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화. 살리마루 도적단 (1).
[퀘스트 ‘살리마루 도적단의 징표를 찾아라.’
-유서 깊은 몽트 가문의 후손인 고고학자 몽트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어떤 고대 유적지에서 우연찮게 고문서 하나를 입수하였다.
그리고 기쁜 마음에 곧장 고문서 해석에 몰두하였고 장장 30년에 걸쳐 해석을 완료할 수 있었다.
그 후 몽트는 곧바로 그 고문서 내용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몽트는 발표 즉시 거짓말쟁이로 몰렸다.
그 고문서 속의 내용은 누가 봐도 심히 믿기 어려운 내용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기에.
바로 태양을 포함한 별과 빛 그리고 어둠 등을 훔쳤다는 살리마루 도적단의 도적행.
아무도 그 내용을 믿지 않았지만 고고학자 몽트는 믿었다.
아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 고문서 속의 내용이 무척 치밀하고 체계적인 것도 있지만 자신의 삶 대부분을 여기에 바쳤기에 그 내용이 부정된다는 것은 자신의 삶도 부정되는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몽트는 살리마루 도적단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20년간 유적지란 유적지는 전부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할 무렵 운명처럼 살리마루 도적단이 자신들의 마지막 보물을 숨겨놨다는 은신처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그 후 몽트는 원했다.
살리마루 도적단의 마지막 보물을?
아니, 살리마루 도적단이 존재했다는 증거인 세계수 나무의 줄기로 만들었다는 징표를.
그만큼 몽트는 살리마루 도적단이 존재했다는 그 징표만이 자신의 삶이 허상만을 쫓은 바보 같은 삶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하나뿐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서 깊은 몽트 가문의 마지막 후손인 몽트는 그것을 찾는데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보상.
: 4억 5500만 골덴링.
: 코인 12,000개.
: 잔여 스탯포인트 700개.
: 전설에서 신화 등급 사이의 악세사리 1종이 나오는 랜덤 상자 1개.
: 악세사리 강화석 300개.
: 쿨타임 제거 고대의 주문서 2장. (고대의 주문서를 찢은 후 첫 번째로 발생하는 쿨타임이 제로가 된다.)
-별도 보상.
: 살리마루 도적단의 은신처에서 도적단의 징표를 제외하고 획득 가능한 모든 것.]
“.......”
어마어마하다는 말로 부족한 보상에 절로 말문이 막혀왔다.
그만큼 4억이 훌쩍 넘는 골덴링에 무려 700개의 잔여 스탯포인트는 어디에서도 듣지 못한 양이었다.
거기에 전에 귀함에서 전설 등급 사이의 악세사리가 나오는 랜덤 상자를 획득했었고 개봉 후 현재도 착용하고 있는 용맹한 투사의 팔찌라는 전설 등급의 악세사리를 획득한 좋은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최하 전설에서 최고 신화 등급의 악세사리가 나오는 랜덤 상자였다.
그리고 만약 신화 등급의 악세사리가 나오면.
‘정말 대박이지.’
명진에서도 보유했던 신화 등급의 아이템은 전부 2개였다.
그중에 하나가 얼음황제의 수호검이었고 현재 그것을 내가 보유하고 있으니 결국 1개.
그만큼 신화 등급의 아이템은 귀해도 너무 귀했다.
전설 등급까지는 같은 아이템이 중복으로 여러 개 존재하지만 신화 등급은 동일한 아이템이 없다는 설명만으로 그 귀함이 충분히 설명이 될 만큼.
즉, 한 아이템당 딱 하나.
그게 바로 신화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물론 그 외 코인 12,000개나 악세사리 강화석 300개도 충분히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 떠나 마지막 보상 물품에 가장 말문이 막혔다.
바로 쿨타임을 제거하는 주문서.
그 말인즉슨 강화의 신의 쿨타임을 2번 제로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일 수밖에 없다.
물론 쿨타임 하면 곧장 연상되는 것은 스킬.
하지만 설명에 분명 스킬이라고 한정되어 있지 않았다.
주문서를 찢은 후 첫 번째로 발생하는 쿨타임이라고 정확히 명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화의 신의 쿨타임도 분명 쿨타임의 영역에 속했다.
더욱이 현재 인벤토리에 보관중인 1장의 100% 강화 성공권.
이것과 합치면 지금 당장이라도 +1 얼음황제의 수호검을 +4 얼음황제의 수호검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 당장 할 생각은 없지만.
여하튼 누구에는 쿨타임 제거 고대의 주문서가 총 7개의 보상 중에 가장 가치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가장 가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입을 떡 벌어지는 보상에 멍하니 서대영 회장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만에 하나 정말 만에 하나 내가 이 퀘스트를 클리어해서 저 보상을 전부 내가 차지하면 서대영 회장은 아니, 서대영 회장뿐만 아니라 대유 전체적으로 심각한 타격일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해가 갔다.
