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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77화 (77/271)

77화. 살리마루 도적단 (2).

처음 발을 내딛었던 거대 동공.

그곳으로 북쪽 동굴의 마치 모든 것을 집어삼킬듯한 거대한 물살을 피해 빠져 나왔다.

당연히 단 1의 피해도 없이.

하지만 단 1의 피해도 없다고 그것을 하찮게 치부하기는 어려웠다.

나도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가 없었다면 그 어마어마한 물살에 휩쓸려 그대로 죽었을 테니까.

그만큼 물살은 동굴 전체를 꽉꽉 채울 만큼 거대했고 사나웠다.

아무리 강력한 아이스 쉴드나 아이스 필드 등으로 막고 얼려도 한눈에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래서 입 밖으로 절로 볼멘소리가 새어나왔다.

“이건 뭘 해보기도 전에 선택 하나로 그냥 죽어 나가는 건데 시작부터 너무 한 것 아냐?”

정확히 1/4의 확률.

그 확률에 의해 발악은커녕 최후의 몸부림도 치지 못하고 익사 같은 것으로 허무하게 죽는다는 것은 굉장히 억울하다고 생각이 됐다.

더욱이 죽고 다시 도전을 한다고 해도 왠지 북쪽 동굴이 고정적으로 거대한 물살이라는 함정일 것 같지는 않았다.

분명 아니, 100% 바뀔 것이다.

여타 다른 함정 아니면 정답으로.

그렇기에 대유에서 단 한 번도 성공을 못한 것이고.

거기에 이 1/4의 확률이 끝은 아닐 것이다.

분명 제대로 된 길을 선택해도 다른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죽으면 또다시 처음부터 1/4의 확률에 도전을 해야 할 테고.

“허... 이거 장난 아니네.”

절로 헛기침이 새어나왔다.

보상만으로 분명 난이도가 엄청 높을 거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하고 들어왔지만 생각보다 더 높아서.

하지만 그래서 내심 기뻤다.

아무리 어려워도 나는 클리어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니다.

분명 그것도 어느 정도 기쁨을 느끼는 것에 일조를 했지만 진짜 기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이정도로 어렵지 않았다면 대유의 서대영 회장이 나에게 이 퀘스트를 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

내가 100% 실패할 거라는 확신하에 준 퀘스트.

그렇기에 이 난이도가 마음에 들었다.

대유의 서대영 회장 성격에 1%라도 내가 클리어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면 절대로 나에게 이 퀘스트를 주지 않았을 테니까.

“좋아. 그럼 이번에는 이쪽으로 가볼까나.”

발걸음을 동쪽 동굴의 3시 방향으로 돌렸다.

그리고 연신 블링크를 사용하며 동굴 깊숙이 이동했다.

나름 경쾌하게.

1분 뒤.

[잘못된 길로 들어섰습니다.]

대충 북쪽 동굴만큼 내부로 들어선 순간 메시지가 울렸다.

바로 꽝을 알리는 내용의 메시지가.

“...이정도면 내 운이 썩 좋은 편은 아니군.”

1/4도 실패했고 1/3도 실패한 상황.

그러자 한편으로는 이번 꽝은 무엇일지 오히려 기대가 됐다.

그리고 북쪽 동굴처럼 소리부터 나를 반겼다.

퍽! 퍽!

데구루루. 데구루루.

무언가 박살내면서 굴러오는 소리.

대충 그 소리만으로 짐작이 가기는 했다.

그리고 곧 내 짐작에서 한 치의 벗어남이 없는 모습이 드러났다.

동굴 내부를 꽉꽉 채울 거대한 돌덩이가 굴러오는 모양으로.

“아이스 스피어.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

픽! 피비빅 픽!

4레벨 아이스 스피어와 3레벨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는 현재 내가 배운 단일 스킬 중에 가장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스킬이었다.

실제로 여타 다른 아이스 계열 마법사가 사용하는 아이스 스피어와 다연발 아이스 애로우와는 차원이 다른 위력을 보여줬고.

하지만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거대한 돌덩이에는 작은 흠집조차 만들지 못했다.

물론 그 돌덩이가 엄청나게 단단할지도 모른다.

실제 돌인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그것보다는 애초에 그 돌덩이가 부서지지 않게 설계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만큼 한눈에 봐도 단단해 보였다.

“블링크. 블링크.”

그 거대한 돌덩이에 쥐포가 될 생각은 없기에 연신 블링크를 써대며 나름대로 안전하게 동쪽 동굴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다시 처음 마주한 거대 동공.

남은 6시 방향과 9시 방향의 동굴 앞에서 잠시 서성였다.

