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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한 클로즈베타-69화 (69/271)

69화. 거만한 아시란테.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진행한 3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

그래서인지 퀘스트를 끝내고 페레로 성의 결투장 밖으로 빠져 나왔을 때는 채 11시도 지나지 않았다.

우선 목적지는 긴 뿌리 나무 몬스터가 나오는 버려진 나무 들판.

하지만 그곳으로 이동하기 전에 했던 행동이 하나 있었다.

바로 결투장 안으로의 재진입.

왜냐하면 내 아이디는 명백하게 2개.

그래서 아시란테라는 아이디로 진행한 이번 3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 외에 혹여나 lumen(루멘)이라는 아이디로 다시 한 번 진행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살짝 있었다.

하지만.

[.......]

처음 결투장에 진입을 하자마자 3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를 보유했고 진행을 하겠냐고 묻던 메시지가 이번에는 울리지 않았다.

즉, 한 번의 기회로 끝.

딱히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살짝 아쉬웠다.

물론 만에 하나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져 lumen(루멘)이라는 아이디로 3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를 또 하게 되면 처음 계획과 달리 전 세계에 아시란테라는 아이디 외에 lumen(루멘)이라는 아이디도 공개가 되는 상황.

하지만 그럼에도 하고 싶었다.

그 보상들은 어떠한 대가를 치루더라도 더 받을 수만 있다면 악착같이 받아야 하는 그런 가치가 있는 보상들이었으니까.

그로 인해 일부러 숨기고 있는 lumen(루멘)이라는 아이디가 공개가 된다 하더라도.

“이동. 버려진 나무 들판.”

[버려진 나무 듶판으로 이동합니다.]

하지만 안 된다는 것을 직접 확인 했기에 그 미련을 훌훌 털어냈다.

곧 모습을 드러낸 익숙한 버려진 나무 들판의 세이프티 존.

생각해보면 그간 여러 사냥터를 전전했지만 이곳만큼 오랫동안 사냥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300레벨을 달성하고서도 이곳에서 다시 사냥을 하기 위해 온 것은 아니다.

이미 새로운 사냥터는 봐뒀다.

특히나 전과 달리 명진이라는 거대한 길드의 정보망도 손쉽게 이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거기에 그 어떠한 문제도 빠른 해결을 위한 석인수 실장의 직통 전화 번호도 갖고 있고.

그래서 이미 새로운 사냥터 확보는 끝낸 상태이다.

그럼에도 이곳에 온 이유가 있다.

바로 쿨타임이 제로가 된 블링크의 위용 확인.

아무도 없는 사냥터.

그렇기에 이곳을 그 누구의 방해도 없이 내 마음대로 테스트를 위한 가장 최적의 적지로 판단을 했다.

물론 그것 말고도 굳이 아무도 없는 여기로 와서 테스트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비공개.

처음에는 쿨타임 없는 블링크를 남들에게 뽐내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내가 이만큼 대단하다고.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꿨다.

알고 있으니까.

아무리 강한 존재라도 모든 정보가 발가벗겨지듯 드러나있으면 두렵지 않은 법이라는 것을.

가령 전멸을 거듭하며 손도 못 댈 것 같은 보스 몬스터라도 여러 번의 도전으로 경험이 쌓이고 보스 몬스터의 정보와 패턴이 하나둘씩 드러나면 정복이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것은 곧장 수월해진다.

언제 난공불락이라고 생각했었냐는 듯이.

물론 나는 보스 몬스터가 아니다.

충분히 주변 상황을 살피고 이 상황을 타개할 최적의 방법을 찾을 능력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모든 패를 공개하고 싶지는 않았다.

숨겨둔 강력한 패하나 정도는 갖고 싶었다.

그리고 쿨타임 없는 블링크 정도라면 그 강력한 패 정도는 될 것 같았다.

더욱이 진정한 고수는 3할의 능력을 숨겨 두는 법이라고 했고.

여하튼 이런저런 이유로 다시 찾은 버려진 나무 들판.

“블링크.”

텔레포트 존 위에서 곧장 블링크로 이동을 했다.

그리고 원래라면 블링크에 상당한 쿨타임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블링크는 언제 사용을 했냐는 듯이 쿨타임이 돌아가는 표시가 없었다.

