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 300레벨 한정 퀘스트 (2).
아침 6시 30분.
어제 1시간 일찍 잤다고 잠에서 깨어 시계를 확인했을 때는 평소 일어나는 시간보다 1시간 이른 6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우선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찍 일어났다고 침대에서 아침의 여운을 만끽하거나 뭉그적거리기에는 잠을 푹 자서인지 몸에 기운이 흘러 넘쳤으니까.
그리고 씻고 항상 먹던 씨리얼로 아침을 해결하고 곧장 게임에 접속했다.
곧 어제 로그아웃을 했던 페레로 성의 광장 한쪽 구석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상태에서 천천히 발걸음을 광장 북쪽으로 돌렸다.
바로 결투장으로.
[페레로 성 결투장.]
광장 북쪽에 위치한 거대한 건물.
당연하지만 가장 먼저 거점으로 삼아 움직였던 코툼성에도 광장 북쪽에 결투장이 존재했었다.
아시란테라는 이름으로 바뀌기 전의 개척자들의 도시는 빼고.
물론 아시란테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나서는 결투장이 생겼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여하튼 언제든 이용하려면 이용할 수 있는 것이 결투장이었다.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니까.
당연히 ‘Forgotten Legend’라는 1차, 2차, 3차 클로즈 베타 당시에도.
하지만 단 한 번도 이용한 적이 없었다.
이용할 생각 자체도 없었고.
그리고 그것은 ‘Revival Legend’로 이름을 바꾸고 나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결투장을 이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나를 뽐내고 싶은 마음이 더 크지.’
그래서 가끔씩 생각한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3가지 특성, 5개의 호칭 그리고 여러 가지 보상들을 얻지 못했더라도 과연 지금과 마찬가지일까 하고.
물론 정답은 알고 있다.
아니라고.
3가지 특성과 5개의 호칭 그리고 여러 보상들을 얻지 못했다면 나를 뽐내고 싶은 지금과 달리 과거의 나처럼 분명 결투장은커녕 타 유저에게 공격 한번 하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게 마치 내가 원하는 것인 양.
그리고 그런 주제에 아이디는 빛, 광휘를 뜻하는 lumen(루멘)으로 짓고서.
즉, 원래 항상 갖고 있었다.
내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과 남이 우러러 봐줬으면 하는 욕심을.
다만 그러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억누르고 참고 있었을 뿐이었다.
내 숨겨진 본심이자 욕망과도 같은 빛, 광휘를 뜻하는 lumen(루멘)이라는 아이디 속에.
그래서 조금 아쉬웠다.
아시란테라는 아이디가 아닌 내 원래의 아이디인 lumen(루멘)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
하지만 아시란테가 어마어마한 위명을 날려도 그게 나인 것은 불변의 사실.
그리고 영원히 아시란테라는 아이디 뒤에 lumen(루멘)이라는 아이디를 숨길 것은 아니기에 아쉬운 마음을 저 멀리 날려 보냈다.
저벅저벅.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하고 처음으로 이용하는 결투장에 당당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거대한 결투장에 들어서자마자 메시지 하나가 울렸다.
[3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300레벨로 결투장 퀘스트 진행이 가능합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대기.’
우선 3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를 보류시켰다.
그간 말로만 듣던 결투장이 어떤 곳인지 둘러볼 생각에.
그만큼 어지간한 성과 도시의 광장 북쪽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는 결투장.
크기만큼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다.
이곳저곳 전광판 같은 곳에는 누가 누가 전투를 벌이고 배당률이 얼마라는 등의 온갖 정보들과 함께.
당연히 그 전광판을 보며 떠드는 소리도.
“이번 7번 대박 매치에 누가 이길 것 같아?”
“아무래도 19연승의 도살자가 이기지 않을까?”
“물론 도살자가 강하긴 하지. 19연승도 무척이나 일방적이었고. 하지만 이번에는 맞붙는 상대가 대유 소속이라고.”
“대유?”
“응. 미래, 명진, 대성, 구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유 소속.”
“에이. 대유가 그 정도는 아니지.”
“어쨌든. 그래도 대유라는 이름을 정면에 내세우고 나왔는데 설마 어중이떠중이겠어? 막말로 대유 소속 길드원이 도살자한테 박살나면 대유라는 간판도 박살이 나는 건데?”
“하긴... 그렇긴 하지. 와. 이거 진짜 어디에 걸지 고민되네.”
“나도.”