“이제는 1/2인데 여기서도 꽝이 걸리면...”

물론 꽝이라도 큰 문제가 없지만 이것은 일종의 자존심에 관련된 문제였다.

운이 나쁜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둘 중에 하나니까.

그러다 이윽고 결정을 내렸다.

“그래. 처음 마음먹은 대로 시계 방향으로 가자.”

괜히 12시, 3시 방향으로 간 것이 아니다.

나름대로 시계 방향.

그래서 이번에 6시 방향을 거치지 않고 곧장 9시 방향으로 갔다가 꽝이면 왠지 더 억울할 것 같았다.

괜히 중간에 마음을 바꿔서 실패했다는 생각에.

그만큼 과거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볼 때 애초에 틀린 정답을 골라 틀렸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괜찮았지만 처음에 정답을 골랐다가 왠지 다른 것이 정답인 것 같아 번호를 바꿨는데 처음 것이 정답인 경우가 종종 발생했고 그럴 때마다 더 속이 쓰릴 수밖에 없었다.

괜히 정답을 바꿨다는 생각에.

그래서 처음 생각을 우직하게 밀어붙였다.

그리고 잠시 뒤.

“역시 사람은 유연해야 돼. 아닌 것 같으면 빠르게 바꾸는 것이 꽤 이익일 때가 많으니까. 괜히 시간 낭비할 필요도 없고.”

통구이가 될 생각은 없기에 연신 블링크를 사용해대며 거대한 화염을 피해 남쪽 동굴을 빠져 나오며 나도 모르게 한 마디를 했다.

그리고 이제는 하나뿐인 9시 방향의 서쪽 동굴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그렇게 다른 동굴과 같이 연신 블링크를 사용하길 얼마나 지났을까 메시지가 하나가 울렸다.

[축하합니다. 제대로 된 길로 들어섰습니다.]

“응. 나도 알아. 여기가 마지막 길이었으니까.”

4개의 선택지 중에 이미 3개의 꽝을 확인하고 들어선 길.

마냥 기쁨을 토해내기에는 그 과정이 썩 좋지는 않기에 머쓱하게 그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나를 반기는 거대한 동공과 그 동공에 연결된 8개의 동굴을.

그 모습에 잠시 멍하니 주변을 살피다 한마디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허... 이것 봐라.”

우선 움직이지 않고 전의 상황을 곱씹어봤다.

혹시나 내가 놓친 단서가 없나 하고.

하지만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거대한 동공과 그 동공에 연결된 아무런 표시도 특색도 없는 4개의 통로뿐.

그만큼 12시, 3시, 6시, 9시 순으로 돌기 전에 혹시 뭔가 있지 않을까 충분히 주변을 살폈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동공과 그 동공에 연결된 8개의 통로가 다였다.

순간 불길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4개가 8개가 되고 거기에 16개가 되고 32개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

물론 남과 달리 잘못된 길로 들어선 대가로 발동하는 함정 따위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더군다나 남들은 1시간가량을 이동하고서야 마주하는 함정을 나는 1분 내로 돌파함으로써 8개의 동굴 따위는 왕복 2분으로 잡으면 16분 내로 전부 확인이 가능하고.

아니, 더 정확히는 처음처럼 마지막 그러니까 여기서는 8번째에 정답인 길로 들어서는 최악의 수를 가정해도 15분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실력이나 능력이 아닌 운에 좌지우지 된다는 것에 퀘스트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 생각과 함께 나도 모르게 웃음을 토해냈다.

운으로 따지자면 나도 만만치 않은 운의 소유자니까.

더욱이 마치 이 퀘스트를 받을 줄 알았다는 듯이 시기적절하게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마저 획들을 했고.

“그래. 8개든, 16개든 아니면 32개든 네 마음대로 나와라. 얼마든지 깨 줄 테니까.”

우선 가장 북쪽의 동굴을 1번으로 삼고 시계방향으로 임의로 2번, 3번 동굴로 지정을 했다.

그리고 곧장 1번으로 몸을 내던졌다.

핵키스 성의 몽트의 저택.

이미 자신의 할 일을 끝낸 몽트는 노구의 몸을 이끌고 저택 안으로 이동했지만 서대영 회장은 그러지 못했다.

우선 1시간.

1시간이면 결말이 나오기에.

더욱이 블링크도 있고 나름대로 마법사치고는 빠른 몸놀림을 보유한 아시란테.

서대영 회장은 최대 1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1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

서대영 회장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시란테 그놈이 1/4의 확률을 뚫었다고.

“그래. 1/4의 확률은 충분히 한 번에 뚫을 수 있어. 1/4은 많다고 하기에도 적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확률이니까. 하지만 다음은 어림없을 거다. 단순히 2배로 치부하기에는 1/8은 굉장히 어려운 수치니까.”