즉, 곧장 다시 사용이 가능하다는 뜻.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이번에는 연속으로 블링크를 사용했다.

슝! 슝! 슝!

정확히 한번 사용할 때와 연속으로 사용할 때는 느낌 자체가 달랐다.

마치 초능력자가 된 것 같았다.

그리고 곧장 모습을 드러낸 긴 뿌리 나무 몬스터들.

당연히 선공형 몬스터답게 긴 뿌리를 활용해 나에게 공격을 시도했다.

당연히 땅 속에서.

하지만.

휘이잉.

뿌리가 모습을 드러낸 위치에는 내가 존재하지 않았다.

블링크로 다른 곳으로 이동했으니까.

그리고 잠시 뒤 이동한 내 위치로도 다른 긴 뿌리 나무 몬스터의 뿌리가 공격을 감행했다.

하지만 그것도 허탕.

“와...”

물론 대충 이 모습을 예상 하기는 했다.

하지만 예상한 것과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천지차이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순간적으로 어떤 하나의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래서 3강화 튼튼한 장검을 꺼내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아이스 웨폰.”

[3레벨 아이스 웨폰을 사용하였습니다.

-3강화 튼튼한 장검에 차가운 얼음의 기운이 깃듭니다.]

당연하지만 나는 마법사 더 정확히는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다.

즉, 원거리형 공격 스타일.

그렇기에 자체적으로 3레벨 아이스 웨폰이 붙은 얼음황제의 수호검에 대비해 3레벨 아이스 웨폰 스킬을 갖고 있는 거지 딱히 자주 사용하지는 않았다.

굳이 사냥을 하는데 아이스 웨폰까지 쓸 필요도 없었고.

하지만 그렇다고 영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기에 오른손에 3레벨 아이스 웨폰이 걸린 3강화 튼튼한 장검을 꽉 쥐고서 블링크를 사용해 긴 뿌리 나무의 오른편으로 이동했다.

퍽!

단 한 번의 공격.

그 공격이 끝나자 다시 블링크로 뒤로 빠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왼쪽으로 이동해 똑같이 한 번의 공격 후에 뒤로 빠졌다.

그 후로는 반복의 반복.

처음에는 어색했다.

애초부터 모든 게임에 근접 유형은 한 적이 없으니까.

아니, 근접 유형을 해봤더라도 어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쿨타임 없는 블링크를 가져보지 못했을 테니까.

어쨌든 점차 익숙해지자 나름대로 능숙하게 공격을 퍼부었다.

물론 익숙해지는 것은 블링크의 사용도 마찬가지.

퍽! 퍽! 퍽! 퍼버벅!

점차 빠른 속도로 앞뒤 좌우할 것 없이 긴 뿌리 나무의 몸통에 한 번씩의 공격을 집어넣고 빠졌다.

물론 진즉에 긴 뿌리 나무의 몸에는 서리가 낀 것 마냥 얼음이 자리했다.

바로 동상 피해.

그리고 몇 번의 공격이 더 이루어지자 나름대로 엄청난 방어력을 갖춘 긴 뿌리 나무 몬스터가 그대로 허물어졌다.

“이게... 되네?”

과거 만화로 접했던 초능력자끼리의 싸움.

거기에서 순간 이동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방금 이렇게 전투를 펼쳤었다.

당하는 상대방은 사방 어디에서 공격이 날아올지 몰라 당황하다 죽어갔고.

한번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을 흉내 내는 와중에 소소한 수확도 거둘 수 있었다.

바로 동상피해.

기본적으로 미약한 동상 발생이라는 패시브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스 볼이나 아이스 볼트 거기에 쏟아지는 우박 등으로 종종 상대방에게 동상을 입혔다.

하지만 더 확실하게 상태이상 동상을 입히는 방법은 아이스 웨폰을 무기에 사용해 그 무기로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것이었다.

특성 ‘아이스 맨’도 아이스 웨폰을 활용한 공격시 상태이상 동상을 입힐 확률이 크게 증가한다고 적혀있으니까.

더욱이 얼음황제의 수호검에도 직접적으로 수호검을 사용해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히면 20% 확률의 동상 발생 옵션이 존재했다.