나 스스로 도박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도박은 그 자체로 매력적이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다.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한 번에 일확천금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흥미를 끌 수밖에 없으니까.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싸움에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더.
여하튼 결투장이 왜 인기가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단순히 상대방과 나의 우위만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제3자의 배팅이라는 도박적인 요소가 가미가 됐기에 그 당사자뿐만 아니라 결투에 관심이 없는 자들까지 결투장 내에는 바글바글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발견했다.
공중에 위치한 여러 전광판 중에 나름대로 가장 큰 전광판에 어제 내가 확인한 내용이 적혀 있는 것을.
바로 3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의 최고 레벨 달성자에 대한 정보가.
[3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 최고 라운드 달성자.
-A타입 : 알렉산더윌리. (47라운드)
-B타입 : 장웨이. (45라운드)
-C타입 : 올가. (44라운드)]
아마 저 중에 하나는 확실하게 바뀔 것이다.
아시란테라는 이름으로.
그것도 40라운드 언저리쯤이 아니라 50라운드, 60라운드 혹은 마지막 라운드로.
어쨌든 그렇게 약 10분 정도 결투장 이곳저곳을 훑어보고서 잠시 보류 시켜놨던 3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 불러왔고 진행을 선택했다.
얼추 결투장이 어떤 곳인지 감은 잡았으니까.
[300레벨 한정 결투장 퀘스트 진행을 선택하였습니다.
-이 퀘스트는 300레벨 달성을 축하하는 의미로 진행되는 퀘스트로 단 한번만 수행 가능하며 각 라운드별 클리어 시간과 마지막까지 도달한 라운드를 합산하여 최종적으로 등급이 매겨지며 그 매겨진 등급에 따라 차등적인 보상이 주어집니다.
-결투장 내에서의 죽음은 죽은 횟수에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퀘스트 전용 결투장으로 이동됩니다.]
100레벨 한정 강화 퀘스트도 그랬다.
100레벨 달성을 축하한다며 그에 대한 보상으로 원하는 아이템에 자신의 운을 시험해 보라고.
슝.
곧 어디론가 이동되는 감각과 함께 순식간에 처음 보는 결투장 안으로 이동됐다.
콜로세움을 연상시키는 듯한 원형 경기장.
생각보다 크지는 않았다.
관중도 텅텅 비었고.
그리고 그때 중앙에 크나큰 룰렛이 하나 모습을 드러냈다.
A, B, C라고 적힌 판과 함께.
곧 저절로 룰렛이 돌기 시작하면서 점차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물론 내심 원하는 타입은 있었다.
바로 C타입.
왜냐하면 물리와 마법 모두 섞인 유형의 몬스터가 등장하듯 나 스스로도 공격과 방어 양쪽으로 전천후적인 능력을 보유했으니까.
그리고 A와 B타입에 비해 C타입의 최고 라운드가 44라운드로 가장 낮다는 것도 한몫했다.
그만큼 가장 어렵다는 뜻도 되니까.
어쨌든 C타입에 룰렛이 멈추기를 바랐고 천천히 느려지던 룰렛이 곧 한 지점에 멈췄다.
그리고 메시지가 울렸다.
[C타입의 몬스터들이 등장합니다.]
“흐흐.”
물론 A타입, B타입이 나와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내심 바라는 타입이 나왔다는 사실에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시작부터 좋았으니까.
[10초 뒤에 1번 라운드가 시작됩니다.
-매 라운드 클리어시 휴식 시간 10초가 주어지며 사망시 퀘스트는 종료됩니다.
-10, 9, 8 ... ]
“아이스 필드. 그리고 중첩 살얼음.”
파사사삭!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미리 아이스 필드와 살얼음을 사용했다.
빠르게 몬스터를 처리할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설명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생각보다 작은 결투장.
내 아이스 필드가 결투장 내부를 온통 얼음 지형으로 바뀌었다.
그래서인지.
“꽥!”
[1라운드를 클리어 하였습니다.
-클리어 시간 : 0.1초.
-등급 : SSS
-10초 뒤에 2라운드가 시작됩니다.]
“.......”
못 봤다.
어떤 몬스터가 등장을 했는지.
그만큼 0.1초라는 시간이 말해주듯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2라운드, 3라운드 그리고 4라운드가 끝날 때까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5라운드부터 등장한 몬스터는 내가 펼친 살얼음이 중첩된 아이스 필드를 버텨냈다.