그렇게 서대영 회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직접 두 눈으로 실패해서 엉망이 된 꼴로 나타날 아시란테를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2시간이 흐르고 거기에 30분이 더 흐르자 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1/8의 확률도 뚫었다고.

아니면 여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까.

그쯤 되자 서대영 회장으로서도 안절부절못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것쯤은 서대영 회장도 알고 있었다.

4개와 8개의 동굴 다음에는 16개의 동굴이 마주하고 있기에.

하지만 이미 4개와 8개의 동굴을 연이어 성공했다는 것은 결국 1/32의 확률을 성공했다는 뜻.

서대영 회장 입장에서 그 정도의 확률을 한 번의 도전으로 뚫었다는 것은 단순히 운이 좋다고 치부할 수준을 넘어섰다.

왠지 모르게 뭔가 아시란테에게 특별한 것이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젠장! 아시란테 도대체 네놈에게는 무엇이 있는 거냐!”

그렇게 서대영 회장은 2시간이 훌쩍 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아시란테에 불안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며 분노 아니, 울분을 토해냈다.

정말로 이 퀘스트를 아시란테가 단 한 번에 클리어 한다면 조련하고 사육할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니까.

그리고 그 호랑이가 충분히 자신을 물수도 있고.

3시간 뒤.

“와. 진짜...”

처음의 4개의 동굴을 시작으로 8개의 동굴, 16개의 동굴, 32개의 동굴 그리고 64개와 128개의 동굴을 지나 256개의 동굴을 마주했을 때는 입 밖으로 ‘와.’라는 말밖에 새어나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문제는 256개의 동굴이 마지막이라는 확신이 없었다.

물론 처음 4개의 동굴처럼 모두 마지막에 정답을 발견한 것은 아니었다.

전의 64개의 동굴이 있는 공동에서는 운 좋게 4번 만에 정답인 길을 발견했다.

하지만 128개의 동굴에서는 100번이 넘어서야 가능했지만.

어쨌든 256개의 동굴이 위치한 거대 동공에서 크게 외쳤다.

“젠장! 차라리 몬스터가 나오라고! 이게 뭔데!”

512든, 1024든 아니면 더 많아도 차라리 끝을 안다면 오히려 이렇게 암담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심 이정도면 끝이겠지 해도 또 나오고 또 나오는 상황에 절로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답답함을 꾹꾹 눌러 담아 함성으로 토해냈다.

그리고?

곧장 가장 북쪽의 동굴을 임의로 1번 동굴로 설정하고 발을 내딛었다.

한가하게 투정이나 부리고 있을 시간은 없으니까.

어쨌든 해야 할 일이고.

그만큼 다른 것은 다 제쳐두고서라도 쿨타임 제거 주문서 2장은 꼭 획득하고 싶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1시간 30분 뒤.

한 동굴당 왕복 2분.

그래서 45번이라 임의로 정한 동굴에서 그 전과 다른 메시지가 울렸을 때는 내심 반가웠다.

[축하합니다. 제대로 된 길로 들어섰습니다.]

분명 256개의 동굴을 생각했을 때 45번째 동굴에서 발견을 했다는 것은 굉장히 빠른 속도였으니까.

하지만 그 반가움은 길지 않았다.

어쩌면 이 끝에 또다시 512개의 동굴이 반기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물론 그럼에도 연신 블링크를 사용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리고 그 45번 동굴의 끝에 발을 내딛는 순간 눈에 거대한 동공이 들어서자 우선 속으로 욕지거리부터 내뱉었다.

하지만 완벽하게 45번 동굴을 빠져 나와 거대한 동공에 들어서자 발견할 수 있었다.

동굴이 없다는 것을.

완벽한 밀폐된 공간.

물론 그곳에 내가 찾던 징표도 그렇다고 살리마루 도적단의 보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기뻤다.

운에 좌지우지되는 수많은 동굴이라는 단계를 끝냈다는 뜻이기에.

그리고 그것은 곧바로 울리는 메시지로 확인 가능했다.

[살리마루 도적단의 마지막 은신처로 이동하는 총 2단계 중에서 첫 번째 단계를 클리어 하였습니다.

-2단계를 클리어시 살리마루 도적단의 마지막 은신처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그래! 뭐든 빨리 시작하자고!”

그렇게 메시지를 바라보며 이곳 살리마루 도적단의 던전에 입장하고 가장 밝은 목소리로 빠른 진행을 재촉했다.

< 살리마루 도적단 (2). > 끝

< 살리마루 도적단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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