즉, 그럴 일은 없겠지만 차후 생각보다 강력한 존재와 마주한다면 지금처럼 블링크를 사용해 먼저 동상을 입혀놓고 뒤로 물러나 여러 마법 공격을 퍼붓는다면 어쩌면 생각보다 쉽게 강력한 적을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동속도는 굉장히 중요하다.

내가 파이어 계열도 그렇다고 번개 계열도 아닌 굳이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를 하는 이유도 그 이동속도를 제한하기 위해서고.

여하튼 쿨타임 없는 블링크의 테스트만 하기로 마음먹었던 것과 달리 나도 모르게 사냥에 빠져 들었다.

당연히 쉼 없이 블링크를 사용하며.

그만큼 재미있었다.

물론 계속 아이스 웨폰을 사용하는 방식으로만 사냥을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얼음 황제의 수호검을 착용한다 하더라도 내가 원거리 유형의 아이스 계열 마법사인 것은 변함이 없으니까.

그날 밤.

누나의 전화를 받았다.

내일 있는 만찬에 참석을 하라고.

“굳이 나도?”

“어. 미래, 대성, 구산에서 그렇게 모이자는데 우리 명진만 뭉그적대거나 빠지면 의심을 살 수 있잖아. 대한민국 내에서 아시란테라는 거창한 인물이 등장을 했는데.”

“그런데 대유는 빠졌네?”

처음에는 미래와 대유가 빠졌지만 지금은 미래가 포함되고 대유가 빠졌다.

물론 충분히 이해는 갔다.

다 알려졌으니까.

대유가 중국의 품으로 넘어갔다는 것을.

“거기는 이미 끝났지.”

“응. 어쨌든 알았어. 그렇게 할게.”

“그럼 내일 집에는 일찍 와. 네 이야기도 듣고 싶으니까.”

“어.”

누나와의 통화를 끝내고 곧장 게임에 접속했다.

원래 쿨타임 없는 블링크의 효력은 약 1시간 정도의 테스트만 할 예정이었지만 생각보다 굉장히 재미있었다.

그래서 점심도 거르고 저녁때까지 블링크를 사용해 사냥을 했다.

여하튼 그 후 로그아웃한 장소는 페레로 성의 텔레포트 존.

그 위에서 곧장 입을 열었다.

다음 사냥터로 정해놨던 곳으로.

“이동. 독충 지대.”

[독충 지대로 이동합니다.]

웅성웅성.

“?”

물론 엄청 많다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도 버려진 나무 들판처럼 사람이 없어야 했다.

500레벨대의 사냥터치고 난이도는 그렇게 높다고 할 수준은 아니지만 독충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이 상대하기 번거로웠으니까.

그런데 꽤나 많았다.

더욱이 문제는 그들의 모습에서 이곳에 사냥을 위해 온 것 같지 않다는 티가 역력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의 대화로 확연하게 드러났다.

“아시란테라는 자가 굳이 이런 곳에 있을까?”

“그야. 모르지. 하지만 그자의 모습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곳은 모두가 기피하는 버려진 나무 들판. 더욱이 300레벨도 안된 상태에서 400레벨대의 사냥터인 그곳에서 혼자 사냥을 했다는 것은 이제 300레벨을 찍었으니 어쩌면 500레벨대의 이곳에 올 수 있다는 뜻 아

니겠어?”

“맞아. 그자는 일부러 사람들이 없는 곳만 찾아다니는 거라고. 더욱이 그 능력에 몬스터의 난이도 따위가 눈에 들어오겠어? 차라리 사람이 없는 곳에서 자기 마음껏 사냥을 할 수 있는 것이 그자에게는 편하겠지. 그런 의미에 이 독충 지대도 그의 선택권에 충분히 포

함이 되는 거고.”

“젠장. 그나저나 개나 소나 다 모였네.”

“야. 저기에는 미래랑 대성도 있어. 저쪽도 움직이는데 개나 소나는 아니지.”

“씨팔. 그나저나 우리 길드장도 사냥은 때려치우라더라. 지금 사냥이 문제냐고. 아시란테 그자만 붙잡으면 황금 동아줄을 잡는 거라면서.”

“나도.”