이정도 보상을 제공하는 퀘스트가 절대로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하지만 분명 대유에서도 수십 번, 수백 번 어쩌면 수천 번까지 도전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전부 실패로 절대로 깰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고.
여하튼 서대영 회장은 그런 나를 보며 입을 천천히 열었다.
“나는 아시란테군이 꼭 이 퀘스트를 클리어 했으면 합니다. 아시란테군이 강해져야 우리 대유가 강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내뱉은 말과 달리 아마 내가 이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서대영 회장은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어쩌면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후회와 함께 콩고물 좀 달라고 할지도 모르고.
그리고 꼭 그렇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좋습니다. 그럼 지금 가도록 할까요?”
“지금 당장요?”
“네. 어차피 미룰 필요가 있나요? 더군다나 첫 번째 도전을 위해서는 몽트. 몽트라는 NPC를 직접 만나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가시죠.”
따로 할 준비?
없다.
더욱이 이 퀘스트에 대해 어마어마하게 축적된 정보를 따로 제공할 서대영 회장도 아니고.
그는 내가 실패하길 바라는 인물이니까.
그렇게 서대영 회장을 따라 움직였다.
노쓰우드 성에서 핵키스 성으로.
저벅저벅.
핵키스 성의 중앙 광장을 지나 서쪽으로 계속 움직였다.
물론 멍하니 서대영 회장의 뒤만 졸졸 따라 움직인 것은 아니었다.
분명 모를 확률이 컸지만 혹시나 해서 귓속말을 보냈다.
바로 석인수 실장에게.
[lumen : 석인수 실장님 있나요?]
[석인수 : 네. 있습니다. 막내 도련님.]
[lumen : 혹시나 살리마루 도적단이라고 아시나요?]
[석인수 : 살리마루 도적단이요? 음...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lumen : 아뇨. 우선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석인수 : 네. 알겠습니다.]
맺고 끊음이 확실한 석인수 실장.
이 점 때문에 아빠가 석인수 실장을 신뢰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렇다고 석인수 실장의 성격상 내 말에 진짜 멍하니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즉, 귓속말이 끝나자마자 살리마루 도적단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일 것이다.
물론 그 전에 퀘스트는 끝나 있을 테지만.
어쨌든 처음 예상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 상태에서 시작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오히려 그 점에 호승심이 크게 일었다.
몸에 기분 좋은 흥분감도 슬슬 감돌기 시작했고.
그리고 그렇게 걷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름대로 고풍스러운 건물 앞에 당도했다.
“이곳이 바로 몽트의 저택입니다. 그 퀘스트를 준 장본인이자 그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한 열쇠를 지닌 인물이죠.”
그 말과 함께 자연스럽게 서대영 회장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섰고 창가 근처의 흔들의자에 눈을 감은 채 앉아있는 늙은 노인 앞까지 이동했다.
“몽트님 퀘스트 진행을 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흘흘흘. 자네도 참 끈질기군.”
“하하하.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인물을 데려왔습니다.”
“그래?”
서대영 회장의 말에 몽트라는 NPC가 감았던 눈을 살짝 뜨고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마치 물건 품평을 하듯 내 위아래를 힐긋거렸다.
그러다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던 서대영 회장과 달리 눈을 크게 뜨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 흔들의자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흘흘흘. 자네가 드디어 작정을 했나 보군. 이런 친구를 데려오다니. 분명 가능할거야. 만약 이 친구마저 실패한다면... 어쩌면 그곳은 그 누구의 발길도 허락지 않는 곳이라는 뜻일 테니까.”
내 손을 부여잡고 그 전과 달리 들뜬 목소리로 말하는 몽트.
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다.
바로 개척자들의 도시에서 만난 키한나.
키한나는 100레벨을 갓 넘어선 나에게 대뜸 A급 퀘스트를 줬다.
나에게 강자가 아니냐는 질문과 함께 자신의 눈에는 내가 그 누구보다 뛰어난 강자로 보인다면서.
지금 눈앞의 몽트라는 노인처럼.
물론 격하게 나를 반기고 들뜬 기색을 지우지 못하는 몽트의 모습에 얼굴이 급격히 굳어지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서대영 회장.
하지만 무시했다.
이미 나는 퀘스트를 받았으니까.
“자. 얼른 가지. 늙다보니 남은 것은 조급함뿐이야.”
몽트는 서대영 회장을 무시하고 내 손을 잡아 이끌고 움직였다.
