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화. 항상 대유를 동경했습니다. (2)
콕 집어 언급한 대유.
“.......”
“.......”
“.......”
그 말에 지하 서재에는 잠시 침묵이 자리했다.
하지만 그 침묵은 길지 않았다.
형과 석인수 실장이 연이어 내뱉는 말로.
“주영이의 말대로 현 시점에서 대유가 가장 좋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확실히 차후 주영군의 비밀이 드러날 때 대유라면 충분히 무마가 가능한 상대입니다. 더욱이 이미 함께 하지 못하는 사이가 됐고 어쩌면 적이 될 가능성마저 있는 곳이 바로 대유니까요.”
형과 석인수 실장의 말.
“흠.”
그 말에 아빠가 소파에 등을 기대며 침음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한 누나도 한마디 했다.
“아빠. 어차피 오늘 있을 저녁 만찬을 가장한 회동도 아시란테라는 1인 2역의 막내 때문이잖아요. 그런데 그 모임에서 기껏 모른 척을 다 해놓고 차후 들통이 나는 것도 모자라 그들을 향해 작업을 한 것까지 드러나면 분명 큰 싸움이 날 거라고요. 미래, 대성, 구산으로
서는 제대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격이니까요. 그럴 바에 어차피 함께 하지 못하고 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대유의 기둥뿌리를 뽑아 먹는 것이 낫지 않겠어요?”
그렇게 누나까지 대유를 향한 작업을 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의견을 냈다.
물론 아빠가 우유부단해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만약 그랬다면 일찍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대신해 명진이라는 이 거대한 그룹을 여러 경쟁자들 사이에서 이만큼 성장시키는 것이 불가능했을 테니까.
다만 나에 대한 걱정.
그리고 혹시나 하는 불안감.
아무래도 나는 아직 아빠에게는 품안의 새끼인 것 같았다.
더군다나 이 ‘Revival Legend’라는 게임이 보통의 게임도 아니고.
하지만 아빠도 얼추 생각을 정리했는지 소파에서 등을 떼고 입을 열었다.
“대유. 대유 쪽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단 주영이 너도 절대 방심하지 마라. 대유의 뒤에는 중국이 있으니까.”
“네. 걱정 마세요. 최대한 조심히 움직일 테니까요.”
물론 말로만 끝나지 않았다.
점심 식사를 하기 전까지 아빠와 석인수 실장을 비롯하여 대유의 회유에 대한 여러 시뮬레이션을 거쳐야했다.
점심식사 이후.
코툼성 대장간 근처.
만찬은 저녁시간으로 잡혀있었다.
그렇기에 점심을 먹고 여유시간에 집에서 챙겨온 3세대 가상현실 접속기를 착용하고 게임에 접속했다.
그리고 근처 페레로 성의 대장간이 아닌 이곳 코툼성의 대장간으로 왔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물론 괜히 할 것 없이 대장간에 온 것은 아니다.
바로 강화의 신의 쿨타임 종료.
즉, 새로운 강화가 가능했다.
그리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그간 신성한 만년설의 기운이 깃든 반지, 귀걸이, 목걸이와 용맹한 투사의 팔찌까지 전부 3강화를 하느라 여전히 1강화인 얼음황제의 수호검에 강화를 하는 것이 맞았다.
애초 위의 악세사리도 전부 3강화가 목표였고.
하지만 나도 모르게 1강화 상태인 얼음황제의 수호검에 강화 시도를 하는 것이 약간 망설여졌다.
물론 하긴 할 것이다.
이미 얼음황제의 수호검을 내 전용 무기로 낙점을 한 상태니까.
특히나 쿨타임 제로의 블링크를 획득하고서 더 확고하게.
단 그럼에도 망설이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신성한 만년설의 기운이 깃든 악세사리 셋트가 너무 좋다는 것.
‘흠. 분명 전설 등급 내에서도 최상위권에 랭크된 악세사리란 말이야. 더군다나 아이스 계열인 나에게는 이보다 좋은 것은 없다시피 할 정도고.’