“근데 버려진 나무 들판에는 없대?”

“응. 거기에 없다고 하더라고.”

“젠장.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친구 추가를 거절을 해 놓으니까 찾을 방법이 있네.”

“그러니까 이렇게 발품을 팔고 있는 거잖아.”

당연하지만 성창과의 보스 몬스터 레이드 이후에 공개된 아시란테라는 아이디로 어중이떠중이들을 포함해 너무 많은 친구 추가 요청이 들어왔다.

샐 수 없을 만큼 많이.

그래서 친구 추가를 거절해 놨다.

물론 그 와중에 친구 추가가 되어 있는 성창 길드의 2번 보스 몬스터 레이드 대장이라는 덕구라는 자.

그 자에게는 안부를 묻는 귓속말이 빈번하게 왔다.

하지만 안달이 나게끔 일부러 무시했다.

여하튼 나를 찾기 위해 비인기 사냥터까지 인원을 보낼 줄은 몰랐다.

우선 독충 지대를 포함해 이번에 알아둔 다른 사냥터로 이동을 해봤다.

하지만.

‘허. 유저들이 없는 곳이 없잖아.’

어디고간에 상당한 인원이 전부 상주를 하고 있었다.

눈을 부릅뜨고서.

물론 명진 소속의 비어 있는 사냥터가 몇 개 존재하기는 했다.

그리고 그곳이라면 마음껏 사냥을 할 수 있지만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다.

그래서 고민을 거듭하는 와중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내가 피할 이유가 있나?’

아시란테라는 아이디도 공개를 했고 뻔하니 기억의 구슬을 사용해 내 모습을 촬영하는 것도 내버려뒀다.

즉, 대놓고 모습을 드러낸 상황.

그런데 이제 와서 모습을 감춘다는 것은 모순일 수밖에 없다.

“이동. 독충 지대.”

[독충 지대로 이동합니다.]

원래 처음 계획했던 독충 지대로 이동했다.

단 로브를 꽉 조여매고 마스크를 착용하고서.

저벅저벅.

천천히 독충 지대의 텔레포트 존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와 그들 사이를 지나쳐갔다.

그리고 내 발걸음이 사냥터로 향할수록 점차 시선이 나에게 모여들었다.

두 눈을 왕방울만 하게 뜨고서.

그러다 한명의 외침을 시작으로 우르르 나에게 달려들었다.

“아시...란테... 다.”

“아시란테님! 잠깐만 시간을 내주세요!”

“안녕하세요! 아시란테님 저는 영산 길드의 길드장 이정기입니다! 잠깐 대화를 했으면 합니다.”

“아시란테님 이쪽. 이쪽 좀 봐주세요.”

“저희는 미래 그룹에서 나왔습니다. 아시란테님 저희 미래 그룹과 잠시 시간을...”

연예인?

아니, 지금 상황만큼은 연예인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인기를 뽐냈다.

하지만 그 모습에 우쭐대지 않았다.

우쭐댈 필요도 없고.

다만 최대한 무표정을 유지하고 입을 열었다.

“너무 사람이 많네요. 저는 사냥을 할 계획입니다. 정확히 5시간 동안요. 그러니까 5시간 뒤 이곳에 정확히 5명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시란테로 움직이는 동안은 최대한 거만한 모습을 보이기로 미리 계획을 짰다.

그 능력을 가지고서 우물쭈물 한다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이곳에는 미래와 대성이 있는 상황.

정리가 되긴 될 것이다.

만남은 그 후에 가져도 충분하고.

더욱이 거만하고 오만한 성격을 가진 자라면 이정도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이 됐다.

“그럼 길을 비켜 주실 수 있나요?”

그럼에도 소란은 유지가 됐지만 곧 진정이 됐다.

미래나 대성이 괜히 미래, 대성이 아니니까.

물론 그런 미래와 대성을 보고 뒤에서 손가락질을 하며 욕을 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그것은 무시했다.

그것까지 내가 챙겨줄 사안은 아니니까.

그리고 진정된 그들 사이로 독충 지대 안으로 들어섰다.

꽤나 큰 혼란을 뒤로하고.

< 거만한 아시란테. > 끝

< 항상 대유를 동경했습니다.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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