하지만 아이스 필드는 한 번의 대미지를 주는 단일 스킬이 아닌 지속 대미지를 주는 장판형 광역 스킬
즉, 그 위에 벗어나지 않는 한 지속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벅.
“꽥!”
몬스터들은 나를 향해 한발자국을 떼자마자 그대로 죽어 자빠졌다.
그 모습에 칠점사 혹은 칠보사라 불리는 까치 살모사가 떠올랐다.
물리면 일곱 발자국도 가지 못하고 죽는 다는 뜻인 칠보사라는 별명을 가진 까치 살모사.
하지만 내 아이스 필드는 칠보사가 아닌 일보사로 보였다.
한발자국을 넘어 두발자국 이상 내딛는 몬스터는 없었기에.
물론 한발자국이라도 내밀고 죽어서인지 클리어 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전에 비하면 엄청나게 증가했다.
0.1초에서 0.9초로 증가했기에 대략 9배 정도나.
[5라운드를 클리어 하였습니다.
-클리어 시간 : 0.9초.
-등급 : SSS
-10초 뒤에 2라운드가 시작됩니다.]
물론 여전히 SSS등급인 것은 변함이 없었다.
“원래 이렇게... 쉽나?”
지금 같아서는 40라운드 언저리?
아니, 50라운드, 60라운드 어쩌면 있는지 없는지 아무도 모르는 마지막 라운드까지 갈 것 같았다.
그것도 무척이나 손쉽게.
여하튼 그렇다고 방심하지 않고 정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몬스터를 끝까지 주시했다.
“아이스 볼.”
“꽥!”
“아이스 볼트.”
“꽥!”
8라운드를 넘어서자 몬스터들이 살얼음이 중첩된 아이스 필드 위에서 잠시나마 버텨냈다.
물론 조금만 더 기다리면 아이스 필드의 지속 대미지 죽는 것은 매한가지.
하지만 아이스 볼이나 아이스 볼트 등을 굳이 날려댔다.
1초 아니, 0.1초라도 빠르게 죽이면 죽일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열심히 라운드를 클리어 했다.
서울 청담동.
“주영이가 벌써 퀘스트를 진행 한다고?”
“네. 아침 일찍 메시지를 받았어요.”
홍수영은 아빠 홍상만 회장의 질문에 별일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 대답을 확인한 홍상만 회장은 옆의 석인수 실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흠. 자네는 어찌 될 거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큰 소란이 일 것 같습니다. 주영군은 300레벨이 보일 수 있는 능력을 아득히 뛰어 넘었으니까요.”
당연하지만 홍상만 회장은 석인수 실장에게 막내아들인 주영이의 일을 언급했다.
석인수 실장을 믿기도 했지만 그는 알아야 할 위치에 있으니까.
물론 이미 석인수 실장이 대충 주영이의 능력을 알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가화 길드라는 어중이떠중이지만 무려 300명이나 700명의 무리와 전투를 벌여서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를 따내는 것은 엄청난 일이기에.
“흠. 실제로 아시란테라는 영입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지. 그리고 주영이는 지금처럼 대하고.”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석인수 실장은 홍상만 회장이 무슨 뜻으로 저런 말을 하는지 이해했기에 고개를 숙이며 다부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시란테의 정체를 안다고 설렁설렁 하다가는 빈틈을 만들게 되고 그 빈틈이 나중에 큰 구멍이 될 수도 있으니까.
페레로 성의 결투장.
20라운드의 몬스터.
“아이스 스톰.”
휘이이잉! 퍼버벅!
새롭게 습득한 4레벨 아이스 스톰도 거침없이 팍팍 사용했다.
물론 고작 1마리의 몬스터에게 사용하기에는 너무나 비효율적인 사용.
하지만 거침없이 사용했다.
굳이 이 스킬 저 스킬 쿨타임과 위력을 계산해가며 사용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리고 사용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절로 감탄이 나왔다.
왜 다른 많은 공격 스킬이 존재함에도 아이스 스톰이 아이스 계열의 마법사에게 넘버원으로 뽑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만큼 위력도 위력이지만 우선 보는 맛이 남달랐다.
그리고 그렇게 이번에 4레벨로 업그레이드 된 쏟아지는 우박도 종종 써가며 최대한 빠르게 라운드를 클리어했다.
여전히 모든 라운드를 SSS 등급으로.
< 300레벨 한정 퀘스트 (2). > 끝
< 80라운드. >