현 3강화 상태에 모든 아이스 계열의 스킬 대미지 3%증가와 눈과 얼음의 대지 위에서 전투력 3% 증가가 붙은 악세사리들.
즉, 반지, 귀걸이, 목걸이를 감안하면 아이스 필드를 사용한 상태에서만큼은 공격력이 무려 18%나 올랐다.
그리고 그간 이 효과를 톡톡히 봤었다.
나에게 18%는 어마어마한 수치니까.
더욱이 보스 몬스터를 상대로 셋트 옵션까지 보유했고.
그래서 더 고민이 됐다.
당장 강화를 해봤자 현 시점에서 700레벨 달성은 아직 요원한 일이라 인벤토리에 장식품처럼 보관을 해야 하는 얼음황제 수호검에 비해 신성한 만년설의 기운이 깃든 악세사리 셋트는 당장에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있으니까.
물론 그렇게 욕심이 나면 악세사리 강화를 하면 되지 않겠냐 싶겠지만 그것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가 하나 더 존재했다.
바로 혹시나 얻을지 모르는 신화 등급의 악세사리.
물론 지금 착용한 악세사리처럼 나에게 딱 맞춤형식의 신화 등급 악세사리를 쉽사리 얻지는 못할 것이다.
신화 등급이 흔한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럼에도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사이 오른손을 들어 스스로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이미 정답은 나와 있는 것을 이런저런 상황에 엮어 괜한 시간만 버린 것 같아서.
우선 신화 등급의 악세사리?
분명 남보다는 얻을 기회가 많긴 할 것이다.
하지만 얻는다는 보장은 없다.
더욱이 얻은 것이 나에게 딱 필요한 옵션들로 채워져 있을 확률은 더더욱 희박할 것이고.
즉, 지금부터 그것을 고민하는 것은 김칫국을 사발째 들이마시는 것과 진배없는 상황.
그리고 알고 있다.
미련이 남는다면 해소하고 가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는 것을.
그게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래. 하자! 충분히 3강화 이상을 할 가치가 있는 아이템이니까.’
저벅저벅.
결정을 내린 마당에 더 이상 고민할 필요는 없기에 당당하게 대장간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강화창에 +3신성한 만년설의 기운이 깃든 반지를 올려놓고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강화의 신 활성화.’
[강화의 신을 활성화 합니다.
-100% 확률로 강화에 성공합니다.
-강화 대상 : +3신성한 만년설의 기운이 깃든 반지
-강화 시도시 추가적으로 필요한 조건 : 870,000골덴링, 251만 경험치.
-강화 성공시 생성되는 쿨타임 : 5일]
골덴링과 경험치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골덴링은 4억 가까이 소지하고 있고 경험치는 ‘하락하지 않는 자.’라는 호칭으로 인해 아무리 많아봤자 레벨이 하락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오히려 필요 경험치가 더 많기를 바랐다.
그럼 골덴링은 그렇다 쳐도 생성되는 쿨타임이 줄어드니까.
여하튼 3에서 4강화를 가는데 5일이면 충분히 감내할만한 수준이기에 곧장 강화를 진행했다.
그리고 내 눈에만 보이는 폭죽과 함께 +4신성한 만년설의 기운이 깃든 반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템 확인.’
0에서 1, 2, 3으로 갈 때는 그 증가하는 수치가 고작 0.2%내지 0.4%씩 올랐다.
하지만.
‘음. 역시 하길 잘했네.’
모든 아이스 계열의 스킬 대미지 증가가 3%에서 4%로 변했다.
그 밑의 눈과 얼음 대지 위에서 전투력 증가도3%에서 4%로 변했고.
통 큰 1%씩의 증가.
더욱이 증가한 것은 더 있었다.
바로 3강화까지 250에서 변하지 않던 지력이 300으로 변했다.
씨익.
절로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는 상황.
‘좋아. 그럼 최소 5강화까지는 노린다.’
아니, 내심 더 하고 싶었다.
5강화에서 멈출 것이 아니라 6강화, 7강화를.
하지만 아직 반지만 4강화를 만든 상황이기에 우선은 그 욕심을 접어뒀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테니까.
그날 저녁.