바로 저택의 정원 한가운데 위치한 분수대로.
“바로 이곳이네. 살리마루 도적단의 마지막 은신처로 이동할 수 있는 곳이. 그래서 내가 이곳을 사들여 저택을 지었지.”
“그렇군요.”
몽트의 희한마저 느끼지는 말에 적절하게 응대했다.
“자. 우선 내 손을 붙잡게나. 그 정보를 내 몸 안으로 흡수를 시켰거든.”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말.
하지만 우선 몽트의 말대로 그의 손을 붙잡았다.
그러자 메시지가 울렸다.
[몽트로부터 살리마루 도적단의 은신처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이 분수대 앞에서 ‘심연보다 깊은 곳의 은신처에 내가 왔다.’라고 말을 하면 그들의 은신처로 이동이 가능하다네. 더욱이 이미 한번 등록을 했으니 실패시 앞으로는 이곳에 혼자 와서 도전을 해도 되지만 왠지 자네는 이번 한번으로 결정이 날 것 같군.”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큰 힘이 되네요.”
“흘흘흘. 아냐. 자네 같은 강자가 도전을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한없이 기쁠 뿐이지.”
몽트의 행동에 서대영 회장이 나를 여기까지 왜 직접 데려온 건지 알 것 같았다.
몽트라는 매개체가 없으면 도전이 불가능한 퀘스트였으니까.
슬쩍 서대영 회장을 바라봤다.
똥 씹은 얼굴.
그 얼굴을 마지막으로 즐겁게 감상하고 곧장 입을 열었다.
“심연보다 깊은 곳의 은신처에 내가 왔다.”
슝!
순간 무언가가 내 몸을 강하게 잡아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당연히 이동되는 그곳은 살리마루 도적단의 은신처 일 테니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굉장한 크기를 자랑하는 동공이 눈에 들어왔다.
동서남북 4개의 커다란 동굴이 존재하는.
그와 함께 메시지도 울렸다.
[정확한 길로 들어서지 못하는 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리라.]
“흠. 처음부터 이런 식인가...”
차라리 몬스터가 나왔으면 싶었다.
그 어떤 몬스터라도 충분히 처리할 자신이 있으니까.
하지만 이것도 썩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나에게는 거리의 제약을 허물어트리는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가 존재하기에.
더욱이 여기는 나 혼자기에 내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눈치챌 자도 없고.
우선 곧장 북쪽부터 움직였다.
연속으로 블링크를 사용하며.
아시란테가 살리마루 도적단의 던전으로 이동한 사이.
서대영 회장은 구겨졌던 얼굴을 펴지 못했다.
그간 몽트 앞으로 대유의 소문난 강자들을 모조리 데려왔음에도 저런 반응을 보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니까.
그만큼 몽트의 행동은 아시란테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고.
서대영 회장으로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아시란테가 한 번의 도전으로 클리어 하는데 성공한다면 이것보다 더 최악은 없으니까.
죽 써서 개 준 꼴.
아니, 죽만 아니라 영양가 있는 반찬까지 만들어 개 준 꼴.
서대영 회장은 아시란테고 꼭 실패하길 빌고 빌었다.
그래야 내기를 취소할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속으로 처음 퀘스트로 아시란테를 꿰어보자는 의견을 제시한 정보부의 이낙선 실장을 향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연신 블링크를 사용하여 처음 선택한 북쪽 길로 쭉 이동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더욱이 시간은 고작 1분도 걸리지 않았지만 이동한 거리로 따지면 상당한 거리일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걸음걸이로 이동했다면 거의 1시간? 아니, 그 이상.
그리고 그런 내 기색을 눈치 챘는지 메시지가 울렸다.
[잘못된 길로 들어섰습니다.]
“.......”
기껏 이동했는데 울린다는 메시지가 저 메시지라는 것에 허탈함이 느껴졌다.
물론 솔직히 단 1의 고생도 하지 않았지만.
그리고 메시지는 그게 끝이 아닌 듯이 더 울려댔다.
[잘못된 길로 들어선 대가로 함정이 발동합니다.]
졸졸졸졸.
그 메시지와 함께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 물이 흐르는 소리.
그리고 그 물이 흐르는 소리는 점차 커졌다.
물론 이정도 만으로 대충 감이 오기는 했다.
탐험이나 모험을 중점으로 하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한번쯤 당하는 함정이 바로 동굴에 갇혔을 때 엄청난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장면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내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전방에 모습을 드러낸 동굴을 가득 매운 채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려오는 물줄기가 모습을 드러냈기에.
“허. 이거 제대로 영화 한편 찍으라는 건가?”
물론 관람객에 긴장감 있는 장면을 선사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럴 생각도 없고.
나에게는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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