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화. 베일을 벗은 4차.
미국 뉴욕 맨해튼의 최고층 빌딩.
그곳에 미국 정부, 샤이페와 함께 미국 내 3대 세력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홀드렛지가 자리했다.
미국 수립 때부터 함께한 몇몇 명문가와 모건 스탠리, 골드만삭스 등의 오랜 역사를 가진 금융계 그리고 엑슨 모빌 이전의 ‘석유왕’ 존 D 록펠러가 세운 스탠다드오일트러스트 조직까지.
대체적으로 홀드렛지는 동부에 위치한 과거부터 돈과 역사를 가진 곳 위주로 조직된 곳이었다.
그에 반대로 샤이페는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20세기 극 후반부터 급격하게 성장한 신흥 부자들이 뭉친 곳이었고.
그 외 미국 정부는 거대한 행정부를 기반으로 샤이페와 홀드렛지 양쪽 모두에 속하지 않은 자들이 뭉친 곳이었다.
여하튼 미국 내를 삼분하는 3개의 조직 중에 하나인 홀드렛지는 분기마다 진행하는 정기 회의가 아닌 긴급회의를 열었다.
드디어 1200레벨 달성자가 나왔고 그로인해 무척이나 중요한 비밀이 풀렸으니까.
“이게 진짜라고?”
“네.”
홀드렛지를 운영하는 5명의 최고 간부중 한명의 물음에 정보부 수장인 어스틴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
그리고 한쪽 벽면에 설치된 빔프로젝터를 가리키며 마저 입을 열었다.
“기억의 구슬을 사용하여 촬영한 영상입니다.”
그 말과 함께 빔프로젝터에서 하나의 영상이 쏘아졌다.
남자 2명이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이름과 소속.”
“타일런 콜. 홀드렛지 1군의 3번 팀 소속입니다.”
“1200레벨 달성은?”
“오늘 새벽 02시 35분에 달성을 하였습니다.”
“그로인한 특이점은?”
“코인. 코인의 정확한 사용처를 알았습니다. 그리고 3차 가상현실을 넘어 4차 현실구현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 지도요.”
“...그게 무슨 말이지?”
“공개. 1200레벨 특권.”
[1200레벨 달성을 축하합니다.
-1200레벨 달성으로 ‘Revival Legend’의 능력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는 특권을 받았습니다.
단, 구현하는 데는 아래의 조건을 필요로 합니다.
-코인을 활용하여 ‘Revival Legend’내의 능력을 영구적으로 현실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 0%~10%까지 1%당 코인 1,000개를 필요로 합니다.
: 11%~20%까지 1%당 코인 2,000개를 필요로 합니다.
: 21%~30%까지 1%당 코인 3,000개를 필요로 합니다.
:
:]
“.......”
침묵.
타일런 콜과 면담을 진행하는 자가 멍하니 침묵에 빠져 들었고 그것은 영상을 보던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때 홀드렛지의 최고 간부 5명이 앉아 있던 자리에서 나지막한 말이 흘러나왔다.
“드디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어!”
“하지만 과해도 너무 과하군. 1% 당 코인 1,000개라니. 더군다나 10% 이후부터는...”
가상현실 접속기에 대한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던 브텐.
그리고 그 브텐이 자리한 곳이 바로 미국.
그렇기에 미국이 가장 먼저 알 수밖에 없었다.
특허에 대한 로열티 하나로 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엄청난 돈을 긁어모으던 브텐이 증발하듯 사라지는 것은 보통 사건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그중에서도 사라진 브텐이 ‘Revival Legend’라는 게임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가장 먼저 파악한 것은 홀드렛지였다.
더 정확히는 홀드렛지를 구성하기 전의 모건 스탠리나 골드만 삭스 같은 금융 관계자들.
왜냐하면 브텐이 소지한 자산이 한두 푼이 아닌 상황.
그렇기에 그 자산을 일정부분 관리하던 모건 스탠리나 골드만 삭스는 정말 티끌만한 흔적이라도 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어쩌면 주인 없는 엄청난 돈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그 와중에 실제로 티끌만한 흔적 몇 개를 찾기도 했다.
바로 ‘Revival Legend’라는 게임과 ‘Revival Legend’에 관련된 몇몇 개를.
“이것 때문에 1100레벨에 그것이 있었나?”
그때 또다시 최고 간부 5명 내에서 흘러나온 목소리.
그 목소리에 회의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정보부 수장 어스틴이 곧장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홀드렛지는 소속 유저 중에 최초로 1100레벨을 달성했을 때도 지금처럼 긴급회의를 열었다.
1100레벨 때도 지금과 같은 특별한 것이 있었으니까.
바로 코인 교환.
애초에 코인이 큰 가치를 보일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빠르게 파악한 것도 브텐이 사라진 자리를 가장 먼저 청소한 홀드렛지였다.