여의도에 위치한 킬튼 호텔 19층 연회장.
명진, 대성, 구산끼리의 1차 모임을 가졌던 그 장소에서 이번에는 미래까지 포함된 저녁 만찬 자리가 펼쳐졌다.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을 위한 다각적 모임이라 것을 내세워서.
물론 그것은 표면적인 모습이고 실제는 아시란테라는 자에 대한 의견 교환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1차 모임 때처럼 각 그룹의 회장들과 그 최측근 1~2명이 조용히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나는?
당연히 거기에 끼지 못했다.
아니, 끼지 않았다.
내가 그 자리에 낀다는 것은 명진의 일에 개입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이고 결국 그것은 남의 시선을 끌 수 있으니까.
그래서 조용히 연회장 한쪽에 앉아 있을 때 누군가 다가왔다.
바로 미래의 연보라가.
그리고 대뜸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홍상만 회장님과 함께 움직이지 않나봐?”
“뭐. 형이 있으니까. 그럼 너는?”
“나도 오빠가 있으니까.”
털썩.
연보라는 그 말을 내뱉고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연이어 입을 열었다.
“참 대단하지.”
“뭐가?”
“아시란테라는 자.”
“뭐. 그렇지.”
연보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전에 내가 1차, 2차, 3차 클로즈 베타를 전부 했고 1차와 2차에서 최대 레벨을 달성했다는 말 기억나?”
“기억나지. 얼마나 됐다고.”
그것뿐만 아니라 3차 클로즈 베타 당시 최대 레벨을 달성하지 못한 것을 극히 아쉬워하는 모습마저 여전히 생생하게 머릿속에 존재했다.
“분명 아시란테라는 자는 3차 클로즈 베타 당시에도 최대 레벨을 달성했을 거야. 유일하게. 그나저나 정말 대단하지 않아? 이 좁은 대한민국 내에서 전 세계에 딱 1명뿐인 자가 있다는 것이. 더욱이 놀라운 것은 그자는 몰랐던 거야. ‘Forgotten Legend’가 ‘Revival
Legend’로 이름을 바꾼 것을. 그것도 3년 넘게.”
“흠.”
연보라의 말에 딱히 큰 호응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작게 고개만 끄덕일 뿐.
“어쨌든 회장님들 머리만 아프게 된 거지. 먹고는 싶은데 너무 크니까. 물론 그럼에도 먹기만 하면 최고인데... 만에 하나 남이 먹으면...”
연보라는 나를 보며 말을 흐렸다.
그래서 그런 연보라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마 이런 결론을 내리겠지. 아시란테가 어디를 가든 서로 적절하게 공유를 하자고. 마치 일종의 공공물처럼.”
씽긋.
내 말에 연보라는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맞아. 그러보면 가진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은 때로 거추장스럽다니까. 잃을 것이 많아서 두려움을 더 크게 가지고.”
“아무래도 손실이 가장 적은 안전한 길을 가겠다는 거지.”
그 후 연보라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아시란테라는 자에 대한 이야기보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연보라가 대뜸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너는 아이디가 어떻게 돼?”
“루멘. l. u. m. e. n.”
굳이 연보라가 아니더라도 누군가 아이디를 물어올 수 있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말했다.
내 본래의 아이디를.
“루멘이라... 좋네. 그리고 너라면 왠지 그 아이디가 뜻하는 바대로 될 수 있을 것 같고. 내 아이디는 칼리야. k. a. l. i. 친구추가를 해도 되지?”
“응.”
생각보다 무서운 아이디를 쓰는 연보라의 말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 만찬이 끝나고 청담동 집.
지하 서재에 아빠와 형, 석인수 실장 등과 자리했다.
그리고 석인수 실장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예상대로였다.
아무래도 최악의 수는 피해야겠고 나에 대한 아니, 정확히는 아시란테에게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했으니까.
그 후 약 20분 정도 더 진행된 이야기가 끝나자 아빠가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제 준비는 모두 끝났다. 조심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곧장 연락을 해라.”
“네. 그렇게 할게요.”
곧장 대유에 연락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다.
충분히 뜸을 들일 것이다.
