기. (1회용 아이템.)]
[+8 피닉스의 심장이 봉인된 목걸이. (신화)]
[특성 : 관심종자.]
“.......”
제대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세상의 모든 보물이 마치 이 한자리에 모인 것 같았서.
아니, 실제로 그래 보였다.
부들부들.
순간 몸이 떨려왔다.
기쁨? 환희? 물론 그것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긴 했지만 딱히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과해도 너무 과한 보물을 마주했기에 오는 얼떨떨함이 더 컸다.
그만큼 애초에 여기서 얻을 보상은 생각지도 않았다.
몽트가 제시한 약 5억 골덴링과 7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 거기에 최고 신화 등급까지 나오는 악세사리 랜덤 상자와 2장의 쿨타임 제거 고대 주문서를 노렸을 뿐.
그런데 그 모든 보상을 쓰레기로 만들 보상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스윽.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발을 떼어 그 보물들 속으로 파고들 찰나 머릿속으로 한 가지 장면이 스쳐지나갔다.
바로 온갖 고생을 하고 드디어 보물을 마주해 기쁨의 함성을 내지르고 보물에 달려드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함정이 나타나는 장면이.
물론 나의 과한 기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선 +8 피닉스의 심장이 봉인된 목걸이가 존재하는 곳의 위치부터 확인을 했다.
그리고 그것을 집는 순간 함께 집을 수 있는 것까지도.
물론 +5 태초의 번개라는 아이템도 눈에 확 들어왔다.
별 훔치기라는 1회용 아이템도.
하지만 그것들은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있었다.
더욱이 그것들의 정확한 옵션도 파악하지 않았고.
그래서 우선 확실한 것을 노리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내 걱정이 기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여하튼 그렇게 블링크를 이용해 두 팔을 활짝 펼쳐 +8 피닉스의 심장이 봉인된 목걸이와 함께 잡을 수 있는 것의 파악을 끝냈다.
그리고 길게 심호흡을 내지르고 사용했다.
“블링크.”
하지만.
[이곳에서는 스킬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
이 살리마루 도적단의 마지막 은신처라는 던전에 들어오고 여러 번 말문이 경험을 해야 했었다.
지금도.
우선 그렇게 30분 가까이 혹여나 하는 생각에 기다려 봤지만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고 결국에는 내가 움직여야 한다는 결론에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한발자국 내딛자마자 새로운 메시지가 울렸다.
[살리마루 도적단의 마지막 은신처에 들어선 것을 축합니다.
-살리마루 도적단의 마지막 은신처에 들어선 보상으로 기본적으로 살리마루 도적단의 징표가 주어집니다.]
도적단의 징표는 퀘스트를 클리어 하는데 필수적인 아이템.
그것이 주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왠지 걱정이 됐다.
저 많은 보상을 줄 것 같지는 않은 생각에.
그리고 내 생각은 딱 들어맞았다.
[살리마루 도적단의 마지막 은신처에 최초로 들어선 대가로 이곳에 존재하는 그간 살리마루 도적단이 모은 물품 중에 한 가지가 보상으로 주어집니다.]
고작 1개.
하지만 그 1개라도 주어진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징표 하나로 끝이면 내내 억울하다는 생각에 잠도 못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리도 무엇을 고를까 하는 고민을 할 찰나 메시지는 더 울렸다.
[획득 가능한 보상은 랜덤으로 1개가 결정이 됩니다.]
“.......”
물론 모두 다 어마어마했다.
단 하나라도 얻는다면 절을 하며 고마움을 표할 정도로.
하지만 그래도 더 좋고 나쁨은 분명 있었다.
더욱이 내심 선택할 보상도 정해놨었고.
하지만 그런 내 심정을 몰라주고 허공에 거대한 룰렛이 모습을 드러냈다.
1에서 277까지 적힌 숫자와 함께.
그리고 한눈에 저것이 이곳에 존재하는 보물들의 숫자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룰렛은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솔직히 몇 번 보상이 어떤 숫자에 해당하는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몇 번이 걸려라 하고 기도를 하기에 애매했다.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
그리고 룰렛은 하나의 숫자에 멈췄다.
바로 101번이라는 숫자에.
그 후 보물더미에서 무언가 밝게 빛나며 공중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 살리마루 도적단 (3). > 끝
< 하나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