그리고 홀드렛지는 그것을 공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솔직히 ‘Revival Legend’에 대한 정보도.
하지만 모건 스탠리나 골드만 삭스 같은 금융계를 시작으로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키 어렵다는 생각에 여러 거대 조직이 하나둘씩 뭉치자 정보 관리에 허점이 생기고 인력 관리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바짝 조인다 해도 서로 다른 환경에 있던 조직들이 뭉치는 거였기에 삐그덕 거리는 현상은 당연했으니까.
그렇게 미국 정부와 샤이페를 시작으로 점차 정보가 퍼져나가는 것을 홀드렛지로서는 아쉬워하며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홀드렛지는 1100레벨을 달성한 유저를 통해 확인한 것이 있었다.
바로.
[1100레벨 달성을 축하합니다.
-1100레벨 달성으로 서로 간에 코인을 교환할 수 있는 ‘코인 교환’ 특성을 획득하였습니다.
단, 코인 교환은 1100레벨 이상의 ‘코인 교환’ 특성을 보유한 상대방끼리만 가능합니다.
: 1100레벨 이상끼리 서로 손을 맞잡고 한쪽이 상대방에게 ‘코인 교환’ 신청을 하고 상대방이 그것을 수락하면 코인 교환이 가능합니다.
: 1코인당 100만 골덴링의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 수수료는 코인을 건네받는 측에서 발생하며 인벤토리에서 자동으로 골덴링이 차감됩니다. 인벤토리에 100만 골덴링 이상의 보유 골덴링이 없을 경우 코인 거래는 그 즉시 중단됩니다.
: 수수료로 차감된 골덴링은 영구적으로 사라집니다.]
거래 금지 물품인 코인의 거래.
홀드렛지 입장에서 충분히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수수료가 만만치 않았다.
1코인당 100만 골덴링이면 100코인이면 1억 골덴링이고 1,000코인이면 무려 10억 골덴링이었으니까.
더군다나 이 골덴링이 거래 상대방에게 그 대가로 주어지는 것이 아닌 오로지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완전히 사라지기에 홀드렛지 입장에서도 쉽사리 코인 교환을 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여전히 귀하다는 것만 알뿐 그 코인의 사용처가 불분명했고.
그런데 그런 상황에 1200레벨에 모습을 드러낸 코인의 사용처.
어마어마했다.
말 그대로 현실 구현이니까.
물론 쉽지는 않았지만.
코인 1,000개가 어디 애 이름도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그때 또다시 5명의 최고 간부중에 한명이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저것으로 끝은 아니겠지?”
알고는 있었지만 드디어 처음으로 직접 눈으로 확인한 순간.
홀드렛지의 최고 간부 5명은 그 누구보다 조급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 모두 내일 당장 죽는다 해도 전혀 이상치 않을 정도로 초고령이기에.
그래서 더 이것에 매달렸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건강 혹은 생명은 한계가 존재 했으니까.
“물론입니다. 영상을 더 보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모를 정보부의 수장 어스틴이 아니기에 다시 빔프로젝트빔을 가리켰다.
“실험영상 1-7번 시작합니다.”
“현재 타일런 콜의 보유 코인은 717개. 최소 1,000개를 맞추기 위해서 홀드렛지의 여유 자금 2억8천3백만 골덴링을 사용하여 코인 1,000개를 맞추었습니다.”
“타일런 콜의 현재 키와 몸무게는 177센티미터에 98킬로그램으로 체지방률 35% 이상의 고도비만이며 여타 다른 20대 중반의 평균적인 남성에 비해 근력 수치가 44로 하위 30%에 포함되며 악력 수치도 평균 50킬로그램에 못 미치는 39킬로그램 하위 30%에 포함됩
니다.”
그 뒤로 영상은 타일런 콜의 현재 건강 상태를 비롯하여 지구력과 현재의 체력 수준에 대한 세세한 부분이 진행됐다.
그리고 그 부분이 끝나자 정보부 수장 어스틴이 입을 열었다.
“이제는 직접 라이브로 진행을 하겠습니다. 현재 타일런 콜은 ‘Revival Legend’에 접속한 상태이며 1,000개의 코인을 소지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이쪽의 명령이 떨어지면 곧바로 1,000개의 코인을 사용할 것입니다.”
“...진행하지.”
“네. 알겠습니다.”
5명의 최고 간부 내에서 떨어진 명령.
그 명령에 어스틴이 오른쪽에 앉아 있는 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몇 명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곧 영상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타일런 콜. 코인 1,000개를 사용합니다. 코인 사용.”
코인 사용을 외친 영상속의 타일런 콜.
하지만 외관상 크나큰 변화는 없었다.
그리고 그때 타일런 콜이 입을 열었다.
“공개. 현실 구현.”
[현재 ‘타일런 콜’님의 현실 구현률입니다.
-1/100.
-더 높은 수준의 구현을 위해서는 코인을 필요로 합니다.]