애가 타도록.
3일 뒤.
그간 미래, 대성, 구산 그리고 목표로 삼은 대유에서 상당히 많은 귓속말이 왔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품으로 들어오면 상당한 대가와 나를 향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게임 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현금을 시작으로 자동차와 집 등의 현실적인 부분까지.
물론 그들의 의중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길드로 영입을 해도 내가 탈퇴하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그렇기에 그들 입장에서 현실의 내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생각보다 대유가 더 적극적이어서 놀랐다.
그만큼 그들은 아예 대놓고 말했다.
대유의 지분을 넘길 테니 대유의 이사로 이름을 올리라고.
어지간한 자라면 혹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뻔해도 너무 뻔했다.
물론 대유의 그 행동으로 얻은 것도 만만치 않았다.
바로 대유가 생각보다 내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
그만큼 튕길 여지도 많았다.
그래서 미래, 대성, 구산에 대해서는 연거푸 거절을 하는 나에게 분노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적절하게 응대하며 대유를 향해서는 배짱 장사를 벌였다.
대유 말고도 갈 곳이 많다면서.
그리고 3일간 그것이 통했는지 오늘 1대1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대유의 서대영 회장과 직접.
노쓰우드성 중앙 광장 근처 카페.
대유에서 일부러 이곳으로 약속 장소를 잡았다.
대유 소속도 아니고 중립 지역에 꽤 많은 유저들이 자리함으로써 나에 대한 어떠한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표시.
그래서 나도 순순히 수락을 했다.
그리고 곧 마주한 서대영 회장.
당연하지만 실제로 본적이 있다.
하지만 마치 처음 보는 척 행동을 했다.
“반갑습니다. 서대영입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뛰어난 분을 만나다니. 허허허. 제가 다 영광입니다.”
70이 훌쩍 넘은 노회장.
그런데 그 노회장이 나를 향해 존댓말까지 써가며 하는 말에 이들이 얼마나 나를 원하는지 충분히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일부러 약간의 거드름을 피우며 대답했다.
“뭘요. 저도 반갑습니다. 그나저나 저도 살다 살다 대유 같은 대기업의 회장님을 이렇게 볼 줄은 몰랐네요.”
“허허. 이게 다 인연 아니겠습니까? 대유와의 좋은 인연이요.”
“뭐... 인연이 될 수도 있고 악연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남남도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가요?”
대놓고 서대영 회장에게 눈치를 줬다.
어지간해서는 움직이지 않겠다고.
그리고 그런 눈치를 파악했는지 서대영 회장이 내 쪽으로 몸을 가까이 하고서 입을 열었다.
“우선 대유의 품으로 들어온다면 당장 현금으로...”
“아뇨.”
서대영 회장의 말을 도중에 끊었다.
그리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전에도 말했듯이 저는 현금이라든지 주식이라든지 이런 현실적인 지원보다 차라리 골덴링으로 지원을 받는 것이 더 좋습니다.”
현금을 준다는 것은 직접 마주하거나 계좌번호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눈에 뻔히 보이는 수에 넘어갈 생각은 없기에 곧바로 거절을 했다.
그리고 내가 먼저 요구했다.
“사냥터. 저 혼자 마음껏 뛰놀 아주 좋은 사냥터를 갖고 싶습니다. 그전에는 전부 남들이 기피하는 곳에서 사냥을 했거든요. 한번쯤은 아주 좋은 사냥터에서 홀로 사냥을 해보고 싶습니다. 당연히 500레벨 이상으로요. 거기에 현재 제 아이템이 너무 부실해서 그런데 쓸
만한 악세사리를 얻을 수 있을까요? 물론 강화를 위한 악세사리 강화석도요.”
“.......”
“.......”
“.......”
당연하지만 서대영 회장 혼자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
2명의 참모로 보이는 자들도 동행을 했다.
그리고 내 거침없는 내 요구에 그들 모두 침묵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이들을 내 요구를 받아들일 테니까.
그리고 앞으로 더 심한 요구도.
< 항상 대유를 동경했습니다. (2) > 끝
< 베일을 벗은 4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