“1%가 올랐지만 게임 내적으로는 아무런 변화를 느낄 수 없습니다.”
영상 속 타일런 콜의 게임 내적으로 아무런 변화를 체감할 수 없다는 말이 끝나자마자 홀드렛지의 최고 간부 5명중에 한명이 로그아웃을 명령했다.
애초에 관심은 게임 내적인 변화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라이브로 진행이 되는 영상이기에 곧 현재 타일런 콜이 위치한 뉴욕의 한 실험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외향적인 변화는 없군.”
최고 간부 5인 중에 한 명이 내뱉은 말 그대로 타일런 콜의 외향적인 모습은 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 영상 속에서 흘러나오는 타일런 콜의 말에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었다.
“몸에서... 전에 느끼지 못한 힘이 느껴집니다.”
영상속의 타일런 콜의 말이 끝나자마자 최고 간부 5인 중에 한 명이 곧장 명령을 내렸다.
“체력 상태! 현 건강 수준을 체크해라!”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 전에 쟀던 기록들과 비교하기 위해 타일런 콜의 몸에 여러 기기를 부착하고 테스트를 진행했다.
약 2시간이 흐른 사이.
아무도 회의실 밖으로 자리를 뜨지 않았다.
물론 여전히 테스트중.
하지만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모두는 알 수 있었다.
달라졌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몇 시간 사이에 근력 수치가 7이 증가할 리 없고 악력도 2.3킬로그램이 증가할 리가 없으니까.
더욱이 최대 폐활량까지도.
1킬로미터도 달리지 못했던 타일런 콜이 1킬로미터 이상을 거뜬히 달리는 모습은 확실히 체감을 할 수 있었다.
1%의 위력을.
그리고 그때 정보부 수장 어스틴이 입을 열었다.
“타일런 콜은 근접 물리 계열로 힘과 체력이 주력 스탯이었습니다. 그래서 보시다시피 이렇게 신체적인 능력이 향상됐습니다. 그 외 중간 중간 진행된 여러 실험에서 스킬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현재 구현률 부족으로 사용이 불가능합니다.’라는 메시
지가 떴고요.”
“그 말은?”
“네. 구현률을 더 올려야 하고 그 말인즉슨 코인. 코인이 더 필요합니다. 아니면 어마어마한 골덴링이라도요.”
“.......”
“.......”
“.......”
정보부 수장 어스틴의 말에 침묵이 자리했다.
5인의 최고 간부 자리에서 누군가의 말이 터져 나오기 전까지.
“100레벨 한정 강화 퀘스트로 12강화까지 성공해 코인 1만개를 받은 자가 있지 않나?”
“네. 있습니다.”
“지금 그 자의 레벨이 몇이지?”
“965레벨입니다.”
“흠...”
어스틴인 이미 그 질문이 나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막힘없이 대답했다.
“그 자 외에 현재 가장 많은 코인을 보유한 자는?”
“많아야 6천개가 넘지 않습니다. 평균적으로 1천개는커녕 채 500개도 보유하지 못하는 실정이고요.”
“결국 골덴링이군.”
“네. 그리고 더 강해지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됩니다. 최대한 1%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 총량이 커지는 수밖에 없으니까요.”
“좋다. 어떠한 대가를 지불해도 좋다. 골덴링 수급에 모든 역량을 집결한다. 단, 조급함을 티내지 마라. 미국 정부도 샤이페도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놈들은 약삭빠르니까.”
“네. 우선 최대한 조심하면서 골덴링 수급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얼추 앞으로의 진행 방향이 결정된 상황.
하지만 아무도 그 회의실에서 자리를 뜨지 않았다.
영상속의 타일런 콜이 몇 시간 전에는 구부리지도 못한 얇지만 긴 쇠막대기를 이번에는 엿가락처럼 휘어 냈기에.
물론 일부러 전에는 약한 척을 했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그렇기에 최신 장비를 사용했다.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그런 최첨단 장비로.
노쓰우드성 중앙 광장 근처 카페.
여유롭게 차를 음미했다.
나는 배팅을 했고 상대방은 그 배팅을 들어줄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실제로 대유의 서대영 회장은 내 배팅을 받아들였다.
“하하. 그 모든 조건을 수용하겠습니다. 저희 대유는 능력에 따른 대가를 철저하게 지키는 곳이니까요.”
서대영 회장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로 나에게 그 모든 것을 제공하는 것이 단 1도 아깝지 않다는 듯이 만면에 후덕한 미소를 짓고서.
그래서 그런 서대영 회장에게 나도 인사를 건넸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항상 대유를 동경했습니다. 그렇기에 이 자리까지 온 것이고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회장님.”
듣기 좋으라는 빈말.
그 빈말을 깍듯하게 고개를 90돌 숙이며 했다.
앞으로도 얻어낼 것이 많으니까.
< 베일을 벗은 4차. > 끝
< 취익. 취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